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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민규는 ‘타다’를 탈 수 있을까 』를 읽고-
최근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이라는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작가가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와 런던에서 있었던 성냥공장 파업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야기이다. 성냥개비 불 하나에 의지해 추위와 싸우다 쓸쓸히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라, 성냥공장 관리자들에 맞서 싸우는 굳센 소녀 ‘브리디’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실제로 1888년 런던에서 한 사건을 계기로 성냥공장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회사를 상대로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던 노동자들이 마침내 여러 처우 개선을 쟁취해 낸 역사가 있다. 브리디와 브리디의 엄마, 성냥공장이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지만, 성냥공장 때문에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회사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은 확실히 ‘성냥팔이 소녀’보다 희망적이다. 브리디와 주변 인물들이 지치지 않고 용기 낼 수 있었던 데는 그들을 지지하는 대중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에도 등장하는 ‘애니’는 실제로 런던 총파업 때 이들을 도왔던 인물 이름을 그대로 딴 모양이다. 작품 속 애니는 부자다. 성냥공장 사람들이 백린 때문에 턱 질병을 얻어 고통받든 말든 애니 일상은 그들과 전혀 상관없다. 그렇지만 애니는 그들을 못 본 체하지 않았다. 신문에 기사를 내고 많은 사람에게 부조리한 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1888년 런던의 애니도 그랬다고 한다. 한상준 작가님의 『민규는 ‘타다’를 탈 수 있을까 』 를 읽고 작가님 같은 어른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런던 총파업이 일어난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은 그때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하루의 2/3를 고된 노동으로 보내면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거대 기업은 산비탈 타고 내려가는 눈덩이처럼 몸집이 커지고 있는데, 온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상준 작가님 같은 어른이 『민규는 ‘타다’를 탈 수 있을까 』 와 같은 책을 써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가 스마트하고 편리하고 윤택한 세상살이에 취해 있을 때마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문제 제기해 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대체로 다들 관심 없는 사회 현상을 눈여겨보고, 약한 자(사람이든 동물이든)에게 귀 기울이는 대중 한 명은 있어야 한다. 브리디의 친구 애니, 런던의 애니 같은 사람 말이다. 『민규는 ‘타다’를 탈 수 있을까 』는 미니 픽션이라는 장르다. 챕터 하나가 단편소설보다도 훨씬 짧다. 국어책 지문 정도 되는 것 같다. 읽는 우리야 한 편이 짧으니 틈틈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쳐도, 그 안에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를 써내야 하는 작가님은 머리깨나 아프셨을 듯하다. 그 안에는 다양한 주제가 드러난다. 기계에 직장을 잃는 노동자, 환경 문제, 코로나19 시기의 학교, ‘타다’ 사태 등…. 분량은 가볍지만, 내용은 하나 같이 무겁다. 피하고 싶지만 피하면 안 되는 문제들이다. 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하이패스를 달아 버린 나,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아이들을 어느 정도 외면해 버렸던 나, 고기는 절대 포기 못 한다며 내 배 불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나, 그런 여러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을 내 모습들이다.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내가 지금 당장 삶의 태도를 바꾸리란 보장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관심이 있어야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법이다. 한상준 작가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여겨보고, 고민하고, 불쑥 실천할지도 모르게 생겼다.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은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고 싶었다. 국어나 사회 시간에 교과서 지문을 대체하거나 보충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차근차근 질문을 하나씩 던지며 충분히 이야기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픽션 하나하나에 전부 공감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시기에 학교가 뭐냐?’는 물음에는 일면 야속하기도 했다. 교사인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는 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건 학교 시스템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어떤 내용은 좀 어렵기도 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부 많이 하셨다는 작가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니 픽션이라는 장르 특성 같기도 했다. 갑자기 칼부림 뉴스가 쏟아진다. 매년 여름이 되면 비가 올해는 대체 어떻게 올까 걱정된다. 내 직장에서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서빙 로봇이 신기하면서 불편하다. 40도 가까이 기온이 치솟는 폭염에 달랑 선풍기 하나 의지해 여름을 나야 하는 쪽방촌 사람들이 있다. 차량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는데 전부 운전자 과실로 판결이 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고민거리가 많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모두 해야 할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상준 작가님과 함께 질문하고 답하며 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애니’가 될 수 있다. 한 명, 한 명의 ‘애니’가 모이면 아마 세상은 변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