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만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어떤 블로그보다 사진 문화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2007년도부터 썼으니 이제 약 횟수로 8년이 되어가고 있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 사진작가와 사진전, 사진 문화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다보니 자랑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제 사진에 대한 글이 좋다고 찾아 오십니다. 가끔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냥 취미로 사진작가 따라 다니고 추종한 것 뿐인데 시선이 저에게 쏠리네요. 지난 8년 동안 많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수 많은 사진전과 수 많은 사진 전문 갤러리를 찾아가서 봤습니다. 사진작가의 강의도 들어보고 작가님과 직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전시회도 소개하면서 한국 사진계를 간접 경험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경험을 하면 할수록 맑고 순수하고 영롱하고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사진작가님이나 갤러리 관장님과 사진 전시 기획자와 사진학과 교수나 큐레이터 등 이 모든 사진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 했던 것만큼 맑고 투명하고 영롱하지는 않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계도 인간이 사는 세상이고 한국 사회와 다를 것이 없어서 조금은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현실 인식이 좀 더 사진계를 바르고 진실 되게 바라보는 힘이 되었고 예전처럼 사진전만 보면 오와~~하고 우러러보는 시선도 많이 줄어 들었고 이 작가님은 왜 이런 것을 찍었을까?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면서 공감이 가면 고개를 끄덕거리고 안 가면 블로그에 소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랄함을 넘어서 한국 사진계에 돌직구를 책에 담아 던진 분이 있습니다. 사진평론가 최건수가 한국 사진계에 던진 돌직구 같은 책 '사진 직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그냥 그런 그런 책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 관련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요즘은 그게 그 소리 같아서 그냥 시큰둥하게 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다른 사진책과 많이 다릅니다. 사진 예찬론만 가득한 책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책은 사진 예찬도 예찬이지만 한국 사진계 전반을 아주 시니컬하게 비판한 책입니다 동공이 커졌습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사진계 이면의 이야기,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예비 사진작가에 대한 길라잡이기 될 정도로 사진 찍기부터 전시회 그리고 갤러리와 사진계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책 가득 담겨 있습니다. 너무 비판의 강도가 심해서 이렇게 심하게 비판을 해도 괜찮을까? 사진계에서 쓴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이 사진계도 끼리끼리 문화도 팽배하고 인맥, 학연 지연 등등 한국의 나쁜 병폐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건수 평론가는 거침없이 모두까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가이자 사진평론을 30년이나 한 최건수 저자는 사진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장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책 가득 펼쳐내고 있습니다. 책은 시작하자마자 사진의 주제 보다는 어떤 카메라로 찍었냐고 물어보는 흔한 생활 사진가들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합니다. 또한, 졸부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사진예술이 아니다라고 타박을 합니다. 그리고 사진전을 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생각보다 추례한 현장음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또한, 촬영 의도도 주제도 밋밋한 사진작가들에 대한 비판도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과 방향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지도 없습니다. 최건수 평론가는 이런 쓴소리를 담은 사진비평을 한 잡지에 실었더니 사진가가 그 잡지에 기고한 글을 읽고 "그런데 애 허락 없이 글을 썼죠?"라고 하는 에피소드도 적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 사진 갤러리에서 사진 감상을 하고 사진 갤러리에 대한 제 주관적인 느낌을 적은 글을 블로그에 적었더니 며칠 후에 그 갤러리 관장이 메일로 글을 내려 달라고 하더군요. 그 갤러리 관장은 제 글이 갤러리에 대한 비판이 가득했다고 느꼈는지 상당히 불쾌해 했습니다. 그때 알았죠. 이렇게 조금이라도 비판 어린 글을 쓰면 안되는구나! 최건수 평론가는 그런 사진가의 말에 물론, 이런 에피소드 하나가 사진 갤러리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고 일부의 이야기지만 이런 갤러리와 사진가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진계 전체가 영롱하지도 맑지도 않다는 것이고 책 '사진 직설'은 이런 사진계를 밀착 인화해서 보여줍니다. 최건수 평론가는 한국에서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현실도 가감없이 그대로 담았습니다. 사진학과 졸업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진이 아닌 교수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몹쓸 풍경을 읽으면서 한 숨이 나오더군요. 남을 위한 사진? 교수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사진학과의 현실과 그렇게 남의 사진을 찍고 졸업 후에 개인전 한 번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진학도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겨 있습니다. 문학과 철학과 역사와 예술을 공부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고독을 즐rl고 자연을 관조하는 힘을 키울 시간에 교수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한국 사진학과의 현실은 차마 외면하고 싶을 정도네요. 사진 직설의 후반에는 한국 사진계에 대한 비판과 갤러리의 무책임함과 사기에 가까운 기만적 행위에 대한 비판도 가득합니다. 사진전을 한다고 하면서 출품한 사진을 돌려주지 않거나 사진을 판매한 것을 알면서도 정산을 늦게 하거나 삥땅 치는 이야기 등은 참 마음 아픈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순진한 사진학도를 꼬셔서 전시회를 하는 갤러리도 꽤 있다고 하죠. 사진계에 대한 비판은 생활사진가에게도 향합니다.
사진 직설은 비판 일색인 책만은 아닙니다. 한국 사진계에서 경험 많은 선배가 후배들에게 니들이 가고자 하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라고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직설은 한국 사진계의 증명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감탄을 하면서 읽은 책이고 제가 느낀 사진계와 저자가 말하는 사진계가 다르지 않아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사진작가가 꿈인 분들은 필독을 권하며 사진을 좋아하는 생활 사진가도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책이네요. 최건수 평론가가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사진계가 망하길 바라는 것이 아닌 좀 더 맑아지길 바라는 마음과 앞으로 사진계를 걸어갈 후배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사진직설'에 담겨 있습니다. 나도 동의한다. 가라앉은 침전물을 다시 흔들 까닭은 없다. 어차피 그게 순도 백 프로의 증류수가 아니라는 것을 다 아는데, 그러나 이 책을 쓴 까닭은 그걸 몰라서가 아니다. 예술을, 사진을, 마치 오물 없는 청정지역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아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쓴소리도하고 돌직구도 던지면 맑아질까? <사진직설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