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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축구 차두리 선수를 보노라면 가끔은 아버지가 차범근이어서 힘든 점도 많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통 선수도 아니로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서 차붐으로 사랑받을 정도로, 한국 축구사상 넘버원 선수니, 그렇게 대단한 선수가 아버지라 도움 받은 것도 많겠지만 같은 분야의 종사자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무리 늘 유쾌해 보이는 차두리선수라해도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아버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을테고, 차두리선수가 아닌 차범근 아들로, 또 아버지 명성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김홍도라는 당대 아니 조선최고 거장의 아들 김양기도 그러지 않았을까. 부전자전의 길을 걷고 싶어했던 그였기에.
'내 아버지 김홍도'라는 제목에서나 '아버지와 아들이 길어 올린 결정적인 생의 순간들'이라는 부제에서 김홍도는 물론이고 아들의 존재감이 물씬 묻어나왔다. 아버지에 대해 조곤조곤 털어놓는 아들 양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늦둥이 아들 김양기, 그 역시나 아버지처럼 화가가 되고 싶어했다. 부전자전의 아버지의 우월한 예술적 유전자를 이어받았던 것일까. 하지만 그가 지켜본 것은 화려한 시절이 다 지나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경제적으로도 궁핍해서 아들의 학비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버지 김홍도, 그는 화가로서 명성은 있지만 돈받고 그림을 팔지 않은 꼿꼿한 자존심이 소유자였다. 선왕 정조 생존시에는 화원으로서의 대접이 아닌 신하로서, 예인으로서대접을 받았지만 선왕 사후에는 단지 일개 화원으로 대하는 새 왕을 보며 지난 시절의 영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전체적으로 쓸쓸함이 감도는 듯했다. 김홍도의 말년에서 허허로움을 느꼈기 때문인가 보다. 이 책에서는 아들의 눈과 입을 통해 김홍도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더듬어 가고 있는데, 중간중간 김홍도의 작품이 거론되고 있었다. 표지에서부터 간송미술관에서 봤던 '마상청앵도'를 보고는 읽기 전부터 김홍도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많이 기대했었다. 나는 털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듯했던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을 간송미술관에서 보고는 호랑이의 눈빛에 매료됐었는데, 김홍도는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호랑이를 그렸던 것일까 궁금증도 일었었다.
부자간의 대화는 담백하다고 할까. 김홍도의 작품에 얽힌 인물과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들, 그 속에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배어 나왔다. 문득 궁금해진 것은 아버지의 그림을 보면서 자란 이 소년은 그 그림 그리던 순간순간들이 곧 아버지 인생의 빛나는 시간이었음을 알고 있었을까? 어느 덧 예순이 넘은 노년이었던 김홍도, 그 무렵의 김홍도는 세속적인 욕망을 걷어냈고, 품은 욕망이라고는 오로지 '나를 위한 그림만 그리는 것 그 하나 뿐이다', 담담한 듯한 이 소망이 왜 그렇게 비장하게 들리던지. 내가 김홍도의 심정을 잘못 넘겨 짚은 것일까.
그러고 보면 그가 아들에게 남긴 말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자신과 자신의 그림을 지워야 한다말과 김홍도의 소망하고는 일맥상통하는 셈이었다. 남의 그림을 흉내내지 말라고 흉내내는 것은 화가가 아니라고 아들에게 당부하는 모습은 부자간이라기 보다는 사제지간같았다. '내 아버지 김홍도'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처럼 읽었다. 아들이 화자이고, 분명 아들이 주인공이건만 자꾸만 김홍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졌다.
'나를 잊어라, 내 그림을 잊어라'라고 아들에게 남긴 말에서,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그림을 그려야 했던 김홍도, 그만큼 불행한 예인이라고 여겼던 것일까.최고의 화가인 아버지가 화가 지망생인 아들에게 남긴 말에서 화가가 되려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만큼은 그 불행을 맛보지 않기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고언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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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선택되는 화가가 김홍도일 것이다. 그러한 김홍도의 명성이 가능한 이유는 그의 풍속도첩이라는 화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인다. 단원 풍속도첩에는 “기와이기, 주막, 새참, 무동, 씨름, 쟁기질, 서당, 대장간, 윷놀이, 타작, 편자 박기, 활쏘기, 담배 썰기, 자리 짜기, 신행, 행상, 나룻배, 우물가, 길쌈, 고기잡이, 장터길, 빨래터 등의 27작품이 실려 있으며 국가지정 보물 제527호다. 이 풍속도첩으로 인해 최고의 풍속화가로 기억되었다. 김홍도는 1745년에 태어나 영, 정조의 두 임금을 섬기며 화가로써 최고의 지위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현감 벼슬까지 지냈다. 그러다가 그의 최고 후원자였던 정조가 사망한 후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져 죽은 날짜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지막이 모호한 사람이었다. 풍속화가 김홍도, 이러한 표현이 화가 김홍도를 올바로 표현하는 것일까? 풍속화로 유명하기에 다른 작품들은 없단 말일까? 이 물음 앞에 ‘소림명월도, 주상관매도, 송하맹호도, 마상청앵도’ 등과 같은 몇몇 그림을 제시하면 놀랍도록 다른 화풍의 김홍도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토록 다른 모습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 김홍도를 오로지 한 인간, 화가로써 이해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조희룡과 골목길 친구들’,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와 같은 작품으로 역사 속 실제 인물에 탁월한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확실한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 설흔을 통해 김홍도의 내면읽기를 따라가 보자. 그 속에서 화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게 아니다. 네 마음을 쪼개 그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너만이 듣고 볼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쉽겠느냐? 그래서 사람이 일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에는 한도가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내 그림을 얼마든 흉내 내 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너는 화가는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 여기에 이 책의 주된 관심사가 담겨 있다. 천재화가, 풍속화가, 도화서화원 등으로 불리는 김홍도에서 인간, 화가 김홍도로 시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가 설흔은 김홍도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풍속화에 주목하지 않고 그의 ‘추성부도’를 통해 화가 김홍도의 내면을 추론해 간다. 그리하여 인간 김홍도의 인간성과 화가 김홍도가 화폭에 담고 싶었던 그림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표면상으로 보면 ‘아들의 눈으로 그려 낸 인간 김홍도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면 김홍도의 이야기지만 그 중심엔 그의 아들 김양기가 있다. 그렇다고 아들 김양기에 모든 것이 맞춰지지도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는 매개는 역시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당대를 뒤흔든 천재 화가 대신 생의 뒤안길에 선 인간 김홍도,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아프게 지켜보면서 차갑고 광폭하기 그지없는 가을 한복판에서 삶의 방향을 찾아 가는 아들 김양기의 만남이 가슴 아프도록 절절하게 그려졌다. 이 작품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아들을 끈끈하게 이어 주는 ‘그림들’이다. 그림들은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중요한 장치로도, 김홍도의 인간적 면모와 품성을 드러내는 단서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그림은 글로만 묘사되고 있다. 김홍도의 작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슨 작품을 이야기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화가의 그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내면에 담긴 무엇인가를 밖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이 가진 참뜻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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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과 더불어 조선 시대 2대 풍속화가, 여러 장르에 두루 능했던 천재화가 김홍도. 김홍도의 작품 중 '씨름'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한 번은 보았을 만큼 유명하고, 다른 화가는 몰라도 김홍도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만큼 유명한 화가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을 읽고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 2명이 비슷한 소재로 그린 그림들을 비교해가며 읽으면서 그림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김홍도의 '씨름'을 보며 황금비율과 등장인물의 신분을 분석하고, 누가 다음에 씨름을 할 선수인지, 오르쪽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모양이 잘못되었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게 재미있었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벗어나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분석하며 보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었다.
김홍도의 그림을 보다 보니 김홍도의 삶 또한 알고 싶어졌다.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임금님의 어진을 그릴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면 정말 대단한 삶을 살았을텐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성격은 어땠을까? 궁금증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만난 책이 설흔은 '내 아버지 김홍도'이다.
김홍도의 많은 작품집과 인물책이 여러 나와 있지만 김홍도 아들이 바라보는 김홍도를 쓴 책은 없다. 김홍도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과 허구가 함께하는 책이라는 것도 알고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이 객관적인 사실만 다룬 인물책이 아니라 문학책이기 때문이다.
김홍도는 중인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사랑을 받아 안동의 '안기찰방' 벼슬을 받게 되지만 김홍도를 아끼고 지지해주던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김홍도는 현대인들이 김홍도의 그림을 아끼고 사랑하며 우러러보는 만큼의 화려한 삶을 살지 못했다. 오히려 한 위대한 인물에 대한 그 시대의 대접이 냉정하리만큼 차가웠다.
'내 아버지 김홍도'는 40대 후반에 얻는 김홍도의 아들 '김양기'의 시선으로 김홍도 인생의 말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궁궐에 소속되어 양반들의 부름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도화서를 떠나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어하는 김홍도의 열망과 고달픔이 느껴졌다. 그래서 김홍도는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남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나만을 위한 그림을 그리라고 자신의 뜻을 전할 때 김홍도가 진정으로 살고 싶어 한 삶은 무엇이었는지 김홍도의 인생이 새삼 살펴보게 되었다. 더불어 자신의 그림을 부를 위해 팔지 않는 김홍도의 지조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었다.
책 곳곳에는 김홍도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마지막에 그림의 이름과 소장기관 등 간단한 정보를 수록해 두고 있다. 책의 내용과 그림을 연결지어 놓긴했으나 이 책 역시 픽션이므로 그림에 관한 정학한 정보를 알기 위해 김홍도 작품이 광범위하게 수록되어 있는 '김홍도 갤러리(이광표 글; 그린북)' 와 함께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