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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끝에서 태초의 조선을 만든 인물 중의 한명 정도전. 전부터 읽고싶어서 사두고 시간을 핑계로 책을 자주 못 읽어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보게 되었다. 역시 내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책이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세세히 알게 되었고 야심가로서의 그는 변절자라고 하기 어려운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제목을 적당히 땄다고 생각했다. 그가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 것과 정몽주를 죽이고도 조선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도 편치많은 않은 선택을 한다. 이러한 것을 보고 작가는 변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흥미있게 보기에 좋았다. 정도전을 새로 알게되고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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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나라의 근간은 국민이다. 난세였던 고려 말과 이 시대를 은연중에 견주어본다면
그렇기에 우리는 정도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정도전은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세운 개혁파다.
"그만이 혁명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지와 정의를 보여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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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랑 친하지 않은터라 한번도 보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정도전을 다룬 장편 사극이 끝난것으로 알고 있다. 그 드라마를 통해 정도전이 재조명을 받아서인지 이 책은 저자가 수년전에 발간했던 것이지만 다시 자료를 검증하는 작업을 통해 이번에 재발간한 것이다. 우연히 타이밍이 맞은걸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수 없을듯. 하여간 이유가 어쨌든 간에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 잘 몰랐던 우리 역사속의 인물, 그것도 절대 비중이 작지 않았던, 알아두어야 하는 인물을 조명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을 이룩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벌어졌던 권력투쟁들은 흥미진진했는데 얕은 역사지식으로 정도전과 정몽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립관계였다고 알고 있었던 내게(정몽주는 보통 끝까지 고려왕조에 충성한 충신으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새로운 역시지식에 눈뜨게 해주었다. 정도전이나 정몽주 둘다 이색의 제자였고 고려말의 형세에 대해 개선이 필요함은 동의했으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 온건개혁이나 역성개혁이냐의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정몽주 또한 정도전을 없애버리려 했다는 것이나 공민왕과 우왕, 창왕, 공양왕 시대의 이야기들은 책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적절하게 등장하는 시각자료는 덤.
끝까지 왕이되기를 거부했으나 적당히 무능력했기에(그래야 조종이 쉽기에) 떠밀려 왕이된 공양왕이 결국 조선개국 2년만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는 사실에서는 참 인생사 기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성계가 문무를 갖춘 결단력있는 인물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치적 결단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다는(의도적이었던 것일수도-마지못해 개국하는 모양새를 위해- 있다지만) 사실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의 정도전, 그는 꿈이 있었고 그에 걸맞는 실력이 있었고 또 필요할때는 정면돌파도 서슴치 않는 결단력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적도 많이 만들어 끊임없이 정치적 위협을 받기도했는데 요동정벌준비에만 신경쓰느라 사병혁파 등을 철저히 하지 못해(어쩔수 없는 한계도 있었겠지만) 이방원의 계략에 걸려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심지어 흉계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받았는데도 가까운 거리라고 호위병도 없이 이동중에 당했다던데.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명나라 주원장의 끈질긴 위협과 견제를 무릅쓰고 요동정벌을 감했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일이다. 아니 이방원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지 않았더라면 태종-세종대왕으로 이어지는 조선초기의 부국강병 기초마련도 요원한 일이었으려나. 역사는 순리대로 돌아가다고는 하지만 역사서를 간간히 볼때마다 느끼는건 정치라는건 참 의도대로, 스스로가 생각하는 정의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운과 시대흐름 속에 개인 능력이 살짝 가미되어 극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도전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인물들과 더불어 신돈, 최영 이야기까지 재밌게 보았던 책. 경복궁의 이름을 즉석에서 지었다던데 오랜만에 경복궁을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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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얼마전에 드라마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인물이죠. 보통 역사에서 나오는 정도전은 역적... 그리고 너무 폄하된 인물로 나옵니다. 마치 연개소문처럼 말이죠 뭐 명의 태조 주원장처럼 이상한 놈을 엄청나게 좋은 인물로 묘사한 것이 조선의 사대부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죠 우리들이 아는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정도전과 주원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자가 된 정도전 승자가 된 주원장 둘을 비교해본다면 참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는 한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언젠가 정도전과 주원장을 비교하는 책이 나온다면 참 좋을듯 하지만요....(혹시 나온지도...) 일단 정도전은... 역성혁명을 꿈꾸고 너무나 지나친 진보주의자였습니다. 그의 진보성은 너무 대단했죠. [사회주의]의 그런 진보성을 닮았지만 조금 다른 형태를 추구한 정도전.... 모든 토지를 백성들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주고 그것을 통해서 세금을 걷고, 양반들은 그런 백성들을 이끌어주고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런 것을 꿈꾼 사람이 아니었나 합니다. 아쉬운 것은 그가 죽어서 실패했다는 점.............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죽어서 실패했지만, 조선은 그가 만든 것들을 통해서 굴러갔다는 것입니다. 후대에 그를 비난했던 인물들 조차도 사실은 정도전에 의한 수레바퀴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죠. 죽어서 실패했지만, 그리고 역사적으로 비난을 받아왓지만 사실은 가장 성공한 아이러니한 인물.... 책을 통해서 그것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듯 합니다. 참 책은 정도전에 대해서 잘 나와잇지만, 정도전에 대한 흥미보다는 뒤로 갈수록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재밋습니다. 너무나 외곬수이다보니 그의 성격은 책의 초장에서 완벽하게 파악이 가능하고, 그러한 것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뒤로갈수록 뻔해집니다. 그리고 그것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더 부곽되기 시작합니다. 덕장이라는 이성계 왕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려는 이방원 배신을 하는 주변 인물들 등 다양한 인간관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정도전을 위한 것이 아닌 그 주변사람들을, 그 시대의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야하는 것은 아닐까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고려와 조선에 연결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 교과서에서 나오는 역사에서 보면 갑작스럽게 사대부들이 출현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도 조선시대에 갑자기 말이죠 하지만 실상은 고려말에 나타나서 그것이 조선으로 들어온 것이죠 그런 사대부 양반에 대한 연결점들을 이해하는 데 이 정도전이 큰 역활을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역사의 연결고리 하나를 찾아서 너무 좋았던 책이 아닌가 합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그런 역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이 정도전에 대한 책은 최고의 역활을 하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다른 책보다 정도전에 대해 가장 먼저 쓴 이 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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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비싼 가격이라 생각했지만, 꽤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정도전은 왜 죽어야했는가, 많은 사극들이 범람하고 수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항상 정도전에 관한 자료를 찾을 때면 정도전은 그 시대에서 죽음을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으로 보여진다. 이 책은 정도전의 생애, 사상적 의미, 업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단순한 전기가 아닌, 정도전의 사상을 분석하고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 비춰주는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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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이라는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승자의 이야기만을 배운 나는 정도전을 마냥 권력에 미친 변절자, 모사꾼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조선 개국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정도전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입에 올려서도 안되는 역적이 되었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정도전을 잘못 알고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봉건시대의 관료같지 않은 삼봉의 철학은 ‘민(民)’에서 시작한다. 정치라는 것은 벼슬아치들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사짓는 백성들을 위한 것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긴 유배생활은 그를 철저하게 가난한 농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정도전이 창업을 준비하는 초기 민심을 얻기 위해 추진했던 것이 바로 전제개혁운동 이였다. 전국의 토지를 국가에 귀속해 나라안의 농민이 먹고살 터전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모든 토지를 국가에 귀속한다는 발상은 오늘날의 토지공개념과 맥을 같이한다.(p189. 백성이라면 누구나 땅을 가져야한다.) 물론 본인이 평생 청빈하게 살았다고는 하지만 봉건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몇세대를 앞서가는 생각을 했을까.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요즘 삼봉의 전제개혁은 우리에게 실마리를 주고 있다. 삼봉은 민(民)이 살려면 국가가 먹고 살게 해주어야 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우리는 지금 열심히 일해도 살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나라가 있는 것이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것인데.
시대를 앞서가는 삼봉의 또 다른 일면. 권력의 기원을 백성과 통치자의 계약으로 보았다는 것이다.(p257. 철인정치를 위하여) <조선경국전>에서 통치자는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대가로 백성에게 잘 보답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사회계약론을 300년뒤의 영국의 사상가 홉스가 주장했다는데 삼봉은 동양의 원조격 이라 할까.
역사를 말할 때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생각이다만 그래도 만약 만약 이방원의 왕권중심주의의 조선이 아닌 정도전의 재상중심주의 조선이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색의 나라가 되었을까. 고토 회복에 온 정성을 쏟았던 삼봉덕에 한반도의 지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와 같은 덕성과 철학을 겸비한 문인이 재상이 되는 전통이 지금까지도 남아 관료들의 도덕적 감수성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왠만한 규칙위반은 그럴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능력자가 되고 페어플레이를 하려는 사람은 출발선에도 설 수 없는....도덕적 감수성이 말라버린 세상이여서인가 정도전의 이야기는 드라마로 책으로 잘도 만들어진다.
삼봉은 이방원에게 목이 잘려 몸통 없는 머리부분만 유골로 발견되었고 그의 산소터로 추정되는 양재고 정문부근에 자그마한 표석이 세워져 있다. 지척에 태종와 민비의 릉이(헌릉) 조성되어 있다. 세종 같은 아들을 낳았고 조선의 기반을 다져놨으니 태종의 허물은 봐줄 수 있는 것일까? 글쎄다. 세종 같은 왕이 조선왕조에 몇이나 있었다고. 결국 삼봉이 옳았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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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을 그 동안 정사에서 다뤘던 내용과는 다른 시각에서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도서이다. 다만 2014년도에 KBS1에서 방영했던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봤다면 내용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비추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조선건국의 핵심인물이었던 정도전에 대해서 다시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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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며, 그리고 도올선생이 강의하는 정도전을 보고 그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났다. 고려에서 태어나 나라를 바꾸는 혁명을 설계하고 그것을 성공시킨 것부터,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진 재상이 되어 정무를 꾸려나가면서도 음악부터 병서, 법전까지 어마어마한 집필을 한 사기캐릭. 그래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사실 책을 보기 전에 정도전이란 드라마가 있길래 앞 몇편을 보았는데 너무나 허접한 고증에 지극히 빈약한 스토리 너무나 허술한 구성에 기가 질려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토지도 책으로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고 드라마를 찾아보았는데 첫 2회를 보고 경악하며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이렇게 허접하게 대충 만들어도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너무 몰려와 더이상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다. 맞다. 불멸의 이순신도 그랬다. 난중일기를 감동스럽게 읽고나서 이 드라마를 찾아서 1회를 보았는데 재생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끌 수밖에 없었다. 음. 다시 돌아와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얘기하자.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의 죽음. 이 책은 시대 순서대로 집필되지 않고, 그의 죽음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그가 그렇게 비명에 가지 않았다면, 조금만 대처를 잘했더라면 이성계가 왕위에서 강제로 물러나지도 않았을것이고 역사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미 일어난 역사임을 알면서도, 안죽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너무나 긴장되고 심장이 쫄깃했다. 그가 살아서 만주를 회복하고 국방력을 기르고, 시스템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그와 맹자의 철학이 반영된 그런 나라를 제대로 세워 다져나갔다면 그 위에서 조선의 역사가 펼쳐졌다면 우리 역사가 우리 지금의 모습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서, 너무나 아쉽고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다. 이러한 죽음을 시작으로 해서 시간을 다시 돌려 그의 출생부터 죽기전까지를 이 책은 정도전을 중심으로 그가 살았던 이 겪동의 시대를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많이 발췌해놓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내가 인상깊게 느꼈던 부분 몇군데를 옮겨본다. ------------------- 조선 건국이 봉건 체제의 일대 유신을 도모한 혁명적 사건이라는 주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파쟁과 정체로 상징되는 조선사에 그 같은 격동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기자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길로 나는 서점과 도서관을 뒤지며 정도전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당대의 사료를 통해 정도전의 평생을 재구성하는 일부터 그 시절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추이를 추적하는 일까지, 당시 시대 상황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가진 살아 있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놀랍고 반가웠다. 그는 그가 살았던 시대 이상이요. 그가 세운 나라 이상이었다. 고조선 이래 수천 년간 이어 내려온 귀족 중심 체제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도한 모반자이자, 이미 600년 전에 군주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상 중심의 정치를 실천한 합리주의자였다. 또한 열강들 사이의 일시적 권력 공백을 파고들어 만주 수복을 도모한 야심만만한 국제 전략가였다. 선비인가 하면 정략가였고, 유교 이론가인가 하면 군사 지휘자였다. 수학과 의학, 불교에 두루 밝았고, 직접 악기를 제작할 줄도 알았다. 조선의 문물제도, 경복궁과 태평로, 종로 등 서울 도심의 기본 설계, 사대문과 사소문, 그 안의 동네 이름이 다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건국의 공으로 치더라도 단연 으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선시대 내내 만고역적의 대명사였으니, 역사를 주재하는 신은 그에게 너무 각박했던 게 아닐까. 나의 귀에는 600년간 '역적'으로 낙인찍혀 사료 창고 속에 처박혀 있던 정도전이 자신의 진실을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 정도전이 산골 벽촌에서 개경으로 올라와 유교라는 신학문을 접하기 시작한 1357년은 공민왕이 즉위한 지 6년째 되는 해였다. 공민왕의 통치가 시작되기 전 고려 사회는 망해가는 나라의 모습, 그 자체였다. 100년에 걸친 무신집권기(1170~1270)의 정국 혼란과 40여 년에 걸친 대몽항전 (1231~1273) 패배에 이어, 또다시 80여 년에 걸친 원의 내정간섭기를 맞이함으로써 고려의 국위는 실추될 대로 실추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원 내정간섭기의 첫 임금이었던 제25대 충렬왕은 변발에 호복을 강요 당했으며, 원 세조 쿠빌라이의 딸을 왕비로 맞이할 때 변발을 거부하는 신하를 회초리로 쳐서 식장에서 내쫓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뒤로도 제 31대 공민왕에 이르기까지 왕비를 원 황실에서 맞아야 했으며, 임금의 묘호를 쓸 때도 조나 종을 금지하고 원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충'자를 앞에 넣어야 했다. 심지어 충혜왕은 대궐 안에서 원의 사신에게 발길질을 당했고, 충선왕은 원에 압송되어 귀양살이를 하기도 했다. 백성들 역시 원에 상납하기 위한 공물을 마련하느라 큰 고통을 겪었으며, 사냥용 매를 잡아 원에 바치기 위해 설치된 응방의 횡포로 민폐가 더욱 심각해졌다. ------------------ 아아! 나의 무지여! 나는 필리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몽골리안 바베큐 패스트 푸드점 '쿠빌라이 칸'의 그 쿠빌라이 칸이 우리와 이렇게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벌한 것은 알면서도 그들에 의해 우리도 정복당하고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한 생각은 깊이 해보지 못했다. 나라가 약해서 침략당하거나 망하면 언제나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 <태조실록>에 따르면 이후 정몽주는 측근인 김귀련, 이반 등에게 정도전, 조준, 남은 등의 귀양지로 가서 그들을 국문하다가 고문을 가해서 죽여버리라고 밀명을 내렸다. 정쟁에서 승리하려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정적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는 것 이상 확실한 방법이 없다. 정몽주는 정도전에 의해 '도덕의 으뜸'으로 칭송받던 사람이다. 그런데 30년 동지이자 오랜 친구를 음모적으로 죽여 없애려 한 것은 과연 도덕적인 일인가? 물론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정도전이 스승 이색을 죽이려 한 것은 얼마나 도덕적인 일인가? 그러나 이색을 죽이려 하지 않는 정도전은 정도전일 수 없고, 정도전을 죽이려 하지 않는 정몽주 역시 정몽주일 수 없다. 그러한 정도전과 정몽주라면 비록 사제 의리와 우정은 지켰을지 몰라도 역사 발전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정도전과 정몽주는 같은 인간형, 역사는 그들처럼 정치적 선이 분명한 사람들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즉,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보다 역사를 선택하는 사람을 그 도구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가 영웅으로, 위인으로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이런 사람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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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그는 대단한 천재임이 틀림없다.불씨잡변부터 경제문감,각종병서에 이르기까지,.토지제도를 개혁하여 유민을 안정시킨다는건 그시대 어느통치자도 생각지 못했다.대개의 통치자가 사욕을 채우거나 국고만을 생각하여 민중에 대한 수탈만을 추구한 것에 비하면 그는 지배층에서도 질적으로 다른 인물임이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