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7.0
  • 50대 8.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백무산] 인간의 시간
"[백무산] 인간의 시간" 내용보기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시를 잘 읽지 않는다. 교사니까 수업 시간에 가르치기 위해서 읽기는 하지만, 그것이 내가 읽는 시의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는 교재연구를 위해서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이유는 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은 풀이를 보면 분위기가 와 닿지만 다른 시들이야 그렇게 친절하게 해설을
"[백무산] 인간의 시간" 내용보기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시를 잘 읽지 않는다. 교사니까 수업 시간에 가르치기 위해서 읽기는 하지만, 그것이 내가 읽는 시의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는 교재연구를 위해서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이유는 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은 풀이를 보면 분위기가 와 닿지만 다른 시들이야 그렇게 친절하게 해설을 한 경우가 없지 않은가?

이 시는 내게 배운 학생이 선물로 준 것이다. 백무산 시인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시간'이란 제목이 좀 눈길을 끌지만 시의 제목 중에는 그런 것이 많으니 역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잠시 짬이 나기에 시집을 펼쳤다.

첫 작품이 '숲으로 간다'였다. 담백하면서 어떤 강렬함이 느껴졌지만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 시인 '감은사지' 역시 그랬다. 만파식적에 얽힌 감은사의 전설은 알고 있지만, 이 시는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잘 와 닿지 않았다.

세 번째 시는 읽지 않고 임우기 씨가 쓴 해설을 읽었다. 백우산 시인은 1989년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주관한 제1회 아산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수상식장에서 노동자 동료들과 함께 노동해방가요를 불러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하고…. 해설을 읽으면서 그는 이육사같이 행동하는   시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혁명의 그늘 속에서 자라는 생명나무같은 양심이었다.

이런 시인이었나? 다시 시들을 읽어 보았다. 물론 다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알려고 하니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시는 암호같고, 어떤 시는 투쟁가같고, 어떤 시는 미래를 바라 본 예언 같기도 했다.

그냥 혼자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연결시키니 어떤 끈이 보였다. 그래서 혼자 흥분하기도 하고, 한탄을 하기도 했으며, 분노하기도 했다.

개에게는 저 짓이 생존의 방식이라지만
개는 자신이 개임을 부정해야 개밥 먹을 수 있다.
-뒤에서 바람 부니 부분-

이 시 어느 구절에도 그런 표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저 대목에서 검찰을 떠올렸을까?

담 하나 길 하나 건너 국민학교
오늘이 3월 4일 입학식이더냐?

(중략)

이들도 모두 3월 4일 입학식 하러
가슴에 콧수건 접어 달고 어머니 손 잡고
꽅과 같이 고웁게 나비같이 춤던 때도 있었다.
-그해 봄날 부분-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화자가 되어 담장 밖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생각하며 독백하는 시다. 무언가  가슴이 뭉클했다. 내게 배우는 학생들 중에 저런 탄식을 할 아이들도 있지 않겠는가?

알면 보이고, 보면 느낀다고 했던가? 혹시 이 책을 펼치게 되면  해설을 먼저 읽고서 백무산 시인에 대해서 알아본 뒤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런 편견이 없이 작품을 읽는 것이 좋다고도 하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알고 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궁금하다. 백무산 시인은 지금도 혁명의 그늘속에서 생명을 잃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그리고 뜻밖이다. 중학생 제자에게서 이런 책을 선물 받다니….



책의 간지에 쓴 편지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한 일이 없는데 어떤 도움을 주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한 내가 답답하고, 이런 인사를 받을 만한 교사도 아닌 것이 부끄럽다.


 

y******3 2011.10.16.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큰 소리로 외치는 백무산의 실천적 시어
"큰 소리로 외치는 백무산의 실천적 시어" 내용보기
나는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 페이지 끝단을 작게 접어놓는 버릇이 있다. 많은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생긴 작은 버릇인데, 특히 시집을 읽을 때는 유용하다. 시란 것이 여러번 읽고 되새겨봐야 그 의미가 잡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무산의 세번째 시집 에는 유독 접어놓은 부분이 많다. 이 시집을 산 후 순식간에 읽어내렸고, 또 많은 시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
"큰 소리로 외치는 백무산의 실천적 시어" 내용보기
나는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 페이지 끝단을 작게 접어놓는 버릇이 있다. 많은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생긴 작은 버릇인데, 특히 시집을 읽을 때는 유용하다. 시란 것이 여러번 읽고 되새겨봐야 그 의미가 잡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무산의 세번째 시집 <인간의 시간="">에는 유독 접어놓은 부분이 많다. 이 시집을 산 후 순식간에 읽어내렸고, 또 많은 시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집을 지금 다시 꺼내들었다. 나는 박노해를 통해 노동문학을 알았고, 백무산을 통해 노동문학으로서 시를 알았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문학 역시 실천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식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면, 문학 역시 하나의 가상과 상상으로서 부유하는 것을 궁극적으로는 피해야 한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당대의 질곡들을 담지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은 간접적이어도 된다. 그러나 백무산은 직접적이고 굵직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시적이지 않고 오히려 처절하다. 내가 당신의 시에 대해서 회답하는 길은 그 목소리를 잊지 않는 것임을 안다. 외쳐야 할 곳에서 당당하게 소리지르는 것임을 안다. 시인이여, 당신을 존경한다.

[인상깊은구절]
피워올리는 거다 무너지고 끊기고 곤두박질쳐도 잊지 마라 목숨에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피워올리는 거다 돌아보지 마라 뉘우침도 병이 된다 거리낌이 없다면 반성도 하지 마라 <모두가 불꽃이다="">
e****l 2001.08.2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와 사람 (인간의 시간)
"시와 사람 (인간의 시간)" 내용보기
시를 말하는 시 89시와 사람― 인간의 시간 백무산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9.1.  며칠 앞서부터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바야흐로 봄이니까요. 우리 집 마당과 뒤꼍에서 사는 개구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나, 제법 먼 곳에 있는 어느 논에는 개구리가 깨어나서 노래합니다. 해질녘 뒤꼍에 서서 가만히 바람을 쐬다 보면, 바람을 타고 우리 집까지 퍼지는 개구리 노랫소리를
"시와 사람 (인간의 시간)" 내용보기

시를 말하는 시 89



시와 사람

― 인간의 시간

 백무산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9.1.



  며칠 앞서부터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바야흐로 봄이니까요. 우리 집 마당과 뒤꼍에서 사는 개구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나, 제법 먼 곳에 있는 어느 논에는 개구리가 깨어나서 노래합니다. 해질녘 뒤꼍에 서서 가만히 바람을 쐬다 보면, 바람을 타고 우리 집까지 퍼지는 개구리 노랫소리를 아스라이 듣습니다.


  어느 논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어느 논에서 개구리가 맨 먼저 깨어났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옛날 같으면 논개구리는 걱정없이 깨어나서 근심없이 알을 낳았으나, 오늘날에는 논개구리가 그야말로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기계가 논바닥을 한 차례 뒤집고, 기계가 논바닥을 한 번 썰며, 기계가 논바닥을 한 번 훑어서 어린 벼를 심으니까요. 게다가 이 다음에는 농약입니다. 할매와 할배가 둘이서 논뙈기 구석구석 농약을 뿌리기도 하지만, 요새는 농협 헬리콥터로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댑니다.



.. 솔숲길 헐고 큰길 공사 한창인데 / 길가 집들 헐리고 집 마당의 / 고목 매화나무들 길 밖에 나앉아 / 포클레인 삽날이 밑둥에 척 걸쳐질 참인데 ..  (매화)



  농협 헬리콥터가 마을마다 아침저녁으로 논을 훑는 날이면 아주 시끄러우면서 고요합니다. 기곗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개구리와 새가 모조리 사라지기 때문에 고요합니다. 농약을 듬뿍 싣고 신나게 뿌리는 헬리콥터는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우면서, 다른 모든 소리를 죽입니다.


  그런데, 시골 할매와 할배로서는 농협에 돈을 주어 헬리콥터를 사서 농약을 뿌릴밖에 없습니다. 늙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시골로 돌아와 논일을 거들어 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도시로 떠난 아이들도 시골로 돌아와서 바쁜 일철에 농약을 뿌려 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골 어버이한테 ‘이제 농약 그만 뿌리라’고 말하거나 알려주거나 가르칠 만한 ‘도시로 떠난 아이들’은 아주 드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도시로 떠난 아이들은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전문직이나 공장 노동자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도시로 가서 논일이나 밭일을 익히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도시로 가서 논일과 밭일을 새롭게 배운 뒤 시골로 돌아와서 즐겁게 일하려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 꿈을 좇을 때와 생활에 충실할 때 / 어느 때를 위해 사는가 / 어느 때가 일상이며 어느 때가 꿈이냐 ..  (부리가 붉은 새)



  아스라이 먼 옛날까지 아니더라도,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는 독재정권 정책이 이 나라에 휩쓸기 앞서까지, 이 나라 사람들은 ‘해와 바람과 비와 흙과 풀이 어우러지는 밥’을 먹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농약과 비료와 비닐과 항생제를 몰고 시골을 뒤죽박죽으로 흔들 무렵부터 이 나라 사람들은 ‘농약과 비료와 비닐과 항생제로 키우는 밥’을 먹습니다.


  쌀이라고 다 같은 쌀이 아닙니다. 푸성귀라고 다 같은 푸성귀가 아닙니다. 돈을 받고 내다팔 ‘생산품’을 땅에서 뽑아내야 하는 ‘산업’이 되다 보니, 사람들은 더 값싸고 푸짐한 것을 좇습니다. 몸을 헤아리는 아름다운 밥을 찾지 않고, 돈을 따지는 셈속이 됩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몸을 살리고 마음을 가꾸는 밥’을 먹을 노릇인데, 왜 우리는 이 길하고 자꾸 엇나가야 할까요. 왜 이 나라는 전쟁무기와 물질문명과 문화예술과 학교교육을 키우는 데에 무시무시하도록 엄청난 돈을 퍼부으면서, 막상 ‘밥다운 밥’을 먹도록 땅을 살리거나 북돋우는 길에는 한푼조차 안 쓸까요?


  농약을 만들거나, 농약 뿌리는 헬리콥터를 만드는 데에 참으로 큰돈을 들이는 이 나라입니다. 이와 달리, 흙을 기름지게 살리거나 시골지기가 흙을 알뜰히 가꾸는 길에는 돈 한푼 안 씁니다.



.. 내 이십대 기억을 찾을 길 없다 / 남긴 것도 없거니와 살았던 기억도 희미하다 / 폭발 직전의 흉기를 지니고 살았던 감정 기억뿐 / 열네 시간 열여섯 시간 기계 앞에 섰던 기억뿐 ..  (두 그림)



  백무산 님이 빚은 시집 《인간의 시간》(창작과비평사,1996)을 읽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사회를 마주하는 ‘조그마한 사람’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 시를 담은 책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 수 없도록 짓누르거나 짓밟는 이 땅에서 ‘조그마한 사람’으로서 두 다리 꺾이지 않고 우뚝 선 몸짓으로 쓴 시를 엮은 책입니다.


  책끝에 어느 문학평론가가 퍽 재미난 이야기를 붙입니다. 웬만한 시집은 책끝에 붙이는 ‘시평(시 비평)’이 대단히 재미없을 뿐 아니라, 한국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알쏭달쏭한 한자말과 영어를 뒤섞는데, 《인간의 시간》에 붙은 느낌글(시평) 첫머리에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89년도였던가,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한 제1회 이산문학상 수상식장에서 상을 수상한 시인은 수상 연설에 앞서 멀리 지방에서 상경한 동료 노동자들과 쇳소리 같은 목소리로 노동해방의 구호를 외친 후 노동해방가요를 우렁차게 합창했고, 자유주의적 문인교수들로 가득한 식장은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서늘한 침묵으로 휩싸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시인은 노동해방의 시대적 당위성과 다급함을 역설하는 연설을 마친 후,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식장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체없이 남루한 단색 점퍼 차림의, 메마른 그러나 강철 같은 동료들과 식장을 빠져나갔다. 시인의 예기치 못했던 행동은 자유주의 논객이나 글쟁이들에겐 소름돋는 충격을 주었을는지도 모른다(130쪽/해설,임우기).”


  ‘자유주의 문인교수’와 ‘자유주의 논객·글쟁이’한테 소름돋는 일이었다고 하는 시상식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저는 그 자리에 간 일이 없고, 그 자리 이야기를 듣거나 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어림할 뿐인데, ‘자유주의’를 외치는 글쟁이나 교수나 논객은 ‘노동해방’ 같은 말을 외치는 일이 없습니다. ‘노동해방’이 아니더라도 ‘참다운 남녀평등’이나 ‘올바른 평화’를 외치는 일은 있을까요?



.. 조상 대대로 살던 마을에 / 무장경찰이 왔고 이어 포클레인이 왔다 / 시청에서 공해지역 재개발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 민간업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그는 그곳 삼선 국회의원의 브로커였다 / 시에서 평당 육천원에 사들여 십팔만원에 분양했다 / 십만 평이 넘으므로 백원은 거저먹었다 / 그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백만원을 기탁하고 티비에 나왔다 / 지역문화발전기금 이백만원 내고 귀빈석에 앉았다 / 출신교 축구 발전을 위해 오백만원 내고 감투를 유지했다 ..  (운이 나빴다)



  ‘일하는 사람’은 많으나, ‘일하는 이야기’가 시로 태어나는 일은 대단히 드뭅니다. 교사나 교수로 있으면서 시를 쓰는 사람은 제법 많은데, 공장 일꾼이나 시골 농사꾼으로 있으면서 시를 쓰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시만 쓰는 시인은 무척 많은데,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가꾸면서 시를 쓰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공장 노동자는 그저 공장 노동자로 있는 한국 사회입니다. 전업주부는 마냥 전업주부로 있는 한국 사회입니다. 학생은 언제나 학생으로 있는 한국 사회입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은 그대로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있는 한국 사회입니다. 교사와 교수는 언제까지나 교사와 교수 자리에 머무는 한국 사회입니다. 서로 넘나들지 못하고, 서로 만나지 않습니다. 서로 손을 잡지 못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 지구는 우주라는 물위에 떠 있는 배 /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  (자연과의 협약)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흐릅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 별은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도시에서는 하늘이 너무 뿌연 탓에 별이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별 볼 일이 없기도 하며, 도시에서는 별이 건물과 전깃줄 따위에 막혀서 안 보이기도 합니다.


  도시에 넘치는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 바람을 타고 시골로 흐릅니다. 도시와 시골에 잔뜩 지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도 바람을 타고 시골과 도시를 감쌉니다. 시골에 조금 남은 들과 숲에서 푸른 숨결이 깨어나서 이 숨결이 바람을 타고 도시로 흐릅니다.


  ‘글만 쓰는’ 사람은 이제 사라지고, ‘글을 쓰는’ 사람이 깨어날 때입니다. ‘말만 하는’ 사람은 이제 사라지고, ‘말을 하는’ 사람이 태어날 때입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놀며 함께 노래할 때입니다.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보듬을 때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할 때입니다. 4348.4.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h*******e 2015.04.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더 깊고 넓은 노동문학을 위하여
"더 깊고 넓은 노동문학을 위하여" 내용보기
백무산은 이 시집에서 노동문학의 새로운 모색을 보여주었다. 이 시집에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첫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에서 보여준 화법인 노동자 '형제'들에게 말을 걸 듯한 화법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내면에 말을 걸고 있는 듯한 화법을 쓰고 있다. 그것은 아마 누구도 부인 못할 시대적 변화-소련-동구의 몰락과 변혁운동의 급격한 쇠퇴, 그리고 이에 동반한 이념의
"더 깊고 넓은 노동문학을 위하여" 내용보기
백무산은 이 시집에서 노동문학의 새로운 모색을 보여주었다. 이 시집에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첫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에서 보여준 화법인 노동자 '형제'들에게 말을 걸 듯한 화법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내면에 말을 걸고 있는 듯한 화법을 쓰고 있다. 그것은 아마 누구도 부인 못할 시대적 변화-소련-동구의 몰락과 변혁운동의 급격한 쇠퇴, 그리고 이에 동반한 이념의 혼돈 상황-와 관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이해했던 '과학'이 과연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었는가에 대한 회의를 보여주는 다음의 시 구절은 이를 나타낸다. "돌아보느니, 우리는/세상의 반만 가지고 살고 싸웠느냐" ([달밤] 중에서) 그러나 위의 구절을 더 해석해 보면 전향한 많은 변혁적 지식인이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결코 자신이 지녀왔던 '반'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이라는 조사는 지금까지 살고 싸우기 위해 지녔던 '무엇'이 너무 작았다는 것, 편협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새 시집이 예전의 시와 다른 영역의 감동을 주는 것은 '살고 싸우기' 위해서 다른 반쪽을 찾아 자신이 지녀왔던 반쪽을 어우를 수 있는 큰 '하나'를 찾기 위한 탐구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90년대 초의 노동문학이 과학적 진실의 선전, 행동을 위한 선동, 자본에 대한 비판, 풍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지만, 그것이 일면성을 벗어나려면 좀 더 큰 세계관, 우주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의 시집은, 첫 시집 이후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시인이 결코 활동을 멈춘 것이 아니었음을 자신의 세계를 넓히려는 사상적, 문학적 노력을 계속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새 시집이 이전 백무산 시의 투쟁성이 탈각되어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갔다는 것이 아니다. 다음의 시행을 보면 백무산의 새 시편들이 {만국의 노동자여}의 연장선상의 발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너와 나의 관계에도/아침에 먹은 밥상 위에도/국가의 질서가 고스란히 박혀있다/지배와 착취의 질서가 고스란히 박혀있다/부분이라고 전체보다 작은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전부인 이유] 중에서) 인용 시의 4행까지는 백무산의 예전 시를 보는 듯하다. 그것은 백무산이 예전의 당파적 사고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사고가 좀 더 깊이 있게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다섯째 행에서 나타난다. 전체를 통해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분을 통해 전체를 봄으로써, 부분을 하나의 틀 속의 요소로 보지 않고 부분이 자체 소우주를 가지고 있음을 통찰하려는 자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이전 시에서 보여주었던 사회과학적 인식의 시적 변용이 아니다. 그것은 대상-부분에 대한 시적 통찰을 하겠다는 것, 또는, 불교적 통찰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래서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사고에서 '모든 것이 전체'라는 인식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그의 눈을 가녀린 자연물들에게로 돌리고, 그 관찰을 통해 '운동의 힘'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다음과 같은 시에서 "뿌리와 가지를 먹고 자랐으나/그들과 단절한 꽃을 보아라/우리의 경계는 그곳에서도 시작된다"([모든 것이 전부인 이유] 중에서). 그는 가녀린 꽃에서 단절의 힘, 혁명의 힘을 보게되는 것이다. 백무산의 시는, 노동문학의 소생은 아마 좀 더 큰 세계관을 획득해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당파성을 버리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또한 보여준다.
YES마니아 : 로얄 r*******1 2000.08.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