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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선택한 이유는 예거님의 전작인 [사랑이 무너지다]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익숙한 길이 아니면 잘 안가는 사람이다. 이십년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딱 다니는 길, 그 위주로만 움직여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편인데 낯선 사람과 말을 주고받기 까지 참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책을 선택할때도 예외가 아닌것이 익숙한 작가님의 책들을 위주로 카트에 담게된다. 일단 한번이라도 읽어본적이 있으면 대충의 스타일은 짐작이 가니까 '완전 망했다'라는 느낌을 피할 확률이 높은편이다. 가끔 큰 맘 먹고 될대로 되라지 하고 막무가내로 담다보면 결과는.. [사랑이 무너지다]는 나로서는 모험을 한편인데, 한권도 아니고 두권이었으니 더더욱.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서 작가님의 이름을 눈여겨 보았었다. 그리고 얼마되지않아 만나게 된 제목이 정말 한편의 시처럼 예쁜 [겨울, 사랑에 취하기 좋은],술에 취하는것보다 사랑에 취하면 얼마나 좋겠어. 그런데 [사랑이 무너지다]는 밝은 분위기도 심심치않게 등장했는데 [겨울, 사랑에~]는 계속해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전개가 되는 통에 전작만큼의 감정을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S방송국의 무명 아나운서 주혜윤, 처음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고 사원증을 목에 걸었을때만 하더라도 세상이 전부 다 자기것인줄 착각했었다. 기필코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막상 아나운서가 되고나서도 혜윤의 일상은 크게 변한것이 없었다. 방송의 꽃이라는 9시뉴스의 앵커자리가 공석이 되고 혜윤은 이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것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자리의 주인공은 혜윤의 후배인 다른 아나운서. 왜 자신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하나없이 계속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매달고 있어야하는지 혜윤은 회의가 든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는척, 격려하는척 했던 후배가 실은 자신을 조롱한것이라는것을 알게되자 혜윤의 눈에서는 비참한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렇게 준오와 혜윤이 스쳤다. 사람과 부딪치고도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않는 여자에게 화가났던 준오가 그여자의 눈물이 신경쓰인다.
이제는 그만해야하는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않은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번은 자신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하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다. 이번 9시뉴스만큼은 정말이지 기대하고 있었는데,이전이라면 속으로만 삼키고 있었을 혜윤이 국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자신은 안되느냐고? 절박한 심정으로 묻는 혜윤에게 돌아온 대답은 어이없게도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않는 존재에 대한 답변이었다. 보이지않는 손이 자리의 주인을 만들어주는것이란다. 그리고 혜윤의 친구라고 믿었던 이에게 듣게된 스폰제의..혜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무명이면서도 콧대높은 혜윤을 함락하고싶은 승재는 혜윤에게 스폰을 제의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대로 호락호락 물러날것이었다면 이렇게 제의를 할 필요도 없었다.혜윤이 오지않겠다면 혜윤을 움직이겠다고 다짐하는 승재로 인해 혜윤은 새로 맡게된 프로그램에서 급작스런 하차통고를 받는다.모든것들이 혜윤을 벼랑으로 밀고있었고 그중심에는 승재가 있었다. 그리고 승재로 인해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때 혜윤을 위기에서 구해주기 위해 짠하고 슈퍼맨처럼 등장하는 한사람, 충무로의 떠오르는 영화감독 강준오.. 처음 만났을때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스폰서와의 만남을 가지는것 같은 광경을 보고 준오는 그녀에게 조금은 실망스런 감정을 느꼈었다. 믿고싶지않은데 눈앞에 목격한 일이라 부정하기 힘든..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그녀를 봤을때는 그남자로부터 그녀를 지켜야한다는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그녀 혜윤은 준오의 일상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시청률참패로 연신 고배를 마신 S국 드라마국장이 붙잡은 카드는 바로 준오의 드라마였고 준오는 자신의 드라마를 S국에서 하는대신 혜윤을 붙여달라는 카드를 내민다. 승재의 외압으로 인해 9시뉴스 앵커자리를 맡게된 혜윤은 그 자리를 고사하고 그런 혜윤에게 내려온 것은 정직처분..그런 혜윤에게 준오는 자신이 맡은 드라마에서 혜윤이 아나운서의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준오에게 혜윤이 자신이 서고 싶은곳은 드라마가 아니라 뉴스라는것을 분명히 하고 다만 준오의 드라마에 자문은 해주겠다고 제안하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승재같은 스타일의 남자는 딱 비호감이다. 아니 무슨 썸씽이 있는것도 아닌데 "너 내여자 해라"도 아니고 "넌 내가 찍었어" 그래놓고는 일마다 훼방을 놓아서 구석으로 몰아부치는데..정말 옆에 있으면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그런 승재와 결혼을 하겠다던 그여자, 그러니까 준오의 옛약혼녀가 짜자잔 하고 나타나서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이 되어서 승재를 한방에 정리해줄때는 정말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것 같다.승재곁을 지키고 있던 윤수의 반전 꽤나 깜찍한 재미를 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혜윤이 처한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흐르는 분위기가 상큼과는 거리가 멀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로맨스는 유쾌한게 제일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