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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기에 항상 그립다
"바다는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기에 항상 그립다" 내용보기
바다는 언제나 그렇게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흔들리고, 슬프고, 억울하고, 질투하기에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그러나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같은 것이 아닌 것을 좋아하지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1년은 원없이 바다를 보았다. 푸른 동해바다. 바다에 대한 느낌은 기억 나지 않는다. 그 때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은 바닷물에 다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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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나 그렇게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흔들리고, 슬프고, 억울하고, 질투하기에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그러나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같은 것이 아닌 것을 좋아하지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1년은 원없이 바다를 보았다. 푸른 동해바다.

바다에 대한 느낌은 기억 나지 않는다. 그 때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은 바닷물에 다듬어 지고, 바람에 일부 지워지고, 의식적으로 지우고, 되새기며 사실(fact)과 다르게  저장된다. 얼마 전 찾은 속초의 대포항은 그 때의 기억은 모두 지워버리고, 커다란 횟집으로만 노량진 수산 시장같은 이미지로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1년정도 창 밖에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기억이다.

책에 있는 메모를 보니 군대생활 중 홍천에서 있을 때 이 책을 샀다. 막 시작된 산골 생활에서 바다가 무척 그리웠나보다. 바라던 대로 홍천 생활 1년 후 양양에서 근무했다. 바다 실컷 보면서. 

 

섬의 시인인 이생진 시집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시집이다.

 

56 외로움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 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바다도 물 속으로 물 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시인은 섬을 너무 사랑해서 올레 길이 생기기 몇 십년  전에 제주도를 2번이나 일주했다고 한다.

여름이면 시집과 화첩을 들고 여러 섬들을 다녔다고 한다.

결국 바다에서 와서 바다로 돌아가기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섬에서 본 바다는 시인 자신이고,

시인은 그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 여정 중의 일부임을 알게 되는 것일까?

사랑하면 너무도 깊게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q****3 2014.09.21.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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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잃고 자연이 되다
"경계를 잃고 자연이 되다" 내용보기
살포시 다가와 내 발목을 적시고는 조용히 사라지는 파도는 곧 평온이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도 그 순간에 좋아 몇 분, 아니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머무는 이들도 제법 됐다. 인간의 오만함에 성이 났던 걸까. 이따금 바다는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살기 위한 모든 것은 이미 준비돼 있었으나 막상 성난 파도 앞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게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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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다가와 내 발목을 적시고는 조용히 사라지는 파도는 곧 평온이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도 그 순간에 좋아 몇 분, 아니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머무는 이들도 제법 됐다. 인간의 오만함에 성이 났던 걸까. 이따금 바다는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살기 위한 모든 것은 이미 준비돼 있었으나 막상 성난 파도 앞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게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요즘 바다는 검푸른빛을 띠고 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삼켰을까를 묻다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처럼 바다는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바다는 아름답다.

오늘은 제주도에 관한 책을 연달아 읽는 날인 모양이다. 오래 전 출판된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무언가에 홀린 듯 집었다. 시집 한 권이 바다에 대한 예찬이었는데, 제주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성산포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시인은 바다를 관조하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바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 거대한 품에 안은 채 넘실거렸다. 철썩 소리가 자주 났으나 두렵진 않았다. 조금씩 일렁이긴 했어도 바다는 인간 세상을 모조리 삼키진 않았다. 인간이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애써야 변형시킬 수 있는 자연이 바다 안에서는 수시로 변모했다. 바다 안에 산이 누웠고, 마을도 들어찼다. 어쩌면 하늘조차 바다가 되고파 안달이 났는지도 모른다. 더는 생이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 시작한 이들에게 바다는 관용을 베풀었다. 생을 놓아버리기에 좋은 곳이 바다였지만, 동시에 살고픈 마음이 이는 곳도 바다였다. 결단은 단순간에 흐지부지됐고, 사람들은 오히려 다시 한 번 도약할 용기를 얻고 떠났다.

바다는 일련의 흐름이었다. 멈추고 싶다 하여 제 몸의 일부를 끊고 달아나는 일은 없었다. 바위에 부닥쳐 부서지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밀려오고 또 밀려나가는 행위를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자연이 바다에게 허락한 유일한 몸동작이었다. 자연의 섭리에 충실한 것은 바다의 미덕이다. 그래야만 온전히 세상을 담아낼 수 있음을 바다는 아는 듯했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운이 제법 좋은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 온갖 섬을 유랑했다는 시인에게 나는 부러움을 표하고 싶었다. 그에게서 바다 특유의 짠내가 느껴진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최근에는 꼭 시인이 아닐지라도 제주를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고 들었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쳤고, 사람 사이의 부대낌에 질린 것이다. 제주는 육지와는 단절된 공간이자 말이 통하는 외국이다. 많은 이들이 제주를 택한 건 당연하다. 도피는 비열하다. 그러나 제주로 도피한 이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시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았다. 성산포를 벗 삼아 살아가는 이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다. 소라는 그들의 혈장이고, 해삼은 그들의 수당이다. 일출조차도 그들의 생활비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이는 사람이 바다를 닮아가다 못해 바다 그 자체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손과 발을 담그며 물의 흐름을 끊어내는 일에 집중했을 사람들은 어느 순간 바다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잃었다. 바다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수평선에 눈이 베이고, 달려든 파도에 귀가 찢어져도 유쾌함을 느꼈다. 패배가 곧 승리였다. 기꺼이 투항함으로써 그들은 승리했다. 자신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의 생이 그치는 순간에도 자연은 끝을 몰랐다. 자신의 유한성을 뽐내지 아니 함으로써 자연은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쳤다. 시인의 시들은 그 사실을 언어를 통해 표현한 것이었다. 그래도 1975년 쓰여진 시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이 놀라웠다.

 

이달의 사락 q*****2 2014.08.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