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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은 작은 서점으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모임을 여는 곳이다. 대형서점도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작은 서점이 생존을 이어가며 독자들과 활발하게 모임을 열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최근에는 통인동에서 공간을 넓혀 옥인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청소년 어머니의 말로부터 비롯한 청소년인문학교실도 길담서원 여러 모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품’을 주제로 한 강연과 그에 따른 문답을 묶은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품은 공동체를 뜻한다. 인간이 무리를 이루어 가치 있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품에는 가족이 있고, 학교가 있고, 일터가 있으며, 교회나 성당이나 절 같은 종교단체도 있다. 그 밖에 시민들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결성한 시민단체도 있고 노동자들의 조직인 노동조합도 있다. 씨족이나 부족, 민족 같은 종족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있고, 사회나 국가, 더 나아가서는 유럽공동체나 유엔 같은 아주 큰 단위의 품도 있다. 책에서는 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품은 무엇이고, 그 품을 지탱해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 보고 있다. 이남희 선생은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인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은 한 종류가 아니라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가족의 개념과 범위는 계속 변화해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혈연과 혼인관계를 중심으로 맺어진 배타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조금은 열려 있는 관계로 누구나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계삼 선생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교라는 공동체에 관해 이야기한다. 근대 학교 교육의 목적은 말 잘 듣는 군인과 노동자를 만들고, 하나의 국민으로 엮어 세우는 것이었다며, 학교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며, 서로 연대하는 ‘작은 진지’를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그런가 하면 이현주 선생은 기독교, 불교, 회교 등 각자의 종교가 가르치는 것을 받아 충분히 성숙해진 다음에 틀에서 나와 더 넓은 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직접 만든 윤구병 선생님은 서로 도우면서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명체로 태어난 우리는 서로 품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품이라는 것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고, 더 넓은 품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길담서원의 박성준 선생은, ‘길담’은 ‘길’과 ‘담’으로 이루어진 말인데, 품이 저 혼자 둘러앉아 유아독존하거나 닫힌 구조로 고립되지 않게 해 주고, 자기를 열어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 배우고 섬기는 관계로 승화될 수 있게 하는 열린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모든 강사가 공동체의 확산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미산마을의 유창복 선생은 마을 사람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마을을 만들어간 과정을 실감나게 들려준다. 그러면서 ‘삐졌다고 헤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 목표가 오늘도 싸우고, 내일도 싸우고, 모레도 싸우고, 그렇지만 헤어지지 말고, 만나서 또 싸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싸우면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싸움은 길고 지루하다. 괜한 짓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식단에 계란을 넣는 문제로 싸우며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감동이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 한 명의 부모가 19명 아이의 부모와 싸우고, 19명 아이의 부모는 부모대로 계란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다가, 들살이를 간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대안을 찾아 서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공동체를 바로 서게 하는 바람직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품을 확산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정란을 아토피 아이에게 프라이로 만들어 먹입니다. 먹여 놓고, 그 애보고 빨리 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애들이 자라고 하면 잡니까? 더 안 자죠? 안 되겠어서 아빠들 몇 명에게 미션을 내립니다. 애들 다 들에 데리고 나가서 실컷 놀리라고 합니다. 5시쯤 되자 애들이 녹초가 되어 들어와서는 밥도 안 먹고 다들 쓰러져 잡니다. 그 아토피 아이도 잠이 들었어요. 어른들이 그 아토피 아이를 빙 둘러쌉니다. 얘가 잠이 들었는데 30분이 되도록 안 긁어요. 1시간이 지나도 안 긁어요. 모두들 “됐어 됐어.”하며 좋아합니다. 여기서 계란 논쟁이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 19명이 포기할 때까지 토론을 했는데 포기가 안 되면, 20명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했던 거예요. (16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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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11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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