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이라는 것, 혹은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그것을 끊임없이 변하게 만드는 시간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매번 경험하게 된다. 열정적인 사랑의 맹세도, 삶에 대한 뜨거운 집착도, 한 여름의 불볕 더위도, 젊은 날도 진실로 영원한 것은 아니며 단지 영원한 것을 이루는 한 시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순간들 속에 영원이 깃들어 있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을 알지 못한 채 인생을 살아오면서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을 꿈꾼다. 즉, 무모하게도 불멸의 어떤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이다.
누구나 사는 동안 이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 간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작고 큰 이별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 인생은 많은 이별을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헤어지는 일에 서툴거나 패잔병처럼 상처투성이의 가슴을 안고 원망의 눈으로 삶의 변두리를 헤매게 된다. 결국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자기의 믿음에 스스로 어이없이 갇혀 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 상처로 인해 쉽사리 삶을 회복하지 못할 뿐더러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는 불신의 덩어리를 안고 살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랑은 결코 사람을 무사하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개인에게나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며 그 희열이 주는 것만큼의 아픔과 고뇌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신이든 인간이든, 예술이든 학문이든 간에 한 가지에 열중하고 목숨을 거는 삶, 사랑보다 더 행복하고 괴로운 병은 없을 것이다. 열정의 기쁜 순간들을 그대로 정지키고 싶은 욕망들을 누구나 품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떠난다. 무엇이나 떠나고 만다. 그것이 무엇에로의 사랑이었던 간에 말이다.
인간은 이별을 통해 끊임없이 부질없는 근심과 끈적거리는 우울을 만들어 낸다. 나무처럼 의연하게 서서 자기 몸에 붙은 모든 것과 아낌없이 결별하고 담담히 자신을 비워내는 것, 그리고 의연히 다시 봄을 기다리는 기쁨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혼자서도 쓸쓸하지만 의연하게 자신을 지켜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혹 다시 돌아올 것에 대해 기쁨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권태나 우울에 빠져들지 않고 재빨리 봄을 맞아들이는 기쁨을 안고 사는 나무처럼 헤어짐과 만남의 슬기를 그에게서 구하고 싶다.
이별은 인생에서 보낸 한 철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인생의 전부 인양 과장하지 말고 상대방이 나에게 끼친 많은 것들을 자양분이라 믿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삶이 아름답지 않을까. 고독의 깊은 그늘을 지나 더 맑고 단순하게 정화(淨化)된 얼굴을 갖는다면 인생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지고 더 풍부해지고 더 깊어질 것인가.
인간은 무모한 행동을 한 뒤에야 분별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또한 냉정하고 불친절한 뒤에야 따뜻함과 덕스러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곤 한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이별은 인생에서 보내는 한 철에 불과하다. 이별은 짧은 외박과 같다. 다시 사랑하기 위해 먼 곳에서 하룻밤 묵는 것, 그래서 돌아올 때는 아직도 무질서하고 덥수룩한 모양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성숙한 눈을 가지게 되는가.
외로움으로 자존심으로 마음의 문에 돌을 굴려 놓았다면 다시 대상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를 아는 자연의 분별력처럼 조용히 만남을 준비하는 삶, 젖은 모래처럼 부드럽고 겸허하게 스며드는 삶을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인생에서 아름다운 이별은 아름다운 사랑만큼이나 값지고 중요한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읍니다.' '귀태여 잊으랴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야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