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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작가 중의 한명인 아일랜드 출신인 클레어 키건의 중편 작품 <맡겨진 소녀>를 읽었다. 그러나 반전인건 저자인 그녀가 1968년생이며 24년간 단 4권의 책을 썼으며 그 4작품이 모두 짧은 중단편이며, 얇은 책들 임에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들이라 한다. 최근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영화화하면서 더욱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2022년 부커상 후보에 오르게 하였고 그녀를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도 하였다. '단편같은' 중편(치고는 짧은) 소설인 <맡겨진 소녀>는 읽다보면 이렇게 짧은 소설이?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덤덤히 여러번 읽다보면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인감의 감정과 감성, 감수성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잔연스럽게 세간에 저자에 대한 호평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소설가들과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는 이정도는 모두가 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품을 수도 있을 법하다. 아마도 이는 원문이 아닌 번역본을 읽어서 일거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 이야기는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게다가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이라는 말은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한다. 사랑과 다정함은 가족간에서만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테지만, '당연함'은 차이를 모를 때, 익숙할 때 일어난다. 한번도 애정을 받아보질 못했다면 타인들의 애정이라는게 오히려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그것의 빈자리에서는 아픔을 느낄 수도 있다.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여기지만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기에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욕망은 채워도채워도 채워지지않는게 욕망일 것이다.) 익숙하기에 가치를 매길줄을 모른다. 그러나 차이가 발생하거나 빈틈이 생기면 , 혼란과 혼돈이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에겐-우리 모두에겐 익숙하다고 여기는 사랑조차 부족할 수 있다. 따스한 애정의 궁핍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엄마의 다섯번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어린 소녀가 잠시 여름 몇 달동안 친척집에 머무르며 그들이 '맡겨진' 소녀에게 쏟는 돌봄과 애정에 대해, 그 애정을 바라보는 (실상은 처음 받아보는 애정 행위들에 대한 혼란의) 시선들에 느껴지는 감정들을 소녀의 시선에서 묘사하고 있다. 어린 소녀의 입장이기에 문체가 감정의 단순함으로(작가의 표현전달의 절제로) 이루어진 덤덤한 나레이션이 이어지며 감정의 변화들을 서술묘사 하고 있다. 어린 소녀가 바라보는 자신의 가정내의 무뚝뚝한 아빠와 아이들과 가사노동과 그외 노동에 지친 엄마 그리고 가난 속에 치이고 복작대고 있는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속 감정들과 새롭게 찾아가 만난 먼 친척집 아저씨 아주머니에게서(그래서 잘 만날 일 없었던 그런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들의 비교와 차이 속에 소녀가 느끼는 감정들의 흐름의 변화(당혹에서 당연으로, 사랑과 애정에서 보호, 그리고 경고의 침묵으로)가 이 소설의 중심을 붙들고 있다. 그 감정의 중심에 우리가 받고 누려야할 하지만 그렇지 못할지라도 갖게되는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나열되어 독자인 '나'의 감정을 확인해 보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출판사 리뷰에 "소설 속 소녀는 어른들의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규칙에 익숙하지도 않고, 킨셀라 부부가 지닌 과거의 슬픔을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 대신 순수하면서도 불안으로 가득찬 눈으로 어른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깨끗한 희망과 생생한 슬픔을 품게 한다. 즉, 등장인물이 원했던 바를 독자가 함께 기대하도록 만들고, 그들이 바람을 이루지 못했을 때 엄청난 비통을 독자에게 전달하게 된다."란 표현이 있다. 작가적 의도나 시선일진 모르나 소설 속 소녀는 불안하다. 현실화하기엔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불안, 엄마 아빠를 통해 바라보며 만들어진 세상의 어른들의 태도와 킨셀라 부부와의 차이에 대한 불안, 혹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불안, 그러한 생소한 감정을 받아들여도 되나 하는 그런 불안, 오히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해 불안함에 동경의 불안을 품게 된다. 그리곤 익숙해져버린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까지. {소설은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자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에겐 이 불안의 해소만도 버겁다. 저자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희망과 슬픔의 공유까지도 이야기하지만, 인간은 의도치 않은 (타인의) 슬픔에 깊게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찬란함의 짧음을 한탄하며, (나에게 주어지는) 사랑과 다정함의 영속치 않음에 슬퍼하며 아파한다. 그래서 이를 공유하기보단 소설 속에 남겨두고 내 앞에 놓여진 불안만이라도 해소하고 싶었다.} 소설의 결말은 작가의 의도 대로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단순화하는데 할애하지만, 정작 독자는 어찌해야 할지가 의도된다. 여러번 읽어보며 찾아가는 것 또한 재미일 것이다. #자유자리뷰, #맡겨진소녀, #클레어키건, #허진, #다산책방, #202308, #21세기출간된최고의소설50권,하루키가주목한작가, #데이비번스문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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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Foster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 2010
Foster : to take care of a child, usually for a limited time, without being the child's legal parent 104쪽의 비교적 긴 단편으로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이자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 소설 (2022년 콤 베어리드 감독 영화 「말없는 소녀 Quiet girl」는 아일랜드 영화로서는 최초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 등 수상했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이 키건은 24년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만으로 오웰상,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 윌리엄 트레버상, 에지 힐상 등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천재 소설가 칭호와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은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가 친척 부부의 집에서 맡겨진 후 보낸 여름 이야기이다. 짧은 분량 속에 디테일과 장치들이 대단히 빡빡한 밀도로 들어차 있다. 배경은 소설 속 뉴스에서 “아일랜드 단식 투쟁”으로 1980년 초반임을 알 수 있다.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소녀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아버지는 가난한 가운데서도 도박으로 소를 잃어버리고, 소녀를 데려다 준 후 소녀의 짐 가방을 내리지 않고 갈 만큼 무책임하고 어머니는 많은 아이들 양육과 가정 일에 지쳐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을 여력이 없다. 세상에, 아빠가 네 짐도 안 내려주고 가버렸구나. 그러나 친척집에서 소녀는 그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된다. 낯선 환경에서 첫 밤을 보내며 오줌을 싸지만 킨셀라 아주머니는 방이 축축해서 그렇다고 하며 애써 소녀의 실수를 덮어주려 하고, 소녀의 머리를 묶어주며 우체통에 빨리 달리기 시합을 하게한다.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p.30
입을 옷이 없어서 다른 아이의 큰 옷을 입게 되고 머지않아 마을로 나가서 소녀에게 옷을 사주며 킨셀라 아주머니는 눈물을 감춘다. 뭔가 사연이 있다. 소녀는 킨셀라 아저씨와 바닷가에 산책을 나가며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무심한 아빠와는 달리 손을 잡고 소녀의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 남자의 사랑을 느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pp.69~70 그러던 중 이웃 장례식에 따라갔다가 소녀는 킨셀라 부부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녀가 입었던 큰 옷은 킨셀라 부부의 죽은 아들 옷이었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p.73 하지만 짧은 여름은 끝나고 소녀는 다시 집에 돌아오고 술 취한 아버지는 킨셀라 부부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제대로 돌보질 못하시는군요? 본인도 아시잖아요."
마지막에 소녀를 두고 떠나는 킨셀라 부부를 향해 달려간 소녀가 하는 말은 "아빠"는 누구를 향한 외침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