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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왕따 사건의 가해학생이나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마들을 인터뷰해 본 사회부 기자나 범죄심리학자라면 사이코패스를 찾아나선 저널리스트 존 론슨의 살떨리는 탐방기가 그리 생소하진 않을 것이다. 존 론슨은 전 세계 일류 학자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장난기 어린 수수께끼를 조사하다가 그만 일반인 가운데 1퍼센트의 비중으로 섞여있다는 사이코패스들을 연구하고 이들을 인터뷰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론슨은 정신병 범죄자들을 수감하는 보호감호시설에서 한 수감자를 만나는데, 그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고, 평범한 비행청소년이었을 뿐 결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광기와 정상이란 뜻밖에도 물과 기름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야말로 그가 사이코패스임을 보여주는 교묘한 속임수일지도 몰랐다. 그 수감자는 사이코패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론슨은 사이코패스 연구의 대부 로버트 헤어 박사를 만나게 된다. 헤어 박사는 많은 거대기업의 CEO들과 정치가들이 실제로는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고단수 사이코패스들이라는 확신을 그에게 심어준다. 또한 그러면서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 양심이나 동정심 부재와 같은 결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단서를 통해 사이코패스를 식별하는 방법을 론슨에게 가르쳐준다.
새롭게 익힌 20개 항목의 사이코패스 식별기술로 무장한 론슨은 부동산담보대출 사기로 감옥에 갇힌 아이티 암살특공대 우두머리를 취재하고, 소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공장들을 폐쇄하고 대량해고를 즐겼던 전설적인 CEO를 만나기도 한다. 또한 감옥에서 수감자들에게 환각제를 복용시킨 후 누드치료를 진행한 사례나, 연쇄살인범들의 정신상태를 밝히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 등 사이코패스 진단과 치료의 흥미로운 역사를 깊이 파헤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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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구입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인문학 혹은 정신의학 관련 내용이리라 생각했다. 물론,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으로 꾸며져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읽게 됐다.
저자 존 론슨은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취재대상에 적극 개입,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서술하는 방식)’ 스타일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고 사실을 기반으로 써낸 이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달리 말해야 할 것인지 머뭇거려진다)은 흥미롭게 읽을 순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그 구분이 모호해 조금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사이코패스에 관해서, 인간의 광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광기산업”과 사회 지배층에서 찾게 되는 사이코패스 성향까지 사이코패스라는 딱지가 붙여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미치광이를 판단하는 역사를 살펴봄과 동시에 과연 정상이란 무엇이고 비정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비정상이 어떤 식으로 돈벌이가 되는지도 살펴보고 있고.
얼핏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그런 야심만만한 책은 아니고 흥미진진한 추적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나게만 읽을 순 없어도 읽기 시작하면 속도를 내서 뒤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니 사이코패스를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주 실망스럽진 않을 것 같다.
“때로는 광기를 조장하는 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집착과 충동이야말로 그들이 연구하는 사이코패스들만큼이나 미쳐있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비교적 제정신인 사람들마저 점차 그들의 가장 극단적인 행동으로 그들의 광기를 규정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정상을 가장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들의 실체, 그리고 일상성이 광기로 정의되는 폭력의 메카니즘. 한 피스 한 피스 직소퍼즐을 맞춰나가듯 진행되는 론슨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은밀하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광기의 본질에 근접할 수 있다.”
여러 내용들 중에서 위와 같은 부분들이 특히 관심을 가며 읽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