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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모든 것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까지도 애써서 들춰보려는, 아픈 곳을 골라서 쿡쿡 찔러보면서, 가까운 미래 우리 사회의 질서를 뒤바꿀 AI 등장. 5.18을 지나 6.10, 그리고 1991년 5월, 숨 가쁜 현대사의 흐름 속에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아픈 것들을 끄집어내어 우리 앞에 던진다. 바로 모든 것의 이야기로, 리얼리즘의 서사...
지은이 김형규는 지금 직업은 변호사이면서 작가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또 한때는 출판사를 열고 책을 쓰고 펴내기도…. 이 책<모든 것의 이야기>은 그의 첫 소설집이다. 사회를 꿰뚫어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 나비클럽 소설선의 하나다.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파격적인 글쓰기에. 다소 혼란스럽지만, 여기에 실린 글 중에 "대림동에서, 실종"은 계간 미스터리 2021. 겨울호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2023 같은 잡지의 봄호에 그리고 "구세군"은 역시 같은 잡지 2022. 가을호에 실린 것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와 가리봉의 선한 사람이 새롭게 실렸다.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정하다는 착각
노동자, 소외계층, 계급 문제로의 귀환,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가, 인천국제공항, 롯데타워, 신문 지상을 도배했던 공정, 진짜 공정한가,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020)을 쓴 마이클 샌델은 현대 사회에 들어갈수록 능력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열정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다. 지금 일어난 일, 그 바탕을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하다는 것은 자본이 주인인 세상의 질서가 기본이고 기준이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공정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사회성격에 따라 공정이란 개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주의 사회가 아닌 인간이 주인인 사회가 희망적이고 미래가 있는 사회다.
디지털 시대의 '계급 정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동계급이 아닌 자본계급이다. 자본계급은 지금 시대의 당면과제들을 만들고 있다. 노동자 계급 내에서의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들끼리 투쟁하게 한다. 이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정이다.
죄의식과 도덕 감정
이 소설집 끝에 있는 문학평론가 최성실의 작품 해설을 눈여겨보자. 계몽주의, 시민사회의 미래 등, 이 소설은 프리즘 같은 역할을 한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 속 등장인물 K, 중국에서 귀화한 외사 특채 경찰관인 그는 한국인이 됐고, 경찰관이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중국 동포 특유의 말투다. 형식적으로는 주류질서에 편입됐지만, 처음부터 차별적인 경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 허탈하게도. 여기서 등장하는 도덕 감정, 사회적 질곡에 저항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식물 되기(대상화, 관리받는 인간=노예)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구세군"에서, 기본소득부, 직업있는 사람들, 유직자를 대표하는 납세당,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유당, 무직자를 대변하는 기본소득당, 혁명이 일어나고, 국회의원들은 연예인 선발대회처럼... 블랙코메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를 묻는다.
극단적인 상황
극단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지구를 떠난 화성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철저하게 국가와 자본, 계몽의 명분과 논리에 의해 관리되는 남과 여가 존재할 뿐이다.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이 소설집을 참여문학 계열로 보는 이들의 추천사. 이 소설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추어낸다. 우리 사회라는 커다란 그림, 그림 속에는 명암과 원근이. 가까이 다가가 오랫동안 숨죽이고 뚫어져라 보고 있노라면, 보이는 게 있다. 우리 사회다. 어지럽게 시끄럽게 늘 일어나는 사건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톺아보면, 그 안에는 새로운 그 무엇이 보인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빙빙도는 머리 속, 한국사회의 숨가픈 달리기가 다가온다. 새마을, 민주화, 복수노조, 비정규직, 조선족, 노동의 세계에도 귀천이 존재한다. 이것이 공정질서다. 착각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자유, 민주는 박제화 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고사성어 "조삼모사" 전국시대를 살았던 저공(狙公)은 형편이 좋지 않아 자신이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줄 도토리 양을 줄여야 했다. 8개에서 7개로, 원숭이들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원숭이들은 난리가 났다. 저공에게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아침에 4개,저녁에 3개를 달라고... 왜 8개를 주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원숭이는 없었다. 왜 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태그#모든것의이야기#김형규#나비클럽#나비클럽소설선#대림동에서실종#가리봉의선한사람#리얼리즘문학#책콩카페#책콩서평단#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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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단편집 『모든 것의 이야기』를 자꾸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쓰고 고친다. 모든 것의 이야기가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나는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러기엔 나는 김형규란 작가를 몰랐고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소설 속 모든 것의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으니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내게 모호하면서도 궁금하고 까다로운 소설이었다.
수록된 5개의 이야기 중 표제작인 「모든 것의 이야기」를 보면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등장하는 인물이 동일 인물인가 싶으면서도 다른 인물 같고 다른 인물 같으면서도 같은 인물로 돌아오는 그런 돌고 도는 우리 삶의 이야기라고 할까. 아니다, 실은 잘 모르겠다. 현재의 술집이었다가 미래의 화성 마오 기지였다가 90년대 말 마석이었다가 이념만이 중요했던 1930년대 레닌그라드였다가 한국전쟁의 시기인 1951년 하동의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미래, 과거의 삶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체제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고 심지어 AI의 기술 발전으로 놀라운 시대가 되었어도 변하지 않는 그것, 노동자, 소외계층, 극심한 계급 차이에 대한 언급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 속에는 철저하게 외면받는 삶, 그러나 지속해야만 하는 삶에 대한 버릴 수 없는 희망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리고 따끔거린다.
삶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삶 자체도 썩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22쪽) 삶은 끝났다. 그리고 새 삶이 시작될 것이다. (92쪽)
「모든 것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사회의 계급, 자본, 교묘하게 행사하는 폭력을 역사 속 하나의 사실을 소설로 복잡하게 풀어낸 반면 「대림동에서, 실종」, 「가리봉의 선한 사람」, 「코로나 시대의 사랑」, 「구세군」은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을 배경으로 그곳에 발령받은 경찰의 시선에 비친 대림동 이야기. 출동할 때마다 느끼는 선배 경찰 K의 묘한 태도, 대림동에서 자신이 살았던 낙곡을 발견하는 경찰. 그곳에서의 실종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K가 말하는 것처럼 정녕 유령처럼 살아가는 대림동의 삶.
대림동은 분지예요. 아무 건물이나 옥상에 한 번 올라가서 보세요. 신도림동, 신길동, 신대방동, 구로동의 고층 아파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요. 거인의 성벽처럼요.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중국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대림동에서, 실종」112~113쪽)
「코로나 시대의 사랑」란 단편은 코로나 시대의 우리 모습을 짐작게 하지만 실제는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부당한 임금과 노동 현장을 고발하며 시위에 나선 노동자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연대와 우정을 들려준다. 코로나 시국이라 농성장은 말 그대로 접근 금지. 그 안에 있는 이들이 느꼈을 고립과 단절, 그들을 응원하고 세상에 알리는 이들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시국의 특수성, 그러니까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관계와 소통. 노동자를 변호하지만 현장에는 접근할 수 없는 변호사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 사이의 묘한 감정은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겨우 3년 전의 상황인데도 코로나 초기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 고등학생 화자가 노동 현장의 실체를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과 시간이 지나 변호사가 된 그 학생이 노동 시위자를 변호하는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노조의 갈등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고발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기본소득, 의원내각제, 무직자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구세군’이라는 조직을 필두로 인간 중심의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구세군」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그런 세상이면 어떨까 질문을 던진다.
헌법이 개정되어 기본소득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었다. 새로 개정된 기본소득법은 직업이 없는 모든 성인에게 중위소득의 20퍼센트에 해당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도록 했다. 주택과 교육과 의료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구세군」, 226쪽)
현재의 삶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그 삶의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 그 안에는 여전히 계급이 보이고 소수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으려는 노력, 김형규의 소설은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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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인가 싶으면 미래이고 미래인가 싶으면 과거인 시점을 통해 진짜 모든 것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선족, 전쟁, 신분 사회, 계급갈등, 군대문제, 노조 등등...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고 책을 잡고 놓지를 못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갈등과 그 갈등을 유발하는 차별을 그만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참여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궁금했는데 사회적 비판과 이야기를 잘 아주 잘 버무린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철저히 분리된 계급으로 살아가면서도 또 다른 계급을 차별하는 우리 시대의 민낯을 보게 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중 <구세군>은 특히나 인상 깊었다. 다가올 미래의 기본소득이 이루어지고 무직자들이 많아지는 세계. AI가 모든 일을 하며 인간이 하는 일은 아주 적은 시대. 여기까지는 우리가 꿈꾸던 사회이다. 그러나 AI가 통제하고 우리는 보여 지는 것만을 보고, 인간이 더 로봇처럼 생각하지 않는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가져야 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강조한다. 각자의 단편 속에 사회성 있는 메시지들이 담겨 깊이 고민한 작가님의 생각이 녹여나오는, 정말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이야기가 주는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내가 알고 있지만 몰랐 던 세계에 한 발 들여놓게 된 책 <모든 거의 이야기>이다.
이번 생은 내 책임이 아니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p.17)
삶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삶 자체도 썩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p.22)
삶은 끝났다. 그리고 새 삶이 시작될 것이다. (p.92)
-말만 동포라면서 차별하지 마시오. (P.97)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중국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P.113)
나는 절망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더 간절히 희망을 꿈꾸는 법이잖아요. 더 나은 세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이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 희망의 힘으로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거고요. (P.164)
-비정규직 혐오, 노조 혐오가 심해진 건 맞는 거 같아요. 다들 비정규직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당했나요? 비정규직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고용안정이 보장되면 자기들한테 털끝만큼이라도 피해가 오나요? 인터넷만이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학 때 친구들도 언젠가부터 확 달라졌고요. 사방이 벽으로 꽉 막힌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많이 외롭단 생각도 들고요. (P.204)
게임에서의 자살은 불가능한 일도 드문 일도 아니다. 미르 같은 게임은 하나의 캐릭터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캐릭터가 싫증이 나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자살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이 시선을 붙들었다. “ 자살하는 캐릭터의 유저는 모두 무직자들이고 그들은 현실에서도 자살합니다.” (P.223)
-모든 것의 가치나 의미는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겁니다. (P.242)
#모든것의이야기 #대림동에서,실종 #가리봉의선한사람 #코로나시대의사랑 #구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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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모든 것의 이야기》 이 소설은 쉽사리 딱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몰입하게 되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재미라는 표현 특유의 밝음이나 쾌활함은 절대 이 소설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 망설여진다. ㆍ이 소설은 무겁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의 이야기》는 약자들의 이야기이다. 아니 강자ㅡ약자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을 정하고 개인들을 재단하는 사회나 조직과 그 조직 앞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상처입은 개인들의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국가가 벌인 전쟁으로 인해 우주공간에 버려져버린 우주인들,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군대조직 내에서 무력한 일개 군인, 일본군이냐 공산당이냐 연합군이냐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이 어디냐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주민들. ㆍ동양사와 러시아 현대사를 공부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소개된 김형규 작가. 조직 앞에서 무력하지만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그럼에도 그들을 내치지 않는 따듯한 포용의 시선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모든것의이야기 #김형규 #김형규작가 #나비클럽#김형규소설 #나비클럽소설선 #소설추천 #서평 #리뷰 #책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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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 김형규 소설집 | 나비클럽 | 2023.09.01 ~ 09.08 | 사회, SF, 희곡 한줄평 - 우리가 마주해야 할 이 반짝반짝한 세계의 진실이니까. 소설의 몰입도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비현실적이거나 전략적으로 잘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그 세계를 탐험을 선사하는 책. 두 번째는 작가의 인생에서 양분을 얻어 오랜 시간 동안 잎에 맺혀 모아 낸 이슬같이 투명해 작가 자체를 투영된 글이 주는 몰입이다.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진실일지는 작가만의 영역이지만 읽는 동안 나는 작가님의 순간에도 있고 그 세계 속의 씨엔이 되고 K도 되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의 이야기>는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의 이야기>에 담긴 5가지 소설들은 너무 멀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는 ‘계급’, ‘유령처럼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자들에 대해 함부로 갖는 타자화에 대해 사유를 하게 도와준다. 뉴스에서 난무하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듣고 찰나에는 동감하며 그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적혀있는 것처럼 “많은 일이 있었고, 당신도 그랬던 것처럼” 항상 잊는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님의 이력과 출판사 편집자님이 쓰신 서평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작가님 이전에도 법률가 출신의 작가들이 쓴 글을 근근이 읽어왔는데 모두 입을 모아 ‘타자화’를 경계하라는 주제의식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낀 글은 김형규 작가님의 소설뿐이었다. 그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숫자와 가끔 나오는 법률 용어, 정연하고 정갈한 문체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계속 일깨워 준다. 책을 덮고 필사한 문장을 보았다. 단어를 나열을 보았는데 ‘헤아려보았다.’ ‘상상의 동물’ ‘미르’ ‘연극’ ‘희구’ ‘연대’가 눈에 띄었다. 작가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는 희극 같은 글로 우리에게 상상의 동물처럼 실체도 없고 실존하는지 의문이 드는 모든 씨엔과 당신과 ‘나’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5가지 극으로 보여준 것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는 2020년에 대림동에서 조선족으로, 2043년에 화성기지에 있는 공학자로, 1999년 군대의 부조리에 고통받는 후임을 구하지 못한 자신의 무기력을 마석의 가구단지에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작은 술집에서 술에 털어보려고 하는 청년으로, 1934년 레닌의 공산당 시절에는 검열 대상이 된 유년시절 존경하던 예술가를 추궁하는 담당자로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인 1951년 하동군의 어느 시골 마을에 노비제도는 철폐되었지만 노비로 살고 있으며 사회사상의 분열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저 암묵적인 계급에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원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여전히 있는 ‘계급’에 짓눌리는 모든 씨엔과 미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며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림동에서, 실종>은 그곳에 존재하지만 제대로 들여다보고자 하지도 않은 대림동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림동과 같이 항상 싸움이 끊이지 않는 동네에서 자라 경찰로 처음 인사를 발령받은 곳이 대림동이라는 것에 불만이던 ‘나’는 파트너로 K를 만나게 된다. 대림동의 첫인상은 무섭고 느꼈지만 곧 마주한 ‘실종 사건’을 수사하며 진짜 대림동의 사는 이들을 마주한다. 실종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여자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K 역시 사라진다. 순리대로라는 듯 모두 잊고 자신의 삶을 살기 바쁘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 1991년 노태우 정권에 저항한 노동자와 학생들의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고등학생으로 시위를 하다 도망치던 중 방직공장의 노동자인 동갑의 이선을 만나게 된다. 둘은 시과 연극 이야기로 친해지게 되고 이선은 ‘우리의 이야기’를 누구도 죽지 않는 연극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과거와 30년 뒤에 변호사가 되어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나’는 이선과 함께였던 그 시절의 가리봉동을 담당하게 된 지부장 ‘연미’의 사건 때문에 다시 찾게 되었고 연미와 이선은 어느새 그에게 겹쳐 보인다. 30년이 지났어도 나는 흐르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같은 것으로 고통받고 있다. 선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일까, 절망이 그를 덮친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 코로나로 누구도 예외 없이 재택근무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이상희 변호사는 노조 측의 서서 트라이앵글타워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고립되어 있는 그에게 열정 가득히 현장에서 발로 뛰며 공감해 주고 누구보다 자신과 노조의 입장에서 화를 내주는 어느 기자와 그를 이어주는 통화는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점점 그의 전화가 기다려진다. 신기루 같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던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나 말고 이 이야기에 열을 올려주는 이를 만나고 싶은 짝사랑이 담긴 것 같다. <구세군>은 근미래에 ‘미르’라는 고차원의 게임 세계에 고립되는 무직자들과 과도한 세금을 내는 유직자를 계급으로 나누고 정치 게임을 하는 사회를 담은 SF이다. 주인공인 기자는 무직자들이 게임 속에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자 ‘기본소득법’과 ‘안락사’를 내세워 유지하려는 허상에 불과한 시스템을 무너트리고 ‘인간’이 주인인 세상을 다시 만들려고 하는 ‘구세군’이라는 단체와 접촉하게 되고 진실에 다가간다. 아무도 새로운 사회는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무얼 외면하고 있는지, 유령이 없는 사회가 도래하려면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제 생각을 담아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모든 것의 이야기> 그런데 내가 집에만 들어가면,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곧바로 눈물이 막 쏟아져.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언제나 그래. 엉엉 울어. 무서운 것도 없는데 무서워서 온몸이 덜덜 떨려. 추워서 덜덜 떨려. -P.g_024 계속 지속해야 해.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어. 씨엔은 대답이 없었다. -P.g_037 나: 하지만 그럴수록 예술은, 예술만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전망을 제시해야 해요. -P.g_074 <대림동에서, 실종> -아뇨, 그런 게 아니고요. 행정구역을 조정할 때 신대방동의 ’대‘ 자랑 신도림동의 ’림‘ 자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래요. 아무 뜻도 없는 거예요. 조금은 허탈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림동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림동은 분지예요. 아무 건물이나 옥상에 한번 올라가서 보세요. 신도림동, 신길동, 신대방동, 구로동의 고층 아파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요. 거인의 성벽처럼요.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중국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P.g_112-113 <가리봉의 선한 사람> 우리 야학에 연극패가 있는데 희곡을 써줄 사람이 필요해. 공연이 얼마 안 남았거든. 네가 해줘. 너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나는 네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나는 종속됐어. 노동이 자본에 종속되고 남한이 미국에 종속된 것처럼. -P.g_143 사람들이 이렇게 계속 죽는 게 싫어. 연극이니까, 연극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잖아. 연극은 있었던 일도 없게 만들 수 있고 없었던 일도 있게 만들 수 있잖아. 시간과 공간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잖아. 암튼, 결론은 꼭 그렇게 해줘. -P.g_151 더 중요한 건, 민중이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야. -P.g_164 그런데 있잖아,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늘 배신당해, 힘없는 목소리였다. -P.g_165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의사를 입장하라니, 아니,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건가요? -그래서 우리끼리는 부당노동행위가 유니콘처럼 상상 속의 동물 같다는 얘기도 해요. 워낙 인정받기 어려워서요. 노동청이나 검찰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고요. -P.g_199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나도 외로웠고 연대할 사람이 필요했다. 트라이앵글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에 이런 사랑은 없을 테니까. -P.g_219 <구세군> -왜 세계를 구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것도 목숨까지 걸고서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잘 모르겠어요. 구할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세계가,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 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요. 솔직히 저는 나 자신을 구하는 것만 해도 벅차거든요. -모든 것의 가치나 의미는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겁니다. -P.g-241~242 <작가의 말> 당신이 천년 전에 이미 지나갔거나 천년 후에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언어-문학은 당신과 나를 연결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이미 연결하고 있습니다. -P.g_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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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모든 것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구성이 좋았다. 문을 통해 이어지는 세계는 다 다르지만 단순한 상상의 세계가 아닌 삶의 한 부분이었고 또 언젠가 우리의 미래가 될 모습이지 않을까? 조선족이었다가 러시아인이었다가... 씨엔으로 또는 현태로 존재하는 그를 통해 바라본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세상을 향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112p~ 대림동은 분지예요. 아무 건물이나 옥상에 한 번 올라가서 보세요. 신도림동, 신길동, 신대방동, 구로동의 고층 아파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요. 거인의 성벽처럼요.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나는 K의 말을 입속으로 되뇌었다. 116p. 긴 싸움의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 골목의 남자들은 언제 술에 취하고 언제 싸움을 벌였냐는 듯 아직 해도 뜨지 않은 비탈길을 따라 줄지어 일을 나갔다. 그러면 다시 하루의 아침과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여자들은 빨래와 청소를 하고, 노인들은 골목에 앉아서 저 아래 산 밑을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대림동에서, 실종> 대림동 옆 대방동 옆 여의도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집은 신림동이었는데... 그 떄가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신림동 자취촌. 언덕배기 위로 다세대빌라들이 겹겹이 늘어섰던 곳. 그나마 지하철 입구랑 가까운 곳에 집을 구했고 새벽에 나가 한 밤중에 들어오던 시절... 바로 지척에 두고도 몰랐다. 나에게도 대림동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이었는지도... ----------------------------------------------------------------------- 128p. 거리는 새하얀 최루탄 연기로 뒤덮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흰색 철제 헬맷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청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백골단이 연기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곤봉과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백골단은 무술 유단자들로만 조직되었다는 경찰의 사복 체포조였다. 시위대는 머리가 깨지고 팔이 부러진 채 피를 흘리며 끌려갔다. 체포라기보다는 사냥이었다. 147p. 공사는 그렇다고 쳐요. 언론도 그렇다고 쳐요. 연미는 가슴을 쥐어 뜯는다. 변호사님,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하셨죠? 그럼 하나만 물을께요. 민주노총은 정규직편인가요? 비정규직편인가요? 변호사님은 정규직 편이세요? 비정규직 편이이에요? 151~152p. 그 교실에서 늦은 밤까지 공장의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날마다 이른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지긋지긋하게 미싱 타는 이야기와, 남자들만 될 수 있다는 재단사들의 유치한 자부심과, 지지리도 가난한 고향의 가족들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독약처럼 스며드는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쥐꼬리만한 월급과,.... 욕과 주먹질 밖에 할 줄 모르는 못돼먹은 관리자들의 이야기를, 그러나 근무시간이면 늘 틀어놓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유행가와 다들 같은 처지여서 위로가 되는 동료들고,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준 야학과, 노동자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과, 그 수단으로서의 노동조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56p. 직업소개소 앞을 지나다 구인 게시판을 들여다본다. 건설 현장, 식당 주방, 건물 청소, 파출부, 간병인을 구하는 공고들이 즐비하다. 옛날에는 직업소개소 같은 것이 없었고 공단 입구의 널찍한 게시판에 ‘미싱사 시다 객공 구함 경력 무관 기숙사 제공’ ‘전자제품 조립 초보 환영’ 같은 구인공고가 수십장씩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가리봉은 여전히 바깥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노동자들의 도시다. 그런 점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173p. 그리고 그해 겨울, 소련이 해체됐어. 많은 이들이 전향을 선언했지. 망명가들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나마 각자의 구차한 전향서를 발표했어. 그들은 마치 사회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제껏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그래서 순수한 자신들이 거짓말쟁이 친구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억울한 표정을 지었어. 전민항쟁과 사회주의 혁명 노선은 종말을 맞았어. 우파는 역사가 끝나고 자본주의 천년 왕국이 도래했다고 떠들었고, 전향한 좌파들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호응했어. 176p. - 정규직 ; (노래한다) 청소부들이 주제를 모르고 정규직이 되려 하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우리가 취준새으로 몇 년을 고생했나. 공정하지 않아 정의롭지 않아 (코러스) 도대체 저으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평등하지 않아 평등해선 안 돼 (코러스) 세상원 원래부터 불평등한 것. ?<가리봉의 선한 사람>.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 모르겠다 . 어느부분이 어떻게 좋았는지를... 하지만 읽는 내내 파도를 맞는 기분이었다. 피하지도 타지도 못하는 파도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의 가장 큰 적은 기업의 ceo도 아니고 몽둥이를 들고 나서는 용역업체도 아니었다. 바로 정규직이었다. 이야기 속의 또다른 이야기... 세상에 관한 이야기 세상을 마주한 이야기 세상의 것들을 품는 이야기. 시간에 휩쓸려 나도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더 들어야할 이야기. 그래서 더 필요한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들이 씌여있다. <모든 것의 이야기>에는. #나비클럽 #오래책방 #모든것의이야기 #김형규 #참여문학 #사회비판소설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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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출은 통신장비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어제 오후부터 지구와 본부와 통신이 끊어졌다. 기지의 메인 컴퓨터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기지 외부의 통신장비를 점검하고 온 로봇들도 모든 장비가 정상이라는 결과를 보고했다. (-29-)
예술은, 혁명에 복무해야 합니다.그런 점네서 예술가도 혁명가일수 있지만, 모든 혁명가들이 그러하듯이 당의 지도를 따라야 해요. 우리는 개인이 아닙니다. 개인은 나약하고 타락하기 쉬워요. 그건 당신도 저도 마찬가지예요.개인에게 도덕적이고 이념적인 판단을 맡기는 건 자본주의자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그 결과르 보세요. 타락한 자본주의의 그 예술이란 걸, 당신은 외국에 여러 번 다녀왔으니 잘 보았을 것 아닙니까? 예술가는 전위가 아닙니다. 예술가도 당원입니다.우리는 당과 스탈린 동지를 따릅니다. 당신은 배신자예요. (-72-)
난곡에서도 싸움은 잦았다. 전국적으로 건설 붐이 일던 시절이라 동네 아저씨들은 크고 작은 건설 현장으로 일을 다녔고 일을 마친 초저녁부터 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술로 싰었다. 매일같이 싸움이 벌어졌다. (-116-)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지부장을 접견하러 간다. 구치소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받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접견실로 들어간다. 10분 쯤 기다리니 지부장이 교도관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교도관이 문을 닫고 나간다. 접견실에는 창문이 없다. (-143-)
수지기업을 통해 간접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정확히 그해의 최저임금을 받았다. 회사는 점심시간을 1.5시간으로 쳐서 주 5일 동안 37.5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하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에서 37.5 시간을 빼고 남은 2.5시간을 두주 모아서 격주로 무급 토요일 근뮤를 시켰다. (-189-)
노조에 전화해서 엘제이아이 측 제안을 전당한다.그에게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직 대답을 정하지 못해서 전화를 걸지 못한다. 엘제이아이의 제안에 대해서는 노조를 통해 금방 알게 되겠거니 한다. (-217-)
김형규 작가의 『모든 것의 이야기』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것의 이야기>,<대림동에서,실종>,<가리보의 선한 사람>,<코로나 시대의 사랑>,<구세군>이다. 이 소설들은 1991년~2021년까지. 30년의 시간의 차이,공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있었으며,우리가 살아가면서,마주하게 되는 가난에 대한 스토리와 서사로 꾸며지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가난이 있고,노동이 있으며,극단적인 이분법이 존재한다. 왜 우리느 극단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설- 편지-회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형식적인 파괴가 도드라지고 있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로 인해 우리의 삶은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다. 희말과 절망, 가난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 삶에서,연대와 사랑에 대해서, 꼽씹어 볼 수 있다.단순히 이분법이 아닌 극단적인 이분법에 도취하게 됨으로서,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었다.결국 스스로 자기모순적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고, 내 삶을 피폐해진 상태로, 이어진다. 코로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읽어본다면,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던 가치관과 신념으로 이어질 수 잇는지 확인이 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미래로 이어지고, 시공간을 뛰어 넘어서,자본주의 다음 세계는 무엇이 될지 상상해 보았고,그 미래에도 지금처럼 인간의 근본족인 동물권력의 속성은 어떻게 될지 간파해 볼 수 있다. 김형규 자가의 리얼리즘 서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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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거의 책을 안 읽고 지내는 바람에 출판 경향이나 독서 경향에 대해 거의 모른 채 지내왔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직장에 들어가면서부터 이 핑계 저 핑계로 독서를 미루다 책과 멀어젔다. 예전 같으면 약속 장소도 가급적 서점 근처로 많이 잡았는데 직장 생활 후부터는 회사 근처 아니면 번화한 밤거리 문화가 다양한 상업지구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잘 읽었던 소설마저 집에 몇 권 없을 정도로 책과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회사 근무 방침이 바뀐 후로 많은 시간이 남아 여가를 즐기기를 원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열리지도 않았다. 모여서 운동하는 시스템도 모두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다운 받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할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괴로워질 어쩌다 회사에서 나눠준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잠도 청할 겸 읽다보니 재미가 괜찮았다. 한두 권 읽다보니 에전의 독서욕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인터넷을 책을 구입하니 배송도 빠르고 책 구입 시스템도 편리해졌다는 점도 알게 됐다. 그렇게 몇 년을 책과 함께 지내다 보니 차츰 예전에 즐겨 읽었던 소설도 한두 권씩 사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읽을 때 속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많은 책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출판계 소식도 신문이나 인터넷을 찾아 접하게 되니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았다. 잃어버린 신세계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 상에서 선택된 책이다. 요즘 소설은 SF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너도 나도 SF 소설을 즐겨 쓰는 것 같았다. 어쩌면 세계적 추세일 것이란 짐작은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동안 읽은 책을 보고 느낀 점이라서 여기에 한 줄 적어본 것이다.
이 책 『모든 것의 이야기』는 SF 분야의 소설도 들어 있지만 예전 산업화 시기에 국내에서 한참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즘 색채가 강한 소설이란 점을 책 소개글에서 읽고 선택했던 터라 옛날 생각 많이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산업화 시대 때는 노동자, 도시 소외계층에 대한 소재가 많았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많은 수익은 회사 측이 가져가는 우리의 산업 사회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노동자 권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어쩌면 직접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은 동조하는 차원에서 그런 소설에 몰두했는지도 모른다. 독자는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터라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게 어렵지만 독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화와 리얼리즘 문학' 정도로 표현하면 독자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 이랄까. 당시 리얼리즘 문학은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문학사조라고 학교에서는 배웠다. 사회 현실, 부정의한 현실에 노동자나 소외계층의 권리는 무시된 채 강도 높은 노동만 강요하는 것이 지배층과 부유층에 대한 반발 의식이 커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노동자의 권리 인식,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을 파헤쳐 문제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많은 작가들이 리얼리즘 문학의 틀에 넣어 글로 발표함으로써 일부 작가는 탄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의외로 독자들의 호응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동 현장을, 소외 계층의 삶을 묘사한다고 그들이 소설을 읽을 정도로 시간들이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다. 독자층은 주로 대학생, 사무직 직장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요즘 시대라면 노동자의 권리,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구조 등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는 잘살게 되기까지 모든 노동운동이나 노동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경계했다. 산업체 노동자와 도시 노동자들은 책 읽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야근이니 특근이니 하는 말이 너무도 당연하고 월급 이외로 얼마간의 수당이 더 얹어서 주는 것이 전부였다. '복지'라는 단어는 아예 산업화 시대는 사전에서 지워졌을 정도다.
그 일을 문학이 대신한 것이다. 그것을 '참여 문학'이라고 일컬었다. 작가가 노동에 참여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의식이 노동자의 권리나 소외 계층에 시선을 보내고, 그들이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이른바 '순수문학'이다. 문학은 문학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이나 사회에 참여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은 문학을 도구로 노동 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것이란 부정적 견해가 만만찮게 있었다. 그렇게 우리 문단은 정반대의 시선을 가진 두 부류의 작가들로 구별되던 시대가 우리의 산업화 시대이다. 이 책의 저자 김형규에 대해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으로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저자 소개란에 변호사로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게 됐다.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림동에서 노동변호사로 일했다고 하니 요즘 대림동은 중국 동포나 이주노동자가 많다고 들은 바 있어 그쪽 현장의 경험을 통해 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순서에 따라 적어 보면 「모든 것의 이야기」, 「대림동에서, 실종」, 「가리봉의 선한 사람」, 「코로나 시대의 사랑」, 「구세군」 등이다. 저자 김형규는 지난해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고 하니 글솜씨를 인정받은 것 같다. 틈나는 대로 소설을 쓰고 여기 저기 발표를 하고 그동안 쓴 소설을 이번에 한데 묶어 책으로 냈다고 한다. 작가로서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처음 접하는 작가분이라 축하와 응원, 기대감을 함께 보내고 싶다. '장르문학의 문법'을 이용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아마 실험적 소설을 주로 쓰는 탓에 붙여진 명칭인가 싶다. 기성 작가 흉내내기보다는 훨씬 신예 작가다운 패기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의 작가정신에도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이 다섯 편의 소설들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응시하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체제 안에서 ‘환대받지 못한 자들’에게 드리운 외로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자 한다는 해설이 붙어 있다.
문학평론가 최성실이 그의 '첫' 작품집에 대해 〈작품 해설〉을 써서 책 뒤에 붙였다. 「화성에서 식물-되기, '증상'으로 살아가기」란 제목이다. 이에 따르면 저자 김형규의 소설을 처음 읽는 독자로서 한 번 읽고 완전 이해가 어렸웠는데 문학평론가의 해설 조언을 들어보니 안갯속 부분이 아주 말끔하게 걷힌다. 최성실 평론가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버텨 나온 우리들이 함께 동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죽음과 질병이 '공기 중에'도 떠다니는 시간을 버텨오고 있다. 그 질병 때문에 같이 숨을 쉬면서 산다는 것, 그 공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질병은 개인이 철저하게 대처하고 방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대응으로 해결해야 하는 공공의 적이다. 붕괴냐, 아니면 대전환이냐라는 급격한 사회적 변동의 물음 앞에서 랑시에르의 말처럼 "몫 없는 자들의 몫", 즉 공동에 참여할 수 없고, 참여가 가능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 혹은 자신의 몫을 강(박)탈당한 자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p.259~260) 코로나 팬데믹이 그렇듯이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몫 없는 자"들이고, 그것은 원래 몫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몫을 강(박)탈당한 것이란 의미다. 즉, 보이지 않는 사회의 벽, 우리 국민들의 그들에 대한 인식, 또 상대적 부당한 대우 등을 겪고 있는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정당한 몫을 줘야 할 사람은 우리 사회고, 우리의 인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는 "노동자, 소외 계층, 계급 문제로의 귀환, 김형규 소설은 여전히 등껍질로 달라붙어 있는 계층과 계급 등의문제를 정면에서 부각하고 있다."면서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지 자본의 논리로부터 문학적 상상력으로 놓쳐버린 그 무엇, 예컨대 세련된 착취 기제들 속에서 능력주의는 어떻게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지, 왜 자본계급에 더 주목해야 하는지*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의 '첫' 칼날은 향해 있는 것이다. * 디지털 시대에 '계급 정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동계급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계급이다. 자본계급은 지금 시대의 당면과제들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노동자 계끕 내에서의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끼리 투쟁을 하게 한다.(이상 평론가 주)
“저 앞 다세대주택에서 사람 하나가 소리 없이 걸어 나온다. 빌라 현관에서도 한 사람이 걸어 나와 소리 없이 잰걸음으로 사라진다. 그 옆 단층집에서도, 맞은편 또 다른 다세대주택에서도 한 사람씩 나타나서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중략) 다시 또 한 명이 유령처럼 내 곁을 지나쳐 간다. 숨소리마저 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더 큰 골목으로 나아간다. 나도 물결을 따라가 본다. 좁은 골목에서 흘러나온 시내가 다른 시내를 만나 개천을 이루고 10차선 도로의 인도에서 강물이 되어 전철역 입구를 향해 흘러간다.”(p.124) - 「대림동에서, 실종」 중에서
위 풍경은 90년대 난곡의 산동네와 평행이론처럼 닮은 21세기 대림동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새벽마다 흐름을 형성하면서 흘러가는 행렬들, 밤이면 수없이 많은 불빛들이 빛나는 이곳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타자화를 드러낸다. 이는 AI로 일자리를 잃은 무직자들이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게임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구세군」의 배경인 근미래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매일 이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삶은 죽음으로 흐르고, 당신과 내가 만나거나 헤어지고, 사랑하거나 서로 믿못하고 배신하거나 엇갈리며 그리워하거나, 두려움과 불안과 외로운 마음들의 흐름. 이 흐름을 사유하는 선 굵은 이야기를 저자는 들려준다. 이 책 『모든 것의 이야기』는 이 흐름의 밑바닥, 존재하지만 애써 보려 하지 않았던 것, 21세기에 이른 ‘계급’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여자는 혼자다. 나도 혼자다. 여자는 거리의 소란 따위는 개의치 않는 듯 변함없는 미소로 악수를 청한다. 그제야 여자가 미르에서 보았던 '12월 혁명'의 지도자인 것을 깨닫는자.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p.256) - 「구세군」 중에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습니다. 두려울 때마다 시공간의 무한함이나 빛의 속도 같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중략)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하던 어느 날 당신과의 약속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세계와 사람에 대해 찬찬히 둘러보았고 우리는 머지않아 사라지지만 그 짧은 생 안에 아름다운 것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당신과 내가 겪은 고통의 크기 자체는 어쩌지 못하더라도 당신과 내가 같은 고통을 겪었음을 서로 이해함으로써 고통이 남긴 흉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p.275~277) 〈작가의 말〉 일부 발췌
저자 : 김형규
인간과 사회, 시공간과 빛의 속도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공부했다. 여러 학교에서 강의했고 대책 없이 출판사를 만들어서 된통 고생한 시절도 있었다. 역사 분야의 책을 몇 권 짓거나 우리말로 옮겼다. 2021년 〈대림동 이야기〉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법률문서에 치여 살면서도 늘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학부에서 동양사를,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공부했다. 대학에서 강의했고,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 편집, 집필, 번역하기도 했다. 2021년 〈대림동 이야기〉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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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지음)/ 나비클럽(펴냄)
본문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먼저 읽는 편이다^^ 작가후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작품을 먼저 읽는 경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작가 후기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다를때도 있다. 그것도 나름 재밌다. 물론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가 가장 좋긴하다^^ 실제로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 참여할 여력이 안되는 요즘은 책 후반에 작가 후기에 의지하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나비클럽 출판사 이미지와 좀 달랐다. 변호사 출신 작가, 소위 엘리트층인 그가 얼마나 약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참여문학 쓸 정도면 기름때 좀 묻힌 손으로 써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있었던 나^^ 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품은지 꽤 오래된 나로서는 다소 삐딱한 마음으로 펼친 소설이었다.
『너와 나의 고통 그 크기는 다르지만 서로 공유하고 공감함으로써 흉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저자 후기에서 닫혀있던 내 마음을 울린 문장이다.
다섯 단편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노동자, 소외계층, 가부장제에서의 여성, 다시 계급 문제. 평소 내 관심사라 그런지 작품 배경인 대림동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중국인 아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 동네, 젊은 중국 남자들이 배를 까고 돌아다니며 눈이라도 마주치면 한 대 맞을 것 같은 분위기, 내가 사는 대구에도 이 비슷한 분위기의 동네가 있다. 조선족, 중국인 이민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학부모로 만나본 내게 이들은 낯설지만 않은 존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표제작 《모든 것의 이야기》다. 현실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았다. 그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라는 문장으로 환상 세계, 미래로 독자의 의식을 이동시켰다. 단순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었다. 의문의 조선족의 실종사건, 청소 노동자의 파업 등의 소재에 막연한 공포감이 더해지면서 가독성 있게 읽혔다. 미래로의 공간 이동,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은 신비롭기도 했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에서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룬다. 이렇게 많은 젊음들이 피 흘리며 죽어나갔던가? 과거에 읽었던 《민청학련》 책을 통해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우리 대구에서 얼마나 많은 진보 인사들, 경북대의 선배들이 꽃다운 목숨을 빼앗겼는지 이미 학습으로 알고 있는 나였지만, 다시금 치를 떨게 되는 순간이다. 앳된 미싱사 누나, 위장취업한 대학생, 시위대들 끌려가서 고문 당하다 죽거나 스스로를 불태우거나 어차피 결과는 죽음이었다. 죽고 또 죽고 이렇게까지 죽었나 싶은 의문이 드는 순간, 너와 나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순간 소설은 끝났다. 2인칭으로 쓰인 작품인데 결과적으로 나의 이야기 인듯한 감동.....
이제 공권력? 변호사, 혹은 법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좀 내려놓아도 되겠다 싶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약자들의 사연이 담긴 서류 가방을 들고 법정에서 약자 1, 약자 2, 약자 3을 위해 변호해 준다면.....
작가의 첫 책 만큼 설레는 순간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작가의 첫 책에는 그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계긴 미스터리》 신인상 심사평에서 나의 한이 편집장님이 누누이 강조한 문장이 있다. 응모해번 적 없는 나도 외우다시피 하는 문장!!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문학일지라도 문학성을 갖추라는 말!!! 독자로서 종종 느끼는 부분인데, 불과 2022년에 당선된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미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문장이었다. 다음에는 작가의 장편을 읽어보고싶습니다.... (변호사 말고 작가 김형규 님 더 아래로, 더 깊이, 더 약한 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기를 바랄게요. 흉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신이라는 것을...)
덧. 함께 보내주신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 잘 읽었습니다. 한이 편집장 심사평과 백휴 작가의 장편연재, 《미스터리란 무엇인가》박인성 평론가, 공원국 작가《신화인류학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 황세연 작가 《트릭의 재구성》코너 보려고 구독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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