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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미시시피 미시시피』진실은 25년이라는 시간속에 감춰져 있었다.
"『미시시피 미시시피』진실은 25년이라는 시간속에 감춰져 있었다." 내용보기
한 사람이 인생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평생 살아가고 있는 고향 마을에서 감옥 아닌 감옥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그 삶은 과연 행복할까. 평생 살아온 곳에서 자신을 누군가의 살해범으로 알고 있다면, 더군다나 이십여 년을 그렇게 취급받아왔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그 곳을 떠나고 말리라. 또다시 다른 여학생이 실종되었고, 그 여학생의 용의자로 취급받고 있다면?   이십여 년 전
"『미시시피 미시시피』진실은 25년이라는 시간속에 감춰져 있었다." 내용보기

한 사람이 인생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평생 살아가고 있는 고향 마을에서 감옥 아닌 감옥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그 삶은 과연 행복할까. 평생 살아온 곳에서 자신을 누군가의 살해범으로 알고 있다면, 더군다나 이십여 년을 그렇게 취급받아왔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그 곳을 떠나고 말리라. 또다시 다른 여학생이 실종되었고, 그 여학생의 용의자로 취급받고 있다면?

 

이십여 년 전 신디 워커 실종사건의 용의자이자 며칠 전 발생한 티나 러더포드 실종사건의 새로운 용의자인 래리 오트를 보자. 자신은 진실을 말했다고 이십여 년을 말해왔지만 마을의 보안관은 이제 털어놓으라는 식의 말을 뱉는다. 래리 오트는 이곳 미시시피 샤봇에서 계속 살아오고 있는 마을의 토박이이다.

 

그리고 현재는 경찰관, 과거에는 래리 오트의 하나 밖에 없는 친구였던 사일러스 존스가 있다. 그는 주로 '32'로 불리운다. 그리고 흑인이다. 그래서 사일러스와 래리는 아무도 보지 않는 숲속에서 우정을 나눴다. 아버지의 공기총을 가지고 놀았고, 숲 속의 나무 위에 앉아 이야기를 했었다. 밖에서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는 아는 척도 잘 하지 않았다.

 

마을의 부자인 신디 러더포드가 실종되었고, 경찰들은 래리 오트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래리 오트는 자기 집에서 익숙한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총에 맞았다.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그는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트럭으로 학교에 태워다 주시는 아빠와 함께 길거리에서 외투도 없이 떨고 있는 한 흑인 모자를 태워주었고, 사일러스를 처음 만났다. 사일러스는 자기 가족의 땅 깊숙하게 자리잡은 난방도 되지 않는 오두막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시카고로 오랜동안 떠나있었던 사일러스는 고향같았던 이곳 샤봇으로 돌아와 경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래리로부터의 전화연락을 모른척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십여 년 전의 일들을 기억하기 싫었고, 이제는 래리를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래리는 예전과 똑같이 친구가 없었고, 약간 독특했다.

 

 

마을 사람들은 '괴물 래리'의 총상이, 래리 자신이 쏘았을거라고 믿었다.

이십오 년을 신디 워커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살아온 래리에게 누구하나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고, 당연이 그가 자살을 시도했을거라고 생각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언뜻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 먼저 떠올랐다. 마크 트웨인이 말한 미시시피에서는 톰 소여의 모험을 다루었었다.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그 책에서는 그다지 느낄수 없었던 반면에,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에서는 흑백 갈등을 다루었다. 흑인과 백인이 서로 모른척하고 서로를 피해다녔지만, 아이들의 우정에는 그런 갈등이 없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의 경우도 그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것때문에 비밀로 했고, 조심스러워했다.

 

래리에게 총을 쏜 사람은 누구일까.

래리가 총에 맞아 병원에서 의식이 없을때도 사일러스는 래리의 병실에 가본적이 없었지만, 래리의 집에서 닭들의 모이는 매일 챙겨주었다. 또한 병실 밖을 지키는 일도 먼저 하겠다고 했으며, 자신이 묻어두었던 진실을 찾아가고자 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던 이와 그 시간들을 기다려왔던 이. 또한 드러난 진실들은 자신이 친구라고 믿었고, 친구에게는 진실을 털어놓고자 했으나, 한 사람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음으로 인해 사건이 어느 정도로 커져 버렸는지 모른다.

 

우리는 어떠한 진실을 꼭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반면에 그 진실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자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둘은 우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걸 표현하기 어려워 했던 건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흑인과 백인처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멀리해야 했을때, 더한 진실이 숨어있음을 눈치챘을때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감추고 싶은 진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진실들.

하지만 그들은 이십오 년 만에야 서로에게 진실을 터놓게 되었다. 서로에게보다는 한 사람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인해서 일수도 있겠다. 서로를 향한 화해와 우정을 확인하는 일이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게 마음을 써주는 일들이 그랬다. 이제 그들은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 보리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4.03.10. 신고 공감 8 댓글 11
리뷰 총점 종이책
사건의 진실이 묻히게 된 원인과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사건의 진실이 묻히게 된 원인과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내용보기
오랜 세월 감옥형을 살다 뒤늦게 무죄로 판명돼 방면되는 사람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분명 자신을 포함한 몇 명의 사람은 그 혐의없음을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거나 상황을 외면함으로써 억울한 이로 하여금 지난한 무고의 세월을 보내게 한 것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주. 그 곳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이
"사건의 진실이 묻히게 된 원인과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내용보기

오랜 세월 감옥형을 살다 뒤늦게 무죄로 판명돼 방면되는 사람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분명 자신을 포함한 몇 명의 사람은 그 혐의없음을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거나 상황을 외면함으로써 억울한 이로 하여금 지난한 무고의 세월을 보내게 한 것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주. 그 곳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이 백인아이를 놀리고 괴롭히는, 흔히 알고 있는 내 상식을 벗어나는 거꾸로 인종차별이 대수롭잖게 행해지고 미국의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와 지독한 가난을 짊어진 지역이다. 두 주인공 래리와 사일러스는 어린 시절 사회와 어른들에 의해 심어진 금기를 깨고 그들만의 우정을 숲속에서 몰래 쌓지만 마음속으론 가끔 서로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둘의 관계는 래리가 사일러스에게 던진 한마디 말과 그와 데이트 후 실종된 신디 워커의 사건 이후 한없이 멀어지게 된다.



래리는 흑인들이 느끼는 분노는 백인들이 자기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당신들이 먼저 잘못했잖아'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백인이 흑인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선물을 주고 심지어 거처까지 마련해준다면, 흑인들은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 p.139



실종된 신디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다는 정황증거와, 진술이 헛점투성이란 이유로 사실상 납치, 강간, 살해용의자로 치부되어 25년간 샤봇 마을 사람들과 그 지역 카운티 전체에서 소문난 '괴물'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래리. 손님하나 없는 무늬만 정비소를 운영중인 그에게 친구라곤 매일 아침 모이를 주는 닭들과 가끔씩 자신을 염탐하는 수사관 프렌치, 그리고 책장 속의 수많은 책들뿐이다. 그는 어릴 때 자신의 엄마 이나 로트가 그랬던 것처럼 매일 기도한다. 진정한 친구를 보내주시고 정비소에 손님이 오기를, 그리고 내일도 요양원에 있는 엄마의 정신이 맑아 있기를... 


2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친구 사일러스가 경찰이 되어 돌아온 고향 샤봇에서 대지주의 딸 티나 러더포드양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지난날 신디 워커의 실종사건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의심의 눈총은 또다시 래리를 향하게 된다. 한편, 누군가에게 총상을 당해 중환자실에 있는 래리는 회복 후 즉시 경찰의 추궁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용의자 신분의 래리와 그의 친구인 순경 사일러스의 재회는 불가피하게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사일러스는 래리를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는 반면 묘한 죄책감을 느끼고 요양원에 있는 래리의 어머니에게 지극정성을 다한다. 그에게 외투를 적선하듯 던져주던 그 옛날 이나의 모습은 이제 죽음만을 기다리는 힘없는 치매환자의 모습으로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듯 하다. 그리고 경찰과의 심문 중 사일러스의 입을 통해 밝혀진 25년 전 '그 날'의 또다른 신디워커의 행적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고 그 동안 래리를 사건의 범인으로 낙인찍었던 사회를 향한 분노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 책임여부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두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과 사건묘사가 치밀하게 구성된 이 소설은 순수문학과 스릴러의 중간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범인이 누구인가를 쫓아가는 시선에만 치중하지 않고 인종차별과 가족, 십대 소년들의 우정, 지역사회의 안일함과 편견, 그리고 범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등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비판하고 분석하는 진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인 톰 프랭클린은 책의 말미에서 역시 정비공의 아들이었던 자신이 좋아하는 스티븐 킹 작가류의 소설과 함께 단편적인 경험과 학창시절의 기억, 에피소드등이 래리 오트라는 백인 주인공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갈수록 동일시되어갔다고 고백하고 있다.


과연 내가 사일러스라면 뒤늦게라도 오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을지, 혹은 래리였다면 티나 실종사건에 대해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느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의 리뷰를 쓰는 것이 익숙치 않은 나로썬 장르소설의 성격까지 띠고 있는 이 책의 이른 바 지뢰(스포)를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작품의 완성도와 깊이를 한정된 공간안에서 전달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은 최대한 속도를 붙여 단숨에 읽어 나가면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밀려드는 여운과 훈훈한 마무리에 한동안 잠 못 이루게 될 것이다. 어쩌면 래리에게 깊은 감정이입이 되어 배갯잇을 흠뻑 적시게 될지도.



앤지는 식탁에 백합 꽃다발을 올려놓았고, 과일이 가득한 바구니와 계피향이 나는 초를 올려놓았다. 래리는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냉장고에 먹을 것도 가득 채워놓았다. 맥주 두캔은 치우고, 대신 말라의 핫도그를 쟁여놓았다. 래리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일러스가 위성TV도 설치했다. 래리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일러스는 한 팔로 트랙터 운전법을 독학한 후 신선한 풀이 가득한 풀밭으로 닭들을 데려갔고, 닭들은 스무 개가 넘는 계란을 낳아놓았다. - p. 474








리뷰 총점 종이책
미시시피 미시시피. 혼자만의 세계에서 괴물의 탈을 쓰고 25년
"미시시피 미시시피. 혼자만의 세계에서 괴물의 탈을 쓰고 25년" 내용보기
괴물 래리로 불리는 백인 소년이 있다.흑인을 노예로 삼고 차별하던 백인들이 수적 열세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때로 상황은 반전된다. 약한 마음과 소심한 성격까지 보태어 지면 소수 내에서조차 따돌려진다. 그 땐 그랬다. 남자는 강해야 했다. 2백만제곱미터에 달하는 많은 땅을 토착 인디안에게서 무침히 빼앗아 대대손손 부를 누리는 오트가의 후손이라면,
"미시시피 미시시피. 혼자만의 세계에서 괴물의 탈을 쓰고 25년" 내용보기

괴물 래리로 불리는 백인 소년이 있다.
흑인을 노예로 삼고 차별하던 백인들이 수적 열세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때로 상황은 반전된다. 약한 마음과 소심한 성격까지 보태어 지면 소수 내에서조차 따돌려진다. 그 땐 그랬다. 남자는 강해야 했다. 2백만제곱미터에 달하는 많은 땅을 토착 인디안에게서 무침히 빼앗아 대대손손 부를 누리는 오트가의 후손이라면, 옹맹하고 기개있고 남성다왔어야 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은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래리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났고, 그의 시련의 원천은 가족인 아버지에게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흑백 평등의 정책으로 인한 백인 소년의 흑인 다수 학교로의 학군 변경은 시련의 도화선이었다.
 
그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였다. 나도 그들 속에 있고 싶어. 외톨이의 마음이 들린다. 따돌림을 만회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노력이 그들 그룹의 재미, 심심풀이라는 이용가치와 만나 번번히 실패하고, 점점 더 고립되어가다가 결국 사회로부터 완전한 매장을 당한 건, 강간 살인범이라는 부당한 누명을 벗길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래리가 강간협박했다고 의심받는 백인 소녀 신디와는 애초에 사회적으로 교제가 허락되지 않은 흑인 사일러스였기 때문이었다. 소년의 마음을 날아 오르게 했던 소녀 신디의 데이트 신청. 그게 사실은 흑인 소년 사일러스를 만나기 위한 도구였음을 알았을 때조차, 그는 날아오르던 마음 어디 둘 곳이 없었다. 하지만 흑인 소년 사일러스는 백인 소녀가 행방불명되고 한 때는 친한 친구였던 래리가 살인범으로 지목되었을 때, 자신이 그녀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사람이라고 나서지 못했다. 그는 잊고 지냈다. 25년간. 여린 소년이 살인범으로 지목된 채 작은 마을에서 25년간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그대로 맞으며 피를 철철 흘리는 동안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간 그 긴 25년 동안. 래리의 혐의를 벗겨줄 단 한 명, 따돌림 래리의 비밀친구였던 단 한 명은 그곳을 벗어났다. 피하면 잊어질까. 잊어졌다. 잊기 위해 떠났으니까. 가난과, 차별을 잊고 딛고. 홀로 서기 위해. 그리고 잊기 위해.

 

짐승을 포획하듯 사람을 잡아다가 사고 팔고 부리고 죽이던 것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인종문제의 역사는 백인들이 흑인들을 '짐승'처럼 길들여 노동력으로 쓰다 버리면 되리라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집단 피해의식과 복수심을 심어 놓았단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고, 가해와 피해는 상호간 꼬리를 물며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그게 아니다. 흑인과 백인, 가해와 피해, 핍박과 학대 그것이 낳은 고리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잔인한 인간성의 확인, 대를 잇기를 반복하는 동안 스며들어간 소름끼치는 갈등과 결핍의 역사 이다. 인간이 인간을 배척하는 것. 폭력 못지 않게 잔인했다.

 

깊은 심연, 아무것도 들리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 깊은 어둠 같은 것일까. 사회적 고립이란 것은. 어른도 견디기 어려운 그 소외의 시작은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부터였고, 그렇게 25년을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혼자만의 세계에서 바깥 세상을 동경해야만 했다. 때때로 그를 향한 비난의 손가라질과 훼손과 폭력만이 그를 세계로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경계였으니, 주인공 래리에게 이제 사회는, 우리에겐 그저 지랄맞고 개떡같은 사회란 것은, 자신과 무관한 것, 자신이 인내하고, 참고, 꿈을 꾸듯 부러워하며 그냥 바라 보아야 하는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소외되었을 때의 고통을 이 책은 나긋나긋하게 전달한다. 주말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고립된 자신만의 섬에서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한 채로 25년간,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을 그대로 숙명처럼 두껍게 덮어쓰고 비난의 화살을 온 영혼으로 묵묵히 받으며 살아간 소년 래리 속으로 깊게 함몰되어 갔다. 그는 억울한 누명을 항변하거나 저항할 만큼의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쏜 자가 죽어 라고 말했을 때, 자신이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래리는 그를 용서하고 싶어졌다. 괴물은 모두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중략. "죽어" 남자가 다시 말했다. 래리는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22

 

꼬질꼬질한 백인 남자 월리스가 꼬마였을 때, 자신의 집에서 물건을 훔쳐내거나 뒤적거리던 아이가 자라, 맥주를 들고 자기를 찾아 오는 이유를 래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까. 월리스가 자신을 연쇄살인범이라 믿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몇십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와 대화를 나눈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작은 항변조차도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사회를 알고 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실을 떠드는 일이 가치없다는 것과, 가치없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럼으로써, 그냥 그대로 연쇄살인범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을.
 

래리는 외로움도 일종의 단식이라는 것을, 그토록 오랫동안 영양분을 섭취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초라하고 맛이 없는 음식이라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자기 몸이 얼마나 먹을 것을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굶주리고 있으면서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P.323

 

나는 래리가 왜 그 곳 미시시피를 떠나지 않았을까 초반부터 그게 답답했다. 70년대라면, 그가 진짜로 설사 연쇄살인범이라고 하더라도 새출발을 하고 싶다면 그곳을 뜨고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살다보면 과거는 잊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왜 그 미시시피 남부 어두운 숲을 떠나지 않았을가.  배척당하며 소외당하며 살다보니, 자신의 존재는 어디엘 가든 환영받지 못하고 떠돌 것이란 걸 알았을까. 그는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데이트를 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던,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신디를 기다렸고, 흑과 백의 명암 속에 다른 운명을 살아간 그의 형제를 기다렸다.

 

바깥 하늘에서는 번개가 쳤다. 베란다에서, 거실에서, 장작이 파닥거리는 벽난로 앞에 앉아 방송 채널이 세 개 밖에 없는 tv를 보면서 그토록 기다렸는데, 정비소에서, 아버지가 쓰던 낡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똑같은 책을 읽고 또 읽으며 기다렸는데, 아버지 트럭을 타고 집과 정비소 만을 오가며 평생을 기다렸는데, 사이러스와 신디가 돌아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동안 사이러스는 스파이크화를 신고 세상을 방랑하고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신디는 세실만 아는 곳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P408

거짓말이 반복되면 거짓말이 진실이 된다. 취조실에서 형사의 상상력으로 조작되는 사건의 내막은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속에서 어쩌면 내가 그랬을 지도... 얼른 이 지겨운 취조실을 빠져 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서명을 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괴물의 가면 속에서 바깥 세상을 보아왔던 래리는 자신을 괴물로 믿었는지도 모른다.  괴물의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것이 편했을런지 모른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모두에게서 배척당하며 살아온 터라 다른 사람들의 악행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게 된 건지도 몰랐다. 그러면서 남들이 생각하는 자기를 믿기  시작한 건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P414

그리고 월리스의 방문은 자기 자신, 신디를 살해하지도, 러더포드가의 딸을 살해하지도 않은 그저 선량한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자신을 덮어쓰고 있는 괴물이라는 가면을 쓴,  아니 괴물을 향한 방문이었다는 것을,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알게 된다. 독자들의 의문은 미스테리는 이제서야 풀린다.  가면의 의미와 월리스와 래리와의 관계의 실마리. 월리스를 용서하고 싶다고 했던 래리의 마음을 이제서야 읽는다.
 

우린 둘다 외로운 처지였어요. 래리가 말했다. 애초에 그래서 나를 찾아 왔던 거겠죠 그 친구는 존경할만한 사람이, 아버지나 삼촌 같은 존재가 주변에 한명도 없었어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래서 나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438

줄리안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30년? 40여년전의 자신의 악의적인 편지 한통이 낳은 친구와 가족들의 비극적 인생을 마치 맹인과도 같이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아무도 아무의 기억을 알 수 없는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줄리언반스의 토미는 에이더리언에게 해댄 온갖 악의적 저주의 편지를 수십년동안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그 편지가 일으킨 파급은 두 사람의 집안을 송두리째 파멸시켰다. <미시시피 미시시피>에서 사일러스는 자신이 래리에게 한 행동을 25년간 기억 저편 속으로 가두어 버렸다. 기억에서 그냥 지워버리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기억은 그렇게나 속편하다. 기억은 언제나 자기 편이고, 기억은 언제나 자기를 위해 편리하게 조작된다.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말끔히 씻어 없어지는 것이 망각이다.

지나간 날들 위로 한 해 한 해가 새로이 쌓여 가지만,  그 옛날은 아직도 그 안에 있다. 나무의 가장 처음에 생겨난 가장 단단한 나이테처럼 험한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장 깊은 곳 어둠속에 숨어 있다. 그러나 톱이 비명을 지르며 파고 들어 오면 나무는 쓰러지고 나이테는 태양에 그대로 드러나며 수액이 반짝이고 그루터기는 온 세상이 다 볼 수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440

사일러스는  그동안 부정하고 회피해온 진실과 온전히 마주하고 나서 한층 성장해 있었다.  

 

진실 때문에, 진실을 말해 버리고 나니 완전히 녹초가 된 느낌이었다. P446

출생의 비밀 코드. 이것은 흑과 백의 운명과도 같다. 애초에 책벌레 래리가 아버지를 기뻐하게 만들만큼 힘세고 강한 아들이었거나, 근육질의 운동선수 사일러스가 백인이었거나 그렇게 원하는 유전인자만 가졌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게다. 이백만평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지를 물려받고도 25년간 혼자만의 감옥 속을 살아왔던 래리에게도, 추운 겨울 외투도 없이 등교를 위해 남의 차를 얻어타기 위해 길바닥에서 떨어야 했던 사일러스에게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결핍의 근원이었다.

 

아버지랑 함께 사는게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래리가 물었다. 아니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사일러스가 인정했다. P447 

왜 아버지들은 아들들에게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 모양일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g******1 2014.03.10. 신고 공감 6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미시시피 미시시피
"미시시피 미시시피" 내용보기
이 책이 기존의 관습과 가장 거리를 두고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미시시피 주의 인종비율에 있다. 원래 미시시피라고 하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시작되는 유년기의 추억이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 <미시시피 버닝>으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과정을 밟게 되어 있으나, 미국의 51개 주 중 흑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답게 부유한 백인과 억압받고 착취 받는 흑인이라는 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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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기존의 관습과 가장 거리를 두고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미시시피 주의 인종비율에 있다. 원래 미시시피라고 하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시작되는 유년기의 추억이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 미시시피 버닝으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과정을 밟게 되어 있으나, 미국의 51개 주 중 흑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답게 부유한 백인과 억압받고 착취 받는 흑인이라는 갑을 관계를 뒤집은 역전현상이 꽤나 인상적이다.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숫적으로 열세다보니까 뒷감당할 자신 없으면 깜둥이라고 입을 놀리지 말아야한다. 이제까지 이런 동거관계는 없었다.

 

 

소설의 배경은 미국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 샤봇이다. 평생 마을을 떠난 일 없는 백인 토박이 래리 오트에게는 모두가 쉬쉬 하지만 뒷담화 꺼리가 될 만한 치명적 비밀이자 약점이 있다. 20여 년 전 고등학생이었을 때 래리와 데이트 하러 나갔던 동급생 신디 워커가 실종되어버린 것. 혼자 돌아온 래리를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었다. 알리바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부잣집 여대생 티나 러더포드가 실종되는데 또 다시 의심을 받는 래리는 자살시도같이 보이는 총상을 당한다. 누가 봐도 신디 실종사건과 티나 러더포드 사건은 동일한 선상에서 동일한 용의자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면서 온갖 냉대와 멸시, 거의 투명인간이나 괴물 같은 존재로 취급받았던 고통의 세월들이 계속 힘들다.

 

 

래리에겐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사일러스 존스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 경찰이 된다. 사일러스는 흑인이다. 현재는 그나마 개선되었을지는 몰라도 어린 시절 백인과 흑인이 친구가 되어 어울린다는 것은 금기였다. 마초였던 래리의 아버지, 누구에게도 의지 않고 억척같이 아들을 키웠던 사일러스의 엄마, 짧았던 우정은 그렇게 종결되고 각자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 동안 만나지를 못했는데 2건의 실종사건은 피해자들이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제 늦기 전에 사건의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진 관계의 회복이 시급했다. 그렇게 인종 간 문제해결, 우정, 용서와 화해의 여정이 수묵화처럼 마음속으로 잔잔히 스며들어오는 동안 래리는 정말 어눌하지만 오해 때문에 받은 상처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마음가짐에서 분노와 일탈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진실이 좀 더 일찍 고백을 하였더라면 무거운 짐을 덜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혜택을 제때 누리지 못했던 래리가 너무 불쌍했다. 한 번 덧씌워진 오명은 오물이 되어 평생 씻기지 않는 악취가 되어 괴롭히겠지.

 

 

이제는 미스터리계열과 순수문학의 장르융합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졌다. 두 사람의 심리를 번갈아 보여주는 동안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인내하고 용서할 수 있겠는가가 될 것이다. 대신 미스터리는 상당히 취약하다. 서스펜스라고 할 만한 꼭지점도 없이 거의 심증에 의해 단숨에 매듭을 풀어버렸다. 이 순간만을 위해 그 많은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했던가, 라는 불편한 의구심이 질타로 연결되어 버린다. ​​

 

그래서 느슨함과 안일함이 장르적 쾌감을 원천봉쇄 했단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블평은 여기까지이다.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드라마적 요소에 모든 정서적 공감이 물처럼 흐르며 관통한다.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졌던 한 남자가 마침내 구원을 받아 광명을 찾는다는 결말에 늦은 시간 책을 다 읽고 나면 잠자리에 누워 비로소 단꿈 꾸는 것을 허락받는다. 그것으로 보상받으라.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만나라고~~~



q****5 2014.03.07.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너무 늦지 않아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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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지난날 잘못을 뉘우치고 아쉬워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고 올바른 쪽으로 가게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을 소설에서는 조금 쉽게 해준다. 아니 그렇게 쉬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 소설에 흐르는 것은 슬픔이다. 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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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지난날 잘못을 뉘우치고 아쉬워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고 올바른 쪽으로 가게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을 소설에서는 조금 쉽게 해준다. 아니 그렇게 쉬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 소설에 흐르는 것은 슬픔이다. 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슬픔을 느꼈다. 사람은 슬픈 짐승이라는 말도 있던가. 오랫동안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홀로 지내다보면 사람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이라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 생각 그리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볼 때, 글로 나타나는 그 사람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찾아온 걸로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것을 이용했다. 처음부터 친구가 되려는 마음 따위 없었다. 그저 ‘괴물 래리’가 어떤지 보러온 것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 마음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 내가 알고 싶어하는 사람 마음은 책속에 나오는 사람 마음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책에 나온 말을 보고도 잘 모를 때 있다. 그럴 때는 ‘나는 왜 이렇게 모르지’ 하기도 한다.

지금이 몇 년인지 나오지 않고, 지난날은 1979년과 1982년으로 나온다. 이것은 왜 그럴까. 1979년은 래리와 사일러스가 만난 해고, 1982년은 래리 이웃에 살던 신디 워커가 래리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사라져버린 때다. 먼저 래리는 친구가 없고 어릴 때는 말더듬이에 천식을 앓았고 책읽기를 좋아했다. 사일러스는 흑인으로 엄마와 북부에서 살았는데 남부에 오게 되었다. 미시시피 주 샤봇에. 래리와 사일러스는 숲에서만 친하게 지냈다. 학교에서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백인과 흑인이어서. 래리는 아버지 때문에 사일러스와 싸우게 되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서 사일러스와 사이가 멀어진다. 신디는 래리가 혼자 좋아하던 여자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디가 래리한테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신디는 래리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래리가 솔직하게 말해도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래리가 신디를 죽이고 시체를 어딘가에 묻었다고 의심했다. 작은 마을이어서 이런 소문은 금세 퍼졌다. 래리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정비소를 하던 아버지는 거의 날마다 술을 마셨다. 한해 뒤 래리는 군에 들어갔다. 얼마 뒤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래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래리는 군에서 정비사 자격증을 따서 아버지 정비소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곳에 손님은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래리는 날마다 정비소 문을 열었다.

래리 아버지가 죽었을 때 래리가 집에 돌아온 것은 엄마한테 치매가 나타나서다. 지금 엄마는 요양원에 있다. 그리고 얼마전에 대학생 티나 러더포드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또 래리를 의심했다. 신디 워커 때문에. 예전에 래리가 의심을 받았을 때 다른 곳으로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살던 곳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일러스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가 경찰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게 반가웠던 래리는 사일러스한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사일러스는 반가워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잘못하면 반대로 화를 내기도 한다. 사일러스가 래리를 차갑게 대한 것은 자신한테 잘못이 있어서였다. 래리가 어렸을 때 사일러스한테 바로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사일러스는 그것을 받아들였을까. 둘이 다시 친구로 지냈다면 신디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래리는 학교에서 따돌림 당했다. 신디 일이 있고는 마을에서 따돌림 당했다. 그런 일이 있는데도 그곳에서 그냥 살다니. 나라면 괴로워서 못 살거다. 그곳을 떠나든지,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밝히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래리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 이것은 정말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래리는 티나 러더포드를 강간하고 죽인 의심을 받았다. 왜 소설을 보는 사람은 그 일을 한 게 래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하고 소설속 사람은 모르게 할까. 답답하게 말이다. 사일러스는 용기를 내서 1982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한테 말한다. 그 말을 이제야 하다니, 아니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다. 래리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이라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다른 사람이 자꾸 했다고 하면 그것을 믿게 되는 걸까, 모르겠다. 말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는 말하지 않은 걸지도. 그래도 래리는 누군가와 친하게 되기를 바랐다. 자기를 이용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한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닐까 했다. 래리가 그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걸까. 사일러스가 좀더 빨리 래리와 말을 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생각해도 벌써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구나. 앞으로를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어떤 책(래리는 스티븐 킹 소설을 즐겨읽었다)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책속에 나온 일을 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래리는 책 때문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냥. 다행하게도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래리한테는 이제야 친구가 생겼다. 친구, 오래전부터 래리는 자기한테 친구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앞으로는 래리가 덜 쓸쓸하겠다. 정비소에는 손님이 찾아올까. 이야기가 조금 슬프기도 했지만 마지막은 슬프지 않았다.



희선




☆―

“넌 나한테 친구였어, 래리.” 사일러스가 말했다. “내가 너한테 친구였는지는 모르겠어.” (390쪽)


“내가 조언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한마디하자면, 둘이 진작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싶군.” 프렌치가 말했다. 그가 손목 벨트를 집어 들었다. “오늘 밤엔 다시 매고 있어야겠어. 내일은 풀 수 있으면 좋겠군. 다시 차는 일 없이 영원히.” (439쪽)


n***8 2014.06.15.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미시시피 미시시피 / 톰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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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SSIPPI MISSISSIPPI M,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humpback, humpback, I. “엠,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곱사등, 곱사등, 아이” 남부 지방 어린이들이 미시시피의 철자를 외우는 요령이고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가 이 책의 원제목이다. <미시시피 미시시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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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SSIPPI MISSISSIPPI

M,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humpback, humpback, I. “엠,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곱사등, 곱사등, 아이

남부 지방 어린이들이 미시시피의 철자를 외우는 요령이고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가 이 책의 원제목이다. <미시시피 미시시피>라는 제목만으로도 떠 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뜨거운 날씨, 도회적이지 않은 목가적인 풍경 그리고 흑인, 백인이라는 주종의 관계와 차별이라는 아픈 세월...

그것과 더불어 어린 아이들이 그 철자를 외울때 읊조리는  반복되는 단어로서의 제목에서는 아직 그런 아픔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이야기.. 아니 어쩌면 아이들이기에 더욱 상처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지 일단 살짝 겁이 났다.

얼마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12년>도 떠 오르면서 마음 아픈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시시피주의 작은 마을 샤봇.. 그리고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비소에 나가 아버지를 도와드리는 것이 제일 즐거운 일인 래리,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스티븐킹의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래리.. 그렇기에 외톨이였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시카고에서 온 흑인소년 사일러스를 알게 되고 아버지 소유의 오두막에서 엄마와 생활하고 있는 사일러스를 자꾸 신경쓰게 된다. 아버지의 소총을 가져주기도 하고, 사일러스의 야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또 자기가 읽은 스티븐킹의 소설을 재미있게 이야기도 해주며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그들의 순수한 우정이 그대로 받아드려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사회적인 관습과 어른들의 간섭으로 금이 가고 만다.

그러던 중 발생한 신디 워커 실종사건..

마침 래리와 데이트를 한 그날 실종이 되었고 래리는 용의자로 지목을 받지만  래리는 범행을 끝까지 부정했고 그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기에 구속되지 않고 풀려나게 된다. 그러나 그 좁은 마을에서 이미 래리는 신디를 강간하고 살해해서 어디에 묻어버린 살인마. 괴물 래리로 통하게 된다. 집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정비소를 오가지만 그를 찾는 손님은 한명도 없었고 그렇게 그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샤봇에 또 다른 실종사건이 일어나고 래리는 자연스럽게 범인으로 지목이 되지만 누군가의 기습인지 아니면 자살인지 알 수 없는 총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20년만에 사일러스는 경찰관이 되어 이 마을로 돌아왔다. 래리의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그를 만나는 것을 피하는 듯 하다. 그의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나자는 제의도 거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알게된 래리와 자신과의 비밀.. 그는 드디어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어린 래리와 사일러스 그리고 지금은 살인 용의자와 경찰관으로 만나게 된 그들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의 구성은 그 다음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래리나 사일러스의 맘속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충분히 있었음을 느끼면서 책을 읽으며 안심이 되는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모두가 래리를 살인마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사일러스는 묵묵히 래리의 집에 들러 닭의 모이를 주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돌보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로 그 신뢰를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나타태고 있는 것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실종사건. 그리고 용의자.. 누가 보더라도 누명을 쓰고 있는 듯한 그리고 그 누명을 벗겨 주고 싶은 옛친구..

일반적인 추리소설로 보자면 흥분하기도 하고 극한 표현을 써가면 어떤 사건이나 단서를 부각시켜 흥미를 유발하는 그런 진행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속에서는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래리조차도 억울함으로 분노하거나 자신의 무죄를 위해 큰소리를 내지 않고 덤덤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마치 언젠가는 다 알게 될거야.. 하는 모습으로..

사일러스 또한 래리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이렇듯 그의 주변을 돌보며 과거에 대한 나름대로의 속죄(?)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 또한 비굴하다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실종사건이라는 것을 부각시킨 미스테리물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래리와 사일러스의 성장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지나간 날들 위로 한 해 한 해가 새로이 쌓여가지만, 그 옛날은 아직도 그 안에 있다. 나무의 가장 처음에 생겨난 가장 단단한 나이테처럼, 험한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장 깊은 곳 어둠속에 숨어 있다. 그러나 톱이 비명을 지르며 파고 들어오면 나무는 쓰러지고 나이테는 태양에 그대로 드러나며, 수액이 반짝이고 그루터기는 온 세상이 다 볼 수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p440)

그렇다. 지나간 일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들이 그 위로 하나 하나 쌓여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그들이 함께 했던 진심을 사라진 것이 아니었기에

물리적인 사건을 계기로 그것들은 들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모습을 들어낸 그들의 그루터기..그곳에서 또 다른 나이테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흐뭇함으로 이 책을 덮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래리는 사일러스의 고물차의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부품을 사오라고 전화를 해야겠다고 맘을 먹고 방마다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가 마지막 램프를 끄고 잠을 청한다.

어느때보다도 깊고 달콤한 잠을...

오랜 세월을 돌아 마침내 그에게로 찾아온 그 편안함을 나도 같이 공유해 본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4.03.18.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꼬부랑글자 속에 숨겨진 이야기『미시시피 미시시피』by 톰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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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어 나갔는지 모르겠다.  갈무리해 둔 부분도 없이 읽어내려갔고, 읽은 후에 그냥 멍하게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짠하다는 표현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밑에서 올라오는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울컥하고 무언가 넘어오는것을 조심스럽게 밀어넣는다.  이 남자의 인생이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데, 왜 그토록 오랜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었을까?
"꼬부랑글자 속에 숨겨진 이야기『미시시피 미시시피』by 톰 프랭클린" 내용보기

  어떻게 읽어 나갔는지 모르겠다.  갈무리해 둔 부분도 없이 읽어내려갔고, 읽은 후에 그냥 멍하게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짠하다는 표현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밑에서 올라오는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울컥하고 무언가 넘어오는것을 조심스럽게 밀어넣는다.  이 남자의 인생이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데, 왜 그토록 오랜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었을까?  어린시절 이 남자가 당했던 일들이 그 긴 인생을 따라 다녔을 것이고, 어느 순간 나는 바위처럼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자의 삶이 아닌 어린아이였을 그 사람, 그 사람에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내 아이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먹먹하고 안타까움에 그냥 그렇게 책만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래리의 이야기, 사일러스의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의 이름은 래리 오트, 샤봇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마을의 토박이. 그리고 20여 년 전 신디 워커 실종사건의 용의자이자 8일 전 발생한 티나 리더포드 실종사건의 새로운 용의자.  또 다른 사내는 사일러스 존스, 별명은 '32'. 인구 500명에 불과한 미시시피 주 샤봇의 유일한 경찰관.  20여 년 전 래리와 우정을 나눈 그의 유일한 친구. 그리고 흑인... ' (책 소개글 중에서)

 

  인구 500명에 불과한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 샤봇.  20여 년 전 래리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들려오는 곳. 고등학교 시절 래리와 데이트를 나갔던 동급생 신디 원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마을 사람들은 래리를 의심하지만 래리는 별다른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한상태였기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래리를 자신들의 무리에 들여놓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살인마에 괴물이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남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8일 전 사라진 여대생 티나 리더포드.  래리 오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발생한 래리의 자살시도.  래리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사일러스 존스 만이 래리에게 다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유일한 한 남자, 사일러스 존스.  그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미시시피는 미국의 51개 주 중 흑인의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비옥한 환경으로 면화 산업이 크게 발달한 도시란다.  그리고 그만큼 흑인 노동려이 착취당했던 주이고, 지금까지 가구 1인당 평균 연간 소득이 가장 낮은 주로 되어 있다.  흑인 대통령이 나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인종간의 문제는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고, 20여 년, 아닌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전 백인과 흑인이 친구가 되어 어울린다는 것은 금기였다.  항상 친구를 원했던 래리에게 사일런스는 기적같은 친구였다.  그 둘의 사이를 아무도 몰랐을 때 까지는 말이다.  무서웠던 래리의 아버지와 혼자 사일러스를 키우던 사일러스의 엄마.  사일러스의 엄마를 냉냉하게 바라보던 래리의 엄마.  짧은 우정은 래리에 입에서 튀어나온 '깜둥이'라는 말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리고 또 다시 래리는 혼자가 되어버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면서도 샤봇을 떠나지 않는 래리. 여대생의 실종과 자살 시도처럼 보이는 래리의 총상. 그리고 오랫동안 마을을 떠났다가 경찰로 다시 돌아온 사일러스 존스.  이야기는 사일러스의 과거의 부스러기를 끄집어 내면서 하나씩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주기 시작한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그렇게 지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말이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때 그시절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이었으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었기에 알 수 없었던 감정들이 가끔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들어 맞을 때가 있다.  첫 데이트로 설레였고, 그것이 아님을 알고도 부인할 수 없었던 아이의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있었지만, 침묵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 하나를 깊은 절망속으로 밀어버리기엔 충분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건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고요. 이제까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당신의 경우는 참 독특한 상황이군요, 오트 씨.  지난 세월이 당신에게 어떤 세월이었을지 상상도 못하겠고.  그래도 그 몯는 시련이 이젠 끝난 것 같아서 기쁘군요." (p.465)

  지난 세월​이 어땠는지 상상도 못하는 한 남자의 문제만이 아닐것이다.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남자 역시 다른이의 아픔을 바라보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 말이다.  근본적인 잘못을 따질 수 있을까?  결국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청춘은 침묵과 무관심으로 사그라들어 버렸다.  드디어 어른이 되어버렸음에도 이들은 아이때 받았던 상처를 들추어내지 못한다.  하나씩 들추어 낼때 마다 아파하고 시려한다.  상처 끝에 만나게 되는 진실을 서로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가면을 쓰고 산 세월이 너무 오래 흘러 그 가면이 자신의 얼굴처럼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살인자, 괴물로 살아왔던 아이와, 친구였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등을 돌리면 살아왔던 아이가 이제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그 끝엔 가족이 있었다.  인종간의 갈등, 숨겨진 가족의 비밀,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한 후에 수치심, 오랜 시간 숨겨왔던 두려움, 그리고 깊은 바닥에 깔려 있던 우정과 진실. 모든것이 녹아져 있고, 꼬부랑 글자의 비밀속에 들어가는 순간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d****2 2014.03.21.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해받고 싶었던 존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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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좋았던 시절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른 하나는 지우고 싶은 시절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그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후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으면서 래리와 사일러스에게 그 시절을 돌려주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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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쯤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좋았던 시절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른 하나는 지우고 싶은 시절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그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후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으면서 래리와 사일러스에게 그 시절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소설은 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에게 일어난 일들을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여 들려준다. 래리는 소심한 성격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등교길에 아버지가 차에 태워준 사일러스 모자를 만난다. 엄마는 그들을 경멸했지만 래리는 사일러스와 친구가 된다. 어른들의 관계는 두 소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이 된 그들은 서로를 외면한다.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래리와 데이트를 하러 나간 이웃이자 고교 동창인 신디 워커가 집으로 돌오지 않는 사건인 발생한 것이다.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 래리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그의 말은 진실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그들의 삶은 그림 속의 삶처럼 그대로 멈춰버렸고, 달력의 네모 칸에 지나지 않는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저녁이면 식탁에 둘러앉아서도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식사를 했고, 누구도 음식 맛을 느끼지 못했으며, 텔레비젼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면 야구 경기를 보여주는 화면 속의 불빛만이 거실을 밝혀주고 있었고, 야구 해설위원들의 목소리와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와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아버지의 위스키 잔에서 나는 얼음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243~244쪽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래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군입대였다. 군대에서 돌아온 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흑인 소년 사일러스에게는 모든 걸 가진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래리의 삶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유령과 같았다. 그는 여전히 괴물 래리로 불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대신 정비소를 맡았지만 손님은 없었고 치매에 걸린 엄마는 요양원에 있다. 단순한 하루 일과는 어제와 완벽하게 같았다. 그러다 러더포드 목재회사의 딸 여대생 티나 러더포드가 실종되자 모두 그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래리는 총을 맞은 채 발견된다.

 

 ‘혀에서는 구리 맛이 났다. 한기가 들고 졸리며 심하게 목이 말랐다. 엄마가 떠올랐다. 아버지도. 숲 속에 서 있는 신디 워커도. 벽에 기대선 남자는 어느새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래리를 노려 보는 가면의 구멍 속에서 눈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이상하게도 래리는 그를 용서하고 싶어졌다. 괴물은 모두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1~22쪽

 

 정말 래리는 두 사건의 범인이었던 것일까? 진실을 찾는 몫은 독자이자 사일러스의 것이다. 평생을 샤봇을 떠난 래리와 달리 그는 마을을 떠나 생활하다 경찰이 되어 돌아온다. 사일러스는 티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지목한 래리가 아닌 진짜 범인을 잡는다. 그리고 어린 시절 래리의 엄마가 자신을 왜 그토록 무시했는지 알게 된다. 동료이자 연인인 엔지에게 20여 년 전 래리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디 사건의 진실도 털어놓는다.

 

 작가 톰 프랭클린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 그런지 주변 풍경과 인물 내면의 묘사가 섬세하고 탁월하다.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처럼 보이지만 소년이었던 두 남자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정말 지독한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었던 삶이다. 아니, 단 한 사람도 두 소년을 이해하고 품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래리가 요양원에 있는 엄마 대신 닭에게 모이를 주며 말을 거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거대한 비밀과 슬픔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멋진 소설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s 2014.03.21. 신고 공감 2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미시시피 미시시피
"미시시피 미시시피" 내용보기
CWA 골드 대거상을 비롯해 많은 상에 후보로 올랐을 정도로 대단한 평을 들은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 작가가 나고 자란 남부의 특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로 불리우는 남자가 여자대학생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의 이름은 래리 오트... 20년 전 고등학교 학창시절 단 한 번의 데이트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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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A 골드 대거상을 비롯해 많은 상에 후보로 올랐을 정도로 대단한 평을 들은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 작가가 나고 자란 남부의 특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로 불리우는 남자가 여자대학생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의 이름은 래리 오트... 20년 전 고등학교 학창시절 단 한 번의 데이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 남자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정비소를 물러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의 정비소를 방문하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매력적인 소녀 '신디 워커'가 영화데이트 나간 뒤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디서도 신디의 흔적은 찾을 수 없기에 인종차별도 존재하고 폐쇄적인 분위기 마을 사람들에게 래리는 괴물, 살인마, 멀리해야 할 요주의 인물로 찍히고 만다.
래리 오트의 마음에 친구라고는 흑인 사일런스​ 정도다. 어린 시절 3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통해 나눈 우정이 전부인 그가 샤봇 마을로 경찰관이 되어 돌아온다. 사일런스가 돌아오자 래리는 그에게 전화를 걸지만 사일런스 입장에서 안 좋은 추억이 있기에 래리를 멀리한다. 이런 시간이 흐르던 중 래리가 자신에게 남긴 전화 음성을 확인한 사일런스는 동료 여직원에게 그의 집 방문을 부탁하는데... 헌데 자살을 시도한 것인지 아님 누군가의 총에 맞은 것인지 래리는 가슴에 총을 맞아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를 통해 래리가 어떤 이유로 괴물, 살인자란 이름으로 살게 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흑인 소년 사일러스와의 첫 만남부터 그와 우정이란 감정을 공유하게 된 사연... 더불어 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마을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까지... 읽다보면 저절로 상상이 될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흘러버린 시간의 진실을 돌이키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알게 되고 사실로 굳어졌을 때 심리적 부담감은 엄청나다. 외면한다고 진실이 묻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당사자인 자신이 알기에... 더 늦기 전에 돌이키고 싶다. 
래리는 알고 있었을까?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그가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책과 친하고 얌전한 래리는 학창시절에도 인기 없는 외톨이나 다름없는 아이였기에... 누군가의 관심과 관계형성이 무척이나 그리웠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일런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 그에겐 무척 중요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래리, 사일런스... 두 사람의 어긋난 관계를 만든 인물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풀어야 한다.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밟는 인물과 한 번도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마음에 자리 잡은 진실의 모습을 느끼게 된 인물...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스릴러 소설이 가지고 있는 반전,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충분히 예상되는 진실과 만나게 되어도 책에 빠져 래리란 인물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의 아픔이 느껴져 안타까우면서도 재밌다.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q******5 2014.03.11. 신고 공감 2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미시시피 미시시피 - 톰 프랭클린
"미시시피 미시시피 - 톰 프랭클린" 내용보기
미국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종간 갈등.미시시피 미시시피 역시 그 인종 갈등 위에 놓인사랑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 이다.이야기의 배경은 흑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작은 마을로소수의 백인이면서 소심하고 오히려 흑인의핍박을 받는 래리를 주인공으로 두고 있다.샤봇의 오랜 토박이인 래리 오트. 고등학교 시절 생애 처음 옆집에 살던신디와 데이
"미시시피 미시시피 - 톰 프랭클린" 내용보기

미국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종간 갈등.

미시시피 미시시피 역시 그 인종 갈등 위에 놓인

사랑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 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흑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작은 마을로

소수의 백인이면서 소심하고 오히려 흑인의

핍박을 받는 래리를 주인공으로 두고 있다.


샤봇의 오랜 토박이인 래리 오트.

고등학교 시절 생애 처음 옆집에 살던

신디와 데이트를 나갔지만 신디가 실종되고

래리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면서 온 마을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리고 20년 뒤, 샤봇 목재공장의 딸인 티나가

실종되면서 그는 다시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어린 시절 래리와 숲속을 함께 누볐던

사일러스가 경찰이 되어 마을로 돌아오면서

래리에 대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인종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흑인이 핍박받고 그 위에 백인이 군림하는

그런 내용들이 많았는데 미시시피 미시시피는

오히려 백인인 래리가 흑인을 두려워 하고

그들에게 놀림받고 따돌림 당하는

그런 내용들이 전개되어 있었다.

지독하게 고독한 래리... 친구가 무엇인지

어떤게 애정으로 대하는 행동인지

구별도 잘 못할 만큼 래리는 사람을 대한 적이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주변 상황이 만들어낸 래리의 외로움.

그의 외로움이 끝나 다행이었지만

지난 세월을 어디서 보상받나 라는 안타까움이 남아

책을 덮고도 먹먹함이 가시질 않았다.



s*******e 2017.12.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