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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나의 세컨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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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며 논문을 쓰겠다 설치던 시기도 있었다. 좋아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시인이 있는데 첫 시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난 책은 무조건 소장하려고 하는 사람이라 중고 서적이라도 비교적 깔끔한 상태를 원했기 때문에 더 어려움이 많았다. 주로 이용하는 중고서적 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몇 권 주문하여 겨우겨우 시집을 소장하였다.
물론 내 고질적인 특성으로 시작과 중간까지는 열정 가득하지만 결론에 다다르기 앞서 멈춰버리기 때문에 그 작업도 곧 중단되었다. 그렇게 미련만 남기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남은 소비 습관이란 무지성으로 시집을 사 모으는 것이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일단은 사고 보는 거다. 그렇게 모은 시집으로 책장 하나를 다 채울 수도 있다. 한 칸이 아닌 하나의 책장 전체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는 내게 참 단비같은 소식이며 감사할 기획이었다. 뭐 누군가는 상술이다 어쩌다 하겠지만 잘 나가는 책들도 한 번씩 새 옷 입고 나오는 때에 좋아하는 시인들의 첫 시집 그것도 시간이 지나 절판된 시집들을 복간하여 예쁜 옷 입고 다시 나오게 하다니 너무 반갑다. 다른 출판사에서 좀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포에지 시리즈는 반가운 이름이 가득하다. 그렇게 한 권씩 사 모으고 있는데 김경미 시인의 시집도 그 중 한 권이다. 시집을 리뷰하려니 그냥 감상문만 될 것 같아 길고 긴 서두를 주절거렸다. 시도 소설도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예전 90년대~2000년대 초반 즈음에 나온 시들도 개성이 각각 다르다. 난 서정도 좋고 모더니즘이라 일컫는 것도 좋다. 이 시집의 첫 장에 실린 <방명록>이라는 시에서 '진실을 눈썹처럼 곰곰이 만져"보고 싶은 감각, 폭이 넓게 뛰는 '타조처럼' 뛰는 추억과 '따뜻한 식빵'의 온기처럼 굳이 해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대로 느껴지는 날것과 잘 다듬어진 문장들 사이의 간극과 느낌이 좋다.
<네 살의 여자>에서 보여지는 천진난만함, 순수함. 두 팔을 벌리며 와다다 뛰어가는 어린 여자아이와 현재의 화자의 시간의 틈 사이로 '뜯어보지도 않고 탕!'하고 닫아버린 편지들, 훼손된 꽃들 속에 담긴 의미를 편지라 표현된 부분도 뜨겁고 찬란하게 느껴진다. 한 편의 시 속에서 보여주는 감각, 공간, 시간 모두 확장되었다가 축소되고 다시 펼쳐졌다가 확 좁혀지는게 정말 재밌는 부분이다. 한 편씩 읽어나갈 때마다 더 좋아지는 느낌인데 '이름을 남길 수는 없는'이에서 팔랑이는 나비처럼,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날개, 이파리처럼 '후, 불어보고 싶어지'는 생을 꿈꾸듯 동화되고 간질거리는 감각에 살짝 눈물 한 방울 젖는 느낌이다.
김경미 시인의 시집을 처음 읽게 된 것인가....예전에도 접한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새삼스럽게 좋다. 계절을 끼워맞추지 않아도 언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결국은 이렇게 좋다, 라는 막연한 느낌과 인상만 남기게 되었지만 가을에 즐기는 문학동네 포에지 너무나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