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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은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이 아직 전래동화 개작 수준에 머물러 있던 1920년대 초반, 작가의 개성과 문학성이 강하게 표출된 새로운 동화를 발표하여 이 땅에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열어 놓았다. 또한 ‘편편상’이라는 한국 고유의 시사칼럼과 다수의 자전적 수필을 집필함으로써 이 땅의 수필문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에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근현대 아동문학사의 큰 산을 이루고 있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전집을 기획하여 전10권으로 출간하였다. -기획의도- 마해송 전집 10권 중 3권에 해당하는 <모래알고금 1.2>를 읽어보았다. 1950년대 중후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배경으로 모래알의 눈을 통해 이야기는 그려지고 있다. 1957년 9월부터 1959년 4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이라고 했다. 신문에 연재한 글이라 그럴까? 가독성이 좋고, 통속물의 성격도 느껴진다. <모래알 고금 1>은 김금순과 임영수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김금순의 대학 친구 돈 많은 이미란이 임영수를 좋아하면서 둘을 갈라놓고 임영수와 결혼까지 하는 상황을 보며 마치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동화 같은 느낌도 들고, 소설 같은 느낌도 들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주며 이야기는 재미를 더한다. <모래알 고금 2>는 강갑성(토끼)과 강을성(돼지) 두 아들을 차별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내용의 단편소설도 있지만, 모래알이 등장하면서 모두 하나로 엮어 나갔다. 동생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고자질하기 바쁜 뺀질이 갑성이와 다르게 을성이는 나름의 고집은 있지만 책임감도 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그러나 매번 아버지에게 맞고 혼나는 을성이가 집에 불이 나면서 집을 나오게 된다. 깡패들 소굴로 들어갔다 겨우 빠져나온 을성이가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를 용서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인 을성이 그토록 밉고 싫었던 아버지는 을성이가 사라지자, 을성이에 대한 속 감정을 깨닫는다. “제가 그놈을 미워한 게 아니라 토끼보다도, 아니 갑성이보다도 더 단단히 믿고 있었단 말씀야. 아니, 사실은 그놈이 집을 나간 다음에야 그걸 알았지요. 갑성이란 놈은 빼빼해서 조금 건드리기만 해도 팩 쓰러질 것만 같고, 한마디 했다가는 빼액 울기나 하고 그래서 만만한 을성이에게만 화를 냈었지요. 화가 나는 것은 바깥일 때문에 날마다 화가 났는데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골골하고 투실투실한 돼지만이 만만했단 말씀야. 그러니 밖에서 터뜨리지 못한 화를 돼지한테 쏟아 놓았단 말씀야요. 믿고 한 일이지 미워서 한 짓이 아니었어요. 그놈이 없으니 집이 텅 빈 것 같고 허전하기가 말할 수 없었어요. 집안이 말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앓아눕고 토끼는...... 참 말이 아닙니다. 그저 돼지를 만나게 해 주세요. 만나게만 해 주시면 제가 그놈한테 그저 사과라도 하겠어요...... 흐흑......” p.476 <모래알고금 1.2>는 70년 전 무렵에 쓰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의 인간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특히 소꿉놀이를 통해 돈놀이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책의 도입부는 인상적이다. 인터넷이란 공간적 배경만 바뀌었을 뿐 우리들의 삶의 모습 속에 보이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책에서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진 자들의 갑질과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사려고 하는 행태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그래도 금순이나, 식모 아주머니처럼 변질되지 않는 따뜻함이 우리들 삶 속에 모래알처럼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므로, 책은 위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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