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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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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가운데 ‘보리수’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니 곽지균 감독의 1986년 작품으로 같은 이름의 영화를 본 기억도 있습니다. 음악시간에 슈베르트의 가곡을 불렀던 기억은 분명합니다만, 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들어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패터 헤르틀링의 소설 <슈베르트에 홀리다>는 흔히 딱딱할 수 전기형식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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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가운데 ‘보리수’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니 곽지균 감독의 1986년 작품으로 같은 이름의 영화를 본 기억도 있습니다. 음악시간에 슈베르트의 가곡을 불렀던 기억은 분명합니다만, 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들어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패터 헤르틀링의 소설 <슈베르트에 홀리다>는 흔히 딱딱할 수 전기형식이 아니라 부드러운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쉽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는 뛰어난 작품들을 써냈지만, 짧은 생애를 사는 동안 거의 무명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슈베르트에 홀리다>를 번역하신 엄선애교수님은 “프란츠 슈베르트는 천재, 조용한 반역자, 불행한 연인이었다.”라고 적은 것 같습니다. 11살이 되던 해에 비엔나 소년합창단에 입단하고 17살에 미사곡을 완성한 것을 보면 음악적 재능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의 이런 재능은 너무 늦게야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임종이 임박했을 무렵 친구 안톤 쉰틀러를 통하여 60여곡에 달하는 슈베르트의 가곡과 성악곡의 악보를 받아든 베토벤은 “진정으로 슈베르트의 가슴속에는 신성한 불꽃이 있어! 아마 그는 곧 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걸.”이라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슈베르트에 홀리다>를 독특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악흥의 때 열둘과 소설 하나’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슈베르트의 일생은 전기(傳記)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여 확인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열두 개의 ‘악흥의 때(모멘트 뮤지컬; 주로 피아노곡에 사용하는 환상적 소품을 일컫는 용어)’를 중간 중간 삽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글을 써내려가면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문학적인 또는 언어학적인 이미지를 소품처럼 정리하고 있는데, 마치 음악에서처럼 각장의 속도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느리지 않게)라고 덧붙인 첫 번째 ‘악흥의 때’를 보면, “장면은 한 장의 그림, 한 장의 스케치였다. 어쨌든 더 이상은 아니었다. 가는 연필로 그려진 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그마한 형체가 나타난다. (…) 그는 말한다. 귀하신 분들이 담소를 그치실 때까지 저기 보리수 아래 앉아서 기다려주십시오. (…) 그는 지금 한참 떨어진 곳에서 연주한다.(13쪽)”

 

1797년 태어난 슈베르트는 1828년, 향년 3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나이라고 하겠습니다. 한참 가슴이 뜨거울 나이일터이라서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을 터인데 옮긴이가 ‘불행한 연인’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했을 것 같습니다. 십대에는 이웃에 살던 소프라노 테레제를 사랑했지만,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슈베르트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제과점 주인과 결혼하는 테레제를 떠나보내야 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사랑은 헝가리에서 음악을 가르친 에스터하지 백작의 딸들 가운데 동생인 카롤리네였다고 하는데, 나이와 신분 차이 때문에 카롤리네 조차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새가슴이었던 모양입니다.

 

슈베르트는 자기중심적인 아버지의 눈치를 많이 보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폭력도 행사했던 모양입니다. “넌 우리의 관심, 우리의 사랑, 우리의 선의를 잊어버리고, (…) 그리고 그는 왼손으로 그이 코에서 안경을 잡아채면서 오른손을 들어 평평하고, 딱딱하고, 매질하는데 검증된 손으로 그의 뺨과 관자놀이를 때린다.(78쪽)” 슈베르트는 가족들보다도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런 친구들과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에 홀리다>를 읽다보면 문체가 독특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독일어 특유의 짧으면서도 딱딱한 느낌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 같은 구절입니다. “이렇게 나를 사랑과 고통이 나누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방금 죽은 어떤 경건한 처녀의 소식을 얻었다. 그리고 한 무리가 그녀의 묘비 주위로 이동한다. 그 무리 속에는 많은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더 없는 행복 속에 있는 것처럼 영원히 거닐었다. 그들은 처녀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말했다.(224쪽)”

y*****2 2014.03.21.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