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초라고 하면 신맛을 내는 조미료로만 대해오다가, 몇 년 전부터 분 흑초와 홍초 바람으로 건강에 대한 유익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도 식초를 직접 제조해서 먹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집에서 메주를 띄워서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을 담가 먹었고, 이에 대해 가르치고 수제 장류를 판매하는 곳도 꽤 있어서 익숙한데, 식초는 당연히 가게에서 사서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상준의 식초독립> (2014, 한상준 지음, 헬스레터 펴냄)을 보니 예전에는 식초도 집집마다 만들어 먹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먹다 남은 막걸리를 부뚜막 옆의 촛단지에 붓고 솔가지를 꽂아 놓으면, 촛단지 안에 있던 식초와 막걸리가 함께 발효됨으로써 식초가 만들어졌다. 그러던 것이 일제 강점기의 문화 말살과 독립 이후 식량난이 이어지면서 집에서 술을 빚던 문화가 사라지고, 막걸리에서 비롯하는 식초도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식초 하면 당연히 대량 생산 공장에서 에틸알코올에 산소를 강제로 부과함으로써 산화시켜서 만든 주정식초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신맛만 있을 뿐, 영양학적인 가치가 없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발효를 통해 만든 식초에 비할 수가 없다. 이런 발효를 통한 전통식초를 복원한 분이 <한상준의 식초독립>의 저자인 한상준 대표님이다.
저자는 식초의 간략한 역사와 종류, 건강상의 이로움 등에 대해 먼저 설명한 다음, 우리나라의 전통식초인 오곡식초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발효식초는 알코올발효와 초산발효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우선 곡식이나 과일에 누룩이나 효모를 넣어 막걸리를 빚는 알코올발효가 첫 번째 단계이고, 알코올발효가 완료되면 여기에 초산균을 접종하여 발효시킴으로써 알코올을 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사과식초며 현미식초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저자가 복원한 우리나라의 전통 식초는 현미, 보리, 기장, 차조, 수수의 다섯 가지 곡물을 우리 누룩으로 발효시킨 오곡식초이니,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 중국의 쌀식초(미초), 일본의 현미식초(흑초), 미국의 사과식초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발효식초다. 오곡식초의 재료인 곡물 모두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누룩을 직접 만들어 쓰며, 주문 제작한 옹기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등 전통 그대로를 지키는 꼼꼼한 방법으로 건강에 좋은 식초가 복원될 수 있었다. 오곡 외에도 모든 곡식과 채소, 과일로 식초를 담글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그 예로 현미, 율무, 도라지, 삼백초, 오미자 식초 제조법이 나와 있다. 그리고 식초를 이용해서 초밀란, 초콩, 식초 요구르트, 초배즙, 피클, 식초비누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5장은 식초 제조의 이론을 설명함으로써 이론을 겸비하도록 돕는다.
전통식초와 주정식초의 차이는 발효주와 소주의 차이와 같다. 술을 마시면 그 안에 있는 알코올 때문에 취기가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러 재료를 발효시켜 폴리페놀과 타닌처럼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발효주와 달리, 공업적으로 만들어낸 알코올뿐인 소주에는 건강상의 유익한 점이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통식초와 주정식초의 신맛은 같을 수 있지만 그 영양소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제대로 만든 발효식초는 음식의 조미료로서만이 아니라 음료로 가까이 두고 음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저자는 100년간 끊긴 전통식초를 복원하고 대량 생산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전통식초 신지식인에 선정되었고, 다양한 곳에서 식초 관련 강좌를 하며 '한상준 식초학교'를 운영하는 등 우리 식초를 알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식초를 처음으로 다시 보게 되었고, 식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직접 담가 먹을 엄두는 나지 않지만, 올바른 식초를 고르고 바르게 먹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