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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내용보기
한동안은 한국 작가의 소설을 멀리했다. 죄다 수도권 혹은 서울의 여초 회사를 다니면서 인간관계나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 화자가 나오거나 무슨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SF니, 공포니 라고 주장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멀어진 독자가 나 말고도 많았는지, 소설가들이 모여서 노동자와 노동환경에 대해 쓴 '월급 사실주의' 문학동네 기획 소설집을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내용보기

한동안은 한국 작가의 소설을 멀리했다. 죄다 수도권 혹은 서울의 여초 회사를 다니면서 인간관계나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 화자가 나오거나 무슨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SF니, 공포니 라고 주장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멀어진 독자가 나 말고도 많았는지, 소설가들이 모여서 노동자와 노동환경에 대해 쓴 '월급 사실주의' 문학동네 기획 소설집을 알게 됐다. 2024년 버전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고 2023년 버전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이다. 


 이 문구는 불합격 소식을 시작하는 서류의 첫 문구로 자주 쓰인다. 다른 서류에도 쓰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저 문구로 시작하면 백 프로 불합격 소식이었다. 그래도 저런 문구가 있는 메일을 보내주는 회사는 양반이었다. 대부분은 그냥 읽씹이었으니까. 날이 갈수록 회사는 싸가지와 개념을 잃어버린다. 그런 회사에도 사람이 모여 일을 할 텐데, 회사 안에만 들어가면 자연스레 인간성을 상실하는 건가 싶다.


 이 소설책의 시작은 김의경 작가의 '순간접착제'이다. 이 단편을 읽고 정말 놀라서 페이지 넘기면서 입이 쩍쩍 벌어졌다.  국민연금 내는 사람들한테 사회가 주입하는 공포 마케팅이 이 소설에 있었다. 주인공은 코로나로 카페 알바에서 잘리고 삼각김밥 만드는 식품공장에 알바로 취업한다. 그 공장엔 어린 직원이 오면 텃세를 부리는 70대 소순 할머니가 있다. 젊은 사람들도 하루 만에 도망가는 이 일을 소순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면서 빠른 속도로 일을 한다. 이 나이에도 자신을 써 주니 얼마나 감사하냐 하는 할머니는 흔한 꼰대 할머니로 생각됐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가 된 딸을 수발하기 위해 일한다는 부분에서 꽝! 하고 충격을 받고, 딸이 위급하다고 빨리 집에 가보라고 하는데도 일을 끝까지 다 하고 가는 부분에서 다시 충격을 받았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죽은 뒤에 남겨 질 자식을 걱정해야 하는 삶이야말로 끝이 없는 공포다.


 서유미 작가의 밤의 온도는 앞의 '순간접착제'의 충격이 강해서인지 밍밍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결혼 전에 학습지 교사로 일을 해서, 현재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학습지 교사를 볼 때마다 연민을 느끼고 최대한 사정을 봐주려 한다. 그 사정이란 건 시간을 좀 더 앞당겨달라는 걸 '허락'하는 정도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 주차난으로 오래된 나무를 베어낸다는 아파트 소식지를 보고선, '거기서 캔맥주를 마시고 가끔 만나는 다른동의 (육아로 지친듯한)여자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길고양이한테 습식캔도 주고 하는 자신만의 공간이 사라져서 아쉽다' 생각하는 뭐 이런 내용인데 읽는 동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었다. 전업주부로 직업이 바뀌었으니 학습지 교사 볼 때마다 연민만 느끼고 끝인가? 학습지 교사할 때 밥 먹을 공간이 없고, 동료가 없어서 그렇게 힘들었나 싶어서 이걸 노동을 다룬 소설이라 해야 하는 건지 추억에 감성을 비벼 일기를 쓴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이서수 작가의 광합성 런치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중간관리자로서의 소외감과 우월감을 다뤘다. 재무팀장인 차진혜는 점심 식대를 7천 원으로 정하고, 그 7천 원으로도 사 먹을 식당은 있다고 팀원들에게 말한다. 신입 사원 박이재와 점심 식사를 하며 자신 역시도 썩어가는 빌라에서 사는 노동자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나는 '빌라를 구매했다'라며 우월감을 느낀다. 박이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식대를 만 원으로 올리려고 하지만 사장의 비위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만 원으로 식사를 하는 건 지방에서도 쉽지 않을 일이 되었다. 


 주원규 작가의 카스트에이지는 20대 남성 배달노동자가 소재다. 그는 자기 계발 유튜버를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몇 명 안되는 단톡방에 들어가 있고, 그 단톡방에 들어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형"이 추천하는 알트 코인에 돈을 넣는다. 새벽엔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고 오전엔 지하철 2호선에 앉아서 잠을 자고 오후부터 배달 알바를 한다. 배달 알바의 안전 위험성과 고용 불안정에 대한 부분보다는 여자친구와 자기 계발 유튜버에게 번 돈을 다 주는 주인공의 행동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읽는 내내 이 정도면 주인공은 '경계선 지능장애'가 아닌가, 이건 알트 코인 투자, 배달노동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정신과 가서 진단받고 약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란 생각이 들었다.


 정진영 작가의 숨바꼭질은 열심히 일해서 집주인 돈 벌어준다는 월세 생활의 애환이 잘 느껴졌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며 돈을 모아도 서울 집값 뛰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코인으로 돈을 불리려 하지만 투자금은 금방 반의 반의 반이 돼버린다. 집값이 하락세가 되자, 집주인은 미국에 간 자식 등록금 내야 해서 현찰이 없다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악에 받친 주인공은 집주인의 계약 불이행으로 날린 계약금까지 합쳐서 주지 않으면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보증금과 계약금은 다음 세입자가 준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매달 일해서 집주인 자녀의 미국 대학 등록금을 내주는 현실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한다. 


 장강명 작가의 '간장의 독'은 서유미 작가의 '밤의 온도'와 같이 읽는 내내 '똥 싸고 있네...'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사 직원들이 경험한 고용 불안정을 주제로 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30대 후반 남자 이중구가 너무 비중이 컸다. 매일매일 20대 초반 여직원들과만!! 회식을 하고, 전문대 졸업하고 여행사 직원이 된 정수지는 이중구와 썸을 타면서 본인만 인력절감이란 피바람을 피해 간다. 사무실에 나와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집에서 대기하면서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요즘 사무실 분위기 어때"라고 묻는 질문에 지겹다고 짜증을 내고, 출근하는 날이면 꼭 이중구를 불러서 단둘이 회식을 한다. 그러면서 노조에 가입한 다른 여직원 로즈 과장이 이중구를 좋아해서 자신을 질투한다고 하는데, 여행사 직원의 불안함에 대해서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이중구 캐릭터는 싹 들어내고 집에서 대기하다가 노조에 가입해 회사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로즈가 더 좋은 캐릭터였을 거다. 책 마지막에 정수지가 한밤중에 전화한 이중구의 전화를 받지 않으며 '13살이나 어린 자신이 그의 전화를 받기엔 아깝다며 이런 생각을 한 자신이 성장했다'라고 한다.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의 매력도 의미도 없는 썸을 다 들어내야 했다. 나이 든 남자 작가는 왜 이런 개저씨 같은 캐릭터를 꼭 집어넣는 걸까?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불치병이다.  여직원만 왜 부서 복직을 안 시키고 대기 발령을 하는지, 매일 저녁 13살 많은 기획부서 남직원과 술을 마시는 여직원만 사무실로 복직하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피켓을 든 로즈 과장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괜찮은 소설, 덜 괜찮은 소설들이 있었다. 특성화 고등학생들의 노동자도 아닌, 학생도 아닌 애매한 지점을 지적한 황여정 작가의 섬광도 좋았다. 


 11개의 소설 중 블루칼라는 3개밖에 없었다. 작가들이 사무직 경험을 주로 했던가 주변 사람들이 사무직 위주의 직장을 다녀서...인듯한데, 2024년 버전엔 서서 일하는 주인공들이 3편 이상은 되었으면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z******a 202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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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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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지 않고 바쁘게 걸으며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쓴다는 기분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다.상사는 결국 부하직원에게 경멸받을 짓을 하게 된다. 조직에 충성하려는 태도가 그런 결과를 낳고 만다.곳간 열쇠를 빼앗기면 껌 종이처럼 힘껏 구겨져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심한 겁쟁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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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지 않고 바쁘게 걸으며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쓴다는 기분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상사는 결국 부하직원에게 경멸받을 짓을 하게 된다. 조직에 충성하려는 태도가 그런 결과를 낳고 만다.

곳간 열쇠를 빼앗기면 껌 종이처럼 힘껏 구겨져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심한 겁쟁이라는 걸.

YES마니아 : 로얄 e********g 2025.08.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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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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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리뷰입니다.여러 작가님의 단편집인데 주제가 좋아요 "노동"에 관한 이야기여러 업종의 사람들이 다른 내용으로 나옵니다. 비슷한 업종도 있긴 하지만 작가님이 다르기에 다른 관점으로 읽혀서 좋았어요실제 경험담이신지 아니면 자료조사를 많이하신건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이라서 더 위로와 공감이 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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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리뷰입니다.
여러 작가님의 단편집인데 주제가 좋아요 "노동"에 관한 이야기
여러 업종의 사람들이 다른 내용으로 나옵니다. 비슷한 업종도 있긴 하지만 작가님이 다르기에 다른 관점으로 읽혀서 좋았어요
실제 경험담이신지 아니면 자료조사를 많이하신건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이라서 더 위로와 공감이 되며 읽었습니다
s*****k 2024.08.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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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리뷰입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리뷰입니다." 내용보기
김의경 외 11인의 작가의 소설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흔히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집을 통해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의 일상적 괴로움, 가끔 느끼는 희미한 보람과 옅게 피어났다가 사그라드는 희망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이 끝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리뷰입니다." 내용보기
김의경 외 11인의 작가의 소설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흔히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집을 통해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의 일상적 괴로움, 가끔 느끼는 희미한 보람과 옅게 피어났다가 사그라드는 희망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이 끝없는 무의미와 부조리을 견디는 보상인 것일까요?
YES마니아 : 로얄 p*****7 2024.02.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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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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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의 시선으로 각자의 소설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먹고 산다는게 진짜 뭘까...이런 생각을 했다.남한테 사기 안 치고 정직하게 벌고 그 돈으로 애키우고 가르치고가정이 안 무너질수있게 대비하려 모으기 위해눈도 안 떠지는 어둑어둑한 새벽 집을 나서는 남편을보면서 어떤 날엔 눈물이 난다.저렇게 나가서 반나절 힘들게 일하고 자기 시간,생활도 없이한달에 한번 돈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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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의 시선으로 각자의 소설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먹고 산다는게 진짜 뭘까...이런 생각을 했다.
남한테 사기 안 치고 정직하게 벌고 그 돈으로 애키우고 가르치고
가정이 안 무너질수있게 대비하려 모으기 위해
눈도 안 떠지는 어둑어둑한 새벽 집을 나서는 남편을
보면서 어떤 날엔 눈물이 난다.

저렇게 나가서 반나절 힘들게 일하고
자기 시간,생활도 없이
한달에 한번 돈을 손에 쥐는데
그 빡빡한 자리에 다른걸 생각해볼 여유가 있을까?

자고 일어나 일 가고
자고 일어나 일 가고의 무한반복의
끝에 죽음이 기다리는게 인생이라니...

소설속 주인공들이나 우리나...
먹고 사는 문제앞에서 항상 대범하기 어려운건 결국 돈이겠구나..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h*******1 2023.12.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