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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는 죄가 없다
-슈바르츠코펜의 독백-
김성중
들어봐라, 프랑스 사람들아.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모든 것이 거짓이고 모략이다.
당시에 빠리의 독일대사관 무관이었던 내가
1917년 죽기 직전에 뱉은 말이다, 진실이다.
그대가 단지 유태인이기 때문에
그대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모진 고초를 겪었구나, 드레퓌스여.
사악한 집단이 만들어낸
집단발작과 집단최면으로
하마터면 프랑스혁명이 죽을뻔 했구나.
나는 죽은 지금에도 그대에게 미안하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에스떼라지 소령이 명세서를 넘겼다지만
내가 보기도 전에 잃어버렸고
프랑스 참모본부가 이를 조작했단다.
나는 백골이 되었어도
참혹했던 1894년을
잊을 수가 없구나.
그대가 악마도로 떠난 그때를.
드레퓌스를 아는가?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서양의 외로운 섬 악마도의 감옥에서 족쇄를 찬 채 울부짖는 선량한 유태인, 프랑스 육군 대위 프레퓌스, 우리는 그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 지하에 묻어버린 진실이 얼마나 될까? 권력을 쥔 세력들은 왜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 것일까?
[나는 고발한다]는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 책을 손에 잡는 순간 당신은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야 책을 놓을 것이다. 니콜라스 할라즈는 엄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드레퓌스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거짓을 증오하고 위선을 혐오하고 진실을 밝히는 용기있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당신은 당신의 친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잡혀가서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선량한 시민이 편견 때문에 누명을 쓰고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는 여기에서 세계적인 문호 에밀 졸라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나], [목로주점], [제르미날] 등 [루공 마까르 총서]로 이름을 날린 에밀 졸라는 왜 대통령을 고발하는 공개편지를 신문에 발표했는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식인의 양심을 읽어야 한다. 불의를 보고도 짐짓 못 본 채 한 우리들의 비겁을 읽어내야 한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프랑스를 내전의 위기로 까지 몰고 갔던 드레퓌스 사건은 남북분단과 지역감정으로 갈갈이 찢긴 한반도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신이 지식인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고발한다] 이 책을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 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졸라는 슈레르와 피카르를 찬양했다. 그들이 비록 악마가 설치는 동안 신의 처분만 기다리기는 했어도.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임무이기보다는 대통령의 임무였다. 나는 궁극적으로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하겠습니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막을 수 없음을!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도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입니다.곧 알게 되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가장 먼 곳까지 재앙을 미치게 할 지뢰를 매설했는지 아닌지........ 긴 편지를 끝내면서 다음과 같이 고발했다. 나는 뒤파티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나는 이 점을 믿고자 합니다) 법적 과오의 악마 같은 중개인이었음을, 또한 지난 3년간 가장 부조리하고 역겨운 음모와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계소괘서 은폐했음을 고발합니다.(중간생략) 내가 취한 행동은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서두르기 위한 혁명적 조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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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민족주의가 국수주의로 변질되고 그것이 이해될 수 없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 희생자는 현실에 타협하여 그대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님, 양심을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반공의 광기에 휩싸인 반세기 한국은 민주와 진보를 반공으로 매도시켰고 그들을 정치적 정당성의 희생양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냉전시기의 미국에서 취중에 내뱉은 매카시의 근거없는 공산주의자 리스트 발언이 미국 전체를 반공의 광기에 물들게 하여 중세 마녀사냥을 부할시키게 된 것이다. 수많은 양심있는 자들과 단지 공산국가와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희생자가 되었고 드레퓌스가 명예회복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승리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땅에도 아직까지 광기의 역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공동선언 전까지만 해도 진실과 정의가 용공으로 매도되었고 현재에 와서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던 것이다.
드레퓌스의 외로운 투쟁은 드레퓌스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투쟁이 결코 아니었으며 변질된 민족주의의 편협함에 사로잡혀 과거 역사의 억울한 피해의식이나 모든 것은 국가이익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인하여 먹이감을 찾아 복수하려 하는 잔인한 집단과 정치적 배타주의와의 싸움인 것이다.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 일본내에서 군국주의적 국수주의와 싸우고 있는 진보단체들과 그 속에서 희생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징용으로 끌려가거나 피해를 입은 동아시아 민중들이 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우기를 기대한다. [인상깊은구절] 국가이익 - 그것이 법을 위반할 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법에 관해 말하지 말라. 자의적인 권력이 법을 대신할 것이다. 오늘 그것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을 칠 것이며, 국가 이익은 이성을 잃은 채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반대자를 비웃으며 쓸어버릴 것이다. 군중은 겁에 질린 채 쳐다만 볼 것이다. 정권이 국가 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쳐다만 볼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차이를 허용하지도 감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드레퓌스에게 적용된다면, 다른 누구에 대해서도 적용될 게 분명하다. 새시대의 동이 터올 때, 대혁명이 보인 첫 행동은 국가 이익의 저 거대한 요새, 바스티유를 쳐부수는 것이다. |
| 선과 악, 의와 불의, 진실과 허위가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되는 역사적 사건이 드레퓌스 사건외에 또 있을 수 있을까? 또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을 수 있을까? 참으로 드레퓌스사건은 흥미롭고 긴박감 넘치는 한 편의 서사시였다. 에밀 졸라로 대표되는 고결하고 정열에 찬 인물이 있는가 하면 에스테라지 같은 협잡꾼들이 가라지같이 섞여 있어 이런 여러 인물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몹시 흥미롭다. 그러나 단지 이 사건을 흥미만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하는 매우 귀중한 역사적 가치를 이 사건은 지니고 있다. 바로 허위와 편견에 대한 지식인의 승리이다. 즉, 펜의 힘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또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정의와 선이 승리한다는 확신을 지닌 지식인의 행동을 통해서만 그 정의와 선은 담보된다는 진리이다. 아무튼 이 책은 복잡다기한 드레퓌스사건의 전개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쉽게 기술하고 있는 역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