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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09 꽃처럼 피는 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23.9.5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2020년 12월 19일에 처음 읽었다. 벌써 여러 해 지났다. 그날은 큰딸한테 동생(나한테는 작은딸)이 언제부터 안경을 끼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엄마가 기억할 일!”이란 대꾸를 듣고서 어쩐지 기운이 쭉 빠졌다. 엄마가 옛일이 가물가물해서 잊거나 헷갈릴 수도 있는데,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엄마로서 여러 가지를 쉽게 잊어버렸다. 집안일이며 가게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또 엄마가 집과 가게를 넘어 엄마 삶을 글로 쓰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어쩐지 가볍게 지나치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늘었다.
기운이 빠지는 날이면 으레 집에서 가까운 멧골에 올라 숲빛을 느껴 보려 한다. 답답할 적에는 집에 그냥 있어도 답답하고, 가게일을 보아도 답답하지만, 좀 귀찮거나 춥거나 더운 날 억지로라도 숲에 깃들면, 조금 앞서까지 답답하던 숨통이 트인다. 아무래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말 한 마디를 숲에서 돌아보고 찾아보면서 스스로 숨통을 트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느낀다.
외워서 쓸 말이 아닌, 스스로 숲인 줄 느끼면서 생각하는 말을 들려준다고 할까. “이 꽃은 이 이름입니다!” 하고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이 꽃은 어떤 이름일까요? 스스로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봐요!” 하고 속삭이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러고 보니까,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책끝에 낱말모음하고 낱말풀이를 따로 붙이기는 하되, 이런 말이 예쁘거나 저런 말을 써 보자고 하는 줄거리는 없다. 이런 말은 나쁘니까 쓰지 말라고도 안 하고, 저런 말로 고치자는 줄거리도 아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숲으로 나들이를 가듯, 우리 마음을 가꾸는 생각을 이루는 말씨(말씨앗) 하나를 가만히 헤아리면서 품어 보자고 이끄는 듯하다.
이 책은 숲과 해와 흙과 물과 바람이 하는 말을 으뜸으로 삼아서 우리말을 풀어낸다고 본다. 햇볕을 먹고 비를 먹고 바람을 먹고 자라는 풀꽃나무라면, 우리가 풀이나 꽃을 나물로 삼을 적에, 또 나무열매를 즐길 적에, 저절로 햇볕과 비와 바람도 받아들이는 셈이겠지.
사람도 벌레도 짐승도 똑같이 햇볕과 비와 바람을 받아들이면서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간다. 다시 생각해 보니, 바다도 물도 한몸이고, 사람도 바다도 한몸이고, 사람도 하늘도 한몸인데, 사람도 숲도 한몸이구나 싶다.
우리가 누리는 이 뿌리를 꿈으로 그리고, 말밑 하나하고 삶을 차곡차곡 겹치다 보면, 저절로 생각이 자라나고, 둘레를 맑게 보면서 보금자리도 스스로 싱그러이 가꾸는 슬기를 엿볼 수 있겠구나. 씨앗 하나가 천천히 자라 나무가 되듯, 땅에 안겨 잠자던 풀꽃 씨앗이 거듭나고 깨어나듯, 우리 말글도, 우리 마음도, 아이들하고 보내는 하루도, 곁님하고 이루는 살림도, 언제나 스스로 생각씨앗에 마음씨앗에 사랑씨앗으로 돌보면 스스로 피어나겠구나.
큰딸한테 다시 물어봐야겠다. “엄마가 툭하면 잊어버리네. 이 일을 우짤꼬? 우리 큰딸하고 작은딸 이야기를 글로 쓰다가 생각이 안 나서 그러는데, 너그 동생이 처음 안경 끼던 날 좀 얘기해 주라. 엄마 눈길이 아닌 네(큰딸) 눈길로 본 그날 하루를 들려주라. 응? 미안하고 고맙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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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이다. 이 일은 초등전문성이라는 주제로 아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초등학교 현장에는 공교육에서의 교과수업 전문성 강화와 학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영어 전담 강사와 체육 전담 강사가 밀려들어온 후 애초에 약속된 계약기간의 만료가 지난 시점이었다. 한번 공공기관에 들어온 인력들은 고용안정,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의 시대 분위기속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갔는데... 영어 전담 강사와 체육 전담 강사도 그 일환으로 모두 학교에 수업전담 인력으로 남게 되었다. 교과수업의 전문성뿐만이 아니라 초등교육의 전문성도 있는데... 오로지 교과전문성이라는 것에만 가중치를 몰아넣은 사태라는 생각에 별로 탐탁치 않았다. 물론 교과전문성은 허울뿐이고 학교를 통한 손쉬운 일자리 창출이 그 본질이었지만 말이다. 어쨋든 초등교육 전문성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회복하고자 영어 전담 강사와 체육 전담 강사의 수업을 거부하는 학교와 선생님들도 소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전담수업 덕분에 본인들의 수업시수가 줄어든 걸 환영하며 전담 강사들의 수업진행을 즐기고 있었던 터라 뭐... 그렇게 전담 강사는 초등학교에 잘 안착했다. 뒷맛이 개운치 않았지만 초등교육의 자존심 운운하는게 오히려 "몽니"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저 비겁하게 숨 죽일 뿐이었다.
그러다 과학 전담 강사 이야기가 소문으로 들려왔다.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 때는 정확히 이 시기였다. 이 대화가 있고나서 벌써 몇 년이 흘러버린 "현재"에 있는 나는 과학 전담 강사가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영어 전담 강사와 체육 전담 강사가 초등학교에 공고히 자리를 잡은 직후라서 과학 전담 강사에 대한 소문이 심각하게 다가왔었다. 나는 선배에게 이야기했다. 선배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교육대학교를 나온 우리같은 교사들은 무슨 역할이 주어질까요?" 대화를 이어가며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다 작은 결론에 도달했다. 교과교육 전문성에만 경도되어 중등교육처럼 초등학교도 모든 교육이 교과 전담 수업 시스템으로 변경된다고 했을 때 남는게 뭘까 하면... 그건 바로 "국어"였다. 물론 진짜 그런 시스템이 된다면 개인의 취향과 능력에 의해 음악으로, 미술로, 수학으로, 과학으로 등등 잘하는 교과로 흩어지겠지만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현재 상태 그대로 시스템을 옮겨간다고 했을 때 "국어"만 남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국어 교과"로 상징되는 초등교육만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교사로서의 덕목, 능력은 무엇일까? 선배와의 대화는 깊어져 갔다. ........... 어떤 가치와 덕목, 혹은 철학과 사상 등을 언어로 구체화 시키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초등교사로서 꼭 필요한 능력은 바로 이것들이다." 라고 말하려고 하면 마음 속에는 소용돌이 치는 무언가가 참 많은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래도 말해보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일단 책 한권을 내밀고자 한다. 그 책은 바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이다. 말로 설명하기는 아직도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니 할 수 있는 교사가 바로 초등교사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러고 싶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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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인정을 받았는가 봅니다. 개정판이 나왔네요.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기에 딱 좋은 책이네요. 초등학교 공부는 암기력과 이해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들의 근본은 어휘력입니다. 낱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가 되지 않으며 암기도 어렵습니다. 어휘가 창의력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어휘의 어깨 위에 올랐을 때 창의력이 번뜩입니다.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바로바로 사전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어느 카피라이터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사전을 펼친다고 합니다. 사전 속의 낱말과 낱말을 무심히 오고가는 눈길 속에 번쩍이는 생각이 갑자기 다가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전으로 공부하는 것은 좀 어렵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대안은 생활 속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건져올린 낱말을 대하면서 새로운 낱말을 시나브로 익혀 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입니다. 숲에서 멀어진 현대인이에게 잊혀져가는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숲 속 이야기도 재미있게 즐기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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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과 또 들어보지 못한말들이 어우려져 있는 느낌이다. 나의 경우 보통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들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원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낱말의 정의를 정확히 알기보다는 문맥에서 파악하여 뜻을 유추하여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비슷한 의미의 낱말의 뜻을 명확하게 제시할 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낱말뜻을 일목요연하게 정의하기 보다는 할아버지 할머지가 손자손녀에게 옛날 이야기 하듯 자연스럽게 낱말의 뜻과 그 낱말과 비슷한 항목에 있는 유사낱말까지도 알려줘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하면서 읽게 된다. 항목별로 삽화가 풍속화 느낌이라서 재미를 더해 준다. 또 우리말이 이렇게 예뻤구나. 그리고 우리말들이 많이 사라진것 같아 아쉬웠다. 핸드폰의 문자의 역기능 중 하나는 우리말 파괴라고 생각된다. 신조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유어들이 문자나 톡 상에서는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우리말의 어원을 쉽게 이해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함께 느끼는 귀한 시간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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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기 전까지는 우리말을 정리한 사전같은 책일까 싶었다.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사전. 그런데 책장을 넘겨보니 우리말이 살아있는 글이었다. 사실 아이들이 새로운 낱말이나 관용 표현을 배워도 뜻을 알지만 문장과 글 안에서 어떻게 살려 써야하는지는 잘 모른다. 일부러 짧은 글 짓기도 시켜보지만, 그래도 그 말이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읽다보면 우리의 고운 말들이 자연스럽게 글 전체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쓴 글들이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어느 사이엔가 언중들 사이에서 잊혀진 말들. 언어가 가진 생명력이 어떤 연유로 사라져버렸고, 언중들이 잊어버렸는데, 그 말을 다시 되살리는 길은 오히려 새로이 생겨난 말들보다 생명력을 갖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그러나 시나브로 살아나는 우리말이 있다. 언중이 사용하고 가꿔가면 말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안에 고운 우리 말들이 살아 꿈틀거린다. 지난 여름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다. 자기네 나라 말은 있지만, 글이 없어서 영어를 차용해서 쓰는 것을 보며 함께 여행을 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이 나라 사람들처럼 세상에는 자기 나라 말은 있지만, 글이 없어서 다른 나라의 글자를 빌려다 쓰는 나라가 많단다. 심지어 자기 나라 말도 잃어버린 나라도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일본의 식민지 하에서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도록 억압받으면서도 끝내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냈다고. 얼마나 소중하면 "우리"라는 말은 나라와 말, 글이라는 단어와만 붙여쓸 수 있다.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나라, 우리말, 그리고 우리글. 희미해져가는 기억처럼 어느 순간 잊혀지기 시작하는 우리말을 살려내 우리글로 쓰는 언중이 늘어난다면 우리말과 글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또 K문화의 위력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 사람과 다른 동양인들을 단박에 구별해내거나, 한국어를 구분해내고 먼저 물어오기도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해서도 애정을 갖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말이 예쁘다고 말한다. 자모가 위아래좌우로 얽혀있는 듯, 짜여있는 글자는 기하학적이며 뭔가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은 곳곳에서 우리말을 살려내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어느순간 콘크리트로 뒤덮였지만, 콘크리트 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자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숲은 만물이 소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숲에서 우리말도 하나하나 살아나길, 그 길에 많은 이들이 길동무가 되어 푸릇하고 풍성한 우리말과 글의 숲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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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마법이 걸렸나보다...
작가의 우리말 사랑에 대한 연구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교훈되는 글도 참 많다.
"처음부터 어리석은 사람은 없어요. 스스로 어리석은 길을 가니까 어리석을 뿐이에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길에 빠지고, 생각을 놓치거나 잊거나 팽개치면 그만 어리숙한 굴레에 허덕이고 말아요" 바쁘게 쫓기지 않고 사람의 본마음으로 살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옛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편으론 불편하나 마음이 풍요로웠던 그 시절이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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