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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메데아 벤자민] 260320_북클럽_진실은 다양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메데아 벤자민] 260320_북클럽_진실은 다양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용보기
사실이나 진실은 다층적이다. “전쟁이 일어났다”라는 물리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혹자는 전쟁이 아니라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기에 이견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물리적 사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를 비롯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매기는 순간 각각의 사실들은 중첩되고 복잡해진다. 당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메데아 벤자민] 260320_북클럽_진실은 다양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용보기

사실이나 진실은 다층적이다. “전쟁이 일어났다”라는 물리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혹자는 전쟁이 아니라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기에 이견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물리적 사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를 비롯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매기는 순간 각각의 사실들은 중첩되고 복잡해진다. 당연하게도 모든 사실을 인식할 수 없기에, 알려진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많다.

 

러-우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전면전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네오나치로부터 러시아 시민들을 해방하겠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삼키려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그 시작점과 원인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는 이런 다층적 사실을 전달한다. 단순하게 러시아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사실의 층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특히, 우리는 서방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서방의 정보에 경도되어 있다. 그렇기에 왜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의 편을 드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서방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그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는 저자의 질문에 공감한다. 우리가 일본을 대하듯, 그들도 비슷하다. 그만큼 우리는 다층적 사실 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으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침략과 독재에 항거하는 위대한 저항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그게 100% 맞는가? 러시아가 주장하는 네오나치의 만행은 100% 거짓이 맞는가? 우크라이나의 극우 세력의 공격 행위가 러우전쟁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악명 높았던 아조프 연대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군에 편입되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느 한쪽만이 정의의 사도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현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휴전이나 종전은 전쟁 발발 한 달 이내에 이루어질 확률이 가장 높고, 그렇지 않다면 보통 10년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한다. 애초에 민스크협약 등을 충실하게 이행했다면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아무도 협약을 지키고자 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서방이 러시아를 종이호랑이로 취급했다. 무시하고 도발했고, 러시아인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렸다. 먼저 때린 사람이 잘못했지만, 옆에서 약 올린 사람이 아무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슬라브 역사의 원류이자, 서방과의 완충지대다.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 정치인의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서방을 향했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순간 러시아는 강력한 적대세력과 국경을 맞닿아야만 한다. 이것은 독재국가가 아니라, 어느 국가도 무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역사와 안보는 생존의 문제다. 중국이 사드와 주한미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있어 조금은 다르지만)

 

물리적 사실 외 지각되거나, 가치가 부여된 사실은 저마다의 논리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 교류가 되지 않는다면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접점이 없다면 대화는 불가능하고, 종전은 요원하다. 각자가 믿는 진실 간의 간극을 줄여야만 합의가 가능하다. 아니라면 압도적인 힘을 통한 굴복밖에 없다. 그러나 핵 말고는 그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핵은 선택지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받는 것은 나 같은 일반인뿐이다.

 

약육강식의 시대에 평화를 지향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직한 야만의 시대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 개인은 무력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다양한 사실을 접하고, 거기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정치인들을 압박할 수 있다. 평화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우리다. 그것을 결정한 정치인들이 아니다. 우리가 러우전쟁에 대해서 정말로 모르는 것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일독일자 260320 작성일자 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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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극우 세력의 부상에만 시달린 게 아니라 부패라는 풍토병으로도 고통받았다.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는 탈냉전 올리가르히 체제 내 파벌 간의 경쟁으로 축소되었는데, 이들은 점점 저역과 인종 중심의 지지를 호소했고 일단 선출되면 자신과 주변 후견 세력에 이익이 되는 부패한 정책을 펴나갔다. / 우크라이나의 탈냉전 신자유주의 ‘충격 요법’은 러시아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식 ‘관리된 민주주의’의 극단적 형태로 이어졌고, 그 안에서 정치권력은 부패한 지배계급의 경제적 권력에 종속되어 있었다. p.59

미국은 ‘방해꾼’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분쟁 해결 전문가들은 종종 이러한 평화협정이 실패하는 데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는데, 미국이 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대리인, 즉 여기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합의된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군사적 대안을 추구하도록 조용히 인센티브를 주며 후원하는 방식으로. p.94

협정으로 인해 내전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데는 상당히 성공했지만 정치적, 외교적 실패로 인해 궁극적으로 협정이 형해화되었다는 것이 2차 민스크 협정의 비극이었다. p.96

정치적, 외교적 측면에서 2차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의지 부족, 우크라이나 내 반민주적인 극우 세력의 영향력,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정치 외교적 지원의 부재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실패했다. 특히 미국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계속되는 위기를 러시아의 탓으로 돌리는 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p.98

2차 민스크 협정의 이행과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러시아를 상대로 되살아난 미국의 냉전의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은 우크라이나 영토가 경쟁과 갈등의 중심이 됨으로써 우크라이나 민중에게는 심각한 결과를 예고한 채 점점 완화되지 못하고 고조되고 있었다. p.100

다른 나라의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의 선례처럼 젤렌스키 역시 특정한 정책 노선보다는 주로 그의 가상의 캐릭터가 가진 인기에 호소했고, 정치적 ‘아웃사이더’ 지위의 덕을 보았다. 심지어 그는 “약속이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BBC의 키이우 특파원 조나 피셔는 “현실이 예술을 모방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는 세련되고 매우 21세기적인 방식으로 선거를 도둑질하는 걸 목격하고 있는 걸까요?”라고 물었는데, 우리는 그 질문에 “둘 다”라고 거의 확실히 답할 수 있겠다. p.105

평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희망이 버림받게 되자 젤렌스키의 인기 역시 하락했다. 그에 대한 지지도는 17퍼센트 언저리로 떨어졌고 2년간 그 수치에서 머물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그가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시 지도자라는 역사에서 익히 보아온 전형적 배역을 맡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p.110~111

서방의 대규모 지원은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러시아 전문가인 앤드루 와이스는 2021년 11월 <뉴욕타임스>에서 러시아가 여전히 “확전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과 나토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그러나 러이사의 확전우위는 우크라이나의 실제 나토 가입 여부와는 별개로 우크라이나군이 점차 증가하고 나토 수준의 훈련을 거치며 약화할 것이었다. / 이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러시아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방어하려 할 경우, 해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러시아의 확전우위가 감소한다는 의미이며,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군사적 균형이 바뀌고 미국 및 나토와의 핵전쟁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111~112

냉전 초기, 특히 쿠바 미사일 위기로부터 미국과 소련이 배운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서로 존중해야 하는 각자의 ‘한계선’이 있다는 사실이다. / 미국은 1990년대부터 러시아와의 극심한 경제, 군사적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러시아의 ‘한계선’을 무시해도 된다고 간주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2007년부터 그러한 행위가 러시아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그로 인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또한 나토 회원국들만이 아니라 러시아를 포괄하는 유럽의 모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포용적인 새로운 공동 안보 체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p.123~124

나토의 확장과 핵무기으 ‘현대화’, 군축 관련 협정의 폐기와 여타 미국의 대외정책들은 러시아에 진정한 안보 위협을 제기한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우려를 악질적인 침략 계획을 위한 연막작전과 다름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정치적 수사는 방향도 잘못되었고 극히 위험하다. p.126.

우크라이나에 상주하고 있던 700명의 유럽안보협력기구 휴전 감시단 단원과 600명의 직원은 러시아의 침공 전 나흘 동안 포격과 기타 휴전협정 위반 사항이 급격히 증가해 총 5667건의 휴전협정 위반 사항과 4093건의 폭발 등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일간 보고서에 실린 지도를 보면 대다수의 폭발은 두 인민공화국 지역 안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한 포격이 강화되어 발생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p.127~128

러시아의 침공은 다방면에서 불법적이다. 자위적 차원의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유엔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켈로그-브리앙 조약과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적 측면에서 이번 침공은 불법적 침략 범죄다. 하지만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도발 없이” 일어난 일은 절대 아니다. p.130

협상을 둘러싼 국제적 반응이 점점 적대적으로 변했다. 서방의 정치인들과 주류 언론인들은 부차와 마리우폴에서 자행된 러시아의 중대한 전쟁범죄 의혹을 확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계속 권좌를 지켜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으로, 미국 전쟁 목표가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지원하는 데서 러시아의 체제 교체 정책으로 차츰 변화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적대적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예상 밖의 저항도 서방 정상들의 셈법을 바꿔놓았다. 우크라이나인들과 동맹 세력 모두 실제 그 의미가 무엇이든, 단순히 전쟁에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p.136

분쟁 해결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처음 한 달이며, 그 이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또한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그 전쟁이 10년 이상 이어질 확률은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 / 그러한 기준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재앙적인 장기전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적기는 초기 평화협상 시기였으나 그 가능성은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을 이용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p.138

이제는 러시아가 침략자이므로 서방의 정보전 기구들은 민간 건물을 타격한 모든 러시아의 포격은 민간인을 노린 고의적인 공격으로, 러시아의 전쟁 집단학살로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평화협상의 기회를 침식시키고 전쟁이 확장될 위험을 증가시키는 전쟁 광기와 확전의 압박에 기름을 부었다. p.151

미 국방정보국 장교 한 명은 아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러시아가 계획적으로 민간인을 노리고 있고, 도시를 파괴하며 푸틴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의 현재 내러티브가 당혹스럽다. 그러한 왜곡된 관점은 진짜 재앙이 닥치거나 다른 유럽 국가로 전쟁이 확산되기 전에 전쟁을 종결시키는 길을 막는다.” / 물론 제네바 제4협약은 살해가 고의적인지 비의도적인지, 혹은 단순히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폭발성 전쟁 무기 사용으로 인한 불가피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였는지와 상관없이 민간인을 ‘피보호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로 인해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러시아의 혐의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p.15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가장 비극적인 아이러니는 끊임없는 확장과 적대적인 행동으로 우크라이나 갈등의 근원을 제공한 나토라는 기구를 결과적으로 더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p.159

나토는 자신들의 핵무기와 불법적인 전쟁 도발,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확장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와 주변 나토 미가입 국가들에서 조성된 분명하고 정당한 안보 위협을 공론화하는 대신에 승리감과 자축의 에코 체임버 속에서 길을 잃은 상태로 남아 있따. 그리고 나토는 자신들로 인해 어떤 지역이 불안정해진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할 의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실패를 통해 배우거나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p.161

지난 사반세기 동안 나토가 추진한 러시아에 대한 도발 정책을 돌아보면, 미국의 정부 관료들이 나토라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무장한 군사동맹이 점점 더 러시아 국경으로 팽창한다면 결국 정면 대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p.170~171

미국 케이블 뉴스의 지배적인 목소리는 군수 기업과의 금전적 연관성과 같은 이해관계 충돌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퇴역 장성들이나 매파 싱크탱크 연구원들의 것으로, 이들은 더 많은 무기 지원과 전쟁의 ‘승리’를 주장한다. 2014년 쿠데타 전부터 우크라이나 내정에 관여해온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나 나토 팽창이 전쟁의 발단이 되었다는 목소리는 친푸틴적이라며 기각되거나 대부분은 아예 전파를 타지도 못했다. 그리고 전쟁의 확대가 아니라 협상을 촉구한 반전 요구는 시종일관 묵살되었다. p.189

어떻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이런 놀라운 지원이 쏟아졌을까? 한 가지 이유는 수십 년 동안의 냉전으로 인한 적대감 때문에 서방의 많은 사람이 반감을 갖기 쉬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공격받는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난민이 백인 유럽인이라는 것이다. / 이것은 비백인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의 유색인종 유학생이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p.192

유럽인들, 그리고 미국인들은 더욱더 그들의 정부가 오랜 기간 ‘전쟁 만들기’를 외부화하며 자국 내의 민간인에게 평화의 환상을 창조해낸 시간을 보내왔다. 서방의 주류 언론은 서구 침략의 희생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두고 오히려 희생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이러한 환상을 더욱 강화시켜왔다. 미국이 ‘수 세기에 걸친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내전’의 한가운데로 무고하게 빠져들어갔다는 가짜 서사는 이러한 환상의 가장 노골적인 예일 것이다. p.196~197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대상이 적절한 (즉, 하얀)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면 서방 언론에서 동정적이고 호의적인 보도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적절한 침략자에게 저항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p.199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 미국 고위 관료들이 누린 불처벌의 결과 중 하나는 푸틴 역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과 전쟁범죄에 대해 대충 넘어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결과는 러시아의 형사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서구의 노력을 서방 세계 밖에서는 뻔뻔한 이중 잣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그것이 실제로 맞는다는 것이다. p.202

이렇게 삭제된 목소리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언론 자유의 지지자로서 침묵을 강요하는 조치에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억만장자인 영리 목적의 소셜미디어 독점기업들이 사회적 담론의 검열관이 되었고 이러한 세상은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p.216~217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체하는 서방의 도식, 즉 선과 악,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국제적 ‘규칙 기반의 질서’를 구한다는 도식은 남한과 일본 같은 서방의 충실한 동맹국에는 잘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잔혹한 서방의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고 아직까지 그 유산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남반구의 여러 곳에서 이러한 주장은 맥빠진 소리로 들릴 뿐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살인마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아왔다. “너희들이 뭔데 국제 규칙을 존중하라고 말하는가?”라는 것이 이들의 관점이다. / 또한 민주주의의 영광에 관한 바이든의 포교 활동 역시 다른 이유로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전 세계가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함을 목격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국에서 벌어진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의회 기능의 마비, 부패한 금권 정치의 영향, 통제 불능의 총기 문화, 나라를 쪼개버릴 정도의 위협이 되는 극심한 분열을 보았다. p.254~255

현재의 탈식민주의 세계하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색 바랜 제국주의 강대국으로부터 지침을 받는 데 감사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지정학적, 재정적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선택지의 경중을 따져본다. p.257

러시아는 나토가 점진적으로 우크라이나 군대를 나토군 수준으로 무장 및 훈련을 한다면 자신들의 군사적 우위는 향후 감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는 계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듯 보인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여전히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때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놓친다고 판단한다면, 핵무기 사용에 관해서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국가의 존립”이 임박한 위협에 처하지는 않더라도 러시아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바로 사용하거나 상황이 더 악화해 핵무기 사용의 이익이 더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첨예한 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서방의 예상은 대부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기초한다. 그런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궁지에 몰릴지는 상당 부분 서방의 정책에 달려 있다. p.268~269

양쪽의 일정한 정치적 의지와 타협이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은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노엄 촘스키의 지적대로 “러시아 측에서는 범죄성과 어리석음을, 미국 측에서는 심각한 도발”을 확인할 수 있다. / 이것ㄷ은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 계급의 제도화된 광기에 관한 실례다. p.278

이 사태는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전쟁의 제단에 우리들의 희망과 이상을 희생시키는 것을 되풀이하는 양 진영의 지도자들에 의해 추동된 것이다. 이들은 지금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하고 우리의 보금자리와 공동체를 점점 더 자신들의 전쟁터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들의 기후생태계와 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구할 인류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계기를 날려버리고 있다. / 러시아의 위대한 평화주의자 레프 톨스토이가 적었던 것처럼, “인류의 역사 전체에서 전쟁은 단 한번도 국가에 의해 잉태되지 않은 적이 없고, 인민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오로지 국가에 의해서만 잉태되었다. 그러나 승리하더라도 인민에게 항상 유해한 것이 전쟁이다.” p.283

2022년 11월에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가 제기한 분석은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그중 하나는 이 책의 2장에서 논의한 민스크 평화협정의 실패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 장에서 협정이 실패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 우크라이나 내 반민주적인 극우 세력의 영향력,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정치 외교적 자원의 부재”를 꼽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인터뷰는 우리의 설명에 중요한 맥락을 더해주었다. / 메르켈 총리는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가 2차 민스크 협정의 정치적 조항들을 준수하게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올랑드 대통령도 이를 확인해주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 협정의 목적은 나토가 우크라이나군을 무장시키고 훈련시킬 시간을 벌어서 나중에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수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서방 강대국들이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는 데 진지하게 임했다면, 이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p.284~285

한국전쟁의 교훈은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것, 그리고 특히나 소모전이 이어지는 전쟁에서 가장 확실한 피해자는 양측의 희생되는 평범한 민간인과 군인이라는 것이다. p.309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에 대한 초점이 기존에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느냐’에 맞춰져 있었지만 ‘왜 쏠 수밖에 없었는지’라는 질문이 더 본질적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한반도의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내부적 요인)이 분출, 대립한 해방 후 기간 동안 1945년부터 5년간 외세, 주로 미국의 개입(외부적 요인)으로 좌절되는 과정에 한국전쟁의 기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p.312

‘시작’이 아니라 ‘기원’이 갈등을 이해하는 본질이며,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열쇠 역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p.313

이러한 커밍스의 접근 방식은 이 책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2022년 2월 24일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보다, 길게는 소련 해체 후 벌어진 경제, 사회적 모순과 국내의 종족적 갈등, 그리고 그것들이 2013년부터 마이단 사태를 통해 분출한 과정을 살피고(내부적 요인), 거기에서 나토와 미국, 러시아가 미친 영향을 함께 살핀다(외부적 요인). p.313~314

한반도의 갈등이 20세기 후반의 냉전을 예비하고 냉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으며 동시에 냉전보다 오래 지속되었다면,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21세기 ‘신냉전’에 대해 동일한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p.314

이들 국가를 권위적 지도자들이 이끈다는 것과는 별개로 객관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방과 한국의 주류 언론은 얼마나 푸틴이 ‘광인’인지, 얼마나 전쟁을 통해 심각한 정책적 실패를 했는지, 언제 푸틴 체제가 ‘붕괴’할지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지만,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202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 4.9퍼센트),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력에도 푸틴의 대중적 지지가 유지되는 배경은 무엇인지, 서방의 전적인 군사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또한 러시아인들은 서방의 압력으로 인해 실존적 위협을 느끼고 있고, 따라서 서방의 압박이 더 강해지면 러시아의 결속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p.317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프로그램이 유튜브에서 삭제되었던 애비 마틴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대안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 “[주류 언론은] ‘살균된’ 진실을 보여주고, 다른 관점이 존재하지 않는 척한다. 그게 대중을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두 강대국이 열전으로 맞붙을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쪽의 관점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미국과 서방, 우크라이나의 관점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관점, 중국의 관점, 이란의 관점 등 다른 나라들의 관점을 듣길 원한다. ... 우린 아이가 아니고, [이러한 정보를 통해] 우리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p.323~324

정치의 복원을 통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그런 비극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전쟁을 끝내는 경로에 대해서만큼은 우크라이나의 인민들이 한반도의 민중들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길 한반도 남쪽에서 간절히 기원한다. p.325~326

YES마니아 : 플래티넘 s*******1 2026.04.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