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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_ 염상섭 : 산 사람은 또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임종 _ 염상섭 : 산 사람은 또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내용보기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유일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한 사실이 있다. 바로 누구나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간이 공평하게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삶에는 끝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말에는 사람이 죽는 것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임종(臨終)'이다. '임종'은 임할 임(臨)과 마칠 종(終)가 합쳐진 단어로 뜻 그대로 '인
"임종 _ 염상섭 : 산 사람은 또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내용보기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유일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한 사실이 있다. 바로 누구나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간이 공평하게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삶에는 끝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말에는 사람이 죽는 것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임종(臨終)'이다. '임종'은 임할 임(臨)과 마칠 종(終)가 합쳐진 단어로 뜻 그대로 '인생을 마치는 순간에 임한다', 다시 말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임종의 순간에는 세상을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염상섭 작가의 이 단편 <임종>은 바로 그런 순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도 산 사람들은 돈이 걱정이다

 

이 이야기 <임종>은 병인이 뇌일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원에서도 포기하여 집으로 다시 나와 생을 마친 이후까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집안에서나 있을 법한 특이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 읽고 있으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내용은 오히려 담담한데 주제가 강렬하다.

병인은 병원에서도 포기한 오늘 내일 하는 상태이다. 동생 명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병인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둘러댄다. 그럼에도 병인은 눈치로 자신의 상태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눈치뿐 아니라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진통제 주사로 간신이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죽음을 느끼는 병인은 가족들에게 자신을 위해 무언가 더 해달라고 고집을 부린다. 삶에 대한 집착이고 본능이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미 희망이 없는 병인에게 들어가는 병원비 주사비 약 값이 부담스럽기 시작한다. 지극한 현실이다. 당장 병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차삯도 아슬아슬한데 병인은 한약을 지어라, 주사를 더 달라,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겠다 고집이다.

집안 사람들은 병인의 그러한 사정은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병원에서 객사를 시킬 것이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요, 다만 어서 집으로 나가서 운명을 시켜야 초상을 치르기가 편하다는 속셈만으로 서둘러대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초상을 치르는 것이 도리어 비용이 덜 들겠다는 뒷공론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집안 식구가 거산을 한 것이요, 더 고생일 것이라 하여 병인이 퇴원하여 준다는 것만 다행하다고들 하였다.

<임종> 중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사그러가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대로 생각하고 주장한다. 요즘에도 장례식장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딱 그런 셈이다. 막대한 병원비와 장례비용을 생각하면 남은 가족들은 답답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병인을 가까스로 집으로 데려오지만 이미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희미한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례비용이 또 걱정이다. 병인의 바람대로 선산에 묘를 쓰자니 영구차에 버스를 대절하는 비용 사만 환만으로도 만만치 않다. 화장장에서 화장을 하면 오륙천 환이면 너끈할 텐데 하면서도 섣부르게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가 없다.

없는 살림에 장례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형님의, 남편의 가는 길을 마냥 허술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마음껏 펼치자니 비용을 어떻게 대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의 인생이 있는데, 가는 사람의 마지막 길에 전부 쏟아붓기가 선뜻 결정이 나지 않는다. 양쪽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는 일이다.

 

"영구차에 버스 한 대는 다라야 할 테니 자동차 삯만 해두 두 대에 가만 환은 예산을 잡아야 할 것"

홍제원 화장장이면 고작해야 오륙천 환에 너끈할 것인데 없는 돈에 차삯이 사만 환이라니 엄청난다는 말눈치였다.

"화장이나 매장이나 돌아간 뒤에야......"

젊은 축들이 저희들끼리 이런 소리를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이 옳다고 찬성하는 사람도 없고 그르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임종> 중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참 현실적인 묘사로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t******y 2024.02.2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