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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엘뤼아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고, 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어디선가 한 번 듣거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두번쯤은 스치듯 지나간 적이 있고,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다고는 할 수 없는 프랑스 시인 엘뤼아르의 시집들 중 그의 대표작이거나, 그의 시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시들을 선별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원본 텍스트는 엘르아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마르셀 뒤마와 뤼시앵 셸러가 공동책임으로 편찬한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이아드 총서 I, II권(1968)이다. 두 권이 각각 1298페이지, 1030페이지라는 걸 보면 그의 시의 방대함을 알 수 있는데,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거의 1-2년에 한 권 꼴로 시집을 출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의 시들을 촉발한 것일까? 1895년에 태어나 1952년에 사망한 엘뤼아르는 세계 1, 2차 대전에 모두 참전하였다. 이 두 차례의 참전 경험은 그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시 세계에도 지대하게 영향을 끼쳤다. 그의 전성기는 다다운동에 참여하면서 쓴 실험시와 초현실주의 절정기의 시들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전후로 제1차 세계대전을 목도하며 슨 전쟁과 평화에 관련된 시들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며 쓴 참여시들도 그의 시 세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엘뤼아르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연인들간의 소박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던 시인은 두 번의 전쟁을 경험하며 '사랑'의 외연이 인류애로까지 점점 확장되면서 현실 참여적으로 변화한다.
이 시집은 1910년부터 1950년대까지, 시인이 발표한 시집의 순서대로 시들이 수록되어 있어, 시인의 이러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을 뿐더러, 각 시기별 시들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다운동에 참여하면서 쓴 실험시와 초현실주의 절정기의 시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을 호명한 시들이나 그들에게 헌사한 시들을 읽는 즐거움은 순수한 시 읽기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 시기에 나온 시집들엔 이 화가들의 삽화가 수록되었었다는데, 그 그림을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가령 1926년에 출간한 『인생의 이면 혹은 인간 피라미드』에는 에른스트가 그린 엘뤼아르와 갈라의 초상화가 실렸었다고 한다(참고로 '갈라'는 당신이 살바도르 달리의 뮤즈로 아는 그 갈라가 맞다. 그런데 이 갈라는 엘뤼아르의 첫번째 부인이었다. 나머지는 알아서 짐작하시길). 심지어 엘뤼아르는 시적 참여와 병행하여 이미지와 텍스트 간의 흥미로운 초현실주의적 실험을 지속했는데,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사진 작가인 만 레이와 공동 작업한 『자유로운 손』(1937)의 경우엔 시에 삽화가 들어간 케이스가 아니라 만 레이의 데생에 삽화시가 들어간 사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집은 꼭 원서를 구해서 보고 싶었다. 사진 작가가 아닌 화가로서의 만 레이를 감상할 기회와 더불어 하이쿠나 아포리즘을 연상시키는 엘르아뤼의 간결한 시들도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에도 『자유로운 손』에 수록된 몇 편의 시가 실려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림은 누락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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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의 시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영어 시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은데, 프랑스 작가라서 한국어로 번역된 시구와 함께 불어 원문이 병기되어있다. 이럴 때 나는, 불어 안 배우고 뭐했나 후회가 든다. 작가의 활동 시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관통하던 때도 있고 다다이즘을 꽃피우던 시기도 있다. 작품이 풍성하고 방대한 것 같은데, 시대 순으로 분류된 점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적어보자면. <자유>라는 시는 이전부터 알고 있던 시였는데,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이 컸었다. 다시 읽어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즐겁다. 주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시다. 미술작가 누구누구에게 쓴 시, 혹은 미술작품을 삽화로 이용하거나 그림이 시와 함께 어우러지도록 했다는 시들이 있다. 미술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며 보면 더 흥미롭다. 시인은 이렇게 감상하는구나, 두 개의 작품으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색달랐다. 마음에 드는 시 중 하나를 골라 필사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시구 "나는 소망한다 / 내게 금지된 것을." 을 알고 있다면, 이 시가 엘뤼아르의 작품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충분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흐름에 따라 보기에 좋은 시 선집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