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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소설 같은 자서전.
자서전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서전의 개념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책에서 부제로 달아놓은 "삶에 관한 에피소드"가 보다 더 정확하다.
자신의 삶이지만, 에릭 호퍼는 에피소드처럼 여러 개의 이야기로,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책의 마지막 쪽에 저자의 책 소개를 나열하면서, 이 책(길 위의 철학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호퍼의 자서전. 생전에 소설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214쪽)

한 마디로 이 책을 읽고 난 평을 한다면, 대단하다, 놀랍다. 아름답다, 뛰어나다, 다시 읽고 싶다.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내 취향에 딱 맞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런 책이었다. 그저께 먼 출장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이틀 만에 다 읽고 말았다.
그의 다른 저작물을 먼저 읽으려다가, 그에 대한 삶을 먼저 이해하고 그의 저작물을 읽는 게 낫겠다 하여 주문한 책인데, 그의 삶에 푹 빠졌다. 그의 저작물들도 기대된다.
에릭 호퍼는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했다. 1984의 작가 조지오웰이 체험을 위해 부두노동자 생활을 하고, 그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같은 책과는 목적부터 매우 다르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것이 더 안전한 삶이라고 느꼈다.
그는 너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어깨 너머로 문자를 익혔고, 일곱 살에 시력을 잃고 만다.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그는 지금의 우리 교육 체계로 보면 무학자였다.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지만 독학으로 도서관을 드나들며 공부하여 거의 모든 학문을 공부했고, 이해력이 좋아 학사 대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열다섯 살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는데, 그 때 이후 폭독을 하게 된다. 눈이 다시 멀까 봐, 그때 읽지 못하게 될까 봐 책을 무자비하게 읽었고, 어떤 책들은 거의 암송하기까지 했다.
18세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그는 고아가 되고 거리의 부랑자가 된다. 그 이후 거리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는 인생의 참 맛을 보게 된다.
이 책은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으로, 총 27개의 인생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얻어낸 보물 같은 삶의 지혜가 다양한 맛을 내는 이야기꾼 에릭 호퍼의 글에 의해 버무러져 있다.
그의 저자물 <맹신자들> <인간의 조건> 등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시금석의 책이다.
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웨이터 보조, 사금채취공, 부도노동자, 목화 채취자, 그밖에 수많은 일용노동자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진 책이지만, 각 이야기가 자신의 철학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한 것으로, 각 이야기가 가지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 있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글이어서, 미처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고 읽기에만 열중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언뜻 떠올릴 수 있는데, 둘 다를 읽어본 경험에서 판단해본다면,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의 삶이 훨씬 실제적이고 생생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에릭 호퍼의 사람과 글은 그리스인 조르바와, 조지 오웰을 합친 뒤, 존 버거의 감성을 버무린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곧바로 다시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에릭 호퍼는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과 광적인 독서량 그리고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가 사망한 뒤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하였다.
(선한리뷰)
성경 잠언, 전도서에서 말하는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를 이 책을 통해 깊이 공감한다.
너무 뛰어난 그의 재능이 아까워 학교에서 연구해달라는 제의에, 즉시 짐을 싸서 다시 길거리 노동자로 돌아가기를 감행하는 그의 삶에 대한 결연한 자세를 본받고 싶다.
달콤한 유혹에 굴하지 말고
자신의 삶,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소설도 아닌 자서전을 이렇게 소설처럼 그리고 여운을 가지며 읽기는 참으로 간만이다.
다시 읽고 나서,
밑줄 그은 부분들도 언급하며
다시 리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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