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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미래까지 폭넓은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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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미래까지 폭넓은 사유   두터운 시집 한 권을 다 읽고도 한마디로 설명할 맥락을 짚어낼 재간이 없어 시인이 펼쳐놓은 풍경과 마주해 시인에게 편지 쓰는 마음으로 써 보기로 한다. 가을은 편지 쓰기 좋은 계절이라서...       시인은 밤이면, 과거에 다녀오는 것 같다. “추억을 미래에서 미리 가져와”(「촉진하는 밤」), “상기하는 마음으로” (「촉진하는 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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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미래까지 폭넓은 사유

 

두터운 시집 한 권을 다 읽고도 한마디로 설명할 맥락을 짚어낼 재간이 없어 시인이 펼쳐놓은 풍경과 마주해 시인에게 편지 쓰는 마음으로 써 보기로 한다. 가을은 편지 쓰기 좋은 계절이라서...    

 

시인은 밤이면, 과거에 다녀오는 것 같다. “추억을 미래에서 미리 가져와”(「촉진하는 밤」), “상기하는 마음으로” (「촉진하는 밤」) 등 능멸, 호위, 아둔, 누추, 참혹, 당도, 오도카니, 올무, 분멸, 벼랑 등 먼 과거에서나 쓸 것 같은 단어들을 끌어와 시 속에 숨겨 두었다. 그가 과거에 다녀왔다는 흔적이다. “지금보다 늙었을 적에는”(「건강미 넘치는 얼굴」)이라고 미래에 다녀온 이야기도 쓴다. 다음 시를 보자.      

 


 

  “그토록이나 스무 살을 기다리던 심정이

  며칠 전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한편으로     

  기다리던 며칠 후는

  감쪽같이 지나가버렸다.”

                        ― 「며칠 후」 부분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프랑시스 잠의 시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밤새 눈은 내려서 온 천지에 내려서 백색의 세상처럼 내 기억도 지워서 싹 다 지워서 여나무살 아이처럼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뭉쳐 던져 대겠지. 땀이 나면서도 손가락이 빨개져 움직이지 않을 즈음, 집에 들어가 시인이 마셨다는 유자차나 마셔볼까. 시인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공연] 중에서

 

  “충분하다는 건 기쁘다는 것과 좀 달랐다

  그녀는 완전하게 기뻐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일에서 분노를 잔향처럼 느꼈다    

 

  그녀는 단 하루도

  죽음을 떠올리지 않은 적 없었다

  평생 동안 사랑해 온 단 한 명을 대하듯 했다.”

                                           ― 「이 느린 물」 부분  

   

‘맹렬히 그 모든 것과 맞서다가, 고요히 사라지고 싶다가,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는 시인의 고백을 듣는다. 결국, 사랑은 마음 가장 깊은 곳, 그곳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보인다. 충분히 사랑할 수 없어서 분노했고, 사랑받지 못해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인간 존재의 속성일까.     

 


 

세상을 접시만 하게 작게 보기도 하고, 접시를 세상처럼 크게 보기도 하는 유연함(「접시에 누운 사람」), ‘i’가 되었다가 ‘아이’가 되었다가 넘나드는 사연을 듣기도 했다. (「누가」, 「머리말」) 두 편의 시는, 그의 전작 『i에게』의 후속 편 같은 느낌도 들었다. 「누가」나 「영원」처럼 상상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언뜻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다음 글도 그랬다.

 

 

  “누군가 가리키는 과거가 미래라는 지당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누군가가 가리키고자 하는 미래       가 과거라는 것을 눈치챘다가 미래가 더 이상 미지가 아님을 증명해 보는 밤”

                                                                ― 「푸른얼음」 부분     

 

시인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 든다. 또한, 시인이 종횡무진 다니는 곳은 낮과 밤이다. 잠, 꿈, 햇빛, 윤슬, 해, 달 저녁 등 수많은 밤들을 묶어 놓은 「푸른얼음」은 수많은 표정을 모아 놓은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어」와 같은 방식의 시 쓰기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깊이 생각하고 내밀히 관철한 시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촉진하는 밤』은 시인이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떠도는 생각과 말과 깊은 사유, 겨우 잠든 꿈까지도 벼르고 벼려서 쓴 사유의 진액 같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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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시인이 나를 위해 시를 쓰실 리야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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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시인이 나를 위해 시를 쓸리야 없겠지만, 나는 김소연시인이 2023년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내주시는 것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그의 시와 글을 언제나 사랑했지만 이번 시집은 유난히 더 좋다. 다음 번에도 같은 말을 하겠지. 이번 시집은 유난히 더 좋다고. 한국어가 모국어라서 이 시의 아름다움,우아함, 섬세함을온전히 다 느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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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시인이 나를 위해 시를 쓸리야 없겠지만,
나는 김소연시인이 2023년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내주시는 것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그의 시와 글을 언제나 사랑했지만
이번 시집은 유난히 더 좋다.
다음 번에도 같은 말을 하겠지.
이번 시집은 유난히 더 좋다고.
한국어가 모국어라서
이 시의 아름다움,
우아함, 섬세함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g********o 2023.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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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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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너에게 배운 바대로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밤을 새운다 나는 가끔 시간을 추월한다 너무 느린 것은 빠른 것을 이따금 능멸하는 능력이 있다 마룻바닥처럼 납작하게 누워서 바퀴벌레처럼 어수선히 돌아다니는 추억을 노려보다 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추억을 미래에서 미리 가져와 더 풀어놓기도 한다 능멸하는 마음은 굶주렸을 때에 유독 유능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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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너에게 배운 바대로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밤을 새운다

나는 가끔 시간을 추월한다
너무 느린 것은 빠른 것을 이따금 능멸하는 능력이 있다

마룻바닥처럼
납작하게 누워서
바퀴벌레처럼 어수선히 돌아다니는 추억을 노려보다
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추억을 미래에서 미리 가져와
더 풀어놓기도 한다
능멸하는 마음은 굶주렸을 때에 유독 유능해진다

피부에 발린 얇은 물기가
체온을 빼앗는다는 걸
너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열이 날 때에 네가 그렇게 해주었던 걸
상기하는 마음으로
밤을 새운다

앙상한 너의 몸을
녹여 없앨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마침내 녹을 거야
증발할 거야 사라질 거야
갈망하던 바대로
갈망하던 바대로

창문을 열면
미쳐 날뛰는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고
펼쳐둔 책을 휘뜩휘뜩 넘기고
빗방울이 순식간에 들이치고
뒤뜰 어딘가에 텅 빈 양동이가
우당탕탕 보기 좋게 굴러다니고

다음 날이 태연하게 나타난다
믿을 수 없을 만치 고요해진 채로
정지된 모든 사물의 모서리에 햇빛이 맺힌 채로
우리는 새로 태어난 것 같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유격이 클 때
꿈에 깃들지 못한 채로 내 주변을 맴돌던 그림자가
눈뜬 아침을 가엾게 내려다볼 때

시간으로부터 호위를 받을 수 있다
시간의 흐름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 것
참 좋구나

우리의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이 드넓은 햇빛이 말없이 한없이
북돋는다

 

어떤 밤을 생각한다. 어떤 밤을 기억한다. 그 밤의 온기, 걱정, 그 밤을 지나고 맞은 아침...

r*********s 2024.02.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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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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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김소연     어떤 시인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게 김소연시인을 좋아한다. 지치고 연약해진 마음을, 어둡고 축축한 마음을, 밤에 기대어 버티는 마음을, 그런 마음도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시 한 구절, 꾹꾹 눌러쓰며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 있으니까. 깊고 깊은 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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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김소연


 

 

어떤 시인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게 김소연시인을 좋아한다.


지치고 연약해진 마음을, 어둡고 축축한 마음을, 밤에 기대어 버티는 마음을, 그런 마음도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시 한 구절, 꾹꾹 눌러쓰며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 있으니까.


깊고 깊은 그 방에서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뱅글뱅글 파고드는 시간, 그리고 '그것이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이란 걸 알아챌 때도 있었다'(이 느린 물 22-23p)


우리의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촉진하는 밤, 20p) 견디는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도 '등으로부터 체온이 전해질 때에 너의 따뜻함 역시 그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너는 알게 되었다(접시에 누운 사람 25p)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함에 녹기는 하는 밤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만약에 만약에를 거듭하며 또다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내가 생각이 되어버린다'(2층 관객 라운지 30p) 내가 생각이 되어버려 다시 밤에 굴복하는 날이 오겠지. 


'않았을 것이라는, 익숙한 이 후회 역시 낮을 배웅하며 어딘가에 걸터앉아 밤을 기다리고 있군요'(비좁은 밤 116p) 그 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나의 동굴은 더러워서, 만질 수 조차 없는 곳이라서 너에게 보여줄 수 없는데, 나의 울음을, 나의 슬픔을 등에 업고 가슴에 안고 함께 떠오른다면 좋겠다. 밝고 고운 마음이 아니라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이 아니라 함께 더러워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있자
그래 그냥 그러자
그래야겠다
동굴 47-49p


그러기 위해서는 잘 버텨야지.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푸른얼음 71p) 위해서라도.

 


 

 

 


 

 

 

YES마니아 : 골드 y*******2 2023.12.1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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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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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시인 / 촉진하는 밤시 라는 건, 늘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문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좋은 시를 만나 좋은 구절을 기억한다는 건 싦을 더 풍부하게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 다양한 시인의 시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시를 통해 이해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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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시인 / 촉진하는 밤


시 라는 건, 늘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문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좋은 시를 만나 좋은 구절을 기억한다는 건 싦을 더 풍부하게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 다양한 시인의 시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시를 통해 이해하는 삶

YES마니아 : 플래티넘 y*********4 2026.07.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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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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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김소연 시인의 <촉진하는 밤>을 펼쳤다.매일 찾아오는 밤,매일 시작되는 밤,여름 밤을 <촉진하는 밤>과 함께 했다.밤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아침이 왔고 그렇게 매일이 새로워졌다. 시를 읽으며 밤과 낮, 낮과 밤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낮은 우리의 연약함과 허약함과 아둔함을 한없이 북돋지만 시간은 우리를 호위하고, 밤은 펄펄 끓는 지친 몸과 마음에 얇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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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김소연 시인의 <촉진하는 밤>을 펼쳤다.
매일 찾아오는 밤,
매일 시작되는 밤,
여름 밤을 <촉진하는 밤>과 함께 했다.
밤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아침이 왔고 그렇게 매일이 새로워졌다. 

시를 읽으며 밤과 낮, 낮과 밤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낮은 우리의 연약함과 허약함과 아둔함을 한없이 북돋지만 시간은 우리를 호위하고, 밤은 펄펄 끓는 지친 몸과 마음에 얇게 물기를 펴발랐다. 그래서 이미 지친 몸과 마음이지만 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시를 읽는 동안 매일 밤이 새롭고 매일밤이 좋았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유격이 클 때

  꿈에 깃들지 못한 채로 내 주변을 맴돌던 그림자가

  눈뜬 아침을 가엾게 내려다볼 때


  시간으로부터 호위를 받을 수 있다 

  시간의 흐름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 것 

  참 좋구나


  우리의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이 드넓은 햇빛이

  말없이 한없이

  북돋는다


                                       -<촉진하는 밤> 중에서-

시를 읽다보면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는, 뒷부분이 계속될 것만 같은 시들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계속 바라보며 내일은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내일을 냠냠 씹고 씹어 그것을 하늘 위에 가지런히 올려 보내면 어떤 글자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똑같이 어리석게 반복되는 날일지라도 그것에 다른 이름을 붙여줄 수 있으리.

   그것은 다르다 : 그 구름에 두 번이나 무지개가 나타났다

   다르게 황홀하고 다르게 기쁘다

   독성 없는 과거지사들을 가지런히 빗질하는 오후

   부드럽구나 어딘가 잘못되었구나

   

   뒤돌아보지만 영원히 뒤돌아서지 않으며


   그것을 부른다 : 쨍한 하늘 뽀얀 구름 위에서

   그 속을 기어이 뒤져 내일을 저작한다

   허기는 식욕이 아니고 누차 헷갈렸던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헷갈려 하는

   끈기로운 어리석음을


                                              -  <칠월>





YES마니아 : 로얄 m*****3 2025.08.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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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by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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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i에게』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자, 시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이라고 한다. 30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펴냈으니 과작(寡作)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촉진하는 밤」의 시구처럼, '너무 느린 것은 빠른 것을 이따금 능멸하는 능력이 있다'. 돌아보면 김소연은 평범한 시구로 더디게 '빠른 것들을' 능멸하는 시들을 써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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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i에게』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자, 시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이라고 한다. 30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펴냈으니 과작(寡作)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촉진하는 밤」의 시구처럼, '너무 느린 것은 빠른 것을 이따금 능멸하는 능력이 있다'. 돌아보면 김소연은 평범한 시구로 더디게 '빠른 것들을' 능멸하는 시들을 써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 「촉진하는 밤」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내가 바로 이런 인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는 이유를 이 시집을 통해 찾은 것 같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이 끝나고 기어이 찾아올 가을에, 이 시집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를 읽는 순간 순간 했다.

s*****n 2024.09.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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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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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작가님의 촉진하는 밤 리뷰입니다. 시인인 저자가 5년 만에 내놓은 시집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요즘 시를 잘 볼일이 없고 잘 볼 수도 없어서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저자 특유의 문체는 여전한거 같아요.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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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작가님의 촉진하는 밤 리뷰입니다. 
시인인 저자가 5년 만에 내놓은 시집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요즘 시를 잘 볼일이 없고 잘 볼 수도 없어서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저자 특유의 문체는 여전한거 같아요.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r******3 2024.09.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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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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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님은 신간이 나오면 뛸듯이 반가운 시인님 중에 한 분입니다. 시인님의 i에게 라는 시집이 제일 좋았고 이번 시집도 한편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습니다. i에게라는 시집을 처음 읽을 때 i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불특정한 상대에 대한 호칭이라고 생각했어요)i는 I(나)일수도 있는 걸까요. 이번 시집에도 i가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중에선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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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님은 신간이 나오면 뛸듯이 반가운 시인님 중에 한 분입니다. 시인님의 i에게 라는 시집이 제일 좋았고 이번 시집도 한편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습니다. i에게라는 시집을 처음 읽을 때 i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불특정한 상대에 대한 호칭이라고 생각했어요)i는 I(나)일수도 있는 걸까요. 이번 시집에도 i가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중에선 '푸른 얼음'이라는 시가 제일 마음에 남아요.

e*******s 2023.09.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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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양의 밤, 잔을 기울여 몽땅 흘려보내고 싶은 밤... 김소연, 촉진하는 밤
"겸양의 밤, 잔을 기울여 몽땅 흘려보내고 싶은 밤... 김소연, 촉진하는 밤" 내용보기
며칠 전부터 무명 가수가 부른 <살아야지>를 꽤 여러 번 듣고 있다. 투석을 마치고 잠에 취해 있는 중증 치매의 아버지를 요양 병원에서 암병원으로 암병원에서 다시 요양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일도 아니고 효도 아니고 효도 아니고 일도 아닌 어중간한 이동을 모두 마치고 이제 진짜 일하러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부순환로, 저무는 해를 향하여 한껏 미간을 찌푸리면서 <살아야지
"겸양의 밤, 잔을 기울여 몽땅 흘려보내고 싶은 밤... 김소연, 촉진하는 밤" 내용보기

  며칠 전부터 무명 가수가 부른 <살아야지>를 꽤 여러 번 듣고 있다. 투석을 마치고 잠에 취해 있는 중증 치매의 아버지를 요양 병원에서 암병원으로 암병원에서 다시 요양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일도 아니고 효도 아니고 효도 아니고 일도 아닌 어중간한 이동을 모두 마치고 이제 진짜 일하러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부순환로, 저무는 해를 향하여 한껏 미간을 찌푸리면서 <살아야지>를 들었다. 

 

  “조금만 더 그렇게 하면 예순이 되겠지. / 이런 건 늘 며칠 후처럼 느껴진다. / 유자가 숙성되길 기다리는 정도의 시간. // 그토록이나 스무 살을 기다리던 심정이 / 며칠 전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한편으로 // 기다리던 며칠 후는 / 감쪽같이 지나가버렸다.” - <며칠 후> 중

 

  고유의 고요, 를 갖고 싶다. 때때로 반가운 정전, 불이 꺼지고 나면 작은 삶의 통로도 환하게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배우고자 하였으니 허송세월, 감각이 사라져서 떠올리기 힘든 시간, 체리 맛이 나던 갈색 필터의 담배는 어떤 연기를 피웠더라, 번역되지 않는 나를 텍스트로 삼아 마시고 또 마시던 주류의 밤, 사라진 어처구니를 찾아 떠도느라 허공을 더듬는 손길이 아직 있다.

 

  “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 너에게 배운 바대로 /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 밤을 새운다 // 나는 가끔 시간을 추월한다 / 너무 느린 것은 빠른 것을 이따금 능멸하는 능력이 있다 // 마룻바닥처럼 / 납작하게 누워서 / 바퀴벌레처럼 어수선히 돌아다니는 추억을 노려보다 / 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 ... 어제와 오늘 / 사이에 유격이 클 때 / 꿈에 깃들지 못한 채로 내 주변을 맴돌던 그림자가 / 눈뜬 아침을 가엾게 내려다볼 때 // 시간으로부터 호위를 받을 수 있다 / 시간의 흐름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 것 / 참 좋구나 // 우리의 /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 이 드넓은 햇빛이 / 말없이 한없이 / 북돋는다” - <촉진하는 밤> 중

 

  표류하고 있다는 호소문을 매일 저녁 작성한다. 어제는 이런 문구로 호소문을 시작했다. 쓰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나는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잃었다. 아니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견하지 못한 길로 가득한 곳에서 길을 잃었다. 길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모든 갈림길에서, 그러니까 거기에 있는 줄도 모르는 갈림길에서, 삼거리인지 사거리인지 오거리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갈림길에서...

 

  “어떤 시를 읽었다 / 아침에 날아든 소식으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 / 그 자세로 밤까지 앉아만 있다가 그 사람은 홀연히 일어나 /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 어떤 소식이었을까 / 시가 말해주지 않은 것을 궁금해하며 /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사람을 / 밤새 기다리다가 홀연히 아침이 와버린다는 것이 // 지금 쓰고 있는 이 시의 첫 연이 되었으면 한다 /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를 읽는 한 사람은 / 이 페이지를 쉽게 덮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더 궁금한 것 없이 다음 세계로 가뿐히 가버린다면 // ... 마라토너처럼 활달한 그의 목젖으로 / 이 시를 끝내게 되면 / 그런 시를 읽었던 것을 까맣게 잊게 될 것이다 / 내가 시를 쓰는 동안 내가 기다리던 // 그 사람이 나에게 왔다 / 그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나는 시를 쓰느라 미처 몰랐을 뿐이었다” - <올가미> 중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선택하지 않았으니 후회할 수 없다.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가리켜본다. 보고 싶은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 가리키고 났더니 거기에 그것이 있는 것인지 가늠해본다. 저 나무가 뭐야? 플라타너스잖아 양버즘나무, 아내의 질문에 의기양양한 대답을 내놓는 순간에만 잠시 삶이 확연해진다. 대부분의 시간에 삶은, 삶을, 서둘러 종점을 향하는 막차의 은퇴를 앞둔 기사처럼 운전한다.

 

  “해 아래 오도카니 앉아 너는 / 묵은 표정을 씻고 있다 / 씻어낸 표정을 말리고 있다 // 해가 지면 밤이 오고 밤이 오면 별이 보이는 / 고요한 절차가 차곡차곡 쌓여갈 때에 / 고양이의 사뿐한 / 발소리가 또렷이 들려오고 // 너는 텐트와 침낭의 지퍼를 차례차례 닫고서 / 눈을 감고 기다린다 / 밤새우지 않은 아침이 너에게 다가간다 / 너의 오랜 소원이 너를 에워싸는 시간” - <백만분의 1그램> 중

 

  누구에게도 구술되지 않는 삶은 허전할까. 나는 누구의 삶을 구술하고 나의 삶은 누구에 의해 구술될까. 나를 보고 등을 돌렸던 많은 시간, 도로 돌아가도 별 볼 일 없으니, 나는 바로 지금의 시간과 식구처럼 잘 지내고자 하는, 나는 이미 오래된 인간이다. 미안하기 싫은데 매일 미안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겸양의 밤, 모든 패거리를 분쇄하고 싶은 밤, 잔을 기울여 몽땅 흘려보내고 싶은 밤이다. 


김소연 / 촉진하는 밤 / 문학과지성사 / 175쪽 / 2023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3.1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