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었던 육아서 중 가장 가독성이 좋았던 책이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윤지영 작가는 그 중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쉽지 않았던 여러 상황들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상황과 감정에 놓이게 될 아이들에게 어떤 말로, 어떤 표현으로, 어떤 마음으로 보듬어줘야 할까에 대해 윤지영 작가는 생각을 참 많이 한 것 같다. 수없이 다양한 일들과 복잡한 감정에 부딪치는 시간이 생기게 될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윤지영 작가는 부모가 '오뚝이 육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가 되도록, 자존감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도록 말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일을 세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이렇다. 돌봄 지원, 교육 지원, 정서 지원. 그 중 정서 지원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누구도 부모가 아니면 아이에게 해 주기 힘들다. 오직 부모만이 나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고 읽어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부모도 내 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정서를 만져줄 수 있도록 아이를 알아야 하는데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모의 어린 시절과도 연계가 있으니 결국 아이를 아는 건 나를 아는 것과 같다. 나를 아는 것은 평생 숙제와도 같은데, 이것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 또한 없는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이 그저 지나가기만 하면 좋겠지만, 지나가면서 내게 체화되는 걸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긍정으로 꽉 채워진 아이들은 공기가 가득찬 공처럼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힘이 강하다고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나 또한 내 아이들을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이제껏 세상 속에서 살아보니 실패할 수 있고 좌절할 수 있는데 그걸 밟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힘, 우리는 그 힘을 절대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아래에 밑줄친 단락을 적어보았다. 힘들 때 다시 읽어봐야지.
정서 지원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돌봄 지원은 외주화가 가능합니다.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역할을 맡길 수 있어요. 교육 지원 역시 대체 가능합니다. 공부는 학교에서도 하고 학원에서도 하니까요. 수학이면 수학, 영어면 영어,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죠. 하지만 정서 지원은 외주화가 불가능합니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의 식사를 챙기고 공부를 봐주는 사람은 구할 수 있지만,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며,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장려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구할 수 없어요. 아이의 심리적 자립을 위한 정서 지원은 오직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역할입니다. -p23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믿음인 '자기가치감'과 자기 능력에 대한 신념인 '자기효능감'이 자존감을 구성합니다.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성취해낸 경험과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풍부할수록 건강한 자존감이 만들어집니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자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에요. '나는 소중해', '나는 뭐든 할 수 있어'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며 스스로 유능하다고 여깁니다. 외부의 평가나 판단에도 크게 흔들림 없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죠. -p27
아이에게 유독 화가 나는 면이 있다면 그것이 부모의 결핍된 면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화가 난 게 현재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의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가 내면에 있어서인지는 오직 나만이 알 수 있습니다. -p53
오뚝이 육아는 부모인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의 성향과 취향, 강점과 약점, 현재와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특히 나의 감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잘 견디고 어떤 감정은 못 참는지, 어떤 상황엣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 매번 거슬리는지, 또 내 안에서 생겨나는 갖가지 감정을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p63
오뚝이 육아를 위해서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실수하든 실수하지 않든 아이를 믿어 주고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어야 해요. 긍정적인 걸로 채워진 공은 튀어오를 힘이 생겨요. 예의 바르고, 말 잘 듣고, 양보 잘하는 아이를 좋게 바라보는 건 부모가 아니어도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부족하고 서툴고 말 안 듣는 아이를 믿어주고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부모가 아니면 못 합니다. 아이가 계속 부족하고 서툴지는 않아요. 부모가 아이를 계속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이도 바뀌어요. 부모가 늘 긍정적이면 아이도 부모를 닮아 갑니다. -p72
때로는 힘들고 하기 싫어도 참아야 하는데, 부모가 감정까지 해결해 주면 아이는 힘들 때 견디는 법과 감정을 처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부모를 만만히 여겨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고, 심하면 함부로 하기도 해요. 또한 감정을 조절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에 취약해집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꾸지람 듣는 것도 잘 견디지 못하고,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여 크게 상처 입는 일도 생깁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공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정서적 과잉 보호인 셈입니다. 아이가 상처받는 걸 부모가 못 견디는 거죠. 아이가 슬퍼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게 부모에게 고통이다 보니 아예 좌절을 겪지 않도록 막아서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모가 대신 감정을 해결해 주면 아이는 삶에서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고통과 어려움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감정 해결은 공감이 아닙니다. 감정적 어려움을 이겨 낼 내면의 힘을 북돋워 주는 것이 공감이에요. 감정의 주인은 아이이고, 감정에 대한 책임 역시 감정의 주인인 아이의 몫입니다. -p128
모든 사람에게 멘토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부모인 내가 내 아이 한 사람을 위한 멘토는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낳아서 키운 부모, 가장 오랜 기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한 부모, 아이를 가장 잘 아는 부모야말로 아이를 위한 멘토의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p177
사실 기대대로 되지 않을 때의 감정은 어른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부단한 연습이 필요해요. 감정을 억압하고 억누르고 회피해서는 배울 수 없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나에게 묻고, 이유를 알고, 그 감정을 다독이다 보면 점차 불편한 감정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돼요. 안 좋은 감정도 적절히 다루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죠. 여러 감정을 편견 없이 골고루 경험해 보는 건 아이의 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도와주고 가르쳐 주면 아이는 다채로운 감정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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