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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소리풍경에 귀 기울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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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지만 자주 생태공원을 찾는다. 그나마 일부 자연이 살아있는 그곳에서 매번 놀라운 경험을 한다. 작은 공원에서 놀라운 경험을 매번 한다는 것이 경이롭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에 간다.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생태공원에 가지 않고 시간을 일부러 내서 가고 있다. 공원에 가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충만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그 공간에 들어가 평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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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지만 자주 생태공원을 찾는다. 그나마 일부 자연이 살아있는 그곳에서 매번 놀라운 경험을 한다. 작은 공원에서 놀라운 경험을 매번 한다는 것이 경이롭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에 간다.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생태공원에 가지 않고 시간을 일부러 내서 가고 있다. 공원에 가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충만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그 공간에 들어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감각을 열면 그만이다. 귀를 활짝 여는 과정을 거듭할수록 녹슬었던 감각이 되살아나고 다른 생명의 지혜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새로운 발견이다. 내가 어렴풋하게 생각하는 소리-듣기를 45억 년 진화의 역사를 종횡하며 이야기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미국 코넬 대학교에서 공부한 생물학자답게 과학자의 눈으로, 그리고 “과학과 시적 산문을 결합해 새로운 문학적 미학을 개척한 레이철 카슨과 같은 보기 드문 과학자”라는 평가에 걸맞게 아름다운 문장과 통찰로 초대한다. 우주적 과거와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보여주고 창조의 결과만이 아니라 창조 행위 자체라는 듣기를 강조하는 부분에 이르러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된다.


동물이 들려주는 풍성한 소리의 상당 부분은 말 없는 초록의 산물이다. 지구의 소리 진화에서 진행된 초기 단계들은 느릿느릿 타는 불이었다. 10억 년 동안은 바람 소리와 물소리만 들렸으며 그 뒤로 30억 년 동안 세균의 웅얼거림과 동물의 조용한 움직임이, 그 뒤로 1억 년 동안 귀뚜라미의 귀뚤귀뚤 소리가 가세했다. 그러다 1억 5천만 년 전에서 1억 년 전 사이에 지구의 육지 소리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활활 타올랐다. 이 폭발의 불심지는 꽃의 진화였을 것이다. 말 그대로 소리가 꽃핀 것이다. (85쪽)


소리는 어찌나 찰나적이고 가벼운지 만들어지는 족족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록 덧없을지언정 층층이 쌓인 역사의 기록들이다. 모든 음성은 자기 무리의 기원과 확산이 남긴 자국을 간직한다. 따라서 소리경관은 수억 년에 걸쳐 쌓인 산물이다. 나는 귀를 기울이다 곧잘 휘파람 부는 새의 억양과 곤충 소리의 질감, 서로 목청을 겨루는 종의 다채로운 펄스와 음색, 경쟁자나 짝의 교창 같은 시시각각의 멜로디와 소리경관의 음조 층위에 매료된다.

이 순간의 기쁨 옆에는 진화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라는 초대장이 놓여 있다. (280쪽)


단일 종의 소음에 지배되는 소리경관에서 살아가는 나는 수백만 년 걸려 진화한 음성 다양성을 빼앗긴 숲이다. 나는 이제 절멸의 슬픔에 깊이 빠져든다.

얼마 남지 않은 종의 노래에 기뻐하는 나는 야생의 부서진 소리꾼 검은지빠귀다. 나는 이 새롭고 낯선 세상에서 목소리를 찾으려는 생명의 흥겹고 즉흥적인 충동에 이끌린다.

도시의 소리는 우리를 인간성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그 영향에 주목한다면, 이 소리들은 말하고 듣는 모든 존재와의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연대에 빠져들게도 한다. 하지만 나머지 존재들과 달리 우리 인간에게는 통제 수단이 있다. 우리는 다른 소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고래는, 숲은, 새들은 그럴 수 없다. (514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24.05.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