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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네미롭스키 #프랑스풍조곡 #돌체 #레모 엄한 아버지 밑에서 정숙하게 자란 뤼실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스통 앙젤리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 남편은 외도를 일삼았고, 전쟁이 시작되자 포로로 끌려갔다. 그녀의 삶에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뤼실이 사는 마을에도 독일군이 주둔한다. 뤼실과 시어머니가 함께 사는 집에 독일군 장교 브루노 폰 팔크가 머물게 된다. 소설은 전쟁과 점령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맥락 안에 매우 인간적이고 교양 있는 독일 장교 브루노와 뤼실의 관계를 중심에 놓는다. 동시에 괴물처럼 인식되던 독일군과 프랑스 시골 마을 사람들이 적대하면서도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이용하고 의존하는 모순적인 일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뤼실과 브루노의 관계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현실 속에서 개인의 감정과 자신이 속한 사회적 입장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개인으로서의 브루노를 알기 전에 그는 그녀에게 ‘적군’이라는 사회적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뤼실은 그가 음악을 사랑하고, 고뇌하며, 섬세한 감정을 가진 한 명의 인간임을 알아가게 된다. 브루노 역시 뤼실을 점령당한 프랑스의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한 개인으로 바라보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감정은 단순한 사랑이라기보다, ‘적’이라는 집단적 정체성과 ‘한 사람’이라는 개인적 존재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는 과정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에는 개인의 감정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장벽이 처음부터 존재했다.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개인적 감정은 자연스럽고 애틋한 것이지만, 두 사람은 끝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역사적 위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뤼실은 프랑스인이고 브루노는 독일군 장교다. 두 사람의 관계에는 사랑보다 먼저 전쟁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제목인 Dolce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처럼 느껴진다. ‘부드럽게, 달콤하게’라는 의미의 단어… 브루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전쟁의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럽고 달콤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그 부드러움은 결코 온전하게 달콤할 수가 없다. 오히려 아름답고 평화로운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 현실의 잔혹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Dolce의 달콤함은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 잠시 드러난 인간의 연약한 아름다움에 가깝다. 네미롭스키는 개인의 인간적인 감정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역사적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이 질문은 뤼실과 브루노의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서 독일군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사람, 어쩔 수 없다며 협조하는 사람, 독일군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 독일군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 저항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실속을 챙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이들을 ‘저항’과 ‘친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스스로를 시험한다. 점령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생존, 욕망, 질투, 사랑, 자존심, 두려움 같은 사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선택하고 갈등한다. 결말에 남겨진 미완의 여운은 독일의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뤼실과 브루노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어떻게 변할지, 브누아는 탈출에 성공할지 궁금증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