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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시작 활동을 했던 오세영 시인의 작품들 가운데 뽑아 엮은 시집이다. 그렇게 가려 뽑은 시가 모두 77편이라는 것과, 선정된 작품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 역시 시집의 제목을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작품들 가운데 시인이 직접 선정한 시라는 것 역시 ‘오세영 선시집’이라는 부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잘 살라’고 말하는 것을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라는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사랑을 낳는다.’고 여기기에, 사랑을 노래한 시들은 아름다움과 함께 다른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누군가에게’라는 제목의 서시를 비롯하여, 이 책에는 시인의 시 77편을 모두 4부에 걸쳐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오랜 연륜의 시인은 서시에서 ‘봄’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봄이 온다는 것은 / 아득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그리움만으로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를, 그리움만으로는 그 무엇도 아닌 의미를 이제 내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시집에 수록된 사랑의 시편들은 다시 찾아오는 봄을 기다리면서, 다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아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한 모금. 마른 입술을 적시는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그리움에 지치거든’ 전문)
이 시를 읽다 보면 등나무 아래 초여름 푸른 등꽃의 향기를 맡으며 청자 다기를 앞에 두고 차를 마시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움에 지치거든’ 그렇게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들끓는 격정’과 ‘열병’ 같은 사랑에 대해서 되돌아보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한때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식어가기 마련이고, 그 순간을 기억하지만 ‘그리움에 지’쳐 기다림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그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짙은 향기를 내뿜는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차를 마시며, 자신의 삼을 돌아보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그렇게 ‘눈 내리는 아침엔’으로 시작되는 시집은 마지막 작품으로 ‘너를 찾는다’라는 시를 수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읽으면서, 시인이 아닌 나의 삶과 ‘사랑’에 관한 기억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