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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효샘 에세이 신간! 우리는 모두 1학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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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시간, 선생님 손에 안내장이 들려있습니다. 저는 불안합니다. 안내장을 나눠주시는 선생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올까봐 말이지요. “안내장에 이번 달 급식비 미납자라고 적혀있으면 친구들에게 뭐라고 하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저는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그럴 때 마다 친구들과 눈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지요.   선생님이 야속했
"성효샘 에세이 신간! 우리는 모두 1학년이었다" 내용보기

종례시간, 선생님 손에 안내장이 들려있습니다. 저는 불안합니다. 안내장을 나눠주시는 선생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올까봐 말이지요. “안내장에 이번 달 급식비 미납자라고 적혀있으면 친구들에게 뭐라고 하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저는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그럴 때 마다 친구들과 눈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지요.

 

선생님이 야속했습니다. “몰래 주실 수도 있는데, 꼭 저렇게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셔야 할까.” 너무 창피했고, 교실을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했기에 그저 고개 숙이고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선생님 흉을 보면서 말이지요.

 

그랬던 제가 이제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안내장을 나누어주셨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부러 창피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세상은 어린이들이 알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니까 말이지요.

 

어른들은 너무나 복잡합니다. 그래서 많이 행복해야 조금이나마 웃고, 아주 많이 즐거워야 살짝 재미있어하지요. 그런 어른들도 반대로 “조금 웃어도 많이 행복하고, 살짝 재미있어도 아주 많이 즐거”웠을 때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그 중 초등학교 1학년의 모습을 진하게 담은 책이 있습니다. 김성효 선생님의 <우리는 모두 1학년이었다>입니다.

 

책에는 1학년 아이들의 느리고 작고 약한 모습들 그래서 더 사랑해주고 싶은 모습들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모습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폭우로 학교가 잠겼을 때, 한명 한명 손잡아 옮겨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선생님, 운동장에 버리고 간 똥 싼 팬티 주인이 우리 반 아이는 아닐지 걱정하는 선생님, 선생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작가라고 답하는 선생님.

 

여러 에피소드 중에 저는 아이들과 나무 심은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야, 나무야, 어서 자라라.”라는 받아쓰기 문장에서부터 시작된 나무심기 프로젝트. 나무는 어디에서 구하고, 나무는 어디에 심을 것이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일절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 우리도 나무 심어요.”라고 외치는 아이들과 학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선생님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은 복숭아나무 묘목을 구합니다. 공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지요. 그 후 선생님께서는 해마다 아이들과 함께 과일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왜 과일 나무였을까요?

 

“과일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 과일들처럼 우리 반 아이들도 잘 자라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지금 초등학교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와 많이 다릅니다. 급식은 무상으로 제공되고, 아이들에게 민감할 수 있는 안내장은 최대한 조심하며 전달합니다. 저는 참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보다 건강한 열매가 되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저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봅니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말이지요.

YES마니아 : 골드 s*******1 2023.10.06. 신고 공감 21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