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늦은감이 있지만 그 작품의 명성만은 늘 듣고 있었기에 큰 맘먹고 결정판을 사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과거의 작품과 그 시대를 반영한 작가의 시선이 잘 들어난 스토리가 정말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공포, 미스테리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때론 로맨틱스럽기도하고 아이같이 해맑은 부분이 이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진 작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작가였다. |
|
에도가와 란포.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일본이 미스터리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닦은 인물이기도 하고, 에도가와 란포 상도 있지요. 또,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미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고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고 있지요. 그러나 수많은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 지금, 한국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이름만 유명합니다. 작품 출간이 안 된 건 아니지만 여러 장르를 섭렵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다양하게 출간되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추리 소설의 아버지, 라고 하지만 환상, 괴기, SF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져 있어서 허들도 생각보다 높은 감이 있습니다. 오래전의 작가이니 가독성도 이래저래 고민이구요. 저는 에도가와 란포란 이름을 연신 들어봤고 아케치 코고로 명탐정 이름도 들어보고 일본 드라마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문학 세계를 경험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출간되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만도 벅찼거든요. 일본 미스터리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만 환상, 괴기 소설엔 관심도 없었구요. 그러다가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으면서 점점 미스터리의 장르가 커져가면서 나름대로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검은숲에서 출간한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을 찾았지요. 이 책은 일본 출판사 고분샤에서 출간한 총 30권에 이르는 <에도가와 란포 전집>의 핵심 작품을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30권 모두는 다 안 나오겠지만, 지금 2권이 나왔고, 계속해서 쭉 나와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권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최초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장편 소설 <거미남>과 걸작 단편으로 불리우는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애벌레>, <천장 위의 산책자>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작품마다 에도가와 란포의 자작해설이 포함되어 있지요. 아예 새롭게 느껴지는 소설도 있었지만 <천장 위의 산책자> 같은 경우는 어디선가 많이 본 작품같더군요. 그만큼 유명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글을 쓰던 시기는 아르센 뤼팡이니 셜록 홈즈니 하는 추리 소설이 유명했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은 추리라는 영역보다는 환상, 괴기, 그로테스크함, 피폐함 등이 강합니다. 활기차다거나 추리의 흥미진진함보다는 환상 속에서, 저 아득히 먼 곳에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접했을 때는 속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애벌레>가 유독 그랬는데 다른 작품들도 불쾌한 기분이 제일 먼저 들더군요. 뭔가 검고 축축한 것이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유치한 부분도 없잖아 있고, 추리도 허술해보입니다. 실제로 에도가와 란포도 이런 점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했더군요. 그러나 소위 말하는 설정 구멍에도 불구하고 작품 하나하나가 주는 주제나 의미는 뚜렷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를 우리가 얼마나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요. 확실히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 란 타이틀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장르가 한정되지 않은,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