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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아니,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공허를 그대로 삼켜 버린 것같이 속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도넛 구멍처럼 작은 공백이었던 것이, 날이 감에 따라 우리 몸 안에서 자꾸자꾸 커져서 마침내는 바닥 모를 허무가 되었다.] 1986년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빵가게 재습격>이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ee)'로 재 탄생했다.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이 그림을 그렸고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을 맡은 <빵 가게 재 습격>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상 끝자락에 떨어진 인간들의 굶주림으로 재 해석 되었다.
10여 페이지 분량에 한 페이지당 장면 컷이 6개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그리 많지 않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복감이 우리를 악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공복감으로 하여금 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실존주의 같은 것이다.] 새벽 두 시, 아직 잠에 취해 있던 주인공 ‘나’와 아내는 느닷없이 회오리처럼 밀려 든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이자 지난 시절 빵 가게를 습격했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다 돌연 거리로 나가 빵 가게 재습격에 나선다. 프랑스 식 빵 가게 재 습격은 원작에서 칼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주인공과 달리 마치 은행에 들이 닥친 강도의 모습처럼 총을 들고 빵 가게를 습격 해서 실제 원작보다 좀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등장 인물들 모두 꼬질 꼬질한 상태로 굶주림에 시달려서 두 동공에 촛점이 없다.
[나는 단짝에게 , 아줌마가 나갈 때까진 아무것도 해선 안된다는 눈 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식칼을 몸 뒤에 감추고, 빵을 고르는 척했다. 아줌마는 이쪽이 지칠 만큼 시간을 끌면서, 마치 양복장이나 삼면경을 고르는 듯한 신중함으로 튀김빵과 메론빵을 접시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고소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빵!빵!빵! 멜론 빵과 튀김 빵이 먹고 싶어서 나도 빵가게를 습격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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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로 재구성한 그래픽노블 세트가 출간되었다. 프랑스 만화가 PMGL이 그리고, 아트 디렉터 드브니의 각색을 더해 탄생한 최초의 하루키 만화화 프로젝트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평소 본인의 작품 각색에 너그럽지 않던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먼저 출간된 후 프랑스와 미국을 거쳐 한국에서 만나게 된 작품집에는 그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다양한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아홉 작품 중 먼저 읽게 된 <셰에라자드>와 <빵가게 재습격>. 셰에라자드 셰에라자드는 <아라비안나이트> 설화를 모티브로 한 단편이다. 페르시아 왕은 전 왕비의 외도 후 더 이상 여인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이후 그와 하룻밤을 보내는 여인들은 다음 날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하지만 재상의 딸 셰에라자드는 왕에게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목숨을 보전했다고 한다. 소설은 이 설화의 한 줄기를 따와 이어진다. 알 수 없는 연유로 기타간토에 있는 '하우스'로 보내진 하바라를 위해 '연락책' 역할을 맡게 된 셰에라자드. 그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하바라를 위해 생필품을 사다 주거나 책이나 영화 DVD를 챙겨주곤 했다. 주 2회 물품 전달을 위해 만나는 사이였지만 둘은 그때마다 자연스레 침실로 향했고 셰에라자드는 한 번에 하나씩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의 관계는 수개월간 같은 방식으로 이어졌고 어느 날 문득 하바라는 어쩌면 그녀는 이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딱히 마음이 끌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다지 정열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육체관계일 뿐이었지만 하바라는 셰에라자드와 꽤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고 그것은 가벼운 혼란을 초래했다. 친밀한 시간을 더 이상 공유할 수 없다는 것,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라고 하바라는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단편 소설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 한 하루키의 상상력에 그림이 더해지니 소설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마주할 땐 그림체가 너무 희화화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나중에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묘하게 빠져든다. 빵가게 재습격 빵가게 재습격은 1981년 출간된 빵가게 습격의 후속작으로 짧은 분량에 몹시 단순한 이야기이다. 새벽 두 시경 견디기 어려운 공복감을 느끼고 빵가게 습격 이야기를 떠올린 남편은 무심코 아내에게 과거의 일을 고백한다. 10년 전 몹시 배가 고팠던 파트너와 동네의 빵가게를 습격한 일이었다. 분명 습격은 범죄였지만 결국 습격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했더니 빵가게 주인은 지금 흘러나오는 바그너의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두 곡을 다 들으면 빵을 그냥 주겠다고 했고 둘은 얌전히 음악을 다 듣고 빵을 얻어 가게를 나온다. 이야기를 마친 남편에게 부인은 그때 습격을 성공하지 못해 저주를 받아 이 새벽에 굶주림에 잠이 깬 거고 다시 한번 빵가게를 습격해 성공해야만 저주를 깨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부부는 차를 몰고 나와 저주를 풀 빵가게를 찾아 헤매다 유일하게 문을 연 맥도널드로 습격을 감행한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하루키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에야 드는 생각은 클래식을 사랑하고 특히 LP 음반 모으기를 좋아하는 하루키가 빵가게 습격이라는 일련의 해프닝 속에 바그너의 음악이라는 장치를 심어 소설에 저주와 참회에 대해 녹여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엔 이질감이 느껴지다가도 묘하게 스며드는 매력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김난주, 홍은주, 권남희 등 그동안 하루키의 소설을 번역해 온 분들이 이번에도 참여해 하루키 특유의 문체를 잃지 않으면서도 글에 어울리는 그림체가 더해져 하루키를 좀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하루키. 그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볼 가치가 있는 색다른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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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를 다시 한번 습격하는 거야! 저주를 풀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 - #빵가게재습격
그녀는 흥미롭고 신기한 얘기를 한가지씩 들려주었다. -#셰에라자드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이 만화로 각색되어, 9편의 단편소설을 각각 한 권의 만화책으로 펴낸 세계 최초 하루키 만화화 프로젝트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프랑스 차세대 예술가로 주목받는 만화가 #PMGL과 아트 디렉터 #Jc드브니 가 다채로운 매력의 하루키 월드를 표현했다. 하루키의 세계관과 만화가 만나 이해를 돕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글로만 읽었던 단편들이었으면 내 상상력과 만화를 비교해서 생각해봤을텐데, 내가 고른 두권의 단편은 읽어본 적없다. 너무 특이하고 위트있고 몽환적인 하루키 스타일이다.
그림체가 너무 특이해서 이 만화가의 다른 그림도 찾이봐야겠다. 하루키의 글의 만화화는 정말 획기적이고 새로운 기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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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빵가게 재습격'을 만화로 재탄생시킨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1 빵가게 재습격이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Jc드브니가 각색하고, PMGL이 만화로 그렸다.
만화 그림체 스타일을 보면 그래픽 노블과 비슷하다
빵가게 재습격을 소설로 읽어보진 않아서 만화로 처음 접했다. 내용은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인만큼 직관적이진 않다. 내가 이해한 대로 줄거리를 살짝 적어보자면, 이야기의 시작은 남자 주인공이 어느 바다 위 조각배에 둥둥 떠있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현실의 장면으로 돌아와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내는 한밤중 배가 고파 일어나 음식을 먹는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과거 먹을 것이 없어 빵가게에서 빵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 노동을 하기 싫어했던 주인공이 빵가게를 습격했는데, 주인이 하는 말이, 바그너의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을 다 들으면, 가게에 있는 모든 빵을 주겠다라는 말이었다.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음악을 들었고, 빵을 모두 받아와서 며칠 동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주인공은 무언가 바뀌어 공부를 시작했고, 일을 시작했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은 빵가게 습격 때 자신이 저주에 걸려서 자신의 인생이 불운해졌다고 한다.
주인공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지금 다시 빵가게를 습격해서 그 저주를 풀자고 한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이 작품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바다 위 조각배에 떠 있는 주인공 장면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처음에는 바다 속 화산이 폭발 직전처럼 부글부글 거리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내고, 그 다음 빵가게 습격 사건을 아내에게 말한 후에는 배가 급격히 흔들린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습격을 한 후에는 바다의 표면이 잠잠해지고, 해도 떠오른다. 이런 장면들이 주인공이 빵가게 습격 사건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아내에게 털어놓고 또 다시 습격을 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는 걸 뜻하는 것 같다.
더불어 음악이 빠질 수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서, 바그너가 가지고 있는 상징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음악이 방황자들을 교화시킨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지만,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또 있을 것 같다.
다른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소설로 읽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만화로 읽는 것의 장점은 바로 잠시 멈춰 생각하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글로 된 소설을 읽다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놓칠까봐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글들을 쭉쭉 읽어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만화로 이야기를 접하니, 잠시 멈춰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다시 멈췄던 그 칸부터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이 만화로 이야기를 읽는 것의 장점이 아닐까.
단편 만화선은 총 9권이 있는데, 딱딱한 양장본이면서도 표지 디자인도 예뻐서 9권을 모아놓으면 뭔가 뿌듯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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