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도 모른 채 가까워지고 또 한순간 소원해지는, 익숙하지만 어려운 사이’. 친구를 정의함에 이처럼 찰떡인 문장이 있을까? 반평생을 살았어도 나는 친구란 존재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나 또한, 누군가의 친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란 적당히 시기 질투가 있고 그 발판으로 서로 성장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딱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후엔 어떤 인생이 펼쳐지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게 되는 게 친구 사이 아닐까? 누군가는 어린 시절 친구가 진국이고 그게 찐친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지금 현재 내 곁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다양한 연령대의 지인들이 더 좋다.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닌 친구라는 존재. 여전히 어렵고 소원해지기도 하는 존재.
이번에 만난 책은 김화진 작가의 ‘공룡의 이동 경로’다. 5편의 연작 소설. ‘사랑의 신’은 주희의 이야기다. 다정하다 80에 헤프다 20의 이야기를 듣는. 하지만 누가 뭐라든 주희는 계속 사랑을 해 왔다. 우연한 기회에 지원, 솔아, 현우와 모임을 하게 되고 현우와는 연애를 시작하지만, 주희가 진짜 사랑하는 건 지원과 솔아 언니다. 행복할 것 같은 이들 모임에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는데. ‘나의 작은 친구에게’는 친구를 좋아하지만 헤어짐은 슬픈 솔아 이야기다. 솔아는 타투이스트 지원에게 트리케라톱스 피망이를 손목에 그리지만 어느 날 피망이가 사라졌고 지원과도 데면데면해지게 된다. ‘나 여기 있어’는 단순한 선으로 타투를 새기는 지원의 이야기다. 지원은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솔아의 마음을 알지만 솔아의 피망이가 사라졌을 때 솔아에게 아픈 말만 골라 했다. 이후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애인마저 자신을 떠나게 되는데. ‘이무기 애인’은 주희의 애인 현우의 이야기다. 뭘 하고 싶은 것도, 욕망도 없이 살아온 현우는 주희가 소중히 여기고 들여다보는 구슬이 되는 욕망이 생겼다. 주희는 자신보다 솔아와 지원을 좋아하지만 주희를 떠날 수도 없다. ‘공룡의 이동 경로’는 공룡이자 타투 트리케라톱스 피망이의 이야기다. 피망이는 솔아의 팔목을 떠나 눈꺼풀, 선캐처 등으로 이동하며 솔아를 관찰한다.
우리는 아직 되지 못한 사람들이었고 뭔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그저 지금 아닌 다른 모습을 원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이고 싶어했다. (17) 내 과거는 대체로 소중하지 않았다. 그 시간을 통과해 남은 이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늘 시간을 견디고 흘려보내 왔다고 생각했다. 발을 단단히 땅에 붙이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진짜 나는 발견하지 못하고 진짜 나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59) 사랑받고 싶던 사람이 선택하는 차선은 사랑하기이다.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 (62)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 있으면 자꾸 무거워서. 그걸 덜어내려고 쓰는 것 같아요. (64) 나는 언제나 사랑이 어려웠다. 사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도, 서로를 단단하게 감싸던 사랑을 찢고 나와야 하는 순간도. 사랑 안에 사는 순간들도. (144)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하고 다양하구나. 나는 단순하고 명확한 감정을 좋아해서 이런 복잡 미묘한 것은 피곤하다. 하지만 책으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고 명확한 나도 때론 누군가를 대할 때 복잡해지기도 하니까. 나의 인간관계는 나를 닮아 단순하다. 내가 좋으면 가는 거고 내가 싫으면 내 마음에서 제외하니까. 내 안에서 상대에 대한 마음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일단 접는 걸로 결론 내린다. 거리를 두고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다 아니다 싶으면 제외. 이런 방법이 상처받기 싫은 내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 때문에 지나친 고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 안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이만큼 살아보니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만나지 않아야 한다. 미련이 남는 관계였을지 몰라도 헤어진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 억지로 인연의 끈을 잡는 것도 나는 별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하고 또 행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자. 내 곁에 있을 사람이라면 곁에 있을 것이고 떠날 사람이라면 내가 잡아도 떠날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좋아할지라도 거리가 필요할 때엔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 친구에 대한, 관계에 대한 심리를 잘 표현한 책이다. |
|
공룡의 이동경로, 김화진
김화진의 소설은 섬세하고 다정하다. 최은영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편하게 읽히지만 마음을 건드리고 마음을 울린다. 관계와 마음, 사랑과 미움, 마음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울고만다.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는 일은 너무나 쉽다.
|
|
나의 시간은 대부분 사랑을 하는 데 쓰인다. / p.9
MBTI로 따지면 전형적인 _ST_ 유형의 사람으로서 주변에서는 로봇이라는 별칭을 종종 듣는다. 심지어 감정이 없느냐는 오해를 듣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작가님과 작품들을 보면 생각보다 감성적인 내용을 가진 경우가 꽤 많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여운으로 며칠을 내리 앓을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꽤 선호하고 기다리는 편이다.
이 책은 김화진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출판사 유튜브로 너무 익숙하게 봤던 편집자이자 작가님이었는데 전작을 너무 인상 깊게 읽었다.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인데 신작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했다. 그런데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내내 미루다 이번 연휴에 읽게 되었다. 여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인 만큼 큰 기대를 가졌다.
소설에는 총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희와 그녀의 연인 현우, 솔아와 지원이다. 네 사람은 쓰기 모임에 속해 있으며, 공룡과 연관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주희-솔아-지원-현우-공룡 이렇게 각자의 시선과 감정으로 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친구 또는 연인 관계에서 느끼는 지극히 사적이고도 개인적인 느낌들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감정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현우의 감정이다. 현우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주희의 연인이자 언론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우의 눈에 주희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주희가 그림 작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와중에 어떤 이들의 오해로 악성 댓글을 받게 되는 일이 있었다. 주희는 마치 말라가는 식물처럼 보였는데 현우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현우는 주희가 더 힘들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를 알아 주지 않아 서운함이 터졌다. 물론, 자의로 했던 일들이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현우의 마음이 모순적으로 와닿았다.
두 번째는 솔아의 감정이다. 솔아는 지원을 좋은 사람으로 보면서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고, 가까워졌다. 타투이스트인 지원이 솔아의 손목에 작은 공룡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이를 트리케라톱스였고, 피망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피망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피망이가 사라졌다. 지원은 솔아의 손목에서 피망이 사라진 것을 보게 되었고, 이후 모임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솔아는 지원이 모임을 나가고 낯선 광주로 떠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읽으면서 솔아가 지원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감정과 지원의 이야기를 주희로부터 듣게 되었을 때 느끼는 서운함들이 와닿았다. 지원의 시점에서 그려진 내용을 읽으면서 그 또한 이해가 되기도 했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감정, 말하고 싶지만 숨기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 등 사람이 가질 수 있지만 섣불리 입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마치 나의 감정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작에서의 인상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밀한 감정을 피부에 와닿게 하는 것이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린 이유이자 내가 생각하는 작가님 작품의 매력이었다. 이 작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남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성을 톡 건드린 느낌이라고 할까.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
지원씨 저는 풍력발전기를 좋아해요 가까이 가면 너무 크고 모르겠는 것이 멀리서 보면 잘 돌아가는 게 너그럽고 다정해 보여서요 해가 지는 무렵에 먼 곳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그립고 든든하고 그래요 멀리 두고 오래 보고 싶은 사람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먼 줄 알았는데 성큼 가까워져 있기도 할 거예요 김화진 작가는 참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관계들을 잘 집어내는 거 같다고 새삼 또 한 번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들이 참 다정해서, 그래서 좋은 거 같다 잃어버리지 않는 친구, 그런 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슬프게 만든다 |
| 네 인물들을 통해 여러 사랑이 나옴. 초반에는 모든 문장 다 밑줄치고 싶고 인생책이다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같은 말만 반복반복 느낌이라 좀 지겨운 느낌 있었음. 그래도 피망이 입장에서의 글 귀엽고 감동적이었음. 재밌게 읽은 책이다 ㅎㅎ. |
|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의 이동 경로>라는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았어요. 단편집마다 고민하며 많은 생각을 풀어내신 느낌이 드네요... 다양한 인간 관계를 다루시기도 하구요, 인간의 본성과 성질 등을 열심히 적어내셨어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표지도 참 마음에 들어요! |
|
나주에 대하여부터 미쳤다 구매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스 24는 늘 배송도 빠르고 책도 비싸지 않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잘 파시는 것 같습니다. 점점 책꽂이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지만 책 구매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
|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구나하고 문장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곱씹으면서 읽었어요 밑줄친게 60문장이 넘어요 올해 읽은 책 중에 제일 좋았던 책이에요 제일 공감가고 위로가 됐던 책이었어요 종이책으로 읽고 편하게 읽고싶어서 이북으로도 구매해서 다시 읽었어요 |
| 김화진 작가님의 <동경>을 읽고 작가님 글은 싹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하나씩 구입중이었는데.. <동경>, <나주에 대하여> 다음으로 세 번째로 구입하게 된 <공룡의 이동 경로>.. 작가님 글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깊은 감성 표현에 또 매료되어 버림요.. |
| 김화진 작가 전작을 흥미롭게 읽어서 고민하다가 구매했던 작품이에요 <공룡의 이동 경로>라는 제목에 이끌렸던 것도 있고요! 작가님이 되게 생각이 많으신 느낌이고... 특히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고찰을 깊게 하시는 느낌이에요 이런 부분에서 안 맞는 분들도 있을 것 같지만 저는 이런 부분이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