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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사진 한 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캐니언의 프로포즈>라는 사진으로, 스냅사진 작가인 빌 모리의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랜드캐니언의 가장 아름다운 절벽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남자의 프로포즈 장면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프로포즈하는 커플을 찾았다. 빌 모리의 사진은 큰 인기를 끌어 사람들은 그들이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찾아내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찍었다. 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로 밝혀졌으며 실종 신고를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사진이 찍혔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것은 빌 모리가 아닌 로버트라는 사실을 밝혔다.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전화를 받았다. 미술학원 교사로 일하면서 지원금을 받아 예술 활동을 했지만, 그러는 사이 집의 전세금은 점점 내려갔고 현재는 음식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중이었다. 로버트 재단의 창작 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되었다. 16주간의 미국 체류 비용과 함께 4주간의 전시회와 함께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작품 중 하나를 소각해야 했다. 소각할 작품은 로버트 재단에서 선택한다는 조건이었다.
로버트가 다름 아닌 ‘개’였다는 게 문제랄까. 언젠가 어느 억만장자가 자기가 키우던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문구용품 회사의 회장 발트만이 자기의 딸 리나의 사진을 찍은 로버트의 영향으로 편안해했고, 로버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 로버트 재단의 창작 프로그램에 안이지가 참여하게 되었던 거다. 재단에서 로버트와 함께 만찬을 즐기고 산책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타인들에게 보여주는 행위가 필요했다.
소각 시스템은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죠.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재활용도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모든 인간은 그저 일회용일 뿐이지요. 불타버릴 쓰레기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늘 소각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인생을 지레 포기하지도 않고. (181~182페이지)
말이 통하지 않은 개와 함께 산책과 식사를 하고 대화한다고 생각해보라. 로버트의 말을 대니가 1차로 전달하고 영영 통역에서 영한 통역으로 안이지에게 전달되는 언어들은 우주 너머로 가는 것 같았다. 재단 이사장인 개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인간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로버트의 말을 자기들 필요에 의해 전달하고 예술가의 마음을 사려 하지 않았나. 더군다나 예술가의 마음을 훔치려 했다.
작가는 16주 동안 작품을 만들고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소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작가가 작품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구조다. 혼신을 다한 작품이 소각된다고 생각해보라. 애틋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작품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작품은 곧 작가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여기에서 드는 생각, 똑같은 작품을 그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작가가 자기의 작품을 똑같이 그린다고 해서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세한 차이가 드러날 텐데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만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작가 자신이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다급한 상황에서 자기의 작품을 구해왔다고 치자. 원래 소각하려던 작품인지, 다시 그린 작품인지. 어떤 게 진짜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작품은 희귀성이 있어야 유명해지는 법인가. 소각할 때 비로소 작품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인가 보다.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작품을 소각하는 미술계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 같았다. 재단 이사장이라고 개와 마주한 예술가를 상상하니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들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살아가려 애썼던 거다. 자기의 작품 중 하나를 소각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을 만들고 그 진가를 찾아 나설 수많은 예술가의 마음을 훔치려고 하지 않았나. 한편의 블랙 코미디 영화 같기도, 게임 같기도 했다. 작가의 마음을 불태우는 작업,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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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물론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상상해 보는 거다. ^^ 당장은 좋다고, 감사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그림을 어떤 주제로 그려야 할지, 그리고 내가 진짜 실력이 되는 건지,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지 모른다.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 아니 부담이 어쩜 나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술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한 장의 사진. 그랜드캐니언에서 젊은 남녀가 프러포즈 중에 사직이 찍혔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진. 하지만 이 사진이 유명해진 이유는 사진 속 남녀가 실종상태였기 때문. 심지어 이 사진을 찍은 건 다름 아닌 개 ‘로버트’ 사진 속 여자의 아버지는 사업가 발트만 회장. 이제는 죽어버린 딸의 마지막 사진을 남긴 사진작가 로버트를 찾아 ‘로버트 미술재단’을 만든다. 나는(안이지) 음식 배달 라이더를 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술가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로 유명한 로버트 재단에서 나의 작품을 높이 평가해 작품활동을 전폭 지원하기로 한다. 안이지의 작품을 선택한 후원자는 바로 로버트라는 개.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안이지. 하지만 감사한 마음과는 별도로 그 재단의 권위자가 ‘개’인 로버트가 맞을까 의구심을 품는다. 드디어 도착한 로버트 재단. 로버트가 원하는 시간에 저녁을 먹고 로버트가 원하는 대화를 나누고 산책하는 시간. 그리고 알게 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제안, 바로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것. 과연 안이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내가 천재적인 예술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 나는 생각의 전환이나 발상의 전환 같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뭔가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그림 솜씨가 아마추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 예술이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어렵다 못해 기괴하다.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게 아니다. 누군가, 아주 저명한 누군가 이것은 예술이고,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나 같은 사람이 이게 무슨 작품이야? 애들이 장난쳐 놓은 것 같구만. 하는 생각은 무시할 수 있다. 아니 무시당한다. 나는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내가 만약 안이지라면, 내 작품 중 로버트가 고른 하나를 불태워야 하는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 그림을 다시 그린다 한들 처음 작품의 느낌은 아니니까 그 작품의 정신세계는 불태워 없어지는 것일까? 작품 하나쯤 불태워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그로 인해 부와 명예를 잡을 수 있다면 불태워지는 작품을 보며 행복할 수도 있다. 근데 참 이상한 건 사람의 심리다. 10개의 작품 중 애정은 다 그만그만한데, 누군가 한 작품을 불태우겠다고 하면, 갑자기 그 작품이 아까워지고 애정이 가게 되는. 아니 가장 정성 들여 그린 작품은 불태우겠다고 하면 기분 좋게 예스를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거다. 어떤 그림은 한 달 넘게 또 어떤 그림은 석 달 가까이 그린다. 그리면서 어떤 그림에는 애정이 가고 어떤 그림은 간신히 완성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어려운 건 색감이다. 누군가 그려 놓은 그림을 연습 삼아 그린다면 고민할 것이 별로 없지만, 사진이나 사물을 그릴 때는 고민해야 한다. 어떤 색으로 칠해야 가장 괜찮은 느낌의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림 하나를 완성하면 진이 빠지기도 한다.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 오직 그 행위를 하기 위해 창작자의 고민이나 생각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 누구를 위한 퍼포먼스인지 생각하게 되는. 예술가의 길을 멀고도 험하구나.
다만 읽는 도중.. 지루한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살짝 지루하고 늘어지는 느낌. 그게 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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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작가님의 신작 <불타는 작품>을 읽었다. 전작인 <밤의 여행자들>은 진작에 읽었던 터라 반가움이 컸고,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기대도 컸다. 국내 작가 중에서 최초로 대거상을 받았다는 수상 이력 탓도 있을 테다. 결론은, 대만족이었다. 평소에 전시도 잘 안 보러 다니는 예술 문외한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깊은 흥미를 느꼈다. 아무래도 미술계의 모순을 이렇게 친절하면서도 예리하게 꼬집는 작품이 그간 없었기 때문 아닐까? 특히 소설 도입부... 너무 재밌고 기발했다. 국내 작가의 책이지만, 해외 소설을 읽는 듯할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이었다. 너무 재밌어서 책을 잘 안 읽는 친구한테도 추천했는데, 그 친구도 재밌어서 책을 덮지 못했다고 하더라. <불타는 작품>은 내게 윤고은은 기복 없이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깨달음을 선사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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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고은 작가님의 <불타는 작품>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작품 줄거리를 보고 단숨에 구입을 결정한 소설. 소설을 읽으며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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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너무 재밌어서 하루 만에 다 읽었어요 예스이십사에서 구매하면 일단 빠르게 와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포장도 친환경으로 너무 깔끔하게 오고 그리고 배송일자를 정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사고 싶은 책을 집에서 편하게 주문 할 수 있어서 예스이십사에서 자주 구매하게 되네요 행복합니다 책을 구매하는 이 순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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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작가의 불타는 작품은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에 수록된 바 있던 동명의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으로, 여러모로 잘 풀리지 않던 자신의 인생을 단박에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처음에만 하더라도 불타는 작품이라고 하는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알고 나면 도저히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었지만, 이 책의 덮을 때 즈음에는 무엇 하나로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불타는 작품이 지닌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았던가 하는데요. 솔직히 말해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불타는 작품의 책장을 덮는 순간 이 책이 주었던 여운만큼은 아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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