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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헤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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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시인의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들고 저녁 산책을 하며 하루와 헤어진다.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들과 이별하고, 묵은 미련들도 하나둘씩 버린다. 맞춤한 시집을 끼고 걷다가 족자섬 앞에 앉아 시를 읽는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눈앞의 섬, 비로소 헤어져야 갈 수 있을 것 같은 저 섬을 시가 읽는다. 나뭇잎 사이로 저녁 햇살이 비껴내리며 시집의 얼굴에 긴 무늬를 남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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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시인의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들고 저녁 산책을 하며 하루와 헤어진다.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들과 이별하고, 묵은 미련들도 하나둘씩 버린다.
맞춤한 시집을 끼고 걷다가 족자섬 앞에 앉아 시를 읽는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눈앞의 섬, 비로소 헤어져야 갈 수 있을 것 같은 저 섬을 시가 읽는다.
나뭇잎 사이로 저녁 햇살이 비껴내리며 시집의 얼굴에 긴 무늬를 남긴다.

그림자의 시간에는 이별도 망각도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발꿈치가 들린다.
금세 서산이 제 그림자에 먹히고 깊은 물속에 잠겨든다.
시집의 도처에 드리운 삶이라는 불안, 그것이 읽힌 걸까?
그림자를 부풀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것들이 저마다 시집 앞에 다가와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사 이치를 통달했을 오백 살 느티할배도 시가 꽤 마음에 드는가 보다.
축하 세리머니를 하듯 가지 흔들어 잎새들을 날린다.
인간은 불안하기 때문에 산다고 했던가.
시인은 삶 자체인 불안과 친숙하게 대화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며 토닥토닥 감싸 안는다.
불안이 희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살아온 삶만큼 기다란 그림자는 얼마나 가슴 뭉클한가.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아는 시인은 오백 살 느티할배만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명중하지 않고 비껴가는 것들, 명징한 것보다 어수룩한 것들 틈에 깃들기를 소원한다. 헤어지기에도 좋다.

#김재진
#헤어지기좋은시간



j****9 2023.10.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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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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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는 독서만한 취미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독서에 욕심이 생기면 괜히 시집에 도전해 보고 싶은 시기가 한번씩 찾아옵니다. 개인적으로 추상적인 문구 가득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지인의 추천으로 책을 골라 잡았습니다. 이 얇은 책에서 나는 아주 풍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글을 써온 수십년의 나날과 다양한 인생경험이 이 자그마한 시집에 함축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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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는 독서만한 취미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독서에 욕심이 생기면 괜히 시집에 도전해 보고 싶은 시기가 한번씩 찾아옵니다. 개인적으로 추상적인 문구 가득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지인의 추천으로 책을 골라 잡았습니다. 이 얇은 책에서 나는 아주 풍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글을 써온 수십년의 나날과 다양한 인생경험이 이 자그마한 시집에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지금의 나로서는 감히 떠올릴 수도 없을법한 과감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이 좋았습니다. 연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p*****5 2024.01.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