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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1 22:19:16, 조회 : 22, 추천 : 0
소설이란 것이 워낙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치자면
저잣거리만큼 풍성한 것이 없겠습니다.
저잣거리를 소재로 한 소설로 치자면
김주영의 ''객주''라는 유장한 작품이 있지만
근자에 , 시장을 소재로 한 소설들 가운데 한데 주목되는
세 편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나름대로 독특한 현대판 저잣거리의 풍성함을 담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송기원의 ''사람의 향기''를 읽었고,
이어서 읽은 것이 김형수의 ''나의 트로트 시대''
그리고 영등포 시장을 배경으로 한 이명랑의 ''삼오식당,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김형수의 ''나의 트로트 시대''는 송기원의 작품에 필적할 만큼 그 문체나 인물의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소설이라는 것의 출발이 시민의식의 형성기와 맞물려 있으며, 고상하고 우아한 것으로부터의 일탈을 담고 있으니
속된 서민들의 파란만장한 일상들의 빛나는 기록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장이야 말로
그런 속되고, 별로 우아하지 않은 - 그러나 진솔하고 소박한 시속의 풍류를 가장 잘 담아내는 공간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소설 읽기의 즐거움이 절반은 문체에 있다고 하였으니
호남의 언어들은 그 태생부터가 소설적 풍성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질박한 속어들이 어우러지며 그려내는 시장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콜콜하면서도 잘 삭은 젓갈의 맛과 흡사합니다.
트로트라는 대중적인 가요로 상징되는
속되고, 힘없고,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살아가면서,
때로는 야비하게, 때로는 우악스럽게
서로 멱살을 잡고, 빈정거리며, 속여가며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 담긴 순박함이야말로
지울 수 없는 인간의 향기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작품 가운데, 호남 사투리가 엮어내는
곰삭은 향내가 담긴 구절 몇 도막을 소개해 봅니다. [인상깊은구절] “요 인간이 교육대 출신 아니겄능가 아안. 고것도 똑 부러지게 국립이란마시” 내가 알기에 뺑덕이는 고등학교 1학년 중퇴자였다. 그래서 뜽금없다는 표정을 했더니 “교육대, 아따 교육대도 모릉가?” 멍청하게 곧이곧대로 모른다는 시늉을 내보였던 것은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못 알아 들을 만큼 내가 변한 데 있었다. “무슨 교육대학?” “전두환 장군님이 세운 거 안 있능가 이 사람아.” -17쪽 “풀들이 저러코 바짝 엎져 있을 때가 나는 즬 슬퍼” 이 때문에 밀래미를 떠난 후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매번 누나 생각이 나면 그때는 이미 봄이었다. -68쪽 쓰리쿠션을 칠 차례에 구멍가락을 노려야 함에도 못 보고 있으면, 코숙이가 슬쩍 등뒤에 와서는 하는 말이, “아따, 모시매들 좋아허는 거 왔시야. 어, 구머엉” 해놓고는 허리가 자지러져라고 깔깔대는 것이었다. 아직 상말에 훈련이 안 된 내게 유독 그녀의 말만은 상스러운 줄 모르고 들을 만했던 이유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또한 기억한다. 어떻게 하다가 ‘뒤로 끌어당겨치기(히끼)를 잘했는가 하면 어김없이, “조심해라이. 너무 뽈아불먼 다마에 자국 남응게.” -114 이렇게 노래에 실린 감정을 나누면서 내가 실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장돌뱅이들에게 내재한 체념에 가까운 절망감들이었다. 그들을 거칠게 하는 것은 한마디로, 미래에 대한 완벽한 전망부재였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먼 서쪽 하늘로 마냥 가기만 하고 있는, 장차 무엇이 될지도 알 수 없고, 또 무엇이 되 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인간들이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126 “아가, 너는 숙제허랑게 어째 여그 와 앉었냐. 글고 쩌그, 애기 없고 낑낑대는 아줌니, 무과서 못 견디것으먼 깔고 앉어부러, 까짓거 또 나먼 되제. 고것은 나가 책임져. 무시 어째? 으쭈고 책임지냐고? 은 지랄, 절라도 에펜네 아니락 헐까봐 있는 자발 웂는 자발다 떨고 자빠졌네. 나가 조선 팔도 다 댕개봤어도 첨 봐. 으쭈고 첨 보냐? 인자 고 이야기를 해봅세.” “서울 사람허고 연애허고 낭게, 콤팩트를 착착 두드려감서 분칠을 허데이, 나그읏나긋헌 소리로 헌다는 말이, 즐거웠어요? 헙디다. 충청도 여자는 또 충청도 맛이 있어. 워떠케? 즤는 이제 워쩐대유우? 저 뒤에 꼿발 짚은 아짐씨. 고러코 손꾸락 틈새로 내다봄서 웃지마. 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다 임자들이 그렇드라는 야그여. 경상도 여자는 그래. 내에는 다 다앙신 낀 기라예. 하여간 어양도시럽제. 근디 절라도 에펜네는 말도 웂어. 하도 급허게 뛰어들어서 벌렁 뒤집어진 서방님 코쭝빼기 신발을 타악탁 털어 문턱 아래다가 똑 부러지게 놓드니, 후닥 앞장 스쑈이. 긍께 집이 으디여? 요 말 듣고 박수 친 사람덜은 올 일년 내내 구들짱이 짜그라져 불게 복들 받으쑈. 글고 박수 안 친 사람들, 고것들은 복을 받든지 말든지, 아니헐 말로 재수에 옴까지 끼어설랑은 섣달금날까지 폭폭허드라도 고것은 인역들 일이제, 나 몰라. 자아, 여그 굿 났어. 날이먼 날마다 장이먼 장마다 오는 것이 아니여, 매화도 한철, 국화도 한철, 한때는 이 몸이 회충약도 팔아보고 자, 이것이 믓이냐,요러고 다님서 비암장시도 해 봤제만 요샌느 고런 거 안 팔아. 아니 먼 배짱으로? 요거여, 요거. 쌈박허게 요거 한 알이먼 근심 땡해부러. 고민 종쳐분다 이거시여. 자,글먼 또 우리 할아부지 할무니들 좋아허는 풍악이나 울려봅시다이” -1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