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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람에 대한, 인생에 대한 학문이다. _217쪽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학문이고 타인을 엿보게 하는 학문이다. _217쪽
문학의 문장들은 딱딱한 머리를 몰랑몰랑하게 만져 준다. _217쪽
나는 문학 읽기보다 정보가 담긴 글들을 선호한다. 스토리가 읽는 몰랑몰랑한 글보다 사색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한다. 의도적으로 문학 책을 읽으려고 목표량을 정해 놓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니포터라는 서평단 모집을 일부러라도 신청한 이유는 문학 책을 읽기 위함이다.
문학이 가져다주는 힘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사람을 보는 눈을 폭넓게 해 준다.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는 요즘은 더욱 문학 책 읽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껴진다.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물과 사건, 배경이긴 하지만 결국은 사람 세상을 표현한 것이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과 타인을 알아가게 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봄>이라는 책도 사람에 대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타인을 엿보게 한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성인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한 이견, 기존의 가정에 대한 변화의 불가피성,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문의 변동 등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자녀가 성소수자로 커밍아웃을 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담담하게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 세대의 생각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족들 대화에서 정치 분야는 이야기하지 말라라고 할 정도로 갈등과 대립이 유발될 수 있는 소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정도 예외가 없다. 정치가 부자간의 관계를 대립하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유의 영역임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정된다.
현실 정치는 늘 뜨거운 감자다. 반면 독일의 작은 보이텔스바흐라는 곳에서 좌우의 지식인들이 모여 일종의 정치 에티켓을 논의하고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이텔스바흐협약'이다. 협약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정치교육에서 주입식 금지, 논쟁적 사안은 서로 다른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기 _ 28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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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이 끝나고 이 집 사람들, 분화된 상태에서 한바탕 한 모양이다. 설마 이런 집이 또 있을까 했는데, 있었던 모양이다. 특이한 것은 60대 부모가 진보 성향을 갖고 있고 20대 자녀 둘은 각각 정치 성향이 반대를 향하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에게 휴대폰으로 얻어 맞고 집을 나간 아들을 가족 식사 모임이라는 명목하에 다시 불러들이는 딸의 모색으로 시작하고 있다. 아버지의 반응이 과격했던 이유는 이미 서두에서 밝힌 그대로였다. 시대상의 핍진화를 표방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
소설은 작년 3월부터 올봄까지의 이야기를 계절별로, 등장인물별로 나뉘어 각자가 처한 상황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사회와 정치'가 잠겨 있었다. 물론 자신들의 개인적인 사유와 걸어온 인생을 반추하면서 대입하다 보니 이야기의 결이 좀 다른 구석은 있었지만 그래도 극단으로 다다르지 않은 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걸로 보인다.
부부 사이에서, 부모 자식 간에 정치와 종교의 이견으로 말다툼을 하게 되는 순간 분위기는 당연히 경색된다. 남들 같으면 다시 안 보면 그만이겠지만 가족인데 어디 그런가. 이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집을 나가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게 마음에 안 들어 가시가 될 소리를 하고, 하지만 모든 것들이 뒤엉킬 정도는 아니었다. 모두 배운 사람들이고 모두가 어른 아닌가. 책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단어가 분명 나올 줄 알았다. 정치적 견해를 두고 역지사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는 닥쳐보면 안다.
아버지는 대학시절 운동권으로 감옥까지 다녀왔고 진보 사회학자로 평생을 몸담아 왔다. 어머니 역시 진보적 성향의 신문사에게 근무한 적이 있고 지금도 아버지와 죽이 잘 맞는다. 딸은 아버지 보다 좀 더 왼쪽에 서있고 정치 이슈보다 아주 사적인 영역에서 더욱 그런 면을 보인다. 반대로 아들은 대표적인 '2찍' 성향과 사고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그쪽이 좋아서라기 보다 이쪽이 싫어서라고 얘기하는 수준이다.
책에 언급된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다. 뉴스 기사 한 축을 그대로 따온 듯하다. 그것들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이자 저자의 소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엄마 정희는 저자의 이력을 그대로 따왔고 아버지의 여러 언급 부분도 역시 저자의 견해라고 보인다. 두 사람은 작금의 한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무척이나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한다. 작년 이태원 참사에 이르면 한도치에 이른다. 정치 고(高) 관여자 층에서 읽다 보면 수긍이 갈 부분이 많다.
지난 한국 역사에서 벌어진 일들을 위시해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을 두고 이 과정을 아버지 영한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들을 서가에서 꺼내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데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들의 책을 내린다는 건 더 이상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 더 이상 곁에 둘 이유가 없어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학자의 오래된 책이 버려진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가족 간의 의견 차이로 생긴 균열이 느린 속도지만 대화를 통해 미봉의 대책이 만들어지는 건 다행이었다. 내 생각만이 옳고 네 생각은 그르다며 윽박질러서는 아무것도 좋아질 게 없다는 걸 그들은 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만들어 놓은 정치인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經重政輕(경제를 중히 여기고 정치는 좀 가벼워졌으면 한다). 내 지갑이 텅텅 비는 게 서글퍼서라도 정신 바로 차리고 나서야 할 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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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매체 변화를 고려했을 때,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의 힘을 빌어, 2020년대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기획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늘 응원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
다시 10월이다. 이제 10월에는 29일이 떠오른다. 4월에 16일이 저절로 따라붙는 것처럼. 어제 뉴스에는 올해 할로윈 축제에서 인파가 몰려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와 총력전을 벌여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밀집 사고 등에 대비하고자 만든 ‘지능형 피플 카운팅 시스템’을 활용한 유관기관 합동훈련이라고 했다. 어떤 정보도 없이 화면만 봤을 때는 다시 이태원이 반복되는 것인지 알고 심장이 덜컥했다. 미국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가 공개되었다.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아 볼 수 없는 <크러시> 공식 예고편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 할로윈 축제에 갈 생각으로 들떠있던 사람들의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바뀌는 상황..좁은 골목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들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린다. 《그리고 봄》은 이태원 참사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자 다른 계절처럼 한가족이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정희 하민 동민 영한 4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는 이태원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태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태원 참사에서 느꼈던 가슴 답답한 울분이 가득 들어차 있다. 사계절을 지나고 다시 봄으로 돌아왔을 때 소설 속 가족인 4명의 갈라졌던 관계도 회복세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세대 갈등, 이데올로기 갈등 등으로 4명의 분열이 4명의 독립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세 여자》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의 삶을 재현하며 요산김정한문학상, 허균문학상, 노근리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던 작가 조선희가 이번에 보여주는 《그리고 봄》은 작가가 답답한 세상을 향해 던지고 싶은 말들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쏟아내주는 등장 인물들이 있어서 속 시원한 면도 있고 소설치고는 다소 거친 것이 아닌가 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보면 소설이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서는 가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것 같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분열이 시작되고 존중하며 거리를 둘 때 독립이 시작된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소설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소설적 재미가 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거의 읽어갔을 때는 소설이라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나 대신 시원하게 질문하고 쏟아내는 말들이 흘러넘치는 것이 좋아 그것들이 흐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등장인물 중에서 동민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서 잠시 그에 대해 적개심을 느끼기도 했는데 ㅎㅎ 나중에는 동민 때문에 울컥했다. 시원하고 슬프고 다시 봄으로 돌아와서 좋았던 소설이다. 겨울을 지나고 다시 봄, 이렇게 봄이 희망이라는 식으로 돌아오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시원하게 소리쳐 줄 목소리와 함께. 나에게 없는 것이 가득 들어찬 소설이라서 다시 읽었다. 겨울 다음에는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당연한 목소리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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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거침없는 문장, 실명과 상호명을 그대로 사용, 정치 경제 사회 현안들을 체에 거르지 않고 생생하게 도마에 올리는 글에, 당혹스러움과 쾌감이 교차했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논픽션일까. 내가 읽고 있는 게 소설인가 현실인가. 아니 그보다 국내 정치 상황과 정치인들 실명을 그대로 언급해도 괜찮은걸까? 나 지금.. 떨고 있니?..
어디에서든 정치와 종교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인간관계에서의 국룰(?) 아니던가. 은밀하게 속삭여야 할 것 같은 주제들을 날 것 그대로 가공해 솔직하게 눈 앞에 펼쳐 놓고 서슴 없이 대화를 요청하는 소설이라니. 속 시원하면서도 두렵고, 날카로우면서도 혼란스러우며, 묵직하면서도 유쾌한 조선희 작가의 ≪그리고 봄≫을 읽었다.
소설은 4인 가족의 시점을 4계절로 설정해, 봄-정희(엄마), 여름-하민(딸), 가을-동민(아들), 겨울-영한(아빠), 그리고 봄-정희(엄마)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실 정치를 평범한 한 가족에게 투영해 갈등과 해체가 화해와 봉합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잘 그려냈다. 읽다보면, 나와 상관 없을 것 같은 이야기도 우리네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 평범한 가정에도 정치 사회 문제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가령 대통령 선거가 한 가족의 해체 위기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커밍아웃과 국제결혼이 내 딸의 미래일 수 있으며, 각종 사회 현상과 재난의 피해를 내 아들이 겪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갈등으로 금이 가버린 가족 관계를, 이들은 존중과 수용으로 자연스럽게 극복해 간다. 다양성이 혐오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혐오의 팬데믹에 물들어 후퇴하지 않으려면 마찬가지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설은, 혐오가 아닌 존중으로 양극화가 아닌 수용으로 성숙하게 나아갈 것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바닥을 쳐야 튀어 오르는 변증법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독일의 민주주의와 의회제도가 그러했던 것처럼,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시간마저도 역사는 경험과 실력으로 쌓아 진보한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내일을 낙관할 수 있는 이유임을 소설은 알려주고 있다.
정치사회의 IMF, 혐오의 팬데믹 가운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유의미한 이 책을, 독자들도 읽어 보시길!
’그래, 바로 그거야. 바닥을 쳐야 튀어 오르지.‘ / 226 “근데요. 우리가 6.29하고 10.26이 뭔지 꼭 알아야 돼요? 5.18 광주도 그래요. 우리나라가 민주화됐잖아요. 민주화되기 전에 그 옛날얘기를 그렇게 자세히 알 필요가 있어요?“ / 248 “우리 엄마 아버지는 평생 6.25를 안고 갔고 우리는 5월 광주를 죽을 때까지 가져갈 거고. 하민이나 동민이는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거야.”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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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는 요사이 우리 문학, / 깜짝이야. <그리고 봄>은 제20대 대선 이후, 이 정치가 평범한 4인 가족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 가족소설이자 정치소설이다. 언젠가부터 투표는 믿을 만한 인재가 아니라 그나마 덜 나쁜(?) 사람에게 표를 던져주는 것으로 변질이 되었다. 이번에도 1번 2번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럼 뭐하나 이 모낭인데.. 여기 이 소설 속 가족 아빠(영한), 엄마(정희)는 1번, 하민(첫째 딸)은 3번, 동민(아들)은 2번을 찍었다. 정치 얘기에 영한은 동민 얼굴을 휴대폰으로 가격하고. 동민은 그길로 가출한다. 아들은 용돈 수령 거부까지 하고 있다. 어디서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하던 차, 어느 날 딸이 마련한 결혼기념일 점심 식사에 영한은 아들에게 사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딸이 던진 폭탄에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 / 종교철학은 동일하나 정치색이 다른 가족들이 펼치는 대립,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4인의 입장( 봄->정희, 여름->하민, 가을->동민, 겨울->영한) 순으로 차례로 보여주고 다시 봄(정희)로 돌아온다. 세대별 분명한 입장 차이와 시대에 따른 가치 변화를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이었다. 편하게 읽고 싶은데 정치소설은 그대지 좋아하지 않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렇게 대범한 작품은 오랜만에 본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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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선거 후에 잠수 탄 친구가 있었다. 그 허망함을 알기에 가만히 연락오기를 수개월 동안 기다렸었다. 한참 후에 얼굴이랑 봤지만 그때 없앤 카톡을 여전히 만들지 않고 있다. 그때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커서 그렇다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떠올랐던, 조선희 장편소설, <그리고 봄>. 이 대통령선거 이후 1년, 4인 가족의 변화이야기이다. 봄은 엄마 정희, 여름은 딸 하민, 아들 동민은 가을, 겨울은 아빠 영한, 그리고 봄은 정희, 이렇게 각자의 시점으로 각자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가족끼리도 하지 말라고 했던가? 다른 이를 찍은 4명의 다른 생각과 의견으로 살벌하기까지한 대화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결혼, 젠더문제, 취업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은퇴와 건강 등의 문제들까지 너무나 촘촘하게 등장시켜서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한꺼번에 봐버린 느낌이였다.
평범한 한 가족이지만 우리를 대표하는 듯 했고, 정치적 이슈 때문에 갈등을 겪지만 다른 눈앞에 닥친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에 공감했다.
조선희 작가는 그냥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마지막 챕터 ‘그리고 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말하고 있었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봄에 대하여 등장인물들이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너무 정치색이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또 이것 이라는 것은 경제, 복지 등의 메카니즘만 알아도 모를 수가 없다. 관련된 내용들을 소설에 녹아낸 저자가 대단해 보였고 적당한 깊이에 읽기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점도 높이 사고 싶은 소설이였다.
_가끔 새로운 골칫거리가 묵은 골칫거리를 밀어낸다. 어떤 이질적인 이슈가 다른 심리적 이슈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는 일이 종종 있다. 이슈의 신진대사라고 할까._p73
_동민은 몸통이 밟혀 찌그러진 통기타를 들고나와 목을 잡고 화단 모서리에 몇 번 내리친 다음 발로 몸통을 밟아 잘게 조각냈다._p172
_영한은 1959년생이었다. 자랄 때는 전쟁이니 해방이니 식민지니 하는 것들이 완전 옛날얘기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전쟁이 불과 6년 전이고 해방이 14년 전이었다. 동민이 95년생이니까 80년 광주가 15년 전, 그러니까 얘네한테 광주 5.18이 우리한테 태평양전쟁이나 마찬가지네. 그게 그렇구나. 우리가 전후세대인 것처럼 동민은 민주화 이후 세대 아닌가._p248
_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죽은 땅에서 아카시아를 피워낸다. 정희는 중학생 때처럼 다시 명랑해지고 싶어진다._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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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꼰대’같은 강의를 하는 교수 출신의 아빠와 기자 출신의 엄마, 그리고 튀르키예에서 온 동성 애인과 독일로 떠난 딸과 음악 하겠다고 가출했던 아들. 이 책에 등장하는 4인 가족의 모습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부모님은 모두 1번을 찍었지만 아들은 2번을 찍은 2찍남이며, 딸은 3번을 찍었다.
일단 이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현실이었다. 우리 가족이라고는 뭐 크게 다를까? 우리 가족 단톡방의 암묵적 룰이 있다면 정치 이야기를 하면 방이 얼어버린다. 2찍 앞에서는 아무리 부정적인 뉴스를 들이대도 그래도 이재명보단 낫다는 말이 돌아온다. 그래도 나았을거란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무논리다. 그래도 이재명보단 낫다가 결국 어떤 놈이 하든 똑같으니까 간섭마라로 끝난다.
하.. 지금 나라 상황을 보면 어떤 놈이 하냐 똑같냐구요.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받는 죗값치고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무역수지 200위라니. 350억 1년 순방 예산을 전부 다 써버리고 예산을 다시 편성한다니…? 이게 어떤 놈이 하든 똑같은 나라냐고..! 를 내가 카톡방에 말하면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상실과 혐오로 해체된 건 비단 <그리고 봄> 속의 가족들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가족 같아서 반갑기도 했지만 무언가 목에 걸린 것 같은 답답함도 느껴졌다. 기침을 아무리 해도 절대 뱉을 수 없는 그런. 대통령 선거 1년이 한 가족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쓰셨는지.
이 소설이 우리 시대의 집단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작가의 말에 적으셨는데, 적어도 나는 아주 조금 우울증이 해소 되었다. 이 소설의 아빠가 쓴 책처럼 그래도 아주 작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악을 경험하였으니 설마, 사람들이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지… 제발…
그래도 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 나라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으로서 감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어야지. 작가님은 소설을 쓰셨는데,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일단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모대회에 작게 후원을 해본다.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이 142억원이나 감축된 것에 서명 운동을 한다. 하… 나 잘하고 있는걸까…?
이 시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해 보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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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걸 쓰는 이유로, 우리 시대의 정치적 삶이 지금의 저자에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이후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저자는 결국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조선희 작가님은 현실 정치는 요사이 우리 문학, 특히 소설에서 금기인 것 같지만, 자신의 일상이 정치의 그늘에 있음으로 그것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저자의 삶이 어떠한지 타인의 입장으로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일상이 정치의 그늘에 있는 그의 삶은 편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적 성향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정치글은 아직 나에게는 버겁기에, 이 책 또한 읽는 내내 그리 달갑지 않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현실에 대해 정치 상황을 나쁜 쪽이라고 표현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대통령이 되기 가장 위험한 개인에게 대통령직을 맡긴 다음, 불안과 불편은 그에게 대통령직을 허락한 국민 대중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대통령이 되기 가장 위험한 개인이라는 것은 현재를 포함한 그 이전의 모든 전대통령들에게도 포함되는 의미일 것이다. 계절로 나타난 목차와 각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야기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한 가정의 내부에서 갈등과 해결, 믿음의 의미로 보기에는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 엘리사는 좋은 친구구나, 같이 지내면 즐거울 것 같아, 우리말은 점점 늘겠지, 그런데 그게 반드시 결혼이 필요한 일인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정희는 질문도 때와 장소와 대상을 가려야 한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 문득, 퇴마사 미래가 손을 뻗어 악귀들로부터 윤호를 구해내던 장면에 엘리사가 오버랩된다. 드라마의 서스펜스가 칼날처럼 하민의 가슴 한복판을 긋고 지나간다. 그녀가 지구상에서 한 곳을 찍어 서울을 찾아왔고 또 나를 만난 건 무슨 운명일까. 내가 엘리사의 손을 너무 쉽게 놓아버린 걸까. ?? "요새 애들은 엄마 아빠 말보다 친구나 선배 말을 더 신용하니까. 근데 실제로 상황이 절망적라기보다 절망하기 쉬운 시절인 거 같아. 미래는 오리무중이고 정해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고 호르몬은 미친년 널뛰듯 하지."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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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봄, #조선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대통령선거그후1년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모를 정도로 요즘 현실을 묵직하게 담고 있는 장편소설 <그리고 봄>
대통령선거 이후 1년을 오롯이 담아낸 작가의 필력에 혀를 내둘렀다. 4인 가족을 사계절을 대표하는 화자로 내세워 각자의 생각과 입장을 그려내어 독자는 자신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지식인으로서, 기자로서, 어른으로서 정치적 선택으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고 반성하고 후세대에게 자신들이 소중하게 지켜오고 믿는 가치를 유산으로 남기고자 강의(?) 하는 부모 세대와 정치에 크게 관심 없이 자신들의 문제에 몰입하는 20대 자녀 세대가 부딪치면서 튀는 스파크와 갈등을 숨죽이면서 지켜보았다. 과연 작가는 소설 속 녹록지 않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본문을 탐닉했다. 시원하고 호탕한, 정직하고 적절한 표현들에 감탄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다시 봄이 됐다.
'우리 시대의 집단 우울증을 치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처럼 내 마음을 긁어대는 표현들이 많았다. 왜 이리도 지난한지, 지리멸렬한지…… 답답한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요즘을 예리하게 묘사해 준 소설 <그리고 봄> 덕분에 현실을 정확하게 마주하였다. 그렇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1년이네. 10년은 된 거 같아."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사회라 믿으며 사회가 더 이상 험해지지 않도록 자정 노력에 힘쓰는 어른의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 상식을 믿어. 부지런히 하루하루 살면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이 이상한 데로 가지는 않을 거야."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규칙을 잘 지키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숨 고르기를 말하고 있다. 멈춤을 통해 서서히 혐오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그날을 그려보게 된다.
현실의 존재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그리고 봄>안에서 영한, 정희, 하민, 동민의 동상이몽은 우리네 삶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와 이태원 참사같이 굵직한 사건사고를 주인공 가족 범주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지금 이야기임을 인지시킨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고 통보여서 더 혼란스러웠던 하민의 커밍아웃, 당황스러운 동민의 정치적 행보와 인디밴드 활동을 위한 가출을 겪으면서 정희 부부는 또 한 번 성장하고 변화한다. 자신의 옳고 그름만을 내세우지 않고, 자식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응원자로 물러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녀의 온전한 독립을 인정하는 순간 가족 모두가 자유로워졌다. 그렇기에 생각은 달라도 말은 편하게 하는 동민처럼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부모 세대의 부모들은 서구화에 저항한 마지막 세대였다면 부모 세대는 디지털 문명에 저항하는 마지막 세대라는 문장이 가슴을 저민다. 십 대 아이 둘을 키우면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이 눅진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무거운 마음이 문장을 만나 요동쳤다. 책을 저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 영한은 동민이 읽을 만한 책을 쓰고 있다. 정희는 강의 대신 책이냐고 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최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런 노력 끝에 접점이 있으리라.
"네 사람에게는 네 개의 앵글이 있다. 서로 딴 데를 본다면 말을 섞기 힘들 것이다. 다만 고개를 돌릴 줄 안다면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것 아닐까. "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