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락 독서모임 도서로 정해지고 나서 알게된 책이다. 표지가 근사하고 제목도 근사했다. 다 읽고난 지금, 내용 역시 근사하다고 말하고 싶다.서점에서 일해왔지만 주로 파는 일을 했기에,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일이 많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거대한 출판 시장을 가진 영미권의 특수성인지도 모르겠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의 편집자 분께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으나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한국식 방식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단계를 거치면서 책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당연히 철저히 분업화된 해외 방법을 선호할 것이라는 편견이 부끄러웠다. ‘편집 만세’에는 책에 미친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색인을 만들거나 오탈자를 찾으면서 희열을 느끼고, 구두점의 의도를 분석하고, 주석 기호를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다. 유명 작가와 출판인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도처에 담겨 있다. 책 속 구텐베르그 유니버스(책에서는 갤럭시라 표현했으나)의 세세한 구석을 살펴보는 일이 즐겁다. 우리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종이책이 현재의 형태를 갖게 되기까지, 수백년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새삼 책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좋은 책은 사람을 야만으로부터 구하고, 작은 공간에서도 세계를 무한히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와 편집자, 교정과 교열 그리고 디자인을 거쳐 인쇄소를 떠나도록 글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서점 사람들 또한 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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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애서가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보장된 향락과 같은 이런 주제의 책들을 어찌 지나칠 수 있으랴. 좋아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이 집필한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펭귄 출판사의 편집장 레베카 리가 우리에게 책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유혹의 결과물이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저자는 각주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실제로 이 책에는 각주가 남발된다. 개인적으로 각주를 싫어하지 않지만, <편집 만세>의 각주들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았다. 작가의 사소한 사담을 털어놓느라 흐름을 뚝뚝 끊기 때문이다. 잦아도 너무 잦다. 작가가 현실에서 얼마나 수다스러운 사람일지 눈에 선할 지경이다. 이 책은 출판 실무를 가르쳐주는 친절한 매뉴얼도, 현대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분석서도 아니다. 그저 아날로그 텍스트의 조각들을 붙잡고 평생을 씨름해 온 한 인간의 '덕질 기록'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책의 명확한 한계가 드러나며 독자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냉정하게 말해, 이 책에서 묘사되는 일부 실무적 고충은 현대 디지털 작업 환경의 관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이며 심지어 시대착오적이다. 이미 출판 편집 프로그램과 다양한 보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2020년대에 이러한 노동집약적 고통을 출판업의 숭고한 업보인 양 포장하는 것은 기술적 무지를 아날로그적 낭만으로 세탁하는 것에 불과하다. 작가는 책의 제작 과정이라는 거시적 흐름 대신, 철자법 논쟁이나 쉼표, 마침표의 역사 같은 지극히 파편화된 디테일에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여기에 쓸데없는 각주들이 추가되면서 지루함은 배가 된다. 본문보다 긴 각주를 채워 넣으며 혼자 즐거워하는 저자의 모습은, 마치 자기만 재밌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직장 상사의 독백을 억지로 듣고 있는 듯한 피로감을 준다. 그런데도 이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없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지독한 폐쇄성’에 있다. 확실히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글자 하나, 띄어쓰기 하나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는 ‘정신 나간 장인들의 세계’를 이토록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도 드물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독자에게는 비효율의 극치이자 지루한 훈계로 들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멸종해 가는 아날로그 장인 정신에 대한 향수와 소소한 지적 쾌감을 자극할지도 모른다. 작가의 참신한 시도 역시 언급하고 싶다. 레베카 리는 독자들에게 책의 폰트, 글꼴 효과, 각인 등을 설명하면서 이를 자신의 책에 직접 적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방식을 취했다. 이런 부분들은 보면서 감탄이 나왔던 부분이다. 지루해지기 쉬운 책의 초반부에 흥미를 유지하게 하는 훌륭한 장치로 기능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재밌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쓸데없이 장황하고 갈피를 못 잡는 이야기들에 지치는 경험이었다. |
| 편집만세는 영국펭귄출판사에서 일하는 리베카리의 책으로 한권의책 하나의세계를 완성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있습니다. 책에 관심있으면 흥미로울만한 내용이네요. 단어를 기워 노래하는 자들 유령 작가, 글 속의 작은 점들 문법과 문장부호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