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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집들을 통해 미래의 삶을 생각한다/ 인물과사상사
"과거의 집들을 통해 미래의 삶을 생각한다/ 인물과사상사" 내용보기
집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들이 많다. 집은 평안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날 때도 내 삶의 소중한 자리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 기억을 지니며 만났다. 미래라는 시간과 내 삶이라는 존재가 잘 배합되어 하나의 신이한 기억과 즐거움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간절함이 함께하면서 말이다. 집은 언제나 나에겐 즐거움이 더 진한 기억으로 머무는 공간이다. 말만
"과거의 집들을 통해 미래의 삶을 생각한다/ 인물과사상사" 내용보기

집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들이 많다. 집은 평안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날 때도 내 삶의 소중한 자리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 기억을 지니며 만났다. 미래라는 시간과 내 삶이라는 존재가 잘 배합되어 하나의 신이한 기억과 즐거움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간절함이 함께하면서 말이다. 집은 언제나 나에겐 즐거움이 더 진한 기억으로 머무는 공간이다. 말만 들어도 행복감이 밀려드는 이유가 될 게다.

 

과거는 현재에 닿아 있고 현재는 미래에 닿아 있다. 미래를 만나는 일이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는 일과 다름이 없는 이유가 된다. 과거의 일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역사가 된다. 그 역사를 통해서 우리의 오늘이, 내일이 분명해 지고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의 많은 질곡을 오늘에 가져올 필요가 있다. 그 역사의 흔적을 가장 잘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언어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모든 면을 진솔하게 담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우리에게 해준다.

 

언어는 모든 정신적인 것들과 물질적인 것들을 쌓아 간다. 깊이와 넓이를 지닐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그런 기억을 쌓으면서 오늘의 삶과 미래의 모습을 지녀나간다. 그러기에 오늘은 더욱 활발하게 되고 미래는 그 오늘을 바탕으로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 책도 미래의 집의 모습을 더욱 가치 있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거주지의 공간을 문화적으로 다듬어 놓고 있다. 역사 속에서 만나는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집들을 데려 왔다. 그들을 통해 집은 어떻게 되어야 하며 미래의 집은 어떻게 변모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어제는 오늘을 살게 하고 오늘은 내일을 기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내일의 모든 것은 어제의 기억들이 쌓여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다. 가장 빛나는 과거의 집들을 통해 오늘을 살게 하고 미래의 집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게 만드는 책, 언어가 만들어 주는 소중함을 진솔하게 만날 수 있게 함이 아닌가 한다.

 

책은 역사 속에서 많은 집들을 가져왔다. 그것을 순례라는 말로 담고 있다. 순례는 두루 찾아보고 의미를 일깨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많은 역사 속의 삶의 공간이었던 집들을 분류해 담아 놓고 있는 것은 그 순례의 의미가 되리라. 그 분류는 한국의 옛집이라는 소제목으로 이야기가 담긴 집, 생각이 들어있는 집,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집 등으로 해놓았다. 또 한국의 사찰이라는 소제목으로 처음을 생각하게 하는 집,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집,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집 등으로 제시해 놓았다. 모두가 진한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

 

각 집들의 의미도 현상도 현상이겠지만, 짙은 의미를 담고 그려져 있다. 하나하나가 범상함을 넘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은 가치로 변모하고 있다. 가치 있는 집들이 낱낱이 우리의 가슴에 새겨지게 함으로 책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지식은 인간들이 가지는 최상의 거처를 만들어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최선의 지식은 최선의 공간을 이루어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니까 말이다. 집들이 가지는 가지가지의 요소들이 언어로 형상화되어 새로운 집을 만들어 나갈 소중한 구성요소가 된다. 우리는 그 구성요소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곳은 집이다. 우리의 발은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집이다.” 라고 미국 소설가 올리버 웬들 홈스가 말했다. 여기에 소개되는 집들이 그런 정신적 여유가 머물러 있는 집들이다. 그 정신적 여유를 소중한 마음의 가치로 바꿔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마음들이 가득히 들어 있는 집들, 우리는 이 책에서 많이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현재의 행복이요 미래를 위한 비전이 된다. 그 집들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소유하게 된다. 진실로 기꺼운 일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옛집에서는 남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제일 큰 집이자 좋은 집으로 세파에 흔들리지 않았던 집 산천재를 보여주고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위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집이다. 이런 집을 통해 선생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선생의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진은 그런 의미를 더욱 신실하게 가질 수 있게 한다. 책의 가장 첫머리에 산천재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그 집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이리라. 이 산천재를 읽으면 다음 집들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저자의 집들에 대한 안목을 다시금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오래된 집 선교장도 소개하고 있다. 이 집의 규모, 지세 등을 통해 대가족을 이룰 수 있게 만든 자취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호남의 풍족한 들판을 닮은 김명관 고택도 만날 수 있다. 정읍 땅에 있는 이 집의 여러 사연들이 동학과 함께 소개되기도 하고 있다. 마당의 신비로운 기능도 애기되고 있다. 관력의 상징이 된 운현궁도 보여주고 있다. 나도 가보았지만 그 위세가 흥선 대원군의 기개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집이었다. 이들을 통해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생활의 공간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 오늘의 우리들의 삶의 공간을 재생해 보게 만들고 있다. 이는 분명히 집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리라 여겨진다.

 

유학의 맥을 이어오는 것을 보여주는 김장생이 임리정, 송시열의 남간정사의 원류가 된 팔괘정 등 예학의 근간이 된 집들도 소개되고 있다. 이들 집과 관련해 역사의 편린들이 제시된다. 조선, 훈구와 사림들의 갈등이 그려지고, 스승을 기억하면서 학문에 전념하던 후학들의 모습이 집들에서 나타난다. 후학 양성의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도동서원 등이 소개되어 교육과 배움,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선의 집들을 통해 조선이 어떤 사회였는지, 그들의 삶과 철학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구체화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물 위에 앉은 집 송시열의 남간정사, 문학적 향기가 스민 소쇄원과 식영정, 움직이는 것도 정지해 있는 것도 아닌 종묘. 왕의 집 경복궁 등이 소개되어 우리들의 시야를 넓혀 준다. 역사와 삶의 자취가 스민, 사진이 담긴 언어로 그려진 집들은 우리들의 오늘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어떻게 어떤 공간에서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가를 자꾸만 되묻게 만들면서 책을 읽게 한다. 삶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가치를 만들면서 이루어지는 것, 가치가 형성되는데 집이 하는 역할들을 생각해 보면서 오늘의 우리가 사는 곳을 재음미해 볼 필요는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집들의 주인이 되어 있는 나를 가끔씩 발견하곤 한다. 책에 대한 몰두는 현재의 내 삶을 일깨우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2부는 사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찰이 아름답고 거대하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안다. 사찰을 가지고 집을 거론한 책들도 더러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사찰들이 가지는 아름다움, 그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그 집들의 주변 경관 등이 소개되고 있다. 너무도 잘 알려진 것들이라 새삼스럽진 않지만 언어는 이들도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인생의 원초적인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드는 사찰들, 시작이 끝이 되고 끝이 시작이 되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만드는 사찰들, 깨달음의 경지를 보여주는 사찰들이 소개되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까지 담겨진 사찰들의 세계는 영혼들의 안식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 공간이 되었으리라. 책에서 그려진 사찰들만 하더라도 그런 인생의 충일함을 가득히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행복과 깨달음을 가져다주는 공간들이다.

 

화엄사, 통도사, 해인사, 부석사 등은 처음으로 돌아가다란 부분에서 보여준다. 내소사, 선운사, 실상사, 무위사 등은 미래를 보다란 제명으로 그려진다. 기원정사와 황룡사지, 진전사지와 대동사지, 거돈사지와 흥법사지와 법천사지, 미륵사지와 굴산사지 등은 경계를 넘나들다란 제목으로 묶고 있다. 사찰들 나눠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방법과 그 사찰들의 이름이다. 사찰들은 거의 모두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말 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현실적은 모습은 대단하다. 그 속에 스민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지녀온 위력도 대단했다. 그들을 오늘 언어로 되살리는 것은 오늘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효력이 있다. 당대의 사찰의 건축, 그 기원과 몰입은 분명히 미래에 닿아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이 참 보배롭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집들을 새김질하며 살핀다는 것은 바로 오늘의 나를 재인식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역사 속에 의미를 담은 집들, 그들을 언어와 이미지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기꺼운 일이다. 오늘의 나를 만나고 내일의 내가 살 공간을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옆에 두고 있다는 것은 복이다. 항시 다시 책을 펼 수도 있고 거기 그려진 세상을 현재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하다. 이 책은 그렇게 하는데 일조한다.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주머니에라도 넣고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과거로 여행을 하고 싶게 하는 책, 현재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책, 미래 어떤 공간에서 내가 살면 좋을까를 궁구하게 만드는 책, 바로 이 책이 나에게 다가온 소중한 가치다. 이 책을 늘 옆에 둘 것이다. 그리고 집이 그리우면 펴들어 그 언어와 이미지를 함께할 것이다. 그러다 마음이 내키면 훌쩍 떠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내 옆에 이 책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가지고 함께하면서 이런 소중한 책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된다. 언어의 날개가 무척이나 신뢰가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3 2023.11.13. 신고 공감 1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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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세상의 배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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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덕분에 오래된 집을 순례했다. '가온건축'의 임형남과 노은주 부부 덕분이다. '가온'은 '가운데'의 순우리말이자, '집의 평온함'을 뜻한다. 내가 보기에, 집은 세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다. 비바람을 막는 '생존'의 차원, 먹고 사는 '생활'의 차원, 그리고 자기 수양과 인격 도야의 '철학'의 차원이 그러하다.   저자의 말대로, 집은 생각으로 짓는 것이고, 모든 집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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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덕분에 오래된 집을 순례했다. '가온건축'의 임형남과 노은주 부부 덕분이다. '가온'은 '가운데'의 순우리말이자, '집의 평온함'을 뜻한다. 내가 보기에, 집은 세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다. 비바람을 막는 '생존'의 차원, 먹고 사는 '생활'의 차원, 그리고 자기 수양과 인격 도야의 '철학'의 차원이 그러하다.

 

저자의 말대로, 집은 생각으로 짓는 것이고, 모든 집은 의미가 있다. 집의 이름을 '당호'라고 한다. 가령 남명 조식의 '산천재'는 주역의 대축괘에 나오는 말로, '산속에 하늘이 담긴 집'이라는 뜻이다. 평생 학자로 살아간 조식은 61세에 지은 집에 "산속에서 창조적인 학문의 힘을 키운다"는 뜻을 담았다. 이처럼 집은 주인의 생각과 철학을 담는다.

 

특히 철학적 지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공간은 바로 서원이다. 서원은 사림이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의 공간이었다. 성리학적 세계관에 입각해 사람을 키우는 사립학교의 성격을 가진 곳이 서원인데, 안향에서 시작되어 이색과 정몽주를 거쳐 김종직과 이황으로 이어지는 한국 성리학의 학맥을 잇는다.

 

부석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소수서원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경과 애정이 적당한 위치와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위계를 통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서애 유성룡을 모신 병산서원은 누구나 한국 건축의 백미로 꼽는 아름다운 서원으로, '예'에 기반해 "의관을 단정히 정제한 선비처럼 반듯하고 엄격하다." 그리고 퇴계 이황을 모신 도산서원은 '경'에 입각한 쌍방향의 소통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용자의 자세에 반응하는 열린 구성을 보인다.

 

집은 세상의 배꼽과도 같다. 삶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가 삶의 무늬를 그리기 시작하는 보금자리다. 그 보금자리가 아늑해야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과 태도가 길러진다. 지금 자신의 집을 여행지 살피듯 찬찬히 둘러보라. 어떠한가, 정말 그렇지 않은가.

z***a 2023.10.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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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머금은 공간이 건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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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체육시설이 누수 문제로 시끄러운 걸 보며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님을 떠올렸다. 불과 몇 해 전에도 개관을 앞둔 도서관에 물이 새 “건축이 설계를 못 따라간다”는 소리를 들은 터였다. 아무래도 특색 없는 아파트 짓는 일에 모두가 익숙해진 탓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아파트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파동을 겪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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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체육시설이 누수 문제로 시끄러운 걸 보며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님을 떠올렸다. 불과 몇 해 전에도 개관을 앞둔 도서관에 물이 새 “건축이 설계를 못 따라간다”는 소리를 들은 터였다. 아무래도 특색 없는 아파트 짓는 일에 모두가 익숙해진 탓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아파트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파동을 겪으며 이 세상에 과연 믿을 만한 건축물이 존재하는지 싶었다. 왜 서양처럼 몇 백 년 이상 된 건물들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며 서 있는 모습을 우리 사회에선 기대할 수 없단 말인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접한 김형남, 노은주 님의 책 <집의 미래>를 읽었다. 이번에 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오래된 집이었다. 극심한 변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우리 사회이기에, 소위 옛집으로 언급된 곳들은 현대인의 생활 환경과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책의 절반을 할애해 다룬 한국의 옛집 부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집을 만나는 게 가능했다. 초반의 집은 말 그대로 생활이 이루어진 집이었다. 얼마 전 방문해 눈에 선한 강릉의 선교장 부분을 우선 읽으며, 여전히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고민할 수 있었다. 선교장은 전형적인 고택으로부터는 벗어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왕이 아닌 다음에야 100칸을 넘어서는 집을 지을 수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처음 지을 당시에 선교장은 이미 102칸의 규모를 자랑했다. 하인들이 기거하던 공간까지 합하며 무려 300칸에 달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어찌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지, 나도 모르게 다음 설명의 등장을 기다렸다. 공간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의 결과 끊임없이 연장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사랑채와 안채의 배치 또한 거듭되는 연장 과정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아니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껍데기에 치중하지 않았기에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일명 보여주기 식이 아니어서 뿌리를 땅속 깊숙이 박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는 운현궁과 관련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운현궁은 숨죽여 오랜 세월을 견딘 결과 역사에 흥선대원군으로 길이 남은 이의 공간이었다. 이하응은 왕의 아버지였으나 고종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였고, 아들과 며느리와 경쟁하며 끝까지 절대자로서 존재할 길을 강구했다. 그런 그와 관련이 있으므로, 운현궁은 일반적인 집과는 다른, 차라리 궁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노안당, 노락당, 이로당 등의 명칭이 애써 그의 야욕을 감추려는 과정에서 공간에 붙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어진 공간들은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의 실현 공간이자 자신의 뜻을 이어받은 후대가 성장하는 장소였다.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등 오늘날 관광지로 널리 각광받고 있는 장소들이 내용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었다. 한 치의 오류도 허락지 않을 법한 건물들의 모습을 단순히 정갈함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했다. 그들의 타협을 부정하는 강직함은 유연성을 잃은 채 이미 망한 명나라를 칭송하기 급급했던 당대 지배층의 모습과 닮은꼴이었다. 이념이 중요는 하다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이상만을 부르짖는 와중에 나라는 급격히 쇠했다. 그들이 꿈꿨던 이상세계가 만일 구현됐더라면 정말로 이상적이었을지. 이미 결말을 아는 입장이기에 다분히 소용 없음을 잘 알면서도 무슨 이유에선가 나는 끊임없이 가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앞선 두 부분과 비교했을 때 제3장 조화를 이루다 부분은 상대적이긴 하나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었다. 소쇄원, 식영정 등은 이미 뜻을 접은 상태, 아니면 모든 걸 이룬 뒤 차분히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는 상태에 부합하는 공간들이었다. 무척이나 경건함을 요구 받는 종묘 역시도 뜻을 다 펼치고 영면에 든 이들의 집이라서 그런지 내게는 앞선 공간들보다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
책의 후반부는 다양한 사찰의 향연이었다. 통도사, 화엄사, 해인사, 부석사 등. 믿는 종교가 불교가 아닐지라도 이들 사찰의 이름은 대개의 한국인들이라면 친근감을 느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상태다. 몇몇 장소는 단풍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으니, 현실 정치에 밀려 산속으로 숨어든 사찰로서는 기대치 않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보아도 무방하지 싶다. 조금은 의외일 수도 있는데, 존재치 않음[無]으로써 존재하는 역설을 발취 중인 몇몇 장소가 나에게는 가장 큰 흥미를 선사했다. 언제 어떠한 연유로 파괴되었는지 모를 폐사지는 인생무상의 감정과 더불어 한 때의 찬찬함을 상상하는 힘을 제공했다. 누구도 확인할 길 없는 황룡사의 영광이 그러했고, 책에서 다루지는 않았으나 언급된 회암사가 그러했다. 아무것도 없고 그냥 등신불 크기의 불상만이 있다는 대동사지가 그 크게 비어 있음으로 인하여 “내가 가본 절터 중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오로지 채워 넣길 갈망하며 살았는데, 공간도 인생도 비움이 외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 싶다.
오늘날 지어지는 많은 집들이 과연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30-40년이면 더는 존재치 않아도 될 이유가 충분하다는 평을 듣는 현대 건축물이 시간이라는 옷을 입는 일은 좀체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묘했다. 집이 소멸하고, 그 집에 기거했던 이들의 생도 물거품처럼 흩어지고. 잊혀짐이 어쩌면 현대의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집, 이는 축복일까, 비극일까.
이달의 사락 q*****2 2024.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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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옛집과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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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미래 :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 책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주관적 감상입니다.  목차는 크게 한국의 옛집과 한국의 사찰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국의 옛집 1장 이야기를 담다 2장 생각을 이어가다 3장 조화를 이루다 제목과 건축물과 그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들이 무릎을 탁 치게 했습니다. 건축가 부부의 깊은 내공과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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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미래 :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

책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주관적 감상입니다. 

목차는 크게 한국의 옛집과 한국의 사찰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국의 옛집 1장 이야기를 담다 2장 생각을 이어가다 3장 조화를 이루다

제목과 건축물과 그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들이 무릎을 탁 치게 했습니다.

건축가 부부의 깊은 내공과 마음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편안하게 책에 스며들었습니다.

이미 방문해 본 곳도 있고 앞으로 가 보고 싶은 곳도 있고

꼭 다녀오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예전에 파리와 로마를 방문했을 때, 그 곳의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한 궁전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이렇다할 거대하고 압도적인 건축물이 없음에 살짝꿍 서운한?감이 있었는데 굉장히 위압적이고 압도당하고 숨막힐 듯한 장엄함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이 상대적으로

단아하고, 단정하고, 검소하고 소박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심신의 안정과 편안함을 준다는 것에 종일 그 곳에 앉아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양윤리나 한국사상을 봐도 그 첫째가 자연과의 조화, 천인합일, 인간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상호의존, 공존 등...건축물 역시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잘 어우러져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사찰에 관심이 많아서, 가능하면 소개된 곳은 모두 방문해보고 싶고 언젠가는 꼭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 철학에 대한 갈증도 있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불교철학의 정수가 담긴 건축물들을 오롯이 감상하고 느껴볼 기회가 될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의 끝으로 갈수록 인간이 짓고 시간이 완성한 아름다운 폐사지의 흔적과 자취를 밟아가는 작가님의 글에서 오묘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동들이 밀려와서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책을 펴면 고요하고 아늑한 한옥들과 담담하고 멋있는 사찰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좋은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사진 한 컷 한 컷도 소장하고 싶을만큼 좋았습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2 2023.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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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담고 있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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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사람이 품은 가치나 애착으로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주부이니 쓸고 닦고 집을 가꾸는 입장이고 지어진 집에 사는 사람이니 솔직히 건축은 그냥 남의 얘기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남의 집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편이라 주택단지 근처에 가면 발길을 못 떼고 한참을 구경한다.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좀더 그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건축을 하는 분이 쓴 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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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사람이 품은 가치나 애착으로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주부이니 쓸고 닦고 집을 가꾸는 입장이고 지어진 집에 사는 사람이니 솔직히 건축은 그냥 남의 얘기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남의 집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편이라 주택단지 근처에 가면 발길을 못 떼고 한참을 구경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좀더 그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건축을 하는 분이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철학적이고 다방면의 지식들로 꽉 차 있다. 사림부터 비틀즈까지!

이 책은 우리나라 건축물 중 글쓴이가 고른 20채 정도의 건축물에 대한 개인적 감상과 생각으로 엮여져 있다. 그 중 내가 가본 곳 혹은 내가 잘 알고 있는 곳만 골라 읽으며 작가의 시선에 내 기억을 포개보았다. 글쓴이는 건축물과 주위 환경과의 조화나 건축주의 가치관을 읽어내어 소개해준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서원! 병산서원 만대루 경관의 아름다움에 대해 나와서 반가웠다. 그런데 글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 병산서원의 교육공간이 가진 소통방식을 엿본다. 주위를 압도하는 듯한 모습에 평소에 병산서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 공간이 품은 완고하지만 질서있는 소통방식을 읽어내며 그 또한 그 공간이 가진 개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건축가들이 저마다 개성과 철학을 가지고 집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는지 몰랐다. 사림에서 비틀즈, 부처에 이르는 폭넓은 사고와 예술성이 실용과 편리라는 가치와 상충하지 않으면서 조화로운 모습으로 산출되어야 하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신기하고 위대해 보였다. 건축문외한이 아닌 건축가의 시각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가이드를 새롭게 받은 느낌이었다. 또 이 분들의 건축에 대한 신념을 알 수 있어서 앞으로 집을 지을 건축주분들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글쓴 분들의 인스타를 슬쩍 둘러보니 지은 건축물들이 많이 나온다.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건축을 하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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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n*****a 2023.11.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집의 미래
"집의 미래" 내용보기
책 제목이 『집의 미래』라서 제목 그대로 집에 관한 앞으로의 변화...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이 책은 대부분이 절이나 시간이 흘러 절터만 남은 공간 혹은 절터의 기둥자리 자리만 남은 장소에 대한 감상이 많은 부분은 차지한다. 중간 중간에 수박겉핥기식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이 있는 내용과 지식 등은 나에게 새로운 지식을 주었고 사진이 선명하고 본문의 내용에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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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집의 미래라서 제목 그대로 집에 관한 앞으로의 변화...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이 책은 대부분이 절이나 시간이 흘러 절터만 남은 공간 혹은 절터의 기둥자리 자리만 남은 장소에 대한 감상이 많은 부분은 차지한다. 중간 중간에 수박겉핥기식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이 있는 내용과 지식 등은 나에게 새로운 지식을 주었고 사진이 선명하고 본문의 내용에 적절하여 읽을 때의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집의 미래인 줄 알고 보았지만 지은이의 박식함으로 몰랐던 것을 여러모로 많이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내가 간 곳이 한 군데도 없어서 아쉬워서 답사하려고 찾아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이 없어서 책에 있는 곳에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을 나열해 보겠다.

 

좋은 건축에는 좋은 그늘이 있다. 나는 좋은 그늘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우리의 옛집을 좋아하는 것은 그늘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 집들이 드리우는 그늘은 단색조의 단조로운 그늘이 아니라 여러 층을 거느리고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마사토가 곱게 깔린 마당에 지붕과 처마의 선으로 우아하게 드리워져 있는 안락함, 혹은 그늘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 66

 

명당이라고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명당이란 자신에게 맞는 땅을 골라서 그 위에 살게 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그 편안함 속에서 자신의 역량이 배가 되는 곳이다. 38

 

건축물은 인간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시킨다. 건축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다. 시간은 어떤 건물이건 잘 지은 건물이건 어수룩한 건물이건, 장점을 만들어내고 단점을 덮어주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286

 

애초에 건축적 계산으로 완성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켜켜이 퇴적되어 있고 기억이 바닥에 질펀하게 깔린 폐사지의 정경은 우리의 눈으로 느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공감각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287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m***7 2023.11.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집의 미래를 오래된 집에서 찾다.
"집의 미래를 오래된 집에서 찾다." 내용보기
"우리가 사랑하는 곳은 집이다. 우리의 발을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집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표지를 봤을 때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제목은 '집의 미래'이지만, 표지의 사진은 한옥이 자리잡고 있었거든요. 이윽고 머리말을 읽고나자, 제목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옛집을 만나는 일은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영원한 현재를 살며, 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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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곳은 집이다. 우리의 발을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집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표지를 봤을 때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제목은 '집의 미래'이지만, 표지의 사진은 한옥이 자리잡고 있었거든요.

이윽고 머리말을 읽고나자, 제목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옛집을 만나는 일은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영원한 현재를 살며, 집의 미래를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오래된 집을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작가님의 과거 속에서, 지리적 위치에서, 집 주인의 과거와 집의 구조를 통하여

과거의 시간을 담담하게 마주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따라가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한번 읽고 끝내기에는 아쉬운 책입니다.

책에 나와있는 오래된 집들을 찾아가보고, 다녀와서 이 책의 부분을 다시한번 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f******n 2023.1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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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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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래된 사찰을 거니는 것은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지금부터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이른 아침 선운사를 거닐던 그때, 그곳이 봄이면 동백꽃이 이쁘게 피는지도, 다른곳에 비해 경내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했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풍경 소리에 여러 잡생각이 없어지고,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았지만,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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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래된 사찰을 거니는 것은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지금부터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이른 아침 선운사를 거닐던 그때, 그곳이 봄이면 동백꽃이 이쁘게 피는지도, 다른곳에 비해 경내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했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풍경 소리에 여러 잡생각이 없어지고,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았지만, 나는 그 곳에 그렇게 철학적인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더 알았더라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나의 그 순간순간이 아주 많이 풍요로워 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고, 그럴때마다 조금 더 문장 하나하나를 힘주어 곱씹어 읽었다. 

 

나는 어릴적 부모님과 선교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후 가끔 강릉에 놀러가면서 그곳을 지나쳐 갔지만, 단지 부자가 살던 큰 집이 잘 보존되어 있구나 라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선교장이라는 이름과, 많은 방들과, 왜 집을 확대해 갔는지를 읽게 되면서 나는 그곳이 단순히 집이 아니라 이내번이라는 집주인의 철학과 사상을 만나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교장을 방문하여, 곳곳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가 바라는 터전을 스스로 만들고 바꿔 나가려던 이내번의 꿈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곳곳에는 그러한 것들이 있었다. 김명관 고택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 배려를 위한 공간이 있었고, 소수서원은 신분의 높고 낮음과 나이의 많고 적음이 엄존하는 교육의 공간에서 배려와 존중을 위해 어떻게 집들을 배치했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주 아픈 기억이지만, 경복궁 마당 한 가운데 나무들이 심어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선조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사찰을 거니는 것은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러한 명상은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항상 좋았다. 이 책에서 설명한 사찰 곳곳에서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에 대해 읽는 동안(모두 그런것은 아니지만) 나는 마치 그 공간을 엿보며, 감탄하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철학적인 이상을 조금은 이해하며 그곳에 있지 않음에도 마치 그곳을 거닐고 있는 것 처럼 명상 할 수 있었다. 

 

오래된 집을 만나는 것은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통해 집의 미래를 기억하는 일이라고도 말한다. 집은 짓는 이의 생각과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오래되고 유명한 집과 사찰들을 가까운 곳부터 한번씩 찾아가 만든이의 철학을 느껴보고, 명상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고 단 몇 곳만이라도 먼저 실천해보려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s*****3 2023.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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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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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EBS의 <건축탐구 집>인데 영상을 통해 다양한 집들을 보니 집을 바꿈으로 인해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 것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에 관심이 생긴 상황에서 '집의 미래'라는 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보게 되었는데 저자가 그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시던 건축가 부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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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잘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EBS의 <건축탐구 집>인데 영상을 통해 다양한 집들을 보니 집을 바꿈으로 인해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 것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에 관심이 생긴 상황에서 '집의 미래'라는 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보게 되었는데 저자가 그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시던 건축가 부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지상철을 타고 창밖 풍경을 보면서 서울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나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언젠가 나만의 집을 지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집을 지어야 할까를 요즘 점점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책을 읽다 보니 건축주로서 어디에 자리를 잡고 어떤 철학을 담아 집을 지어야 할지 내 집에 어떤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지가 물음표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방, 침실, 거실, 욕실은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에만 초점을 맞추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책을 읽고 나서는 집에 어떤 정신을 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채광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면 좋은 집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 그늘의 중요함은 전혀 몰랐었는데 저자는 "좋은 건축에는 좋은 그늘이 있다" 고 합니다 "집이란 공간에서 양지와 그늘이 기류의 이동을 만들어 내고 집 안의 온습도를 조절한다"고 일러주는데 이런 그늘에 대해서까지 정말 고려해서 집들이 지어졌다니 너무 놀랐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시에서 살아와 그들에 대한 생각을 못 해본 건 아니겠지요

  저자가 들여주는 건축주에 대한 이야기나 건축주가 지은 집 이야기, 그 건축물에 담긴 의미, 특징 너무나 박학다식한 얘길 해주고 있는데 건축을 하게 되면 세상을 공부하게 되고 무언가를 보는 눈이 더욱 깊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찰 입구가 언제부턴가 모두 비슷하게 단장을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옛 정취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절에 들어선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사찰에 가게 되면 볼 것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에서 사찰 이야기도 담고 있어 그 덕에 절에 가면 책에서 본 내용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또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도 집중해서 들어보고요

  폐사지를 보는 시간이 얼마나 깜짝 놀랄 만큼 다를 수 있는지를 크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저는 '뭐야 아무것도 없네'라고 말했겠지요 얼마나 거대한 것이 그곳에 있는지를 얼마나 재밌을 수 있는 공간인지를 절대 모르고 지나갔겠지요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 궁극적으로는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이젠 저도 누구보다 그 공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고단한 노동이나 그것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고 그 대가의 대부분을 집을 구하기 위해 사용해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분명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좀 더 사용될 수도 있을 텐데 과거에도 있어왔고 미래에도 존재할 땅에 터무니없는 가치를 매겨서 우리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고 그로 인해 미래 세대는 점점 더 고달픈 삶을 사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집의 미래가 제목 이지만 어쩌면 미래가 집에 달려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는 미래' 말입니다

  다 읽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책입니다 책을 속도 내어 읽기에는 궁금증이 너무 많이 생겨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기는 하고 싶지는 않고 자꾸 검색을 하게 됩니다 담양 소쇄원, 우봉 이매방의 살품이도 찾아보다 보니 책을 천천히 산책하듯 보게 됩니다 아쉬움이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건축물이 있는 곳에 가서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글로만 접하고 아직도 다 찾아보지 못한 건축물들 덕에 이 책은 앞으로도 산책하 듯 몇 번 더 읽게 될 것 같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0 2023.11.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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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집을 순례하다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한 오래된 옛집을 순례할 수 있도록 정갈한 사진을 보여줍니다. 김명관 고택, 선교장, 임리정, 설선당, 남간정사, 소쇄원, 운현궁, 도산서당 등 집은 지붕이 있고, 바람을 막아주고, 비를 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 외에도 자기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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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집을 순례하다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한 오래된 옛집을 순례할 수 있도록 정갈한 사진을 보여줍니다.

김명관 고택, 선교장, 임리정, 설선당, 남간정사, 소쇄원, 운현궁, 도산서당 등

집은 지붕이 있고, 바람을 막아주고, 비를 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 외에도

자기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곳은 집이다. 우리의 발을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집이다." 라고 말한

미국 소설가 올리버 웬들 홈스의 말처럼 집은 생각으로 짓는 것이고

모든 집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저와 비슷합니다.

 

홍익대 건축학과 동문인 두 사람인 임형남, 노은주님은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이번에 책도 함께 낸 것을 보니 드물게 생각이 같은 부부이자 동료인가 봅니다.

이 책이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을 가진 이유이기도 한듯 싶어서 더욱 즐거운 책 만나기 였습니다.

건축이란, 집이란 결국 생각으로 짓는 것

유명하거나 아주 오래되었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모든 집은 의미가 있다는 그들의 생각이 귀하게 여겨집니다.

사람이 각자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살며 각자의 삶을 사는 것과도 같으며

모든 존재는 축복받아야 하고 모든 집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이들의 생각은

고스란히 건축에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테가 새겨진 이 땅의 건축에서 미래의 건축을 생각하고

세상일에 치여서 오래된 고향 집을 찾는 것처럼 옛집을 다니며 위안을 얻으며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고민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집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영원한 현재를 살며

집의 미래를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참으로 귀하게 여겨집니다.

 

글을 따라 쭈욱 읽고나서 다시 사진을 위주로 다시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입니다.

공간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옛집들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집의 미래에 우리의 미래도 달려있으니 새삼 집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옵니다.

 

#집의 미래 #임형남 노은주 #인물과 사상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달의 사락 c******5 2023.11.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