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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가리켜 베테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을 자세히 보면 그냥 베테랑이 아니라 '베테랑의 몸'을 가리킨다. 소위 사무직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와 같은 노동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직에 종사하는 블루 칼라의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분도 있지만 그늘진 곳에서 시간과 싸우고 자신의 몸과 싸우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몸에 저자는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에는 여러 직군들이 등장한다.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 하나같이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세공사, 안마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식자공도 있지만 온몸을 사용해야 하는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마필관리사, 배우도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온몸을 사용해야 그 직업에서 베테랑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고되고 힘든 일들을 해 오는 분들이다.
베테랑의 몸에는 일한 흔적이 확연히 보인다. 로프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생계를 이어가는 로프공은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작업 공간인 높은 건물은 위험 천만하기 이를 데 없다. 평범하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정도면 고급 기술을 가지고 화려한 일을 할 것 같은데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기획서를 쓰는 일을 밥 먹듯이 하고 작업을 끝내기까지는 잠도 자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마필관리사는 말과 사람이 혼연일체 되어야지만 안전하게 맡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의 뒷발차기에 차여 금방이라도 구급차에 실려 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말을 관리하는 직업은 보기보다 쉬운 직업이 아님을 구직자의 이동 사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안마사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시력을 잃으신 분들이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직업이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자신의 몸을 돌보기도 쉽지 않은데 그들은 다른 이들의 몸들을 꼼꼼히 살피며 회복시키는 일에 매진을 한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근육의 결만 보더라도 어디가 아픈지 안다고 한다. 세신사들이 때를 밀려온 사람들의 몸만 보더라도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알아맞히는 것처럼.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베테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공통된 답안을 말하지 않는다. 마필관리사는 사람보다 말에 대해 잘 알아가는 것이 베테랑의 조건이라면 수어통역사는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해 가는 과정이 베테랑이라고 말한다. 조산사는 애를 잘 받는 것을 넘어 순적하게 자연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산모를 도와주는 과정을 베테랑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베테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베테랑임을 드러낼 수 있는 몸의 흔적들을 가지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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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한 기록 노동자 희정의 글 <베테랑의 몸>
'베테랑'은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일컫는다. 저자는 각 분야의 베테랑을 나름의 기준으로 찾아 인터뷰한다.
저자는 베테랑을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 균형 잡는 몸 2. 관계 맺는 몸 3. 말하는 몸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
베테랑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오롯이 새겨진 몸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울림이 되어 마음을 뒤흔든다. 들어봤지만 그 세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가지는 환상과 편견을 비로소 멈춰주었다.
"어떤 사람이 베테랑이라 생각하세요?"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대로 그 길을 꿋꿋이 걸어온 이들은 베테랑이 되기 위해, 그 노동이 몸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어주었다. 자신을 베테랑이라 말하기는 주저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지키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였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 자존심 지키며 일하는 사람 내 안전 내가 지키는 사람 묵묵히 제 일을 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자기 일에 모르는 것은 없는 사람 말을 이해하는 사람 내 몸 다치지 않게 일하는 사람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 내가 하는 일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 나에게 올 미래를 적극적으로 상상하며 사는 사람 수많은 활자들 사이에서 길 잃지 않는 사람
서로 다른 연령 · 성별 · 분야의 베테랑 12인들이 말하는 베테랑을 정리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멈춰 서있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려하고 존중하여 나아가는 이가 바로 베테랑이었다.
12명의 베테랑 중 '로프공'과 '수어통역사'의 이야기가 나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무지했던 '로프공'이라는 직종에 대해 베테랑 김영탁에게 배우고, 법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여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열악한 작업 환경이 안타까웠다.
산업안전법상 발이 땅에서 2미터만 떨어져도 비계나 안전대를 설치해야 한다는데 왜 로프공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로프에 의지하여 작업해야 하는지 먹먹하다. 저자의 말처럼 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일에 진심인 베테랑이 이를 악물고 지켜야 하는 걸까.
수어통역사 장진석처럼 대학생 때 수화를 잠깐 배웠었다. 당연히 농인의 언어인 줄 알았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괴리를 알았다. 그래서인지 장진석 수어통역사 이야기가 눈에 밟혔다. 구락부에 가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서 '수어 못하는 불쌍한 젊은 애'로 몇 개월 보낸 일화가 크게 와닿았다. 온몸으로 전하는 언어, 얼굴 표정으로 전하는 언어인 수어를 보고 소통하는 농인의 세계로 한발 한발 내딛는 느낌이다. 농인이 있고, 언어가 있는 자리라면 통역사가 있다. 텍스트 전달에 그치지 않고 맥락과 의미 그리고 분위기까지 전달해야 하는 그의 자리, 얼마나 준비가 필요한 일인지 새삼 무겁게 깨닫는다.
12명의 베테랑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은 그들의 열정과 자부심에 반짝인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소통하여 지키고자 하고, 생존하고자 노력하고, 공존하고자 상상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과 저자의 시선이 고루 닿은 노동 현장은 인식의 변화를, 개선의 물결을 바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길을 쫓아 노동이 새겨진 몸을 지닌 베테랑들이 존중받으며 정당한 대우받는 사회를 바란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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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년차 직장인,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흐른거지? 이제 9월이니 올해도 반이 지나갔고 이렇게 연차만 쌓여간다. 베테랑 선배들 앞에서 나는 여전히 막내같은 꼬꼬마이다. 아직은 yb인 나, 나는 언제쯤 내 일에 베테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베테랑들을 만났다.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안마사, 마필관리사, 식자공,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조산사 그리고 배우. 이 중에는 낯선 직업도 있었다. 특히 식자공은 생소한 직업이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오랜 세월동안 쌓인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은 국가기록물은 여전히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최신 기술로 대체되어 가는 것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우리는 하고 있는지…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직업병’이 생겨버린 몸들. 나도 손목과 목 어깨가 늘 문제라 도수 치료를 받곤 하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직업병이라 해도 되는지 조금 부끄러웠다.
사실 요즘 일에 회의감이 들던 중이었다. 이렇게 연차만 쌓이는게 맞는건지, 그냥 적당히 욕 안먹을 정도로 일하고 퇴근하자는 마인드로 돌아서는 내가 맞는건지 했었는데, 베테랑의 몸을 읽으며 처음 부서에 배치받던 날, 다시 복직하던 날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자.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내자. 내가 생각하는 베테랑의 자세였다. 부끄럽지 않고 보다 나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질 나의 경력.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해온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신 기술로 대체되고, 찾는 사람이 없어지고, 혹은 다른 우선 순위에 밀려 후순위가 되어도 하루하루 그 길을 걸어오신 부분이 존경스럽다. 모두가 안전히 일하고 보호받으면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베테랑이라는 데에만 기대어 안전을 소홀히 할 순 없을 것이다.
책을 덮었는데도 자주 부끄럽고 부끄러우니 무엇이건 시도한다는 말이 계속 따라다닌다. 오늘도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고자 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사진도, 인터뷰도 다 좋았던 책이다. 추천??
ㅁ "기계가 자동화되니까 연봉 많이 받는 기술자부터 자르는거야." (8p)
ㅁ 숙련이라는 것이 '하다 보면'의 시간 속을 채워 쌓이는 게 아닌가. 그 시간을 채우는 게 어렵고, 잘 채우는 건 더 어렵다. 우리가 숙련자들에게 감화받는 지점은 거기에 있을진대, 사람들은 유독 살림에 박하다. (49p)
ㅁ 한 사람이 한 길로 살아온 여정을 좇으며 건전지가 아닌 사람의 존엄을 본다. 수모와 존엄 사이에서 단련되고 쌓여가는 숙련의 질감을 더듬었다. (73p)
ㅁ 기술은 왜 특정한 곳에만 쓰이는지. 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일에 진심인 베테랑이 이를 악물고 지켜야 하는지. (101p)
ㅁ 화면 구석 작은 동그라미, 이것이 이 사회가 농인들에게 내준 자리일 것이다. 이해도 공존도 없는 자리. 그러는 사이 나이가 들고 시력이 흐려진 농인들은 점차 자신의 언어마저 잃게 된다. (261p)
ㅁ 자유롭지 않으니 부끄러움은 늘 공동의 것이다. 자주 부끄럽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쓴다. 그린다. 일한다. 노동한다. 무엇이건 시도한다. (3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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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장인, 달인, 고수”라고 바꿔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베테랑이라 한다. ≪베테랑의 몸≫은 서로 다른 연령, 성별, 분야의 베테랑 13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기록노동자 희정의 글과 사진작가 최형락의 사진은 13인의 베테랑을 한명의 개체로서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그러나 이들 중 자신을 베테랑으로 끄덕이는 사람은 정작 많지 않다. ‘내가 무슨 베테랑이냐’며 손을 내젓거나 도리질을 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베테랑이 되려고 이 일을 꾸준히 해 왔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열심히, 그냥’ 했을 뿐이다. ‘하다보니’ 숙련 되었고 ‘돌아보니‘ 오랜 세월이 흘렀던 것일 뿐이다.
”이건 하다 보면 다 하게 되는 일이에요.“(49)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라는 소개처럼,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그 일은 어떠한 형태로든 몸에 기록되기 마련이다. 이들도 마찬가지. 성실히 해오던 일은 질병으로든, 굳은 살이든, 익숙함이든, 습관으로든, 몸에 남았고 진한 흔적을 남겼다. 세공사 김세모는 “걸음을 재바르게 옮길 때마다 상체가 양옆으로 흔들렸다. 허리를 혹사해온, 아니 꾸준함을 지켜온 사람의 뒷모습이었다.”(41) 안마사 최금숙은 손가락의 통증을 늘 달고 산다.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은 “둥글게 말린 어깨와 길게 뺀 목, 기울어진 등이 그의 분주한 손길을 숨긴다.“(287) 수어통역사 장진석의 가방은 안약을 비롯해 각종 준비물로 항상 무겁다. 세신사 조윤주의 손발은 갈라지고 터져있다. 그래서 베테랑의 몸을 마주한다는 건 어쩌면, 켜켜이 쌓인 시간을 더듬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산사 김수진 편과 안마사 최금숙 편의 <인터뷰 후기>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수많은 생명이 힘들게 탄생하는 것에 비해 일하다가 쉽게 목숨을 잃는 현실을 꼬집었고, 장애를 입은 채 베테랑이 되는 것과 비장애인이 노동하다 몸이 손상되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지적한다. ’손상된 몸, 손상을 입은 몸‘이라는 말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 그들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를 둘러싼 사회가 모두의 노동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는 일이다. 별 볼 일 없어보이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묵묵히 해내는 이들의 하루가 모여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좀 더 타인의 노동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몸에 새기고 있는 ‘노동하는 삶’의 흔적을 좀 더 거룩하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로 베테랑을 만나는 형식인 만큼 글밥이 많지 않아 읽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도 저자가 그 무게감이 적절히 덜어내어 편안하게 베테랑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나는 매일의 삶에서 어떤 노동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있을까, 책을 읽고나서 돌아보게 되었다. 독자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보면 좋겠다.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질문하게 하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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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다 보면 다 하게 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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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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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하는 기록노동자 희정이 서로 다른 연령과 분야의 베테랑 13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록한 책이다.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룬 르포집을 내고, 일하다 죽고 병드는 사회를 기록하고, 청수성심병원 이정미 노동열서 평전과 성소수자 노동을 다루었으며 싸우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전자산업 내 2세 질환 직업병 문제 등 노동으로 인해 사회적 질병을 얻게 된 이야기를 썼던 작가가 이번에는 베테랑을 만났다. 저자는 '베테랑의 몸'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그들을 찾아가서 "자신을 베테랑이라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질문을 받은 이들의 대답은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은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각 분야의 베테랑을 인터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노동인지 생각해본 다음 저자는 그들에게서 어떤 '가짐'들을 보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 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테랑의 손과 발을 보다가 그의 손에 쥐어진 것, 그의 발이 딛고 있는 자리가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관계 맺어야 하는 대상과 어떻게 눈을 맞추는지도 보았다고. 그렇게 노동현장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버티고 살아온 그들의 시간을, 저자는 알고 싶어서 인터뷰를 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오랜 시간 집중해온 분야가 다른 만큼 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몸과 기억의 기록이 다른 까닭이다. 1부 ‘균형 잡는 몸’에서는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등 혼자 하는 일에 집중을 하면서도 힘을 주고 풀어내며 일하는 베테랑의 몸에 집중하고 있고,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처럼 몸담고 있는 노동현장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살피는 감각을 살핀다. 그리고 3부 ‘말하는 몸’에서는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처럼 표현하는 몸으로 수어·감정·연기·활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듯한 저자의 질문에 베테랑들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노동처럼 붙이거나 빼는 것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보다 힘들게 일했던 시절에 대한 회상과 그 시간을 버티고 난 지금에 대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무심하게 털어놓고 있지만 노동으로 익숙해진 몸은 말이 들려주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고 지나온 그들도 시대가 변한 지금 옛날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대는 변했고 노동환경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 자연주의출산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산사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산모는 환자가 아니라 출산의 주체라는 말. 병원에서 출산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산모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금식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그건 선진국에서는 고위험군 산모에게만 쓰는 방식이라고 했다. 책에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존중하고 잘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조산사 김수진 씨는 경험과 숙련이 쌓이는 만큼 과도한 노동을 하기에 체력이 아슬아슬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균형은 베테랑 뿐 아니라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필관리사에 대한 인터뷰에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위계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들어있다. 말을 돌보며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노동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말이 왜 인간을 위해 달려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왜 달려야 하는지 질문할 수 밖에 없었다. 왜 말을 타고 달리는 경기를 열게 되었냐는 질문에 마필관리사는 말이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내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했다. 뒤이어 저자는 천선란의 《천개의 파랑》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마지막 질문을 한다. "그럼 말은 왜 달려야 하나요?" 마필관리사의 대답은 어떠했을까. 책에 나오지 않지만 몹시 궁금해졌다.
영어를 배울 때 귀가 먼저 뚫려야 하는 것처럼 수어는 눈이 먼저 트여야 한다고 말하는 수어통역사 장진석 씨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대학교 1학년 때 '수화 동아리'에 들어간 장진석은 수어가 재미있어서 배웠지만 농인조차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실제 농인을 만났을 때 자신이 잘못 배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배웠던 것은 수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쓰는 청인들의 언어에 단어만 그대로 가져다 붙인 것이었다. 한마디로 수어의 '콩글리시'였다는. 본격적으로 수어를 배운 후부터 농인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언어를 알게 되었고 수어의 매력이 더 커졌다는 정진석 씨는 농인들은 소리를 모두 눈으로 판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손뿐 아니라 모든 신체, 특히 얼굴 표정이 중요한 언어가 되는 거라고. 또한 수어는 텍스트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맥락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에 어쩐지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적 비극이나 아픈 사건들 이후 다수가 우르르 몰려가서 어디선가 들은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착각하면서 일말의 가책도 없는 표정으로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그것이 오직 진리인 것처럼 외치는 광경에 저자의 이 문장을 풀어놓고 싶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자신만의 언어로서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도록.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자유의 의미를 잃어버린 언어에 길들여진 혐오의 덩어리에.
우리는 각자의 노동을 하며 각자의 몸으로 굳어졌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노동의 분야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저자의 인터뷰로 인해 내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했던 분야의 노동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실제 인터뷰를 보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는 책이라고 가독성이 좋았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좀더 깊이 담긴 인터뷰 후기는 생각할 여지를 두고 있어서 더 좋았다. 노동은 노동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노동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과 만났을 때 그 지점이 보일 때는 의미의 경계가 넓어지는 것 같다. 오랜 노동으로 빚어낸 시간과 만날 수 있었던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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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장인, 달인, 고수라고 바뀌어 불러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베테랑을 만나서 그 시간들을 알고 싶어 이야기를 듣고 이 책에 담게 됐다. 이 책에는 세공사부터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노동을 거친 직업의 베테랑분들과의 인터뷰가 소개되어있다. 그들에게서 저자는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보게 된다. 그 가짐은 때로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특히 노동이라는 것이 손에 무언가를 쥐고, 땅에 발을 딛고, 나와 다른 존재들과 연루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를 부여잡고, 헤아리고, 읽어 내리고 귀를 열어야만 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연결된 노동의 속성으로 인해, 그들의 다채로운 마음가짐을 다듬는 과정에서 그동안 이루어낸 일의 과정 속 그 시간들이 자기 자신 그 자체가 된 현재가 그저 존경스러웠다. 주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업임에도, 평소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을 표하게 되는 시간이다. 특히 그들에 대한 저자의 언어 표현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너무도 예뻐서 마음 깊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베테랑들을 응원하고 존경하며, 추천하는 책 :) ?? 그날의 만남은 주말 저녁에 이뤄졌는데, 그는 다른 도시에 사는 가족에게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은 참이었다. 기차 시간이 촉박하게 인터뷰가 끝났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인파를 헤치며 사라졌다. 걸음을 재바르게 옮길 때마다 상체가 양옆으로 흔들렸다. 허리를 혹사해온, 아니 꾸준함을 지켜온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 "그래도 내가 참 잘 살았구나 싶네요. 이 일 하나만 파기를 참 잘했다. 식당에 가면 셰프나 조리사에게 별점을 주고, 맛집을 선정하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도, 나를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산 게 참 고맙네요." ?? 맨발로 시골의 자갈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스팔트같은 삶이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길 위에서조차 과속을 하진 말아야지. 영국, 독일 등 유럽 등에선 주요한 국가기록물은 여전히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했다. 봉숭아 꽃물 들이듯 기록하고 보관한다. 오래 잘 기억하기 위해서.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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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은 12명의 육체노동을 기록한 책이다. 1부 '균형 잡는 몸'에서는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단단한 노동을 이어온 세공사 김세모, 조리사 하영숙, 로프공 김영탁 어부 박명순·엄순애의 몸을 이야기한다. 특히 조리사 하영숙은 4개의 균형 잡힌 몸 중에서 내가 실제로 본 유일한 몸이기도 하며, 내게 가장 일상적인 몸이기도 하다. 나는 하영숙과 같은 급식실 조리사가 지어준 밥을 먹고 자라났고,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늘 든든히 배를 채우고 친구들과 맘껏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늘 조리사로부터 밥을 받아먹기만 하던 나는, 그들의 식사 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 아래의 구절은 내가 왜 그들의 노동을 알아야 하는지, 책을 읽고 어떤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 깨닫게 했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대강 밥을 먹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는 어떤 존중이었다.(<베테랑의 몸>, 63-4p.)"
2부 '관계 맺는 법'에서는 조산사 김수진, 안마사 최금숙, 마필관리사 성상현, 세신사 조윤주의 몸을 이야기한다. 그중 조산사 김수진의 노동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조산사는 한국에서 다소 낯섦과 동시에 산모에게 평온함을 주는 대단함 때문이었다. 모순되는 존재감을 지닌 조산사 김수진은 "예민하게 감각을 열어두는 동시에 조산사는 평온을 유지"한다. 육체는 늘 주변 환경을 기민하게 살피면서도 내면은 고요하게 유지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이 끝없이 늘어지는 생각을 멈추라는 말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와 비슷한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사람이 조산사라는 데에 감탄한다. 나아가, 조산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산모의 만족도 차이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출산 과정에선 저를 드러내지 않아요. 제가 경험이 더 있다는 이유로 분만실을 지배해버리면, 산모의 출산이 아니라 제 출산에 산모가 끌려오는 거니까요.(<베테랑의 몸>, 143p.)”
3부 '말하는 몸'에서는 수어통역사 장진석,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전시기획자 전포롱, 배우 황은후, 식자공 권용국의 몸을 이야기한다. 눈에 띄었던 몸은 배우였다. 몸을 쓰는 직업, 육체노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배우에는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땀을 흘리는 것도, 다치는 것도 만들어진 극중 설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는 몸을 쓰는 직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몸을 상상하고 재현하는 직업이다. 배우 황은후는 여성 배우에게 정해진 역할과, 세밀하게 세계된 모순과 편견의 이미지의 문제점을 직접 경험하고, 체화하고, 이내 타파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몸을 '백지 상태'로 만드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몸 자체를 들여다보려고 애."쓴다.
“이전에는 배우가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몸을 인식하게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연기를 배우면서부터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러면서 불행했던 것 같아요.(<베테랑의 몸>, 313p.)”
<베테랑의 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12개의 몸들이 저마다 베테랑에 대해 지닌 생각을 꼭지 마지막에서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베테랑은 00한 사람이다. 라는 질문에 대해 육체 노동자로 살아온 삶을 알맞게 녹아낸 대답은, 한 명 한명의 삶에 집중하게 한다. 그 답변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억을 떠올렸을까, 하면서.
내게 오래 남을 대답은 이것이다.
“베테랑은,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베테랑의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269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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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불안하고 다양한 고민이 가득한 요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무작정 펼쳐봤다. 직업에 의한 고충도 물론 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베테랑의 몸을 글과 사진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균형을 잡는 몸 / 관계 맺는 몸 / 말하는 몸으로 크게 나누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13인의 베테랑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베테랑의 몸>이다. 기록을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몸의 흔적은 담아낼 수 있으니, 베테랑의 몸은 어떤 흔적으로 다듬어져 있을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를 잃어가고 서로를 헐뜯기 바빴던 혐오의 흔적들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노동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베테랑이란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일컫는다. 어떤 직업은 생소하게 느껴져서 인터뷰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그들의 일과 흔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버텨낸 베테랑의 몸으로 이 세상은 돌아간다. 하나의 잣대로만 보았던 넓은 세상을 이제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누군가 의미를 잃게 만든다면 내 안에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두 노동을 통해 삶을 살아가고 돈벌이 수단처럼 여겨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걸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보이는 자부심은 그들의 몸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의 긍지는 몸의 변형을 통해 닳아버린 몸이 결함이 아닌 훈장으로 변화한다. 그들은 바로 베테랑이었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스스로 단련하여 일의 흔적마저 자신이 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는 무의미한 일이란 건 없다. 많은 것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몸을 통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때론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들의 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꾸준히 쌓아온 흔적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함을 안고 있는 베테랑의 몸이었다. 가장 주변에서 잘 볼 수 있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베테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베테랑이란 무엇인가? 정해진 대답이 없는 만큼 저마다 다른 답안을 내놓는다. 그들만의 고귀함과 노력의 흔적이 그 대답을 같이 대한다. 그들의 신념만큼이나 몸의 흔적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새삼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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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나에게는 이 책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헌사처럼 느껴졌다. 『베테랑의 몸』은 기록노동자 희정 작가와 최형락 사진작가가 여러 분야에서 노동해온 12인의 ‘베테랑’들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동시에, 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기까지 쌓아 온 시간, 삶 그 자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균형 잡는 몸’, ‘관계 맺는 몸’, ‘말하는 몸’이 각 장의 제목이다. 인터뷰에 목소리를 내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은 세공사, 로프공, 마필관리사, 안마사, 조산사 등 다양하다.
어떤 분야에서든 오래 일한 사람들에게서는 배울 점이 있다. 한 자리를 오래 지켰다는 것은 모든 일에 당연히 따라오는 고난과 좌절을 오래 이겨내었다는 뜻이고, 일을 하는 데 자신만의 기술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에 선뜻 목소리를 빌려준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 왔다. 돌아가는 기계 앞에서 힘의 균형을 찾고, 수십 미터 건물에 매달려 외벽을 청소한다. 수천 명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하고 새 생명의 탄생을 돕기 위해 휴일도 새벽도 없이 달려가기도 한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이 환한 조명이 켜진 무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박수를 보내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꾸리기 위해 성실하게 일해 온 시간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 자체로 귀중하고 가치 있었다. 이쯤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자 삶인데, 왜 ‘베테랑의 시간’이나 ‘베테랑의 삶’이 아니라 ‘베테랑의 몸’이 제목일까? 왜 ‘몸’을 기준으로 각 장을 나누었을까?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라는 문구대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 오다 보면 몸이 그에 맞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등장하는 ‘베테랑’들 역시 그들이 해 오던 일이 어떠한 형태로 몸에 남게 되었는데, 그것은 주로 질병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났다. 척추가 휘어 걸음걸이가 망가지고, 손이 퉁퉁 붓고, 약품을 오랫동안 밟고 있으니 피부가 벗겨진다. 저자는 그것을 ‘영광의 상처’라며 찬사하는 대신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 현장의 가혹함을 지적한다. 이는 책을 더욱 신뢰하게 해 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인터뷰집이라 하나 그것을 받아적고 전달하는 이의 목소리는 필연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법. 인터뷰이를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에서, ‘들어가며’, ‘인터뷰 후기’에서 드러난 저자 희정의 목소리에서, 그가 자신만의 신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람과 글을 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마주선 사람과 그의 육성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전해졌다. 그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더욱 귀중해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너무 보이지 않아서 때로 저절로 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제 그 노동자들의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베테랑의몸 #희정 #최형락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