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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뉴요커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 [시티 픽션 : 뉴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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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뉴요커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시티 픽션 : 뉴욕>을 읽고     「필경사 바틀비」는 독자에게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2019년 가을 결성된 사내 책모임(북소리둥둥)의 일원인 P군의 소개로 처음 만난 후, 모임 안에서 그를 ‘박틀비’라 부르고, 모임 일정이나 식사 메뉴 등을 선택하는 순간이 오면 "I would prefer not to.(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라는 농담을 유행시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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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뉴요커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시티 픽션 : 뉴욕>을 읽고
 



  「필경사 바틀비」는 독자에게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2019년 가을 결성된 사내 책모임(북소리둥둥)의 일원인 P군의 소개로 처음 만난 후, 모임 안에서 그를 ‘박틀비’라 부르고, 모임 일정이나 식사 메뉴 등을 선택하는 순간이 오면 "I would prefer not to.(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라는 농담을 유행시켰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씨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필경사(筆耕士)'라는 낯선 단어와 조우하고,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 『모비딕』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까지 일깨워주었다. 책은 미국 월 가에 위치한 법률 사무소에서 필경사로 고용된 바틀비와 고용주이자 화자인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업무 지시에 시종일관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라고 말하는 바틀비, 그가 소설 속 기묘한 인물로만 그치지 않고 독자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으로서, 또 어느 조직의 일원으로서 타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는 게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틀비가 일하는 좁은 책상 앞에 놓인 '벽'과 사무실 창밖을 둘러싼 높은 건물에 대한 묘사는 세상과의 소통을 희망하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한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벽'이라는 단어가 주는 차단, 단절의 이미지가 '나'에게는 바틀비가 불통의 벽창호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체 바틀비는 왜 하지 않는 쪽을 선호했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독자마다 다르겠으나, '나'에 따르면 바틀비에 대한 소문, 즉 예전에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의 말단 직원이었던 그가 행정부의 물갈이로 갑자기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넌지시 일러준다. 비록 감정 소모가 심할지언정 소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했을 그에게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는 앞으로 남은 삶에서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선에 서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리라. 「필경사 바틀비」는 오늘 하루도 여러 가지 생활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혹은 동시대를 사는 또 다른 바틀비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과연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일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서도 나름의 삶을 살아낼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103쪽)



 책장에 꽂혀 있는 『위대한 개츠비』를 볼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러 번 책장을 펼쳐 개츠비와 눈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바람에 완전한 작별 인사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속죄하는 마음을 담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겨울 꿈」을 만나기로 한다. 책제목만으로는 어떠한 이야기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꿈’이라는 단어에 눈길을 멈추고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미국에 가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이민자의 시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소설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성장한 주인공 덱스터가 자기만의 철학(처세술)으로 뉴욕에 정착하기까지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인의 꿈, 즉 아메리칸 드림의 또 다른 면을 그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덱스터가 소년에서 청년의 시기를 통과하면서 끊길 듯 끊기지 않은,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주디와의 만남이 독자의 눈에는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단 하나'의 그것을 추구한 덱스터와 달리, 빼어난 미모로 뭇남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 주디는 '늘 또 하나'의 그것을 갈구한다.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역설적이고도 이중적인 면모를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의 하이웨이처럼 끝을 알 수 없던 두사람의 사랑과 청춘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는 못한다. 어느날 뉴욕의 사무실에 사업차 방문한 사람을 통해 주디의 소식을 전해 들은 덱스터는 인생의 한 페이지이자 청춘시절의 추억인 '겨울 꿈'을 회상한다. 그를 지켜보는 독자도 새삼스레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사랑과 청춘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과연 그것들은 덧없기만 한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답을 이 소설의 연장선에 있을 듯한 『위대한 개츠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개츠비의 집앞에서 또 서성인다.

 

"오래전에 내 속에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사라졌단 말이야. 난 울 수 없어. 마음을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165쪽)"

 

k*****o 2023.10.29. 신고 공감 5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