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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島) '떠나'지(地) 못한 사람들에 관한 앎(知)을 그리다(圖) - [시티 픽션 : 더블린]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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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島) '떠나'지(地) 못한 사람들에 관한 앎(知)을 그리다(圖)<시티 픽션 : 더블린>을 읽고    ‘시티 픽션 시리즈’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출판사에서 선정한 도시 목록을 훑어 내려갔다. 파리, 뉴욕, 런던, 도쿄 등 어느 도시 하나 빠질 수 없지, 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 도시를 보는 순간에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더.블.린. 지명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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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島) '떠나'지(地) 못한 사람들에 관한 앎(知)을 그리다(圖)

<시티 픽션 : 더블린>을 읽고

 

 

  ‘시티 픽션 시리즈’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출판사에서 선정한 도시 목록을 훑어 내려갔다. 파리, 뉴욕, 런던, 도쿄 등 어느 도시 하나 빠질 수 없지, 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 도시를 보는 순간에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더.블.린. 지명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마흔 살이 지나서야 뒤늦게 하나씩 재발견하고 있어서였다. 아일랜드의 수도로서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율리시스』라는 문학사적으로든 분량으로든 거대한 벽돌책을 남긴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고향으로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작품명으로만 들었던 『더블린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죽은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통해 저자 제임스 조이스와 첫인사를 나눴다. 더블린을 무대로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따로 또 같이 살다 죽어간 이들의 삶을 열다섯 편으로 나눠 담은 후 하나로 엮은 책, 언젠가는 완독하리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진 채 미뤄두고 있던 책. 독자에게 『더블린 사람들』은 그러한 책이었는데,  <시티 픽션 : 더블린> 덕분에 「이블린」, 「경주가 끝난 후」, 「구름 한점」「진흙」 등 무려 네 편을 읽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선 수록된 소설들의 등장인물과 전개방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독특한 인물이나 특별한 사건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서 소설을 읽을 때 이러한 부분을 중요시하는 독자에게는 읽는 내내 일종의 심심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할 듯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고구마를 먹은 듯한 전개”라고 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식으로 감자를 먹는다는 유럽 국가들, 특히 아일랜드에서 감자로 인해 대기근이 발생한 적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거칠게 비유하자면 ‘감자’를 먹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자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감자의 쓸모, 다시 말해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서 다양한 영양소와 포만감을 제공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에 착안해본다. 감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구상하고 써 내려갔을 제임스 조이스(는 물론 이러한 접근법 혹은 해석을 못마땅하게 여기겠지만)가 상상된다. 작가 자신만의 문체와 기법으로 인물과 배경을 묘사하고 그들의 말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통해 20세기 초 더블린과 더블린 사람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다정하고 더러운 더블린에 발을 딛는 순간 훨씬 기분이 좋아졌어······(51쪽)”

 

  엉뚱한 상상을 접고 다시 작품 속으로 눈길을 옮기려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구름 한점」의 주인공 꼬마 챈들러의 친구이자 그보다 출신과 학력이 열등함에도 8년 전 더블린을 떠나 영국 언론계에서 보란 듯이 성공한 갤러허가 한 말이다. 다정한데 더럽다니,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 표현이야말로 다른 작품들과 그 결을 같이하며 20세기 초 더블린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한 공간에서 사는 더블린 사람들 가운데 “성공하고 싶으면 떠나야 했다. 더블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47쪽)”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꼬마 챈들러의 말을 빌리자면 ‘신념과 체념과 소박한 기쁨이 반복됨으로써 정련된 비애(48쪽)’를 품고 살았던 것이다. 여기서 갤러허처럼 더블린을 떠난 자와 꼬마 챈들러처럼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었을 것이다. 
   「이블린」에서도 더블린을 떠나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다. 어머니를 여읜 후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돌보는 이블린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힘든 일이고 힘든 삶이었다.(14쪽)”고 말하는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연인과 몰래 배를 타고 더블린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향하느냐, 아니면 더블린에 남아 어제와 같을 오늘을 살며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다릴 것인가. 보이지 않는 숙제 혹은 숙명과도 같은 마음속 짐을 하나씩 짊어지고 살아가는 더블린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현재를 사는 우리의 그것과 닮아 보이는 것 같다.
   「진흙」에는 떠날 생각은커녕 더블린에 안주(安住)하는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웃을 때면 목젖이 보이는 게 아닌, “회녹색 눈은 아쉬운 수줍음으로 반짝였고 코끝은 거의 턱 끝에 가 닿(81쪽)”는 마리아가 그러한데, 만성절(萬聖節) 전날에 하루 동안 벌어진 이야기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식처럼 돌봐온 조의 가족으로부터 만성절 전야 식사에 초대를 받은 마리아는 세탁소 일을 마치고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빵집과 전차 안에서 별 것 같은 별 것 아닌 일들을 겪는다. 점원과 승객이 각각 그를 대하는 모습에서 사람이,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조의 식구들과 식사 후 눈 가리고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집는 놀이를 하는데 저마다 물, 반지, 기도서 등을 집는 데 반해 ‘말랑말랑하고 축축한 물질(89쪽)’을 집는다. 조의 아내 도널리 부인이 정원에서 진흙을 가져다 놓은 옆집 아이를 혼내며 이번 판은 무효가 된다. 마리아는 다시 물건을 집지만, 반지를 집게 될 것이라는 세탁소 여감독의 예상은 빗나간다. 책에 따르면 반지는 결혼을, 흙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미혼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마리아가 만일 눈가리개를 풀고 자신이 고른 것이 흙인 걸 알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이렇게 삶과 죽음은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경계를 오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경주가 끝난 후」에는 앞서의 주인공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이 등장한다. 더블린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를 마친 지미는 프랑스, 헝가리, 미국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밤을 지새우며 한바탕 놀아볼 참이다. “빠르게 공간을 통과하는 움직임은 기분을 우쭐하게 해준다. 악명이 그렇고 돈을 갖는 것도 그렇다. 이것이 지미를 흥분시키는 분명한 이유였다.(27쪽)” 부유하거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먹성이 좋은 친구들과 맘껏 취하고 즐기는 와중에도 지미만 외따로 있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더블린에서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세상을 품고 싶은 욕망이 엿보여서 그런 것 같다. 온밤을 하얗게 불태운 그들에게 헝가리인 친구가 이렇게 외친다. “날이 샜습니다, 여러분!(37쪽)” 희망찬 해가 떠올라야 할 새 아침이지만 지미의 눈에는 회색빛 햇살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연히 ‘죽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더블린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새 그들의 삼분의 일을 만나고 보니 이제는 나머지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의 삶과 또 다른 이의 삶은 개별적이고 분절된 듯 보이지만, 그것들을 연결하여 한데로 모으면 시대를 초월한 인생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더블린을 ‘떠나’도(島) ‘떠나’지(地)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앎(知)을 그려낸(圖) 작품을 집어들 차례다.

 

이달의 사락 k*****o 2023.11.03.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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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티 픽션 : 더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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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Eveline]-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종소리가 그녀의 가슴에 뗑그렁 울렸다.그가 그녀의 손을 꼭 쥐는 것이 느껴졌다.[경주가 끝난 후][After the Race]-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빠르게 공간을 통과하는 움직임은 기분을 우쭐하게 해준다.악명이 그렇고 돈을 갖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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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
[Eveline]
- 제임스 조이스
- James Joyce

종소리가 그녀의 가슴에 뗑그렁 울렸다.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쥐는 것이 느껴졌다.

[경주가 끝난 후]
[After the Race]
- 제임스 조이스
- James Joyce

빠르게 공간을 통과하는 움직임은 기분을 우쭐하게 해준다.
악명이 그렇고 돈을 갖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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