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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씨워킹을 하러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알록달록 열대어들과 찰랑이는 말미잘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변과 다르게 짙고 푸른 물색이라 더 신기했다. 손끝에 물고기 먹이를 쥐자마자 내 앞에 물고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마치 디즈니 영화 같았다. 씨워킹을 마치고 사다리를 오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조금 전까지 에워싸고 있던 물고기 떼는 저 멀리 끝이 없어 보이는 바닷속 검은 일렁임으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가만빛 일렁임. 밝고 옅은 검은색을 뜻하는 ‘가만빛’이었다. 이렇게 큰 바다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지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책의 해양 생물들에게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남방큰돌고래가 시원한 바닷속에서 높이 점프하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바다의 짙은 파란색만 아홉 가지가 넘는 것 같았고 돌고래가 점프해서 생기는 물방울들은 당장 나에게 튈 것처럼 생생했다. 또 돌고래가 자신의 턱에 작은 해면동물들을 글러브 끼듯 끼워서 친구들과 엄청 재밌게 논다니 나도 그들과 함께 헤엄치며 놀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돌고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과천과학관에서 하는 고래 강연도 들어보았다. 내가 해양 생물에 관심이 커진 만큼 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도 바다와 해양생물 관련된 것들만 뜬다. 내 눈을 사로잡았던 또 다른 주인공 귀신고래는 예전에는 우리 제주도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사람들이 마구 잡아가는 바람에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귀신고래라고 불렸다는데, 깜짝 놀라도 좋으니 번쩍번쩍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신고래 말고도 이 책에는 점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시베리아 호랑이, 사향노루, 표범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그렇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보면 항상 호랑이가 나오는데 이제는 옛이야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니, 마치 호랑이와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은하수가 생겨버린 것 같았다. 표범들이 발자국 도장만 꾹꾹 남긴 채 한반도에서 멸종되었다는 말에 내 마음도 쿡쿡 쑤셨다. 시의 길이는 짧았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보통 뉴스에 나오는 시위하는 사람이나 야채만 먹는 사람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누구나 아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자연을 자세히 오래 바라보기. 그러면 저절로 자연에 대한 사랑도 피어날 것 같다. 요즘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푸바오에 열광한다. “우리 푸야는 사육사랑 케미도 좋고요, 특히 눈이 귀엽고 감각모는 얼마나 긴지 몰라요.”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고 더 알아보려고 한다. 어쩌면 인간에게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까? 학교 우리 반 거울에는 짧은 시 하나가 붙어 있다.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예쁘다는 시인의 생각이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그림 작가도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이토록 멋진 세밀화를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지구의 소중한 것들을 자세히 오래 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가만빛 일렁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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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야생동물 찾기』/ 조소정 글 신외근 그림/ 하늘우물/ 2023
작가로 활동하시다가 ‘하늘우물’이라는 출판사 대표 직함까지 추가한 조소정 작가의 신간, 『우리나라 야생동물 찾기』.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히다가 끝내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야생동물을 동시와 세밀화의 콜라보로 49종의 천연기념물을 독자의 기억 속에 되살려 놓은 그림 동시집이다. 조소정 작가는 2002년 <아동문예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09년 <한국안데르센상> 은상을 수상했으며 동시집 『여섯 번째 손가락』, 『중심잡기』, 『양말이 최고야』, 『민물고기 특공대』, 『연습장에서 튕겨 나간 곰』 , 동화집 『쿰바의 꿈』, 『빼빼로데이』, 『나는 앨버트로스다』 외 다수가 있으며, 그림책으로 『수중 발레리나가 된 수달』이 있으며, 교양서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12가지 이유』를 출간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땅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을 찾아서”, “하늘에서 사라져가는 새를 찾아서”, “물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을 찾아서”라는 3부 구성으로 49편의 천연기념물에 관한 동시와 세밀화, 각각의 소개를 뒤에 따로 모아서 실었다. 그림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도 사진으로 실어 독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한쪽 다리로 서서 부리를 등 뒤로 돌려 깃털에 파묻고 뭐하는 거니
쉬는 거라고
그러다 꽈당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널 바라보는 내 마음 콩닥콩닥
- 「노랑부리저어새」 전문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곳 대한민국 고리 지역에만 산다며
그래서 이름도 고리도룡뇽으로 불린다며
다른 곳에 사는 도룡뇽과는 전혀 다른 희귀종이라며
알 많이 낳아 우리나라 고리에서 오래도록 살면 좋겠어.
- 「고리도룡뇽」 전문
동시로 49편의 천연기념물이 가진 습성이나 모습, 특징도 어느 정도 파악하며 읽을 수 있는데 한 장 한 장 그린 세밀화는 감탄하게 한다. 동물의 털 한 가닥조차도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찾기』에서 미리 만난 천연기념물을 어디선가 마주친다면 세밀화 덕분에 단번에 알아볼 것 같다. 사라져가는, 이미 사라져 이름만 남은 천연기념물 모두의 바람처럼 불쑥 나타나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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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환경의 변화로 생태계도 바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은 우리나라 야생동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 함께 세밀한 그림책으로 탄생된 <우리나라 야생동물 찾기>가 귀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땅에서 사라지는 멸종 동물 하늘에서 사라지는 멸종 동물 물에서 사라지는 멸종 동물 한 편 한 편 시를 음미하며 야생동물 하나 하나를 마음에 담아볼 좋은 기회이다. 이들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g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