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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
| 제 취향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 되게 아기자기 하고, 예쁜 이야기네요. 개인적으로 백치미 있는 남주는 몰입이 깨지는 편이라... 오히려 서브 남주가 더 멋있어서^^ 아뭏튼 킬링 타임용으로 잘 읽었어요. 로설 입문자에겐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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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어와 사람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니, 유명한 동화 인어 공주가 떠오른다. 그리고 오래된 노래인 그녀의 동화가 떠올랐다.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양반 댁 귀한 규수 아씨 채희와 신비로운 인어 린과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빛 푸를 린
채희는 인어에게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채희에게 인어는 인어 종족 중 많은 인어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나의 존재가 드러남과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푸를 청(靑), 물 맑을 린(?). 그 두 글자를 나란히 두자 여지없이 인어가 떠올랐다. 푸를 청을 변에 두고 물 막을 린을 방에 두 자,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글자가 생겼다. 물빛 푸를 린, 인어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책의 배경
이 책의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작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양반 댁 규수였던 채희가 느꼈던 여인으로서의 굴레를 적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굴레에서 벗어난 공간에서의 신비로운 존재인 인어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왠지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조선시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귀양다리 선비와 해녀, 아름다운 눈을 가진 이양인과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인 탐<나는도다>가 연상되기도 했다.
책의 줄거리
대제학의 하나뿐인 여식 채희는 결혼을 앞두고 도망가다가 아버지에게 걸렸다. 아버지는 반성하라며 은월사에 보냈다. 달도 은밀히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은월사에서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가 나왔다. 바람을 쐬러 바다에 갔다가 바위 틈에 무언가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자 바위 틈에 끼인 지느러미가 보였다. 사람이 아니었다. 『산해경』 속 전설에서 나 본 인어가 그곳에 있었다. 인어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인어를 찾고 있었다. 채희는 인어를 치마에 감춰 주었다. 인어는 동자승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였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한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른다.
채희는 인어를 보기 위해서 매일 바다로 나갔고 두 사람은 같이 헤엄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채희는 인어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채희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기 호박색 노리개가 있었고, 인어는 그 노리개를 갖고 싶어 했다. 아주 오래전 꿈인지 모를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프셨던 어머니와 바다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은빛 무리를 보았고 그 무리를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 은빛 무리가 인어 무리였으며, 어머니의 오랜 친구가 인어였음을 알게 되었다. 인어에게는 오래전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냥꾼을 만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바다를 찾아갔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인어에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이 생긴 것이다. 소녀는 어느새 여인이 되었고, 앞으로 자주 올 수 없을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인어는 그 여인을 계속 기다렸다. 댕기로 묶었던 머리가 돌돌 말아져 비녀를 꽂은 머리 모양으로 바뀌었고, 서방님이라는 남자와 함께 오기도 했고, 배가 부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작은 생명체를 데리고 와서 친구라고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인어는 그때 어린아이가 채희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시간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채희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고 머지않아 약혼자와 혼인을 해야 했다. 약혼자 김윤성이 은월사로 찾아왔다. 김윤성은 채희와의 어렸을 적 만남을 계기로 채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채희가 찾아 헤매던 『산해경』이라는 고서를 구해주었고, 아주 신비로운 칼이라며 화인검을 주었다. 채희는 오직 린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김윤성에게 부탁해서 바다로 가게 되었고 김윤성도 함께였다. 린은 해안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되었고 린은 채희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사냥꾼의 공격을 피해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린의 성장기가 시작되었고 성장기가 시작되던 순간에 채희를 떠올렸다. 인어는 교미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을 때 성장기를 거쳐 성체가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린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키가 자라 있었고 어깨는 딱 벌어졌으며 이목구비는 더 선명해졌다. 어린아이에서 성체로 변한 린은 아름다웠고 신비로웠으며 남성미가 풍겨 더욱 매력적이었다. 유체였을 때 린에게 느낀 미묘한 떨림은 이제는 강렬한 떨림으로 변하였으며 린에 대한 감정이 선명해짐을 느꼈다. 린은 채희와 서 있던 남자를 보면 질투를 느꼈고 처음으로 인간이 부러웠다. 그리고 채희와 같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 채희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좋았고 자신도 인간의 목소리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사악한 약을 만들다 추방되었던 전 장로를 찾아갔다. 푸른색으로 찰랑이던 머리카락과 인간의 목소리를 바꿨다.
채희는 혼인을 하기 위해서 은월사를 떠나야 했고 린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채희는 이제 떠나야 한다는 말을 했고 린은 꼬리를 준다고 했다. 채희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꼬리를 달라고 했다. 꼬리만 있다면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린은 채희와 헤어지고 나서 전 장로를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인간이 인어가 되고, 인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대가가 있어야 하며 그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린은 선택을 해야 했다. 인어로서 채희 없는 길고 긴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인지, 채희를 인어가 되게 해서 함께 길고 긴 삶을 살 것인지, 자신이 사람이 되어 채희와 유한한 삶을 살 것인지.
채희는 대제학의 여식이었고 위에 세 명의 오빠를 둔 외동딸이자 막내딸로 얼마나 굄을 받고 자랐을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규방에만 있기에는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채희는 자신이 내키지 않는 혼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집안, 머리, 외모 등 좋은 객관적 조건을 두루 갖춘 남자인 김윤성을 마음에 들지 않아 혼인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채희는 자기 주도적인 성격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조선시대 양반 규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이었을지 상상이 된다. 반성을 하라고 보낸 은월사는 유배지가 아니라 채희에게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공간이었을 것이다. 자상하지만 무서운 아버지도 없었고, 혼인할 생각도 접어두고 오롯이 정채희로 있을 수 있는 곳에서 해방감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만난 신비롭고 아름다운 인어 린 사랑을 빠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성과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상대와 비밀스러운 만남이라니, 사랑에 아니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을 빠지게 되면 나보다는 상대방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상대방의 닮아가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린은 채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영생까지는 아니지만 오백 년을 살 수 있는 인어의 삶을 버리고 인간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인간 남자인 김윤성을 질투하고 린은 꼬리지느러미가 아니라 다리를 갖고 싶어졌고, 채희의 목소리와 같은 인간의 목소리를 갖고 싶었다.
사랑에 빠진 인어는 성장통을 거쳐 성체가 되었는데 몸의 성장과 더불어 마음도 같이 성장했다. 린에게 채희가 각인이 된 느낌을 받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다른 종과의 사랑. 그 사랑에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인어 공주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왕자를 죽이지 못하여 스스로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야 했다. 백 년이 아니라 반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은 욕심으로 똘똘 뭉친 종족이었다. 영생을 산다고 알러진 어린 인어를 잡아다가 고기와 피로 영약을 만들고 지느러미로 장신구를 만들었으며 꼬리뼈로 화인검을 만들어 다른 인어를 사냥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자연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인어는 바닷물이 닿으면 자연 치유가 되었지만 화인검은 찔린 상처는 치유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잔인하다고 알려진 인간과의 사랑은 처음부터 많은 희생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채희 역시 인어와의 사랑이 알려진다면 정신 이상자 혹은 그 이상의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종과의 사랑을 같은 종족에게 이해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어가 용기를 내어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인간 중에서 욕심을 버리고 인어를 사랑해 줄 순수한 인간을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며, 그런 상대를 만났다 해도 자신을 희생하여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인어와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이런 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신비롭고 아름답게 시작할 수 있으나 그 끝은 결국 새드 엔딩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단,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절실한 사랑만이 그 사랑을 끝까지 아름답게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생각한다.
누구나 상상 속에서 나 보던 인어와 인간과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런 소재는 분명한 끌림을 주나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스토리가 소재보다 못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와 달리 이 소설은 소재만큼 스토리도 아름답고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신비로운 존재와 인간과의 사랑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이 소설의 끝인 새드 엔딩일까 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고 꽉 찬 해피이니 망설임 없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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