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 등등 우리가 쓰고 있는 어휘의 많은 부분들이 서구를 통해서 들어왔다. 또는 일본에 들어온 서구의 어휘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식이었다. 그 덕에 막상 말을 쓰면서도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 채 적적하게 쓰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가령 자유주의와 같은 것은 홉스부터 비롯하는 사유 재산에 대한 투쟁과 같은 전통이 없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상당히 애매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에 대한 것이다. 이 어휘들이 한국인들에게 쓰일 때는 그야말로 혼동과 부정확함이 깊이 배여 있다. 바로 이 헷갈림을 잘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에드먼트 버크와 보수주의'이다. 강정인 교수는 우선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에 대한 각 분야별로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주고, 동시에 정치, 사회에 있어서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 표현인가를 알려준다. 보수와 혁신의 대립이라는 진정한 어휘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뒷부분은 그리고 바로 그러한 보수주의적 사상가의 대명사인 에드먼드 버크를 비롯하는 유럽의 대표적 보수주의 사상에 대해 맥퍼슨과 니스벳의 훌륭한 논문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쩌면 한국에는 최초 어휘가 사용되어진 의미에서의 진정한 보수 세력도, 진정한 혁신 세력도 부재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점은 서구 개념의 무비판적일 수 밖에 없는 도입에 의한 불가피한 한계점이리라. 그리고 선택은 결국 한국적 맥락에서의 사회, 정치적 어휘들의 사용을 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휘가 지니는 진정한 뜻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아주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