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오래 궁금했던 책이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책에 관한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그게 ‘영국인의 책사랑’에 관한 얘기라니...
영국인이 그렇게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의식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여러 경로로 짐작할 수 있는 얘기였다. 그 18세기, 19세기의 기라성 같은 소설가들을 나온 토양이 무엇이겠으며, 그 토양이 쉽게 침식되지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유독 ‘영국인의 책사랑’이라고 할 정도인가 싶었고, 정말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왜 그런지, 지금도 그런지, 또 그렇다면 어떻게 그걸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부러울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나라였다.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후 연구 과정을 보내며 영국의 여러 문화를 접한 저자가 특히 책 문화에 천착할 만했다(그럴 만한 직업과 과정을 거친 이라는 것도 감안해야겠지). ![]()
산업혁명으로 일군 부가 책과 독서 문화로 이어졌는지, 책을 읽고, 인문과 과학적 소양을 중시한 문화가 국가의 부로 이어졌는지 선후 관계는 분명치 않겠지만, 영국은 그 관계가 매우 행복하게 만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쿠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되고 다른 지역보다는 다소 늦게 인쇄술이 전해진 영국은 어느 샌가 유럽 출판 문화의 중심에 섰다. 출판 문화는 훌륭한 많은 저자를 등장케 했고, 더불어 많은 독자군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책을 만들고, 팔고, 읽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단선적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층위와 경로를 통해 관계를 이루고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며 책의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아마도 그게 세계를 지배하는 영국이라는 존재를 꽤 오랫동안 유지했을 거라 여겨진다.
그런 문화는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부러운 일이다. 독서 인구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우리보다는 훨씬 나을 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특히 여러 형태의 북클럽의 활성화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의 독서를 통한 교육은 부럽기 그지 없다. 사실은 부러움을 넘어서, 어떤 당위 같은 것을 인식하게 된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그저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윽박지른다고 책 읽는 시대가 아니다. 책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고 믿지만, 그래도 그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시대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책을 읽고 토론하는 능력이 사회에서 분명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
책을 접한지도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학창시절에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고서 오히려 성인이 된 시점에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한을 풀듯이 미친듯이 읽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신간도서가 매해 출간을 하니 어떤 때는 책만 보고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은 인간에게 유용하면서도 한편으론 위험을 무릅쓰게 만드니 금서도 존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을 하게 되었을까? 물론,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민화가 텍스트로 되면서 점점 나아가 여러 살들이 붙으면서 이야기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만난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을 통해 영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책을 사랑하고 이를 문화로까지 뻗어나갔는지를 알려주니 색다르면서 '책'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영국하면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작가들의 나라다. 여기에,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책을 독점으로 출간한 출판사도 런던에 있었다. 사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굳이 국적과 작가를 구별하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관심 분야 도서만 읽었는 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탄생과 현재에 이른 서점과 출판사의 과거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이야기로 풍부한 영국은 16세기 말까지 인쇄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영어권 나라라 그 언어가 미미했던 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층이었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성경책이 중세에는 특권층과 부유층만이 볼 수 있는것만으로 책은 대중에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 정치적 갈등과 종교적 갈등이 빗어지면서 인쇄물이 증가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그 층이 중산층까지 확대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누구에게나 읽을 권리가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저자는 단순히 책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지 않았다. 저작권이 없던 시절 작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지고 영어권 나라에서 불법으로 복제가 되는 즉, 해적판을 두고 해결방안을 찾는 모습도 설명한다. 돈 몇 푼에 작품을 넘기게 되니 작가로서의 수명이 위험한 것을 인지한 것을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했고 유럽 국가과 미국도 뒤늦게 여기에 합류를 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서점에 대한 역사를 보면 책이 그 동네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오랫동안 자리를 고수한 서점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된 서점 그리고 현재 대형 출판사의 역사를 읽을 때면 그래도 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기에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아동문학의 탄생은 아이들의 인권(표현을 빌려서)을 의식하고 잡지와 책으로 발전시킨 점이 흥미롭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여기엔 해가 뜨는 것으로 일상을 시작하는 것은 사라졌다. 이에, 아이들을 재우려는 시간이 정해지면서 아이들에게 맞는 책이 나오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학교에서는 저학년에게 읽을 책을 추천해서 읽기를 권장한다. 가장 부러웠던 건 책만 읽게 하는 게 아니라 저자까지 꼼꼼이 보게 하고 왜 그 책이 좋은지 등 책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좋은 책이라 무조간 봐야 한다는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사실.
여기에, 서평의 탄생도 알려주는 데 민주주의와 인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정기 간행물에 실릴 정도였는 데 이도 점차 상업적으로 발전하면서 출판사 홍보용으로 사용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이 서평가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정치를 풍자한 것으로 유명한데 "정치적인 글을 예술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하면서 드디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건 앞서 적었듯이 아이들이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 문화는 일부분이 아니라 나라에서 크게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 아이들, 수감자의 자녀 등 이들에게도 똑같이 해주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는 데 특히, 수감된 부모는 교도소안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녹음해 직접 전달을 해준다고 한다. 이는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감자들에게도 좋은 변화를 준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남지 않았다. 물론, 정치에 휘말려 우생학(인간의 품종을 개량해 우월한 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을 낳아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인류를 변화하고 인간을 더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을 봤다. 그리고 영국의 책 사랑이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
|
서점의 매대를 보면 갈때마다 신간으로 쌓여 있습니다. 제목이나 표지를 보고 몇 페이지를 읽다가 재미있으면 바로 사기도 하고, 최근 책을 많이 샀다 싶으면 제목을 적어 놓았다가 도서관에 들어오면 빌려봅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전자책으로도 나오고 있는데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이동할때도 편하게 읽어볼 수 있어 전자책을 사기도 합니다. 요즘은 책을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과거에는 한글자 한글자 필사해야 했기 때문에 값이 무척 비싸 아무나 살 수 없었습니다. 과거 알렉산드리아에 오는 사람들이 책을 소지하고 있으면 필사를 한 다음에 돌려주었다고 하니 지식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의 저자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영국을 다녀온 대학 교수님이 영국에서는 거지도 앉아서 책을 읽더라는 말 한 마디에 왜 그런지 궁금해 합니다. 명확한 이유를 들을 수 없었는데 현재 영국에서 학위 과정을 밟은 이후 가족과 함께 살면서 그동안의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릴때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최근 이 책이 일본에서 정식 수입된 것이 아니라 해적판이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책이 나오기 시작한 초기에도 이러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었네요. 제인 오스틴이 쓴 '엠마' 는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프랑스 등 유럽 뿐만 아니라 멀리 미국에도 책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이런 해적판이 다시 영국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 모든 소유권이 출판사로 넘어가는지 아닌지 등으로 논쟁하다가 저작권과 출판권을 분리하면서 점차 오늘날과 같은 체계를 갖추게 되었는데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하였기 때문에 이후 많은 우수한 책들이 나올 수 있게된 것이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왠만한 어른들보다 전자기기를 잘 다루어서 영상이나 음악을 찾아서 봅니다. 대단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면서 나중에 글을 읽을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네요. 저자가 영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항상 책이 가까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유명인들도 TV 나 라디오에 나와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네요. 학교에서도 날짜를 정해 누구나 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하고 아이들도 독서 노트를 씁니다. 케이트 폭스가 쓴 '영국인 발견' 이라는 책에 의하면 영국 사람들이 기차나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어릴때부터 책과 친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게 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이 부커상을 받거나 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이제는 부커상도 친숙합니다. 얼마 전부터 부커상 후보작들을 심사할때 지역 북클럽의 서평을 받으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몇 개의 지역 북클럽을 선정해 후보작 중 하나를 읽고 회원들과 토론한 후 최종적인 서평을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일반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것보다 북클럽이 활성화되어 있다는게 신기하였네요. 영국 곳곳의 북클럽 100곳 이상이 지원하였으며 그중 브리스톨 교도소의 북클럽은 교도관과 수감자들로 이루어진 이색적인 북클럽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국도 바뀌게 될 수 있겠지만 책이 존재하는한 북클럽도 영원하면 좋겠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책 자체에 대한 저자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경험한 영국에서의 책 문화가 부러웠네요.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이색적인 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에서 작가는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책에 대한 영국의 애정이 어떻게 문화적 특성으로 진화했는지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런던이 서구 세계의 지적 허브로 부상하고 사상이 번성하고 열렬하게 교류되던 학술 및 문학 활동의 온상으로 떠오른 시대에 대한 연대기를 담고 있다.
초판 발행 부수가 고작 천 부 정도에 불과한 한국 출판 산업의 현실을 돌아보면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의 페이지에서 가슴 아픈 대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출판 산업에 낭만적인 활기가 넘쳤던 19세기 런던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애정과 믿음이 필요한 한국의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영국인들의 책 사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특히 찰스 다윈과 존 머레이 출판사의 관계는 당시의 활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작가와 출판사 간의 상호 영향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문학계에서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의 거인 다윈은 존 머레이에서 자신의 작품을 유통하는 사람뿐 아니라 문화적 지지자를 찾았다.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는 선구적인 사고와 미래 지향적인 출판이 만나면 지적 성장과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존 머레이 출판사에 대한 역사적 기록도 인상적이다. 이 출판사가 7대에 걸쳐 250년 이상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서적 거래에 내재된 굳건함과 열정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는 지식과 사상의 보급을 위해 헌신한 영국의 문학적 청지기 정신에 대한 뿌리 깊은 경외심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믿을 수 있는가? 출판사가 250년간 살아남았다니 말이다.
맥밀런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출판사의 이야기로 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맥밀런의 역사는 단순히 비즈니스의 이정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 기관에 대한 묘사이다. 맥밀런은 출판물을 통해 대중의 담론을 형성하고 품질에 대한 기준을 세우며 사회의 교육적, 지적 구조에 기여했다. 아마존닷컴에서 도서 분야의 고전 전집을 살펴보다 보면 맥밀런에서 출판된 도서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준 맥밀런 출판사의 이야기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문학계에 보내는 러브 레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문학 공동체의 필수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장서 애호가, 역사학자, 언어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형성하는 문화적 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로서 영국 문학의 계보를 꼼꼼하게 추적하는 책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우리 문화의 문학적 보물창고를 지키는 문지기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깨닫게 해주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
-책과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 물론 평균값이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해도 성인 1인당 평균 독서량이 2.4권에 머물렀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다. 독자인 나도 마음이 이럴진대 작가나 출판사, 서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마음이 더 복잡할 것이다. 활자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 과연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뒤처져 있던 영국이 '이야기의 나라'로 발돋움한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부와 2부는 책관 관련된 영국의 문화 관찰기로 되어 있고 3부는 인쇄물 너머에 있는 이야기 문화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아서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톨킨,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J.K. 롤링의 숨은 이야기까지 책 덕후들이 좋아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영국이 생산하는 인쇄물은 유럽 전체 3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18세기까지 출판 산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책을 구매하는 독자층이 귀족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왕정이 입헌군주제로 변하면서 법 조항을 팸플릿으로 찍어내 대중에게 알려야 했고 중산층으로 독자층이 늘어나면서 영국의 출판 산업은 빠르게 성장한다. 인쇄업자가 출판도 함께 겸했던 시대가 차차 분리되면서 저작권 논의가 이루어지고 서점협회와 같은 출판업자가 조직되었다. 찰스 다윈, 바이런, 제인 오스틴의 책을 출간한 존 머레이 출판사와 무명의 찰스 디킨스를 발굴하고 연재소설을 기획해 대박을 친 채프먼&홀은 런던의 출판계를 이끌던 양대산맥이다. J.K롤링의 <해리포터>를 출판해 세계적 출판사로 발돋움한 블룸즈버리는 앞의 두 출판사의 성공스토리를 닮아 있다. <종의 기원> 전까지 머레이는 14년간 다윈의 책을 출간해 주었지만 상업적 성공을 맛보지는 못했다. 종교적 이유로 두려움에 쌓여있던 다윈에게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머레이 3세. 무명작가와 출판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결코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배짱, 우정, 믿음, 신뢰 같은 고전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와 출판사가 나누었던 교감과 신뢰, 도전정신, 떨림, 추억 등 쫄깃쫄깃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p.48 지금의 저작권법이 확립되기 전까지 수많은 책들이 해적판으로 돌아다녔다. 제인 오스틴의 <엠마>는 작가와 저작권에 대한 권리가 깡그리 무시된 채 해외에서 버젓이 유통된 책중 하나다. 나도 모르게 다른 나라에게 내 책이 팔리고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그중에 미국이 가장 노골적이었는데 보다 못해 디킨스가 미국으로 날아가 국제 저작권의 필요성을 어필했다고 한다. 회의적이었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건 마크트웨인의 소설이 영국에서 해적판으로 팔리면서이다. 역시 이에는 이다. 채링크로스의 헌책방거리 이야기는 청계천 책방거리의 추억을 되살린다. 책도 귀하고 도서관도 귀했던 시절 중고 도서와 순환도서관은 이런 결핍을 해소해 주었다. 특히 중산층 여성의 사랑을 받은 순환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팔았던 것이 아니고 쇼핑과 당구, 독서모임이 가능한 방까지 구비해 놓은 복합쇼핑몰의 시초라고 하겠다. 대학 중심의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순환도서관은 사라졌지만 책은 기차, 약국, 쇼핑, 커피등 그 무엇과도 어울릴 수 있다는 만능 치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이 '눈치'라면 영국에서는 '예의 바른 개인주의'이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영국인들이 많은 이유 또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한테 말 시키마"라는 암시라고 하니 책 읽는 사람은 방해하지 않는 걸로. 영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저자는 6개월 된 아이에게 한 시간씩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나 8시면 반드시 재워야 하는 베드타임이 가장이해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말할 수 있다는 점이나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해 베드타임 스토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면서 부럽기도 했다. 직업 서평가였던 조지 오웰이 인정한 작가와 책은 무엇일까, 서점에서 일하며 오히려 책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렸던 일, 정치적 목표와 예술적 목표를 결합해 펴 낸 <동물농장> 이야기까지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책과 독서에 대한 여정을 따라가다 결국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이었다.
#책읽는사람만드는사람파는사람 #권신영 #틈새의시간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영국 #출판 |
|
영국을 왜 책의 나라라고 할까? 영국의 책 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을까?
독일의 인쇄기술자 구텐베르크에 의해 책의 보급이 이전보다 원활해졌지만 실질적으로 책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급되고 일상의 문화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독일이 아닌 영국이 어떻게 책을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었는지의 과정을 역사를 전공한 저자의 발품을 판 생생한 영국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될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는 일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문헌을 통한 조사도 있겠지만 저자처럼 책을 매개로 하되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역사적 유래를 살펴보는 일은 구체적이면서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된다. 영국은 책과 관련하여 진심인 나라다. 단지 산업혁명의 발상지며 대영제국을 이끌었던 측면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선진 문물이 발달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소프트파워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영국은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시킨 이야기의 나라다. 문학, 철학, 역사를 포함하여 과학, 수학, 천문학 등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획을 그은 인물들이 주로 영국을 배경으로 자신의 지적 영역을 넓혔다.
케임브리지 대학 자체가 그 증거다. 현존하는 최고령 책 터의 주인이 바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다. 1584년 첫 책을 출판하고 지금까지 이어온다. 그다음으로 유명한 출판사는 알렉산더 맥밀런이 세운 맥밀런 출판사다. 과학 잡지 네이처를 발간한 출판사다. 현존하는 최고령 시사잡지 스펙테이터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헤퍼스 서점, 펭귄 출판사 모두 영국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의 이야기 능력은 책에서 비롯된다. 이야기 문화는 토론 문화를 꽃피운다.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반지성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무엇으로 공간을 채워야 할지 답은 자명하다. 오늘날 클라우드 펀딩의 원조 격인 책 구독 제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대략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영국 사회였기에 구독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 당시 구독권은 매력적인 선물 아이템이었다고 한다.
헌 책방 거리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채링크로스는 책 경매를 통해 성장한 대표 기업인 소더비를 탄생시켰다. 쇼핑센터 안에 있는 케임브리지 공공도서관이 있다. 공공도서관의 시작은 1855년에 시작되었다. 쇼핑과 책을 결합한 문화다. 커피 하우스 안에 도서관을 만든 것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북 카페의 효시다. 스코틀랜드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미국에만 약 1,7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을 세웠다.
책의 나라 영국은 지금도 공립학교에서 책 읽기 교육을 강조한다. 책의 날이 되면 학교는 동화 속 인물로 변장한다. 교장 선생님도 소설 속 인물들로 변장해서 다 같이 하루를 보낸다. 영국 사회는 어떤 인간상을 꿈꾸길래 책을 꾸준히 상기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 것일까?
아동 문학의 아버지 존 뉴베리(1713~1767), 그림책의 아버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을 통해 아동 문학의 시대가 열렸다. 생계를 위해 서평 작가로 시작한 조지 오웰의 이야기를 저자의 시각에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현대로 넘어오면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출신이자 프로 축구 선수 겸 작가인 마커스 래시퍼드가 시작한 아동복지 차원의 북클럽은 다양한 환경과 인종, 종교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들이 쓴 책들을 무상으로 보급하는 일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북클럽인 돌턴 북클럽은 250년 이상 유지되어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북클럽은 변화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 관습의 영역이요 일상 문화"라고 영국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_ 235쪽
지금도 유럽의 하원 의회 때에는 정부의 재무 장관이 그 해의 재정 보고를 연설하는데 관련 서류를 '빨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특정 사물에 이야기를 만들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영국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다. 케임브리지 도시도 전통이라는 그릇에 근대적 가치를 담아낸 도시다. 영국은 작은 흔적에라도 기대어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1863년 하원 의원 에드워드 이워트(1798~1869)가 제안한 '파란 명판' 달기 사업은 1867년부터 시작되었다. 평범한 길(도로)에 스토리를 담는 '파란 명판'은 우리나라의 동상 세우기 사업과 비슷하다. 뛰어난 인물들과 관련 있는 특정 장소에 간략한 설명을 명판에 새겨 놓은 후 건물 밖에 넣어 두는 제도다.
이야기의 나라 영국답다! |
|
요즘 정보 통신의 발달과 미디어 매체로 인해 종이로 된 도서가 인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얼마 되지 않은 과거로부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도 인류는 종이책을 열심히 찍어 내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새로운 책들이 많이 발행되고 있다. 그런 책 중에서 우리에게 신선한 정보를 주고, 알지 못했지만 읽으면 알게 되면서 감탄하게 되는 지식이 있고, 내가 가진 이전의 관련된 지식과 얼키고 설켜 나를 좀 더 성장시키는 책들도 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이라는 조금 이상한 제목의 이 책은 엄청 나게 발행되는 신간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다. 표지에 보면 중간 위치 쯤에 작은 글씨로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라고 되어 있다. 책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장소가 영국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제일 먼저 일으킨 국가이다. 책 본문 중에 그런 이야기가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뉴턴이나 불턴, 제임스 와트, 패레더이, 불 등의 근대 물리학과 전기학 등의 과학이 영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계급과 계층을 넘어 영국인들이 지식에 관심이 많고, 흥미를 가지며, 서로 이야기하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그걸 읽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인쇄술이 먼저 생긴 대륙 국가보다는 영국에서 더욱 출판 문화가 발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 중에 하나로 버밍햄의 만월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과학에 관련된 토의, 토론을 하는 그룹이다. 이 그룹에 참여자는 귀족이나 부자들만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에 조예를 가진 누구나 참가를 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버밍햄 뿐만 아니라 영국 각처에서 이러한 모임들이 있었다고 한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에서는 그란체스트 그룹을 소개하고 있다. 이 그룹은 버트란트러셀, 비트겐슈타인, 버지니아 울프, 케이스 등 각 영역에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모여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영국의 모임 문화는 좀 더 발전된 지식을 낳게 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책이 상업화되고, 그것을 빌려주는 도서관의 발전 등 여러 가지 책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다른 관점에서 영국인들이 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로는 기후에 있지 않을까 한다. 영국은 해양성 기후로 일년 중 300일 정도는 먹구름이 껴 비가 올듯한 날씨이다. 구름 없이 태양이 화창한 날은 60일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가랑비가 오는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집 밖서보다는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대륙국에 비해 많다. 즉, 그 시간을 영국인들은 독서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는 읽는 사람에게 새롭게 알게 되는 책 관련 역사와 얽혀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휼륭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영국 도서관이 미래로서 제시한 책, 갤러리, 정원, 그리고 인공지능. 이들은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킬까. 아마도 책은 퇴물보다 보물이 될 것 같다."(324)
책장을 덮으면서 왠지 모르게 '책은 보물이야'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버렸는데,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일까? 싶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북페스티벌이 취소되고 고서점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폐업위기에 놓인 서점을 살린 것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책이 보물이야,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스티븐 호킹의 사망 후 그의 책들을 받아 판매를 하고 서점이 살아난 것인데 실상 책의 원소유주에게는 그 책이 보물은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미치자 난감함이 느껴진다. 아니 애초에 '보물'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할까?
이 책은 독자와 출판사와 서점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책읽기를 즐겨하는 사람으로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독자에게 읽히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펵쳤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학 책이다. 왜 굳이 영국의 이야기일까 라고 딴지를 걸어보고 싶어도 셰익스피어에서부터 시작하여 디킨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자매,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톨킨, 키플링,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그리고 해리포터를 쓴 롤링에 이르기까지 - 사실 저자가 언급한 저자들을 나열했는데 그 누구 하나 빼놓을수가 없다. 내가 꼭 언급하고 싶었던 작가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고 무엇보다 여성작가들은 또 빼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영국의 문화, 특히 책에 대한 이야기지만 보편타당한 이야기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책이다.
저작권의 역사, 전문 서평가인 조지 오웰의 서평에 대한 이야기, 글자를 알지 못하지만 책을 듣는 어린이들과 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조금 큰 아이들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그 시작이 아주 오래전에 티비 특집 프로그램에서 본 외국의 작은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였다. 영상매체가 아무리 발달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국은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모두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좀 부럽기도 하다.
여러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게 하는 건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니?'였다. 책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저 막연한 이야기뿐이다.어린시절엔 오히려 더 쉽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사람, 공공도서관의 순기능, 오랜 공간이 갖는 의미,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도서기증을 하고 개인서가를 기증하여 공공도서관으로 만드는 것 등의 문화는 "책과 정원은 영국스러운 아이템의 만남'(334)이라는 말과 찰떡같이 느껴지는데 이런 것이 꽤 매력적이고 조금은 부러운 마음도 생긴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다시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게 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책은 퇴물보다는 보물이 될 것 같다"
|
|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이 있는 공간까지도 사랑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여행지에서 시간과 동선과 동행자들만 허락한다면 서점은 한두 군데 꼭 방문하고, 생각 정리할 때 책 속에 파묻혀 몇 시간이고 씨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 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좋아하며, 도대체 책에 무슨 힘이 있길래 나는 소위 말하는 ’책 덕후‘가 된 것인지! 공교롭게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알게 되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라는 책을 통해서.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부터 나는 내 문학적 취향이 미국이 아닌 영국임을 알게 되었다. 느껴지는 깊이와 내공이 다르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국의 책 문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니 그 차이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영국에서 책은 서구 근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로다. 개인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구현하는 책 읽기 문화는 ‘이야기 듣기’로부터 시작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영국인들의 책사랑은 예로부터 계승되어 내려온 것이었다. 바로 스토리 타임을 통해서.
두터운 어린이 독자층은 영국 아동 문학 출판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J.K. 롤링의 <해리 포터>가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어쩌다 얻어걸린 우연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봤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은 매일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셨고, 미국에서 거주할 때는 학교에서 꼭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반 전체가 함께 이야기 듣는 시간이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내 책 사랑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겠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책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시간이 내게 충분히 주어졌음에 얼마나 감사하게 되던지!
책보다는 휴대폰을, 긴 호흡이 필요한 장문보다는 짧은 글을, 시간을 들인 숙성함보다는 즉자적이고 신속함을, 문자를 읽고 ‘생각’하기보다 영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에 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반지성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토론 문화가 필수이고, 토론을 위해서는 좀 더 긴 글을 읽고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책 덕후로서 책의 역사를 살펴보며 느낀 것은 책의 중요성과 읽기의 필요성이었다. 영국의 책사랑 문화가 몇백 년 걸려 정착했음을 살펴보았는데,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들었던 결심은,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지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꼭 영국에 가보리라! 손흥민 선수의 EPL 경기를 직관하고 싶어서 런던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영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 생겼다. 뭐 어때! One can dream! |
|
영국의 책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게 담겨있어요~!!
저자가 영국의 동네 서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정말 생생해서... 책을 들고 영국 동네 서점을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예요~~!! 저자와 출판사의 이야기를 통해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을 수 있었어요. 찰스 디킨스와 채프먼&홀, 찰스 다윈과 "다윈의 출판인"으로 불리는 존 머레이 하우스~!! 다윈과 존 머레이는 저자과 출판인의 관계를 뛰어넘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관계였어요. 다윈과 존 머레이 3세가 수십 년간 교환한 편지는 현재 스코틀랜드 중앙 도서관에 보관되어있다고 해요.
저작권법, 해외 해적판 등의 이야기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같아요. 영국은 1838년 국제 저작권법을 제정하고, 작가들이 좀 더 많은 국가에서 보호 된 것은 '베른 협약' 체결된 1886년이었어요.
영국의 오래된 서점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령 책 터'의 주인은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인데 현존하는 출판자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예요. 16세기를 거슬러 올라가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요. 학술서와 학술잡지, 교과서 등 다소 딱딱한 종목을 주로 출판해요. 영국의 가장 오래된 서점 해차드는 1797년에 시작되었고 판매와 출판을 병행하다가 판매(서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요. 이렇게 하나 하나 풀어내는 서점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워요.
트리니티 1번지를 중심으로 동쪽 150미터 정도 가면 있는 워터스톤스 서점에는특별한 서비스가 있어요. 왕실에 서적을 공급하는 고급 이미지와 직원들의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런던 해차드 서점을 통해 맞춤형 구독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서점이 '그 사람'만을 위해 책을 선정해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배달한다고 해요. 매달 정해진 책이 배송되는 정기구독은 해봤는데... 나만을 위해 구독제라고 하니 정말 그 책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같아요.
그동안 몰랐던 영국의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새로웠고, 책을 사랑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토리 타임과 자라는 아이들, 베드타임 스토리, 매주 금요일 일주일을 책읽어주는 행사로 마무리하는 1학년 아이들의 일상...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자라날 수 있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북클럽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클럽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란체스터 과수원과 초원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남네요. 영국에 가면 동네 서점과 그린체스터 초원에 꼭 가보고 싶네요.
책에 관심이 있고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