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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와 오는 이 시점에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도어맨으로 일하던 사람의 죽음. 호텔 지하방에서 살고 있던 그는 칼에 찔린채 성기에는 콘돔이 씌워져 있었다. 대체 누가 이 특출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을 무슨 이유로 죽인 것일까. 에를렌두르 형사반장과 그의 팀이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한다.
지난 번 [저주받은 피]를 읽고 나서 이 책이 읽고 싶어졌었다. 사실 처음 읽은 것은 아니다. 오래전 아무런 정보없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었고 홀딱 반했었다. 그의 작품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보고 더 많이 읽고 싶다는 바람도 가졌었다. 몇년 전 [저체온증]이라는 책도 읽었었는데 저주받은 피나 목소리와는 조금은 다른 결인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 온전히 살아있는 작가의 다른 스릴러들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자 더욱 강해졌다.
사건 조사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도어맨과 연관되어 있는 인물을 찾고 그가 남긴 메모를 통해서 그가 만나고자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낸다. 그렇게 하나둘씩 좁혀나간다. 물론 범인은 아주 가까운데서 있다. 단지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범인 또한 자신의 범행에 대한 변명이 존재한다. 타당한 이유이긴 하나 그 어떤 이유라도 살인을 덮을 수 있는 이유는 없다. 모두 핑계일 뿐이다.
아이슬란드 작가의 작품. 유럽의 분위기가 슬쩍 슬쩍 드러나는 것이 매력적이다. 도어맨의 어린 시절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지금 다른 형사가 맡은 어린 아들의 학대에 관한 사건과 아버지와의 관계 더 나아가 에를렌두르와 딸 에바와의 관계 등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작가는 사건을 통해서 자녀와 아버지에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를 가진다.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아이의 행복이다. 부모가 바라는 것이 아이의 행복과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대를 가지고 바랄 수는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녀의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자식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셜리 템플이 나왔던 <소공녀>라는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 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는 싶다는 바람은 당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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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두르 인드리다손(지음)/ 영림카디널(펴냄)
완독한 지 꽤 된 책 리뷰를 깜빡!! 아... 나도 이럴 때가 있다니 놀랍 ㅜ.ㅜ
무심한 성벽은 말없이 저 홀로 꿋꿋하고 바람개비는 바람에 덜컥거리는데 P48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가 소설에 언급되어 있다. 독자들이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시의 한구절, 에를렌두르 형사가 사건 수사를 하던 도중에 떠올리는 시구절이다....... 이 문장이 내게 꽤 긴 여운을 주었다. 횔덜린 그는 괴테와 실러의 그늘에 가려져 평생 인정받지 못한 시인, 가난과 정신착란에 시달리며 불우한 삶을 살다간 시인이다. 불행했던 시인과 주인공의 삶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 무심한 성벽은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었을까? 바람에 덜컥이는 바람개비는 주인공의 불우한 삶의 은유인가?!!!!!) 이런 포인트는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전날 레이야비크의 유명 호텔 지하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빨간 산타 복장에 흘러내린 산타 모자가 얼굴을 덮고 있었고, 단추가 다 풀어헤쳐진 채로, 가슴에는 끔찍한 상처가 심장을 관통했다. 최고로 행복해야 할 혼자 호텔의 지하에서 희생된 사람은? 그는 이 호텔에서 무려 20년간 일했던 도어맨 구드라우구르......
한 직장에서 무려 20년을 일하고도 마치 유령처럼 살았던 걸까.... 그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이는 몇 없었다. 도대체 누가? 왜? 그를?
호텔을 방문한 음반 수집가로부터 알게 된 뜻밖의 정보!!!!!!!
독자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이 미스터리 작품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아픈 실체가 드러났다. 살해당한 구드라우구르와 그리고 사건을 맡은 형사, 그리고 딸 에바.......
최근 이슈인 약물중독, 아동 학대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작가다. 소설은 어둡고 절망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덧. 우리는 무관심 속에서 또 누구를 죽였을까요? 횔덜린의 시처럼 무수한 성벽들 저 혼자 잘난 사람들은 우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지? 팔레스타인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하마스의 인간 방패로 죽어갈 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것처럼.....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 VS 첨단과학을 등에 업고 부를 누리는 이스라엘이 지은 죄는 그들의 신이 심판할 겁니다!!
덧 2. 아이슬란드 이름이 넘 어렵다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나 형사 이름이 입에 안 붙는 점 ㅋㅋ. 이런 분들께 러시아 문학을 추천드리고 싶다 ㅋㅋㅋㅋ 러시아 문학 한 번 다녀오시면 아이슬란드 이름에 빠른 적응을!!!!
아이슬란드식 이름은 대체로 덴마크 지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식민지라는 관점에서 친밀감이 느껴지는 이 나라는, 무려 14년간 성 평등 지수 1위의 나라라고 한다. 세계 1위의 나라는 어느 정도인지 가보고 싶다......
#목소리, #아이슬란드미스터리, #스릴러고전, #아날두르인드리다손, #에를렌두르형사시리즈, #아이슬란드인기작가, #대중적인작가, #이기원옮김, #아이슬란드수도, #레이캬비크, #40개언어로번역, #저주받은피, #1800만부이상판매, #성평등지수세계1위, #프랑스미스터리협회813트로피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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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이슬란드 출생으로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목소리'라는 제목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살해당한 한 남자의 과거와도 연결이 되어 있으며,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사건마다 들리는 목소리들을 우리는 얼마나 들으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가 듣고 싶은 목소리가 아닌 진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텔에서 일하던 48세 구드라우구르 에길손(굴리)이 산타복장을 한 채로 살해당했다. 그는 과거 소년성가대원으로 앞길이 창창한 소년 소프라노였는데 어느날 무대에서 '늑대의 소리'를 낸 뒤 자취를 감추었다. 그의 사건을 해결하는 에를렌두르 형사는 굴리의 음반을 듣다가 과거 눈 속에서 동생을 잃어버렸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동생과 함께 눈 속에서 조난을 당했으나 자신만 구출되었고, 이후 말하지 못할 고민들로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외면했던 시간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큰 사건은 굴리의 살인한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강압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의 폭행을 형사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소년, 자신을 해친 사람들을 신고해봤자 돌아올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굴복한 외스프, 천재적인 목소리를 가진 동생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 없이 자란 굴리의 누나 그리고 부모에게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힘든 생활을 했던 에를렌두르 형사의 딸.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굴리를 증오했다. 또래 아이들처럼 지내지 못하고 아버지의 꼭두각시로 살았던 굴리는 왜 부모의 증오 속에 살아가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추리소설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목소리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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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군요." 에를렌두르가 말했다. "저 사람은 여기서 그냥 도어맨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시내의 큰 호텔 지하방에서 칼로 난도질당한 시체가 발견된다. 그는 이 호텔의 도어맨이자 산타였다. 20년 넘게 호텔에서 살면서 도어맨으로, 각종 수리를 도맡아 한 잡역부로, 크리스마스엔 산타 할아버지로 분장해왔던 그 사람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쓸쓸했던 적이 없다.
한때는 보이 소프라노로 어린이 스타였던 구드라우구르. 가장 눈에 띄는 모습으로 일했지만 아무의 눈에도 띄지 못한 남자. 크리스마스라는 시기가 한 남자의 죽음을 더 외롭게 만든 <목소리>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욕심으로 키워낸 아버지. 멋진 목소리를 가진 아이는 큰 공연장에서 그만 '늑대 목소리'가 되고 만다. 12살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아이. 그런 아이에게 실망한 모습만을 보여준 완고한 아버지.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아버지는 아들과 언쟁을 벌이다 그만 계단에서 떨어져 불구가 된다. 그 뒤로 아들은 집을 떠나고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낸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슬픔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엔 어떤 감정이 담겨있을까?
심하게 폭행당한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는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직감적으로 아이의 아빠를 의심한다. 처음엔 완강히 부인하던 아이의 아빠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그 와중에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운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어린 시절 눈 속에서 동생의 손을 놓친 어린 형은 혼자만 구조되었다.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산을 올랐던 아버지는 산속에 남겨진 아들을 찾지 못한 그날 이후부터 다른 사람이 되었다. 혼자 구해진 아이는 홀로 그 죄책감과 고통을 감내하며 형사가 되었다. 아직도 그에게는 어린 동생의 훌쩍임이 들린다...
고질적인 아버지와 아들들이 등장하는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목소리> 배경이 크리스마스 시기여서 그런지 피해자의 삶이 더 외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곁가지로 들려주는 또 다른 아버지들과 아들들의 이야기 역시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를 얻어 놓은 듯하다.
어린 시절의 죄책감을 이고지고 살아온 에를렌두르의 삶은 거기서 멈춰 있었다. 변성기로 인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어버린 구드라우구르처럼...
각자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 한 사람은 살해되고, 한 사람은 범인을 쫓는다. 그렇게 오래된 상처는 들춰지고, 헤집어지고, 풀어내진다.
에를렌두르의 메가리 없는 캐릭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전작 <저주받은 피>에서처럼 사소한 단서를 가지고 깊게 파내려 가 단순해 보였던 사건에서 깊디깊은 과거의 행적을 파헤쳤던 에를렌두르는 이번 <목소리>에서는 사건을 파고드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파고든 거 같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에를렌두르 보다 시구르두르와 엘린보르그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아이슬란드는 지나치게 들뜨지도, 지나치게 모험적이지도 않은 나라여야 한다.
아이슬란드 스릴러 독특한 매력이 있어 좋은데. 거 이름들, 고유명사들, 정말 어렵다~ 어려워~ 술~술~ 읽다가 이름이나 고유명사 나올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씩 곱씹어야 함. 진짜 여러모로 먼~ 나라 아이슬란드. 그러기에 그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으로 느껴지나 보다.
가 본 적 없지만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 사람들의 생각들을 알 수 있어서 재밌는 시리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목소리>를 읽으며 가족들 중 소외당하고 주목받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 어른들 얘기는 모든 자식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준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깨물어 보면 압니다. 덜 아프거나 더 아픈 손가락이 있게 마련이라는걸. 모름지기 더 아픈 손가락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정석. 이제는 덜 아픈 손가락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자. 그게 바로 이 <목소리>에 담긴 보이지 않는 메시지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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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던 <저주받은 피>와 시리즈였다. 모르고 신나게 읽다가, 어디서 본 듯한 형사들의 이름이 기억났다. (아직 쓸만?ㅋㅋㅋ) 아름다운 목소리로 어린이 스타가 된 ‘구드라우구르‘ 그리고, 그 아들이 자신의 목표가 된 아버지. 아버지의 욕심이 커질수록 아들의 인생은 박탈당한다. 오직 아버지를 위해 노래 했던 아들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모든 게 끝났다. 당신의 기대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을 실망시켰기 때문에. “그대 천상의 여신이여, 부디 나의 하프를 울려주오.” 평범하게 산다는 것, 그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어려우면서도 행복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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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하는 북유럽의 추리소설. 아이슬란드 범죄소설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형사반장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이다. 2002년작.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대형 호텔의 지하방에서 도어맨이 산타 복장을 한 채 살해되어 발견된다. 에를렌두르 형사반장을 중심으로 한 세 명의 형사는 범인 추적에 나선다.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영미권의 정통 추리소설이나 요즘 유행하는 일본 추리물과는 많이 다르다. 기발한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탐정과 범인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없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다고나 할까. 오히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반장과 피해자인 도어맨의 개인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아내와 오래전에 이혼하고 아들은 소식이 끊긴지 오래며 약물 중독의 딸은 걸핏하면 찾아와 '내 인생을 돌려내라.'라며 시비를 건다. 집에 가면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오십 줄에 들어선 고독한 형사 반장. 그런 내면의 고독과 쓸쓸함을 따라간다. 오죽하면 부하 직원들이 크리스마스에 같이 보내자며 수도 없이 요청할까... 마찬가지로 피해자 도어맨의 기구하고도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려준다. 어릴 적 천상의 목소리를 지녀 소년 성가대원으로 '신이 내린 목소리'란 찬사를 들으며 음반을 두 장이나 냈던 아이돌 스타. 그런 촉망받는 소년의 한순간의 몰락과 좌절, 이어지는 방황과 가출... 결국 호텔의 일개 도어맨으로 전락해 비극적인 삶을 마치는 기구한 운명까지... 작가는 형사 반장과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담담히 수사 상황을 나열해 나간다. 현대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마약, 절도, 강간, 살인 등 사회적 범죄가 동기를 형성한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빨간색 국물의 얼큰한 순두부찌개가 아닌 투명한 색의 맑은 순두부찌개를 소금 쳐서 먹는 맛이랄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묘한 끌림과 여운이 있는 소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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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직전의 호텔 지하실에서 도어맨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피해자의 신상을 알 수 없어 수사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힌다. 호텔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확실한 건 ‘구드라우구르’라는 이름뿐, 원한관계나 범행 동기도 눈에 띄지 않는다.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는 호텔에 숙박하며 수사를 진행한다. 얼마 후 호텔 직원들 사이의 갈등과 수상쩍은 거래가 드러나고, 구드라우구르를 찾아온 영국 관광객을 통해 피해자의 기구한 어린 시절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는 왜 가족과 수십 년 동안 인연을 끊었을까? 왜 아버지와 누나는 그에게 그토록 적개심을 보이는 걸까? 호텔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직원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와 인구는 거의 비슷하지만(37만), 땅덩어리는 무려 4,000배에 달하는 아이슬란드는 말하자면 총기난사나 살인사건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광활한 이미지를 가진 나라입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그런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주 무대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형사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2010년까지) 모두 11편 출간한 인기 있는 대중작가입니다. 아무리 조용하고 한적한 나라라고 해도 역시 사람 사는 곳에서는 사건과 사고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고, 미스터리와 스릴러 역시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한국에 소개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은 모두 네 편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7편이 검색되는데 그중 ‘목소리’를 비롯하여 ‘무덤의 침묵’과 ‘저주받은 피’는 각각 개정판이 출간된 탓에 중복 검색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의 이름 Arnaldur Indriðason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또는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으로 제각각 표기된 점인데,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이름이라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 Erlendur도 엘릭시르가 펴낸 작품은 에를렌뒤르, 영림카디널이 펴낸 작품은 에를렌두르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읽은 작품은 ‘저체온증’인데, 읽은 지 6년이 지났어도 음울하고 냉기가 몰아치던 분위기만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써놓은 서평을 찾아보니 “스릴러라기보다 ‘저체온증에 걸린 사람들의 비극’에 더 가깝다.”, “어디 한군데 밝은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냉기만 내뿜는”, “에를렌뒤르라는 인물이 평생을 겪어 온 저체온증에 전염된 듯한 느낌” 등 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살인사건이 벌어진 호텔에서 태연히 식탐을 부리며 뷔페 음식을 ‘공짜로’ 만끽하는 에를렌두르의 첫 등장 모습은 꽤 의외였습니다. 마치 가볍고 코믹한 경찰소설의 도입부처럼 읽혔는데, 이런 분위기는 얼마 못가 급변합니다. 살해된 도어맨 구드라우구르의 비극적인 과거와 가족사가 밝혀지면서부터 에를렌두르의 평생의 트라우마가 다시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에를렌두르는 어린 시절 8살 동생과 함께 산에 올랐다가 화이트아웃에 휘말린 뒤 자신만 구조되고 동생은 시신조차 발견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만 충격적인 사고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붕괴됐고, 결혼생활 역시 순탄치 못하게 마무리된 것은 물론 자식들과도 거의 연을 끊은 채 피폐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재회한 자식들은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성장한 딸 에바는 마약 중독에 매춘을 일삼다 유산을 겪었고, 아들 신드리는 알코올중독 상태였습니다. 시체조차 발견 못한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그의 일생을 저체온 상태로 밀어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살해된 도어맨 구드라우구르 역시 에를렌두르 못잖은 참혹한 10대를 보냈습니다. 한때 촉망받는 소년성가대원이었던 그는 일찌감치 찾아온 사춘기와 변성기로 인해 목소리를 잃은 직후 자신은 물론 가족마저 철저하게 붕괴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후 집을 떠나 가족들과 연을 끊은 채 호텔에서의 밑바닥 삶을 살아왔고 누군가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것입니다. 에를렌두르는 형사반장으로서 냉정하게 수사를 지휘하면서도 구드라우구르의 삶을 자신의 그것과 자꾸만 비교해가며 끝없는 우울감에 빠집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아온 딸 에바는 급격한 감정 변화를 보이며 안 그래도 힘든 에를렌두르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저체온증’에 썼던 서평과 마찬가지로 “에를렌뒤르라는 인물이 평생을 겪어 온 저체온증에 전염된 듯한 느낌”을 이번에도 피할 수 없었는데,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이자 매력은 바로 이 에를렌두르의 트라우마입니다. 아직 안 읽은 작품들은 물론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대략 비슷한 서사가 아닐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해된 도어맨 구드라우구르 외에도 이 작품에는 에를렌두르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그러니까 가족의 붕괴나 반목 혹은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만 인물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때론 ‘누가 범인?’보다도 그 인물들의 행로가 더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저체온증’에 비하면 책 읽기 자체는 비교적 덜 고통스럽고 덜 힘들었지만 역시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인물은 상실을 맞닥뜨린 사람들, 시간 속에 얼어붙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본인의 변대로 ‘목소리’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스릴러이자 가족으로 인한 거대한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그린 비극 서사입니다. 편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는 없지만 아이슬랜드의 혹독한 추위를 체감하면서 묵직하고 깊은 여운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형사 에를렌두르 시리즈’ 01 Synir duftsins (Sons of The Dust, 1997) 02 Dauðarosir (Silent Kill, 1998) 03 Myrin (Jar City, 2000, 한국 출간 ‘저주받은 피’) 04 Grafarþogn (Silence of the Grave, 2001, 한국 출간 ‘무덤의 침묵) 05 Roddin (Voices, 2003, 한국 출간 ‘목소리’) 06 Kleifarvatn (The Draining Lake, 2004) 07 Vetrarborgin (Arctic Chill, 2005) 08 Harðskafi (Hypothermia, 2007, 한국 출간 ‘저체온증’) 09 Myrka (Outrage, 2008) 10 Svortuloft (Black Skies, 2009) 11 Furðustrandir (Strange Shores,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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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라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에서 온 이 형사 시리즈는 기존의 스릴러나 형사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뭔가 다른 것에 영혼을 뺏긴 듯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고 산만한듯한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제까지 자신이 봤고 들었던 모든 걸 조합해 단숨에 마치 스위치가 딸깍하고 켜진 듯 범행의 전 모를 밝혀내는 데 이게 또 억지스러운 부분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하나 없이 자연스럽다. 마치 진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요즘의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에 익숙한 형사가 아니라 발로 뛰고 주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아날로그 방식의 형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목소리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불과 며칠 앞두고 여행객으로 가득 찬 호텔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살자는 호텔에서 도어맨으로 일한 지 수십 년이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조차 없었기에 그런 그를 누가 살해했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깊은 원한이나 원망이 없는 마치 무해한 사람 같은 도어맨을 죽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걸 알기 위해선 우선 그가 근무하는 호텔 내에서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거나 죽기 직전 그와 같이 있었던 사람을 수소문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단지 피살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가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명했으며 음반까지 녹음한 전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 그 호텔 안에서는 희귀 음반 그중에서도 특히 소년 성가대의 음반만 수집하는 사람이 투숙 중이었다는 무시하기 힘든 절묘한 우연이 겹친다는 걸 깨달으면서 사건은 단숨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어린이 스타로 반짝이던 그가 왜 이렇게 초라한 곳에서 슬픈 최후를 맞게 된 걸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가운데 중간중간 형사 에들렌두르의 개인적인 불행한 이야기가 섞여있다. 형사 에들렌두르는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끝난지 오래지만 자식들마저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 채 딸아이는 마약에 중독된 채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아들마저 알코올중독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가족이 있지만 홀로 수십 년을 호텔의 지하방 한편에 가두듯이 살아가던 피해자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스릴러로서도 흥미롭지만 가슴에 큰 슬픔을 지닌 채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에들렌두르가 과연 가족과의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형사 에들렌두르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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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 두르로 끝나는 낯선 이름들 때문에 초반에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익숙해 지고나면 이야기가 술술 읽히기 이작한다. 막힘없이 죽죽 읽히면서 머리 아프게 딱히 추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게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에바와 에들렌두르 부녀 사이가 다시 좋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짜릿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스릴러는 아니지한 잔잔하게 물 흘러가는 느낌으로 볼 수 있는 스릴러였다. 사건의 내막이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서야 나온다는게 조금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