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있나요? 만약 은하계 어딘가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도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도 나처럼 시각적 감각을 인식하는지, 이 먹먹한 어둠 속에 점들이 반짝이는 느낌을 경험하는지 궁금해진다... ...만약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외계 생명체 안녕? 너희도 나와 같은 이중적 본성을 가지고 있니? 네 머릿속에도 불빛이 켜져 있니? 네 감각도 나처럼 기이한 비물질적 속성이 있어?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구 어딘가에 지각을 가진 존재가 또 있을까? 개는 나와 비슷한 고통을 느낄까? 지렁이는 냄새를 즐기는 걸까? 기계는 언제 의식적 감정을 가지게 될까? 혹시 이미 그렇게 된 건 아닐까? 그걸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의식의 이면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의 의식. 그것이 진화의 우연한 일회성 결과라고 생각해도 될까?... |
어려운 주제지만 시작은 유머러스하다. 시각피질을 제거한 원숭이에서 ‘맹시(보이지 않는 시각)’를 발견한 이야기에서부터, 괴짜 신비주의자를 만난 이야기,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연구하며 지능의 사회적 기능 이론을 정립한 이야기까지, 실험실과 오지를 종횡무진 누빈 탐구 여정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제각각인 듯 보였던 연구 경험들은 책의 중반부에 이르러 의식의 기원과 현상적 자아의 탄생이라는 커다란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고, 마침내 험프리가 오랜 추적 끝에 도달한 독창적이고도 대담한 이론으로 펼쳐진다. 지각은 진화의 과정 속 어떤 특정 시점에 등장한 진화의 ‘숭고한 발명품’이며, 온혈동물(포유류와 조류)에만 한정적으로 지각이 생겨났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어렵고 반직관적인 개념을 탁월하게 설명하면서, 능숙한 필치로 자신의 이론을 설득해 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의식이라는 더없이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하는 지적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