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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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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작가 백시종의 성장소설을 묶은 연작장편소설집<쑥떡>은 환갑을 부근의 나이대 독자들에게는 아주 낯익은 기억들이다. 표제 소설의 제목 쑥떡, 얼마나 먹을 게 없었으면, 쑥떡인가. 요즘에는 쑥의 효능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간식?, 작가는 여든 살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본 모양이다. 인생의 반추, 유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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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작가 백시종의 성장소설을 묶은 연작장편소설집<쑥떡>은 환갑을 부근의 나이대 독자들에게는 아주 낯익은 기억들이다. 표제 소설의 제목 쑥떡, 얼마나 먹을 게 없었으면, 쑥떡인가. 요즘에는 쑥의 효능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간식?, 작가는 여든 살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본 모양이다. 인생의 반추, 유년, 소년, 중년으로 나눈 7편의 중편, 연대기를 이 책에 실었다. 그는 낯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먹거리 고해성사를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은 크다. 모두 한 번씩 경험했던 기억을 되돌이켜 볼 시간을 주기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눈물과 함께 먹는 삼계탕, 곰팡이꽃 핀 쑥떡,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통무김치와 보리밥, 마가린 간장 비빔밥, 된장 콩잎과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양고기, 그리고 부록으로 이승하 교수의 작품해설이 실려있다.

 

순서대로 실린 소설 제목을 보는 순간, 추억의 여행은 시작된다.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은 지금도 자주 먹는데 질리지 않는다. 이른바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날, 생일, 그리고 뭔가 기념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날에는 특식 배달 짜장면과 탕수육. 그것참, 작가는 60대에 들어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먹을거리의 연대기, 시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첫 번째 소설은 유년 시절의 경험, “눈물과 함께 먹는 삼계탕”이다. 작가가 44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다섯 살 무렵이다. 배경은 여순항쟁의 시기, 1948년에 일어난 사건, 키 큰 아저씨가 숨어들고, 어른들은 이 아저씨를 토굴을 파서 숨기는데…. 세는 나이로 일곱 살인 두섭, 두섭이는 배가 고파 배에서는 늘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키 큰 아저씨는 넣어 주는 밥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참 서운타. 어느 날 공비를 숨겨준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방송을 듣고, 어머니는 키 큰 아저씨를 신고한다. 그 무렵 그전 마을의 실세인 위세 할머니가 심부름으로 가져온 냄비 안에는 삼계탕이, 그 안에는 키 큰 아저씨가 총에 맞고 끌려갈 때, 흘렸던 피로 붉게 물든 삼계탕, 10년 후 아버지가 사주는 삼계탕을 먹을 때,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최고의 삼계탕이었다.

 

두 번째 소설, “곰팡이꽃이 핀 쑥떡”은 동생 지섭이를 읽은 기억이 담근 성장소설 화자인 두섭이 별명은 껄떡보였다. 동생과 유년기를 보낸 곳은 오사카였고 해방되면서 귀국선을 탄다. 아버지 동생 동준, 아버지는 일본에서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을 동생에게 보냈나. 귀국하면 동생이 사둔 전답이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동준은 노름꾼에 알코올 중독자가 돼 있었다. 형을 친일파라고 부르며, 형이 독립운동하던 영국이 아버지와 봉순이를 밀고해서 받은 돈으로 우리 집 논밭을 샀다며…. 라고, 화가난 아버지는 동생을 때리고 그렇게 죽었다. 이제 땡전 한 푼 없는 신세의 두섭이 네 집은 일본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한일관계는 험악해져 갈 수도 없고, 이 무렵 여순항쟁이 터진다. 이 와중에 지섭이는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는데 형인 두섭에게 보물단지 였던 미국 분유깡통을 건넨다. 그 안에는 설날에 먹고 남김 콩고물이 묻은 쑥떡이 열 개도 넘게 남아 있는게 아닌가,

 

이어지는 짜장면, 통무김치와 보리밥, 두섭이 중학생 일 때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이 시기는 박정희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시기다. 아버지는 조흥은행 수위였다. 두섭은 이즈음 영화 마니아가 되었다. 영화관에 가려고 아버지의 옷을 뒤지던 장면을 목격한 할머니는 이후로 치매 노인이 돼버렸고….

 

마가린 간장 비빔밥,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맛을 모른다. 아무튼,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 밥 먹고 살 때까지, 이렇게 먹을거리에 진심이었던가, 아마도 인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먹는 것이기 때문이었기에 그런 것인가, 어느 곳에서 뭘 맛있게 먹은 기억은 평생 간다. 조선 시대 선조의 도루묵이라는 일화가 있듯, 몽진 도중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생선(당시에는 은어라 불렸다)의 맛은 기가 막혔지만, 온갖 기름진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그때 진짜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여서 도루묵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그리고 중동 붐을 타고 건설노동자들이 뜨거운 열사의 나라로 외화벌이를 나갔을 때를 배경으로 한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 양고기”에 얽힌 사연, 소설은 먹을거리를 둘러싼 작가의 실수나 잘못,범죄 등에 관한 솔직한 고백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기억, 향수와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에 바로 꽂혔던 만큼, 저마다 음식에 관한 추억이 있을 것이기에,

 

작품해설을 한 이승하는 우리나라의 일류작가군 중 성장소설을 쓴 박완서, 김주영, 김원일, 이동하, 송기원 등 다섯 작가가 높낮이를 잴 수 없는 위치에 작가 백시종이 있다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h 2023.11.1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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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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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의 저자 백시종 작가님은 2021년 출간한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분이다. 처음 읽은 저자의 소설에 감동받고 백시종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는데 2007년부터 매해 한 편씩의 책을 내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한 권의 소설을 인연으로 바로 작가님의 팬이 되었고 당연히 신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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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의 저자 백시종 작가님은 2021년 출간한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분이다. 처음 읽은 저자의 소설에 감동받고 백시종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는데 2007년부터 매해 한 편씩의 책을 내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한 권의 소설을 인연으로 바로 작가님의 팬이 되었고 당연히 신작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쑥떡』이라는 향토적인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던것은 쑥떡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의 어린시절 쑥떡은 저렴하여 맘껏 먹을 수있었던 추억속의 음식이지만 어린시절부터 쑥떡이나 단호박, 건포도가 들어간 떡들을 좋아했었기에 이 한 권의 책을 접하며 내적친밀감에 흐뭇함이 느껴졌다. 

 

소설의 형식을 띄지만 이 책은 작가가 서두에서 밝혔듯 먹거리에 대한 고해성사이다. 그 어렵던 시절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김유정 작가의 소설 『떡』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인연이다. 김유정 작가의 소설 『떡』과 함께 백시종 작가의 소설 『쑥떡』 역시 내가 좋아하는 소설 목록에 자연스레 들어가게 되었다. 

 

p.48 그 속에서는 음식 앞에서 체면도 염치도 없이 보챈다는 뜻도 있었고, 먹는 것 앞에서는 한 치 양보가 없는 후안무치라는 설명도 두루두루 포함되어 있는 셈이었다.

 

너무나 솔직한 작가의 고백에 나또한 뜨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음식 앞에서라면 염치도 없이 보챈다는 것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였다. 배고픈것은 못참는 나 역시 음식이 나오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기어코 과자부스러기라도 주워먹곤 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화가 나는 것은 당연지사. 체면도 염치도 없이 보챈다는 말을 문장으로 만나니 낯이 뜨거워 할말을 잃어버렸다. 왜 저자가 고해성사라고 표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 저자의 일대기는 우리나라의 격동의 80년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슬프고 안타깝고 먹먹한 감정이 오래도록 지속됐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 이렇게 또 한 번 눈물을 훔친다.     

이달의 사락 m****d 2023.11.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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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쑥떡 /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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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며 20대에는 책도 많이 읽었고 지인들에게 재밌게, 감명깊게 읽은 책을 많이 권하기도 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책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다시 책을 좀 보기 시작한지 이제 1년여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만 예전 처럼 책을 지인들에게 권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주의 적인 성향이 많이 강해진 탓도 있을 것이고 타인에게 무얼 권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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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며

20대에는 책도 많이 읽었고 지인들에게 재밌게, 감명깊게 읽은 책을 많이 권하기도 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책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다시 책을 좀 보기 시작한지 이제 1년여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만 예전 처럼 책을 지인들에게 권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주의 적인 성향이 많이 강해진 탓도 있을 것이고 타인에게 무얼 권한다는 것이 주제넘는다는 생각도 드는 탓도 있지 싶습니다. 그런 소극적인 아저씨가 된 지금에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친구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였습니다. 그 만큼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큰 울림을 전해 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 줄거리

이 책은 책머리의 "작가의 말"을 꼭 읽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80을 맞이하여 그에 걸맞는 작품을 쓰기로 하셨다는 작가님께서 세상에 내어 놓은 이 작품을 "먹거리 고해성사"라고 작가님 스스로 이야기 하고 계십니다.

나는 80살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깊숙이 숨겨 두었던, 지난날의 과오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꾸밈없이 드러내 놓기로 작심했다. 일종의 먹거리 고해성사다.

9페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단편, 중편 정도 길이의 7편의 작품은 그 각각으로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7편의 이야기들을 시대순으로 주욱 엮어놓은 연작장편소설이라는 독특한 구성입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각각의 이야기의 길이는 길고 짧고 제각각입니다.) 각 이야기별로 아주 간략한 소개와 인상깊었던 문장 소개 정도로 서평을 진행하겠습니다.

1) 눈물과 함께 먹은 삼계탕

먹는것이 생존의 문제였던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쌀이 떨어져 죽도 먹을 수 없는 환경속에서 늘 굶주림에 시달리던 일곱살 시절의 나. 우리집에는 폭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작은 방공호가 있었고 어느날 이 방공호에 어떤 아저씨가 숨어 지내게 됩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상황에서 아저씨에게는 늘 맛있는 식사가 전달됩니다. 결국 발각되어 아저씨는 잡혀가지만 어머니가 잡혀갔는지도 모르는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고깃국이 우선이었던 "나"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눈이 휙 돌아갔다. 아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엉엉 울며 어머니를 따라가는 동생들도, 자꾸 뒤돌아보며 두섭아, 두섭아, 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도 그 밖에 그 어떤 것도 내 안중에 없었다.

44페이지 눈물과 함께먹은 삼계탕 중에서

2) 곰팡이꽃 핀 쑥떡

먹보를 넘어선 "껄떡보"라고 불리던 나는 동생의 몫을 빼앗아 먹는데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굶주림은 나의 식탐을 더하게 했고 이 식탐은 동생 지섭이에게도 피해를 주었다고 나는 나중에 생각하게 됩니다. 재주가 많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똑똑했던 동생 지섭이가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나기 전 알려준 지섭이의 보물상자 분유깡통속의 곰팡이 핀 "쑥떡"을 먹으며 동생의 것을 탐한 지난 세월을 후회합니다.

내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지섭아, 지섭아 동생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곰팡이꽃 퍼렇게 핀 돌덩이 쑥떡을 다섯개나 사각사각 해치운 뒤였다.

83페이지 곰팡이꽃 핀 쑥떡 중에서.

3)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중학교 시절 어려운 형편에 많을 도움을 주었던 단짝 용현이와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 입니다. 영화에 미친 소년이었던 나는 형편이 좋았던 용현이의 도움으로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고 끼니와 잠자리까지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용현이가 머무르던 이모부의 집 식모였던 영순이누나는 눈치를 주는 용현이 이모와 달리 나에게 늘 잘해주고 간식도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중학교 입학식날 용현이 가족들에게 얻어 먹은 짜장면과 탕수육은 모든걸 잊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맛이었습니다. 그렇게나 또 먹고 싶었던 짜장면과 탕수육이 내가 너무도 좋아하던 영순이 누나의 비극과 엮이게 되면서 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가능한 멀리하게 됩니다.

고춧가루의 매운 느낌과 돼지고기의 향기, 그리고 감자와 당근과 양파가 씹히는 탱글탱글한 면발의 그 절묘한 식감이라니..... 짜장면과의 첫 만남의 감격 때문에 용현이와 그 가족, 특히 아버지의 존재는 잠시 까맣게 잊을 정도였다.

88페이지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중에서.

 

4) 통무김치와 보리밥

아버지는 조흥은행에서 소사겸 수위로 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당신이 늘 동경하는 "은행원"으로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 무렵 나는 영화에 미쳐있는 상황으로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었지만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아버지의 뜻대로 광주상고에 입학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바램과는 다르게 고등학생이 된 나는 아버지의 돈을 몰래 슬쩍해서 영화를 보는 등 더더욱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가마솥의 보리밥 가운데 쌀 한움큼을 넣어서 지은 하얀 쌀밥은 늘 아버지의 몫이었고 새조개 된장국 역시 아버지가 드실 양 만큼 밖에는 만들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형제들의 몫은 늘 꽁보리밥과 통무김치가 전부였지만 훗날 장성한 형제들이 모여 가장 맛있었다고 꼽은 음식은 그때 그 보리밥과 통무김치 였습니다.

그리고 후후 불며 보리밥을 아귀아귀 퍼 넣은 다음 수저 끝에 꿴 짭짤한 무를 적당한 크기로 베어 물어 씹었다. 보리밥의 달콤함과 무의 새콤함이 입안에서 한데 엉겨 범벅이 되었다.

181페이지 통무김치와 보리밥 중에서.

 

 

5) 마가린 간장 비빔밥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고등학교 시절을 영화보기로 보낸 나는 사실상 원서만 낼 수 있었어도 (원서를 내려면 주산 3급은 되어야 했으나 나는 9급) 합격이 보장된 자리까지 날려버리게 됩니다. 백수로 지내던 내게 아버지는 입학금과 두 달 치 생활비를 대 줄테니 가고 싶은 대학에 가서 직접 벌어 공부를 하라고 허락해 주십니다.

 

서라벌 예술대학교 미술과를 지원해 미달로 덜컥 합격을 해 버린 나는 구동욱이라는 같은 학과 친구와 영화를 계기로 가까워 지게 되고 그의 자취방에 기숙하다 시피 하며 지내게 됩니다. 시골에서 구동욱의 아버지가 보낸 쌀과 반찬이 도착한 날 배고픈 친구들이 잔뜩 모여 큰 솓에 밥을 해, 해표 마가린을 넣고 일본간장과 깨소금, 고춧가루를 뿌려 비빈 "마가린 간장 비빔밥"으로 만찬을 즐깁니다.

이후 우연히 알게된 학교 선생님과의 비밀스러운 거래로 쪽집게 과외 선생이 되어 제법 큰 돈을 벌게 된 나는 생각없이 돈을 써버리고 석 달 만에 다시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다시 "간장 마가린 밥"을 탐닉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렇다! 나의 공복을 채워 주고 만족을 준 최고의 음식은 명동 양주집의 지중해식 연어와 올리브 안주가 아니고 명보극장 뒷골목 전라도 밥집 푸짐한 먹을거리도 아니고 냄비째 들고 들어와 신문지 깔고 둘러 앉아 춤추듯 수저를 휘둘렀던 바로 그 음식, 노란 병아리색 "마가린 간장 비빔밥"이었다.

244페이지 마가린 간장 비빔밥 중에서.

6) 된장 콩잎과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

국전을 통해 화가가 될 능력도 형편도 안되는 나는 나의 처지에 대한 열등감과 반발심리로 5대 신문의 신춘문예 단편소설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선은 아니지만 대한일보 가작에 당선되어 난생처음 나에게도 걸맞은 분야가 있구나라는 희열을 맛보게 됩니다. 다른 신문사에서도 문화부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는 나는 심사위원 김동리 선생님으로 부터 가작으로는 아까워 "현대문학" 추천작으로 뽑아준다는 감사한 소식을 듣습니다.

(글에 의하면 작가님의 필명인 "시종"도 이때 김동리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것이네요. 이름이 왜식이라며 "시종"과 "시명"중 하나를 고르라 하셨다고 합니다.)

돈이 필요했던 나는 지방신문사가 주관하는 장편소설 공모에 응모하여 당선되고 제법 큰 상금을 받게 됩니다. 이 즈음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어부를 아버지로 둔 그녀의 집에 방문한 나는 감동적인 맛의 생선찜을 대접받게 됩니다.

그처럼 청결하게 만들어진 생선을 다른 식재료를 첨가하여 따로 요리하는 것보다, 찜통에 원형 그대로 쪄 내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꺠끗한 바닷물에 씻은데다 소금간을 적절히 했으므로 일단 입안에 쩍쩍 달라붙기 마련인데, 그것을 씹을 때마다 바닷바람과 햇볕의 조화로 새롭게 탄생된 다디단 맛이 입안에 그득 고이기 마련이고, 원래 생선이 보유하고 있는 특유의 향기와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감칠맛이 더해져 짜르르 전신을 황홀하게 만드는 것이다.

247페이지 된장 콩잎과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

7)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 양고기

가족계획 연구원으로 일하던 나는 계약이 끝나가던 즈음 후배로부터 H그룹 홍보관련 업무라며 종합기획실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 받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직장이던 H그룹에 학벌도 경력도 부족한 내가 합격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후배의 제안을 무시할 수는 없어 별 생각없이 제출한 이력서로 나는 덜컥 H그룹 종합 기획실에 면접도 없이 합격하게 됩니다. (나중에 왕회장님의 지시로 합격하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당시 정권과 줄이 닿아 있다고 알려진 표광우 논설위원의 중동 방문의 의전을 맡게 됩니다. 구운 고기보다 삶은 고기를 선호하는 VIP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사우디 식당을 담당하는 요리사 "김도사"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3일 밤낮으로 삶아 냄새를 잡은 삶은 양고기를 맛보고 새로운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기억하는 육고기의 그 모든 추억을 깡그리 토해 내게 하는 또다른 싱그러운 감흥, 그것은 그날 알코바 주택 현장 간부식당에서 천연소금에 찍어 먹었던 양고기 수육이었다. 된장 향내와 커피 향기가 뒤섞인 또 다른 특유의 향내와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싶은 양고기 본연의 질감이 나를 황홀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348 페이지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 양고기 중에서.

3. 마치며

생존을 위협하는 배고픔이 어떤것인지를 모르고 자란 세대인 저로서는 TV에서나 또는 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고픔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기억들이 담긴 작가님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했다는 식의 전개를 생각했으나 작가님의 인생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던 작가님은 은행원이 되라는 아버지의 바램대로 상고에 진학하지만 더더욱 영화에 몰두하고 사실상 기본 자격만 갖추면 되었을 지인에 의한 추천 취업도 날려버리는 불타는 청춘시절을 고백하고 계십니다. 이후 미술대학에 입학하고 술과 영화로 세월을 보내다가 뜬금 없이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는 범인인 저에게는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1967년 신춘문예로 데뷔 후 2023년 현재까지도 집필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계신 지금까지도 글 속에서 느껴지는 힘은 청년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마치 아들과 딸 같은 긴 드라마를 짧게 줄여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인생 속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마다않는 숨김없는 이야기 전개와 그러한 전개를 "음식"이라는 매개로 풀어낸 글솜씨에 쉼 없이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치 아들과 딸 같은 긴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작가님을 이제야 알게 된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웠던 독서 후기를 마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e 2023.1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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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재밌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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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근데 내가 읽은 글 중에 먹거리에 대한 것은 보통 에세이였다. 그 중에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던 음식 에세이 공진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 일단 음식이 각 꼭지의 제목이라는 것과 내가 알기보다, 우리 엄마 세대가 겪으셨던, 모든 것에 풍족함이라는 건 없던 시절,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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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근데 내가 읽은 글 중에 먹거리에 대한 것은 보통 에세이였다.

그 중에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던 음식 에세이

공진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

일단 음식이 각 꼭지의 제목이라는 것과

내가 알기보다, 우리 엄마 세대가 겪으셨던,

모든 것에 풍족함이라는 건 없던 시절,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분에서 그 결을 계속 같이 한다.

그 결핍의 시대와 모든것이 남아도는 현재에 걸쳐있는 세대인 나.

환경에 집착하는 사람으로서

모든것이 귀해서, 구할 수가 없어서

아낄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를 매번 그리워 하고 갈망하는데

그 시대를 작가의 글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겪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행복한 만찬 과는 다르게

식재료보다는 그 식재료로 만들어 낸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입에 계속 침이 고이면서 읽었다.

백시종 작가의 묘사력이 정말 엄청나다는 걸 알게된 작품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집. 완전 만족한다.

YES마니아 : 골드 s*******1 2023.1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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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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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쁘고 앙증맞을 수가 없었다. "옜다. 이거라도 가져라. 그래도 이건 스위스제 쌍둥이표 칼이란다. 아주 귀한 거야. 그러니까 연필 깎을 때만 쓰고, 잘 간수하거라." 정말 최고의 칼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손잡이에서 빛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쌍둥이칼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물건이었다. (-30-) 할머니는 온종일 그 밭에 앉아 김을 매고, 씨를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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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쁘고 앙증맞을 수가 없었다.

"옜다. 이거라도 가져라. 그래도 이건 스위스제 쌍둥이표 칼이란다. 아주 귀한 거야. 그러니까 연필 깎을 때만 쓰고, 잘 간수하거라."

정말 최고의 칼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손잡이에서 빛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쌍둥이칼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물건이었다. (-30-)

할머니는 온종일 그 밭에 앉아 김을 매고, 씨를 뿌리고, 수확을 했다. 주로 고구마였지만 옥수수도 심고 완두콩도 심고 마늘도 심고 참깨 들깨도 심었다. 종류는 많고 밭뙈기는 크지 않고...적게 심으니 추수도 그만큼 적을 수 밖에 없었다. (-68-)

은행시험 중 가장 가산점이 많은 과목이 주판 시력이었다. 주판은 필수 기본기이기도 해서 최소한 3급 실력을 갖추어야 했는데, 실제로 3급을 따지 못하면 은행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176-)

고동욱은 꼬깃꼬깃 구겨진 배춧잎 한장을 라이터 주머니에서 손가락 끝으로 간신히 꺼냈다. 비상금이라고 했다.그리고 가까운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가락국수를 비롯해서 해삼 멍게 돼지 순대도 취급하는 간이마차 포장을 들추고 구동욱이 먼저 들어왔다. 뜨거운 가락국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를 썰어놓고 우리는 물 마시듯 소주를 마셨다. (-223-)

나는 배불뚝이 아내를 처갓집에 맡기고 혼자 떠날수도 ,그렇다고 그곳에 계속 눌러앉을 수도 없었다. 나는 결딴을 내려야 했다.

내가 그때 그녀와 함께 갈곳은 단 한군데 밖에 없었다. 광주 집이었다.내가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해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285-)

또 한차례 와장창 사무실 기물이 박살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함부로 때려 부수는 쇠망치 죈 손목에 깨진 유리잔해가 박혔는지 선혈이 낭자했고, 열굴 역시 유리파편 때문인지 피투성이가 된지 오래였다. (-361-)

작가 백시종 님이 어느덧 80이 되었다. 1944년생 한국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태어나, 한국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어린시절을 살아왔다. 후진국, 미군정이 준 물자에 의존하여 살아온 시간, 10여넌 동안 , 배고픔에, 봄철이면, 호랑이보다 더 부섭다는 춘궁기를 지나왔다. 헐벗은 산에 나무를 베어서, 가꾸었던 것은 당장 배고프다 하여,미래의 배고픔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까지 , 자가 백시종님이 살아온 인생의 기억과 기록이 존재했다. 특히 소설 『쑥떡』은 그 시대의 가난함과 배고픔을 상징하는 우리의 마음을 녹여 주던 먹거리다.

소설 쑥떡을 읽으면서, 봄철이면, 쌀독에 쌀이 떨어져서, 산으로 들로 향했던 우리네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먹어야 살 수 있었기에 , 쑥은 그들의 허기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법칙이었다.보리를 캐어다 먹었던 그 때 당시, 그때의 배고픔은 사라졌지만,그때의 생활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할머니느 식구들의 배고픔을 위해, 지금도 봄철 쑥을 뜯으러 가서, 장에 내놓아서, 떡을 만들어 먹는다. 쑥떡에 설탕을 찍어 먹으며, 어떤 음식에 비할 바 아니었다. 1960년대 우리의 삶과 정서, 법보다 주먹이 앞섰지만.,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기적이지 않았다. 경제는 무너졌고, 희망과 기대를 품으면서, 콩사루 같은 교실 내에서, 주판 하나로, 주산과 부기를 배워야 했던 그 시간, 은행에 취업하면, 나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악착같이 배웠다. 인문계고등학교보다 상고와 공고가 잘 나가던 그 시기였다.

소설은 광복 이후 아련한 60년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다. 배고픔과 우리의 나약한 정서와 일치하고 있었으며, 소주 하나로,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아온 그들의 삶이면서 인생 이야기다.

이달의 사락 k*******2 2023.1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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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절과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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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는 사건과 통계 등 생명력이 없는 화석과 같은 연대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대상을 배경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은 땀 흘리는 때론 피까지 흘리기도 하는 생동하는 역사이다. 물론 공인받은 거짓 말꾼인 소설가가 하는 얘기라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그걸 어디까지는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따질 필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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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는 사건과 통계 등 생명력이 없는 화석과 같은 연대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대상을 배경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은 땀 흘리는 때론 피까지 흘리기도 하는 생동하는 역사이다. 물론 공인받은 거짓 말꾼인 소설가가 하는 얘기라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그걸 어디까지는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따질 필요 없이 독자인 우리는 각자의 감동이라는 과실을 얻으면 그뿐 아니겠는가. 그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라 생각하며 <쑥떡>에 빠져 행복한 이틀을 보냈다.


 

  소설가 백시종 님은 7년 전에 작고하신 내 모친보다 2년이 연배이다. 나 역시도 풍요가 넘쳐나기 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끝물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허덕였던 추억이 있다. 저자가 전해주는 거의 절대적인 기아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먹거리에 대한 갈망은 제법 강했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갔다가 처음 맛봤던 사라다(샐러드)의 강렬한 추억도 남아 있다. 빠다(버터) 비빔밥에 환장했던 시절도 물론 있었고 말이다. 사실 버터는 비싸서 대부분 식물성 마가린을 주로 먹기는 했다. 게다가 비교적 처지는 축에 속했던 서울 변두리 살림 속에서 삼 형제가 한창 자라던 시절의 추억이 많이 겹쳤다. 한 달에 한 번 있을지 말지 한 돼지고기 연탄불 구이라도 있는 날이면 장남인 내가 첫째이고 밑으로 2살, 6살 터울인 동생들과 5근을 뱃속에 욱여넣던 시절도 새삼 떠오른다. 마당 한켠의 화장실에서 새벽 달을 쳐다보며 밤새 설사를 해대던 기억도 선명하고 말이다.


 

  그렇게 내가 자라던 시절과 겹치기도 하고 단편적으로 전해 들었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공감하며 <쑥떡>을 읽었다. 작품 후반 두 장에서 다루어지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어지럽던 시절의 뒷얘기는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지만, 경제 성장이 불러온 상대적 빈곤의 쓰나미가 아직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거품이 잔뜩 낀 개인들의 살림살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서 살아가는 지경이지 않은가. 그 어렵던 시절도 어둡고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살아 냈던 세대의 뒤를 이어 살아온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며 한바탕 회상을 마친 느낌으로 책장을 덮었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s*****g 2023.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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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빚어내는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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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르르 윤기가 도는 검은색 짜장면 위에 붉은색 고춧가루를 뿌리고, 젓가락을 쑤셔 넣은 다음 휘휘 휘젓자 먹음직스러운 짜장 국수가닥이 밤색 옷을 자랑하며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꿈틀꿈틀 춤을 추었다.  .. 탕수육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한눈에 가슴 두근거려지는 비주얼이었다. 갈색 빛을 덧입힌 찹쌀고기와 투명한 색이 아닌 붉은 빛이 감도는 튀김옷의 느끼한 기름이 부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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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르르 윤기가 도는 검은색 짜장면 위에 붉은색 고춧가루를 뿌리고, 젓가락을 쑤셔 넣은 다음 휘휘 휘젓자 먹음직스러운 짜장 국수가닥이 밤색 옷을 자랑하며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꿈틀꿈틀 춤을 추었다.  .. 탕수육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한눈에 가슴 두근거려지는 비주얼이었다. 갈색 빛을 덧입힌 찹쌀고기와 투명한 색이 아닌 붉은 빛이 감도는 튀김옷의 느끼한 기름이 부담스러웠지만, 양파와 오이가 절묘하게 그 균형을 잡아 주는 것 같았다."(p121, 짜장면과 탕수육)

 

요즘은 먹거리가 지나치게 흔해져서 감동을 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위의 인용문처럼 맛깔스럽게 묘사한 짜장면과 탕수육은 예전에는 특별한 날이면 먹는 요리였다. 입학이나 졸업, 이사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 별미였다. 모두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추억이 담긴 음식이었다. 아니 다를까 작가에게도 그런 추억, 아니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중학교 입학 시절, 교복을 사러 갔다가 만난 초면의 친구가 절친이 되어 입학식 날 친구 부모님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가슴 벅차게 먹은 좋은 기억을 담았다.

 

그런데 그 친구 집의 식모 누나를 짝사랑하다가, 누나의 난처한 상황을 못 본 체하며 눈앞에 둔 짜장면과 탕수육을 한술 뜨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배 속에서 껄떡 귀신이 들어앉아 끝도 없이 식탐을 내었겠지만, 그 순간에는 더 귀하고 중요한 것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마치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이후에 그 누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는 짜장면과 탕수육이라는 음식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 두 가지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갑자기 울컥하면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오는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이 작품은 80세의 소설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먹었던 음식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야기다. 소설은 7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중편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담고 있다. 먹거리를 통해 인간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음식의 맛과 향, 그리고 그 음식이 담고 있는 추억과 의미를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풍성하게 표현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우리가 모두 겪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각 중편 하나하나에 주인공을 통해 이실직고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주인공의 삶을 조명하며, 그의 경험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바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기를 추천해 본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힐링을 얻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쑥떡 #백시종 #문예바다 #먹거리고해성사 #성장소설 #삶 #힐링 #위로 #공감 #따뜻함 #감성 #감동 #힐링 #장편소설 



 

w****u 2023.1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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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음식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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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0살이 되는 작가님이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에 겪은 먹는 것과 관련된 단편을 7편 엮어서 낸 연작 소설입니다.   제목을 쑥떡으로 지은 이유는 어렵던 시절에 다른 음식들은 다 조금씩 밖에 먹지 못했는데 쑥떡막은 많아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 그 기억에 제목은 쑥떡으로 지으셨답니다. 쑥은 지천에 널려 있으서 그 쑥들을 으깨서 거기에 약간의 쌀가루 같은 걸 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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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0살이 되는 작가님이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에 겪은 먹는 것과 관련된 단편을 7편 엮어서 낸 연작 소설입니다.

 

제목을 쑥떡으로 지은 이유는 어렵던 시절에 다른 음식들은 다 조금씩 밖에 먹지 못했는데

쑥떡막은 많아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 그 기억에 제목은 쑥떡으로 지으셨답니다.

쑥은 지천에 널려 있으서 그 쑥들을 으깨서 거기에 약간의 쌀가루 같은 걸 뿌려서 거의 짖이겨진 쑥을 먹는 것과 비슷했다고 하네요^^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를 글로 풀어낸 것이지 요즘 유투브나 티비에 나오는 먹방처럼 먹거리 자체에 대한 정보나 감탄 같은 것이 엄청 자세하게 나오지도 않고 그런 음식들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맛있다는 기억으로 적어 놓으신 음식들의 재료를 구하는 것 부터가 음식 전문가의 영역이지 싶습니다.

 

읽다보니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이라는 것이 어떤 맛인지 궁금했지만 가짜가 많다고 하니 눈 앞에 두고도 제대로 된 생선을 사서 먹어보기 힘들꺼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이런 어렵고 음식 구하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아니라 살만해진 시절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살았던 것에 대해서 부모님과 조상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서평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느낌대로 적은 글입니다. ***

 

 

t*****e 2023.1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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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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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할머니는 옛날에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했다. 쓱쓱 비벼서 나물밥을 먹었고 곰삭은 된장에 찍어 먹던 고추가 어쩜 그리 맛났는 지 모른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과 같이 먹었고 시집와서는 부뚜막에 서서 먹었다. 그당시 거칠고 흔해 빠진 먹거리는 그 시절을 박제한 아련한 추억이 됐다. 입맛을 다시던 늙은 입술은 연신 맛있었어라고 말하지만 막상 침은 고이지 않는다. 여든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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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할머니는 옛날에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했다. 쓱쓱 비벼서 나물밥을 먹었고 곰삭은 된장에 찍어 먹던 고추가 어쩜 그리 맛났는 지 모른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과 같이 먹었고 시집와서는 부뚜막에 서서 먹었다. 그당시 거칠고 흔해 빠진 먹거리는 그 시절을 박제한 아련한 추억이 됐다. 입맛을 다시던 늙은 입술은 연신 맛있었어라고 말하지만 막상 침은 고이지 않는다.

여든을 넘긴 노작가는 음식에 기대어 옛날을 회상하기로 한다. 중편 분량 소설은 음식소재가 이어져 연작의 모양을 이뤘다. 한국전쟁 전후 이념대립으로 분열된 나라, 군사정권의 권위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민은 힘없고 배고픈 존재일뿐이었다. 권리와 의무가 유예된 살벌한 시대에도 먹어야 살고, 살기 위해 먹었다. 어머니가 혹은 누나가, 친구 엄마가 밥을 주고 반찬을 덜어주며 위로를 주고 받았다. 사람의 미각과 후각은 오래 간다. 어릴 적 먹고 맡았던 음식은 장기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언뜻 다시금 접하게 되면 그와 연관된 장면과 추억이 줄줄이 달려 나오기 마련이다. 노작가는 주린 배를 채웠던 그 시절이 부끄럽다. 너무 가난해서 배고팠고 그 가난 때문에 먹지 못한 것과 먹은 것들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지금 풍요의 시대에 되돌아본 그때의 먹거리와 사람들은 현재 그를 이룬 피와 살이었다.

 
d*****i 2023.11.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