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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양 건축사에 대한 개괄서를 읽고 난 뒤 이런 저런 건축가들의 전기를 읽기도 하고, 건축 기행문들을 읽기도 하다가 다시 한번 건축사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개괄서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만, 역시나 어려운 책이었다는. 필립 B 맥스의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읽었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는 아예 선사시대 부터 다루고 있으니 그렇다 싶었다만, 이 책은 1750년 즉 신고전주의 건축부터 다루고 있을 뿐인데도 분량과 내용이 엄청났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각 국가와 도시의 사회 경제적 상황과 이를 타계해 보려는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들, 급변하는 상황 속에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문학과 예술 사조들,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건축과 건축가들의 고심과 성과, 노력과 좌절을 광범위하게 그러나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당대의 상황을 알고 있고, 건축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그나마 제대로 읽어 볼 수 있다는. 내가 읽은 몇 권이 책만으로 이 책을 따라 잡기란 너무 벅찬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검색을 하면서 읽어낼 수는 있었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뉜 책 중에서 상권으로 1부는 대략 1750-1939년 사이의 문화적 발전과 기술 경향을 다루고 있는데, 19세기 말까지 맹위를 떨친 신고전주의 건축의 문화적 변천사, 도시 집중화와 슬럼화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도시들(런던, 파리, 시카고, 바르셀로나)의 도시 개발 정책(런던 대화재는 훨씬 전 이야기고... 이때라면 오스망의 파리 정비 이야기만 예전부터 들어왔던 지라... 다른 건 깜깜)을 다룬 영토적 변형, 구조 공학의 발달에 따른 기술적 변형 즉 철골, 강화 콘크리트, 강화 시멘트 등을 이용한 철도, 교량, 탑 그리고 건물들의 설계가 가능해 진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2부는 비판적 역사로 1836-1967년 에 이르기 까지 시대순으로 각 나라의 건축과 도시 계획과 실현, 그리고 주요 건축가들의 건축과 도시 계획에 대한 생각과 이들이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비평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1장은 영국 존 러스킨의 예술공예 운동과 전원도시운동으로 시작하는데 많은 책에서 디자인과 건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 바입니다. 이후 29장까지 이어지는데 주요 건축가들만 나열해 보자면, 단크마어 아들러와 루이스 설리번, 설리번의 제자였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찰스 레니 매킨토시, 오스트리아-독일 신고전주의의 지존이었던 싱켈의 후예 오토 바그너와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 및 요제프 호프만 등 빈 분리파, 이탈리아 미래주의와 안토니오 산텔리아, 체코의 아돌프 로스, 벨기에의 반 데어 벨데의 총체미술, 리옹의 토니 가르니에, 페테 베렌스와 오귀스트 페레, 바우하우스와 관련자들, 신즉물주의와 ABC 그룹(엘 리시츠키, 마르트 스탐, 한스 슈미트 등등), 미스 반 데어 로에 등등이 등장하는데 주요 건축가들은 전기와 후기 나뉘어서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장을 할애하여, 북유럽 중심의 알바 알토, 전간기 체코슬로바키아 건축의 산업 생산력, 전간기 소련의 건축, 아르데코부터 인민전선까지 전간기의 프랑스 건축, 전간기에서 2차대전 패전까지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건축가들은 그의 학문적 혹은 실질적 스승에게 영향을 받고 또한 주기도 하며, 동시대 다른 건축가들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당연히 후대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건축가에 아예 반대되는 경향을 고의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모임을 결성했다 탈퇴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합니다. 건축가 자신의 건축에 대한 철학이나 자신의 건축물에 대한 해석을 인용하기도 하고, 특히 이들 건축물에 대한 뛰어난 비평가들의 비평 역시 싣고 해석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이런 비평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당연히 철학, 미학, 사회학 쪽으로 넘어가는 게 되므로 쉽지는 않습니다. 또한 건축은 당연히 공학적으로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조감도와 도면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는데, 이런 그림들이 좀 작긴 하지만 책을 읽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역시 도시 계획으로 건축이 포함되지만 또한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ㅡㅡ;;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각 장은 20페이니 내외로 매우 콤팩트 한데다 3차원적인 건축물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만, 아마 본문을 영어 원주민이 원서로 읽는다고 해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더라는. 이전에 미스 반 데어 로에가 The less is the more 라고 했지만 그 이전에 아돌프 로스가 장식이라 불필요하다 했다하니 더 이전에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겠다 했건만, 실제 있었습니다. 1706년에 '신건축론'을 냈다는 코르드모아. 건축물 대다수는 장식물이 필요없다고 했다지요. 어떤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같은 생각을 도출해 내지만 그것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것은 그 끝자락인 법. 지금도 누군가는 인간의 오랜 꿈을 실현시켜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겠지요. 자, 어떻게 읽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2편으로 넘어가 봐야 겠습니다. |